유전자로 추적한 한민족의 기원
최근의 과학은 우리민족의 시원(始原)이 바이칼호수에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유전과학의 발달은 화석에서 DNA를 추출하여 인류의 유전자 지도를 작성하면서 인류의 기원과 이동경로에 대해 설득력 있는 가설을 제공하고 있다.
* 기후변화로 북쪽 바이칼호수로 이동하다
반면에 온난기가 찾아오면 북반구를 뒤덮고 있던 얼음층이 북쪽으로 물러가면서 북쪽에 새로운 초원들이 생기고 생물군이 나타났다. 초원이 북상한 것이다. 이 경우에는 사람들이 초원길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였다.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태고의 신비, 바이칼호
세계 인류는 크게 세 종족으로 나뉜다. 백인종을 포함하는 코카소이드(Caucasoid)와 황인종을 총칭하는 몽골로이드(Mongoloid) 및 흑인종을 총칭하는 니그로이드(Negroid)가 그것이다.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이러한 세 종족으로 분리된 것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단계로서, 우리 민족은 몽골로이드에 속한다.
간빙기가 끝나고 빙하기가 다시 오면서 몽골리안은 바이칼호 지역에 오랜 기간 갇혀 살았다. 주변이 빙하가 되어 이동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무렵 빙하기에는 바이칼호에 물이 적었고 대부분 초원이었다. 초원의 오아시스 같은 장소였다. 당시 호수의 수면은 훨씬 낮고 물고기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 뒤 빙하기가 끝나면서 물이 차 지금의 바이칼 호수가 되었다. 바이칼 호수는 여러 가지 세계 기록을 갖고 있다. 2500만년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호수이자 가장 넓고 가장 깊은 호수이다. 물도 가장 맑아서 40미터 속까지 내려다보인다. 330개의 강이 이곳으로 흘러드는데 밖으로 나가는 수로는 앙가라 강 하나뿐이다.
바이칼 호수는 가장 차가운 호수이다. 한 여름에도 1분 이상 발을 담글 수가 없다. 죽은 물고기가 부패하지 않을 정도다. 그 수정같이 맑은 물에는 세계에서 유일한 민물물개와 철갑상어 그리고 내장이 들여다보이는 투명 물고기 골로미양카가 사는 곳이다.
오랜 고립의 역사로 바이칼호수에서만 사는 동물종이 무려 1550종이나 된다. 이 가운데 80% 이상은 이곳에만 사는 고유종이다. 이들은 세계 어느 지역의 생물과도 다르며 유전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이들 생물들은 2,500만년 동안 이 호수 안에서 오염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화되어 왔다. 바이칼은 그 자체로서 살아 있는 진화박물관이자 원시생명체 연구소이다.
* 몽골로이드의 형질적 특징이 형성된 바이칼호수
궁둥이에 몽골 반점을 갖고 있는 몽골리언의 형성지가 바로 이 알타이-바이칼 지역이다. 이곳은 몽골리언이 성장하여 성인이 된 곳이다. 소나무 등 땔감이 많아 빙하기에도 인류가 추위를 견디며 살아남기에 적합했다. 이들은 강풍과 추위에 적응하면서 진화되었다. 체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다부지고 뭉툭한 체형을 발달시켰다. 찬바람에 대처하려고 눈은 작고 가늘게 찢어지고, 추위로부터 안구를 보호하기 위해 눈꺼풀에 지방이 두툼한 눈으로 진화했다. 또 추위에 이겨내는 특성인 두꺼운 피하지방층, 평평한 얼굴, 얇은 입술, 낮은 코 등으로 진화했다. 추위에 노출되었을 때 동상에 걸리지 않고 눈 위에서 활동하는 데 도움이 되는 특성들이다.
바이칼호수에 현재 수면만큼 물이 올라온 것이 1만2천 년 전이라 한다. 아마 당시 사람들이 거대한 홍수를 만나 바이칼호수 지역을 탈출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기원전 1만4천경 바이칼호수 연안에서 등장한 동북아시아의 쐐기형 석핵이 불과 1∼2천년 사이에 티벳, 몽골, 동북시베리아, 한반도, 일본까지 급속히 확산되었다. 예리하고 가벼운 창으로 기동력을 확보한 집단이 바이칼을 기점으로 동으로 확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칼호수 주변에는 고고학적 유적들이 무수히 많다. 구석기시대부터 계속해 이곳에 사람들이 거주했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3만∼5만 년 전 시기의 고고학적 유적이 전혀 발굴되지 않는데 반해, 더 추워서 사람이 살 수 없었을 것 같은 이 지역에는 유적이 많은 것이다. 더구나 이르쿠츠크 대학의 학자들은 이들의 문화가 세계 어느 곳의 문화와도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 재야사학자들이 주장하는 기원전 7197년에 세워졌다는 세계 최초의 국가 환국의 위치가 바로 바이칼호수 주변이다.
* 빙하기가 끝나면서 이동이 시작되다
그 뒤 빙하기가 끝나 기후가 풀리면서 자연히 이들의 이동이 시작된다. 이들이 동서남북으로 뻗어 나갔다. 최근의 고고학적 발굴 결과를 보면 동북아시아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아메리카 대륙으로 인디언들의 중심그룹이 이동한 것이 1만4천 년 전이다. 시베리아와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의 신화와 습속은 우리 샤머니즘의 전통과 흡사하다. 그들의 기층문화가 우리 민족의 원시문화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은 그들의 기원과 계통이 우리와 매우 가까운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언어도 우리말과 뿌리가 같다는 게 배재대학 손성태 교수의 주장이다
.
그 뒤 서쪽으로 간 몽골리언 국가들에는 핀란드, 헝가리, 터키를 비롯하여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부탄 등 ‘탄’자가 들어가는 나라가 많이 있다. 그 탄이 우리나라의 ‘땅’이랑 똑같은 말이란다.
그 뒤 동이족의 중심지역도 남하하여 홍산문화 지역에 다다르게 되었다. 이곳에 사람이 정착한 것이 1만1천 년 전쯤으로 추정된다. 이곳에서 꽃핀 홍산문명은 중국의 황하문명보다 약 2천 내지 1천년 정도 앞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이들이 조선족과 흉노족으로 나눠진다. 조선족이 건국한 나라가 고조선이다.
그 뒤 조선시대에 오랑캐라고 불렀던 만주 일대의 민족들이 기실 모두 한 핏줄이다.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에 조선족과 흉노족은 3000년 전에는 형제간의 동족이라는 내용이 있다.
* 유라시아 유목민들의 발원지 바이칼호수
역사적으로 바이칼 호수는 유라시아 유목민족들의 발원지이자 이동경로였다. 기원전 200년부터 한나라를 압박하며 북쪽 초원지대에 거대한 제국을 세웠던 흉노족, 중국 대륙에 북위(北魏), 북주(北周), 수(隨), 당(唐)을 건설하고 통치했던 몽골계 선비족 탁발부,
4세기 후반 로마를 위협했던 훈족, 또한 6세기 후반 20년 만에 만주로부터 서쪽 비잔틴제국의 북방지역, 남쪽으로는 힌두쿠시에 이르는 세계 역사상 최초로 유라시아 동서남북에 걸친 대제국을 일구었던 투르크(돌궐)족, 8세기 중반 투르크제국을 무너뜨리고 몽골 고원을 차지한 후 약 100년 동안 동아시아를 지배한 위구르족, 9세기의 투르크 계통 몽골족 키르기즈, 10세기 당나라 멸망 후 요(遼)나라를 건설하여 북송(北宋)을 압박하며 11세기까지 동방의 실질적 지배자로 군림했던 거란족.
일찍이 12세기 초 바이칼호수 근처에서 일어나 북경과 바그다드와 키예프를 함락시키고 대제국을 건설했던 칭기스칸의 몽골 등 유목민족 모두가 역사적으로 바이칼호수 남부의 오르콘강과 툴라강의 상류 초원에 그 근거지를 두고 있었다. 그들에게 바이칼호수는 민족의 발원지이자 성지였다.
수천 년간 세계 인류의 삶과 문명에 가장 역동적인 유목민족들의 거점 중에서도 가장 핵심지역은 바이칼 호수 지역이었다. 곧 바이칼이 모든 몽골인종의 근원지였다. 일찍이 육당 최남선 선생과 봉우 권태훈 선생 등이 바이칼 호수 일대를 우리 민족 문화의 발상지로서 주목한 바 있다.
* 우리 한민족이 유전학적으로도 몽골리안의 원형질을 가장 잘 계승
중국 동북 3성 및 남부지역도 다 몽골리언이다. 윈난성 일대 소수민족, 장족도 다 몽골리언이다. 몽골, 중남미의 인디오 국가들, 동남아시아 베트남도 몽골리언 국가들이다. 중국 남부로 내려간 몽골리언은 남방계 민족과 함께 중국 문명을 만드는 주류 세력이 되었다. 더 남쪽으로 내려간 사람들은 온화한 현지 기후와 현지인들에 동화하면서 몽골리언 유전자를 후손에게 많이 남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인 유전자 지도)
유전적으로 보아 우리 민족의 뿌리는 크게 두 갈래이다. 약 70∼80%는 북방계, 20∼30%는 남방계이고, 일부 다른 그룹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전자 추적에 의한 인류 이동도를 보면 한국인과 일본인, 몽골인, 티베트인은 에스키모인, 아메리카 인디언과 유전적으로나 언어학적으로 한 묶음이다. 언어학적으로 볼 때 이들은 약 8000년 전에 나누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한반도와 인도 남부인의 유전자 지도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고대로부터 두 곳 간에 사람의 이동이 많았던 것을 뜻한다. 가야 왕국으로 시집 온 인도 공주 허 황후의 이야기가 신화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 한민족이 유전학적으로도 몽골리언의 원형질을 가장 잘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한다. 인류가 가진 미토콘드리아 DNA 유전자를 활용해 한민족의 기원을 연구한 이홍규 의학박사의 말이다. 한국인과 바이칼호수 주변에 사는 부리야트인이 혈연적으로 매우 가깝다는 사실은 모스크바유전학연구소의 자카로브 박사에 의해 규명되기도 했다. (출처; 한민족의 기원, 이홍규 의학박사)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류의 진화(進化)와 문명의 기원 (0) | 2019.10.20 |
---|---|
홍산문명 (0) | 2019.10.20 |
멧돌로 보는 고대한문명의 세계 이동 (0) | 2019.10.16 |
고대사학자 심백강 인터뷰(下)- 동아시아의 문명의 시작과 끝 (0) | 2019.10.14 |
고대사학자 심백강 인터뷰 (上)- "우리는 예맥족의 후예" (0) | 2019.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