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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배신 / 인생이 낯설어진 남자를 위한 심리학

rainbow3 2021. 9. 5. 20:07

인생이 낯설어진 남자를 위한 심리학

중년의 배신

■ 책 소개

열심히 살면 될 줄 알았는데, 몸도 마음도 둘 곳이 없다!

우리나라 중년 남자의 현실은 한마디로 위기 그 자체다. 돈과 권력, 명예를 제공했던 직장에서 떠나야 하고, 노화로 몸은 점점 볼품없어진다. 성(性)적으로도 예전 같지 않다.

게다가 아내도 자녀도 자신을 그저 돈 벌어다 주는 기계 취급하는 것 같다.

열심히 살기만 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중년에 이르러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힘만 드는 이런 현실은 어디에서 연유했을까? 그리고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

국내 상담분야의 최고 권위자가 ‘인생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는 법을 안내한다.

■ 차례
프롤로그_인생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

 

1부_어느 날 문득 인생이 낯설어지다


1_회사는 내게 무엇이었나
승진이 걸린 미국 출장길
한마디 항의 없이 회사를 떠나다
열심히 일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아내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이유
실직 선배를 만나다
“실패한 나를 살린 건 돈이 아닌 아내였어”
초라한 모습을 보이느니 죽는 게 낫다
뭔가를 보여줄 마지막 기회

잠자리에 실패하다
가끔씩 생각나는 그녀
가족에게 돈 벌어다 주는 기계
내가 왜 이러지?

2_존재적 삶을 시작하다
중년 남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문제
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며 살다
오직 돈으로 연결된 가족 관계
마음의 문제는 마음으로 풀어야
소소한 일상의 대화를 시작하다
마음이 연결되어야 살 수 있는 존재
아내에게 마음을 얘기하다
상담을 마치고

2부_상실의 시대
1_하나둘 몸의 기능을 잃다
청소년기엔 없던 것이 생기고 중년기엔 있던 것이 없어진다?
원치 않는 변화만 생긴다
외모와 함께 변하는 것들


2_사회적 지위가 흔들리다
쓸모없는 존재가 될까 봐 두렵다
“나 아직 안 죽었어!”


3_남성성이 없어지다
중년 남자가 성에 집착하는 이유
성공한 남자들의 성추행
몸은 몸으로, 마음은 마음으로


4_부모-자녀 세대 사이에서 정체성을 잃다
살아남는 게 목적인 서바이벌 세대
생존보다 자기표현이 중요한 아이덴티티 세대
재미없으면 안 하는 펀 세대


5_집에 와도 자리가 없다
아내에겐 찬밥신세
자녀에겐 명목상 아버지
중년 남성의 위기는 파워의 위기

3부_파워에 목매는 이유
1_두려움이 클수록 허세를 부린다

청소년기의 허세가 반복되다
뭔가를 보여주리라
커지고 싶다, 완벽해지고 싶다, 나를 섬겨라


2_인생의 못다 한 숙제가 발목을 잡는다
인생의 8단계와 단계별 숙제들
못다 한 숙제가 만드는 증상들


3_내면이 어릴수록 파워에 집착한다
손자의 장난감을 뺏는 할아버지
직장은 포기한 채 아내에게 의존하는 남편
은퇴 후 망가진 아버지


4_나는 파워에 목매는 성인아이인가?
나 점검하기
나는 어떤 종류의 성인아이인가
파워 없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쓰는 방어기제들

4부_성인아이에서 진짜 어른으로
1_성인아이들의 특징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남의 생각에 맞춰 산다
크게 보이려고 쓰는 방법들

2_완벽형 성인아이의 성장 스토리
상사의 지적을 견디기 힘든 이유
성인아이임을 인정할 때 느끼는 감정들
인간은 누구나 부족한 존재
부담?긴장?불안 없는 보통의 세상에서 살기


3_도취형 성인아이의 성장 스토리
나는 세상의 중심, 모든 일의 주인공
속으론 떨면서 겉으로는 센 척
방어하지 않고도 괜찮다


4_의존형 성인아이의 성장 스토리
누군가 옆에 없으면 두렵다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야 진짜 어른
찌질이 같아 보여도 괜찮다

5부_파워를 넘어 관용과 자유로
1_중년기에는 중년기의 숙제가 있다
자녀가 정말 원하는 일은 지원해준다

도와주되 보상을 바라서는 안 돼
채우기에서 비우기로 방향 전환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2_노화에 대처하는 자세
‘나도 늙는구나’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몸과 마음의 나이를 일치시킨다
나이가 들어서 좋은 점

3_제2의 직업을 찾는 노하우
‘젊은이들처럼 뛰지 못한다’는 전제
새로 시작하기보다 있는 것에 통합하기
인생 전반전에 실패했다면


4_정서적 관계 맺기
집에서는 어벙해야
논리는 일을 할 때만 필요하다
논리를 초월한 관계 맺기
직장에서는 머리로, 집에서는 가슴으로


5_가족과 새로운 관계 만들기
‘머슴, 하녀’가 아닌 ‘남자, 여자’로
화성에서 온 남자 vs 금성에서 온 여자
자녀에게 부모는 영원한 ‘비빌 언덕
정서적인 친구와 일없이 만나자
일은 나의 일부분일 뿐, 나는 일을 초월하는 존재다


에필로그_이제, 위대한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중년의 배신

 

상실의 시대
사회적 지위가 흔들리다


쓸모없는 존재가 될까 봐 두렵다
남자들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사회적 지위가 중요하다. 그래서 모이면 정치, 경제, 사회 돌아가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사회적 위치가 흔들리게 되는 곳이 바로 직장인데 이곳에서 잘못되면 남성들의 심리적 위기는 심각하다. 바로 무능력과 쪼다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상담 경험을 보면 남성들은 직장 생활을 한 지 15~20년 될 때부터 위기를 맞기 시작한다.
부장 정도 될 때다. 이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어 임원을 달 타이밍에 위기를 맞는다.

‘내가 회사를 더 다닐 수 있을까?’, ‘이번에 승진 못하면 다른 회사로 옮겨야 되는 거 아닌가?’, ‘내 사업을 해서 먹고 살아야 되는 거 아닌가?’라는 여러 생각을 하며 두려움을 느낀다.

서른 살에 입사했다고 하면 마흔 다섯에서 오십 살 정도 됐을 때, 그야말로 중년기로 몸과 마음의 변화를 한창 겪고 있는 와중에 이런 고민이 겹친다. 승진과 이직, 퇴직 사이에서의 갈등은 결국 ‘뭐를 해서 먹고살아야 하나?’라는 문제다. 이런 경제적 고민은 중년기 위기 주제 중 하나인 ‘무능력’과 연결된다.


남자들은 직장을 다니는 동안에는 자신이 유능하고 쓸모 있는 사람 같다고 느낀다. 그래서 최대한 오래 사회적 위치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남자들의 이 마음은 죽을 때까지 간다. 그러나 유능하다는 사람들 중에서도 임원으로 승진하는 사람들은 소수니 많은 남자들이 직장에서 물러나게 될 때 무능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직장에서 유능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근근이 직장을 다녔던 사람일수록 직장 내에서 위기가 찾아오면 심리적 타격이 커진다. 그나마 자기가 붙잡고 있던 것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직장 문제는 돈 버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직장을 그만두면 돈을 못 벌고 사회적으로 가정적으로 무용지물이 되는 것 같고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것 같다고 느낀다.

직장에서도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떨려났는데 집에서도 요구만 받고 책임만 지라며 어떤 지지도 없을 때 죽고 싶은 마음까지 생기게 된다. 이런 사람들이 술과 친해지는 쪽으로 갈 수도 있다.

술을 마시면 자신의 현실을 또렷이 보지 않을 수 있고 그러면 조금 나은 느낌이 든다. 마음이 괴로운 사람들이 취하는 방어 중 하나인 회피 현상이다.


남자들이 참 많이 하는 얘기 중의 하나가 “내가 돈 버는 기계냐?”라는 말이다.

남자들의 하루를 비디오로 찍어 빨리 돌리면 정말 기계라 해도 맞는 것도 같다. 퇴근해서 들어와 씻고 밥 먹고, 조금 있다가 자고, 아침에 또 일어나서 세수하고 밥 먹고 출근하는 행동이 일상이다. 이처럼 직장에서 부품처
럼 일하는데 집에 가면 돈만 벌어 오라고 하니 “내가 돈 버는 기계냐?”라는 말이 나온다.
어떤 직장인이 출근한 뒤 아무 말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회사에서 여기저기 찾다가 해변에 앉아 있는 이 사람을 발견했다.
“당신 왜 일 안 하고 여기에 앉아 있느냐?”고 했더니 “나는 더 이상 일을 못하겠다”고 했단다.

그는 해변에 앉아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단다.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학자들은 이런 사례들을 통해 산업 사회가 인간을 부품으로 만들고 기계회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기계는 시간이 지나면 낡고 닳아져 더이상 쓸모없는 때가 온다. 그러면 폐기 처분된다. 스스로 기계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던 남자들은 중년기에 자신이 그런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끝까지 일을 잡으려고 한다.

열심히 일해서 “그래도 나는 성공한 사람”, “그래도 나는 괜찮은 사람”, “그래도 나는 쓸모 있는 사람”임을 끝까지 주장하고자 한다. 그럴나 언젠가는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때가 온다.

일하는 기계처럼, 머슴처럼 살았던 사람들이 은퇴 후에 느끼는 심리적 소외감, 절망감은 상당히 크다.

파워에 목매는 이유
두려움이 클수록 허세를 부린다

 

청소년기의 허세가 반복되다


청소년기 아이들이 보이는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가 ‘허세’입니다. 고민 없던 아동기가 끝나고 청소년이 되어보니 공부도 외모도 다 남들과 비교되어 힘이 듭니다.

잘하고 싶다는 열망, 폼 났으면 하는 바람, 그런데 힘들이지 않고 저절로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현실을 보면서 무너집니다. 이렇게 왜소해진 상태의 자신을 보면서 아이들이 쓰는 가장 흔한 방어기제가 부인하고, 오히려 과장해서 대처하는 것입니다. 큰소리치고 말 못하게 하고 두고 보라고 하고 까칠한 분위기 만들고 하는 등등.

이는 아이들이 힘들어서이기도 하지만 두려워서 만드는 분위기이기도 합니다. 최대한 허세를 떨어서 순간순간 모면하고 말로 받는 심각한 자기애적 손상을 줄여보려고 하는 것이죠.

이 글의 청소년, 아이들이라는 단어를 중년으로 바꿔보자.

중년 남성들이 보이는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가 ‘허세’입니다.

어느덧 중년이 되어보니 공부도 외모도 다 남들과 비교되어 힘이 듭니다. 잘하고 싶다는 열망, 폼 났으면 하는 바람, 그런데 힘들이지 않고 저절로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현실을 보면서 무너집니다.

이렇게 왜소해진 상태의 자신을 보면서 중년 남성들이 쓰는 가장 흔한 방어기제가 부인하고, 오히려 과장해서 대처하는 것입니다. 큰소리치고 말 못하게 하고 두고 보라고 하고 까칠한 분위기 만들고 하는 등등.

이는 중년 남성들이 힘들어서이기도 하지만 두려워서 만드는 분위기이기도 합니다. 최대한 허세를 떨어서 순간순간 모면하고 말로 받는 심각한 자기애적 손상을 줄여보려고 하는 것이죠.

20~30여 년의 차이가 있는 청소년과 중년 남성을 바꿔도 무리 없이 읽힌다. 자기의 힘과 능력이 원하는 만큼 세지 않을 때 남자는 자기애의 상처를 느끼고, 허세를 부려서라도 힘이 있음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큰소리치고 허세를 부릴수록 그 이면에는 무능력한 자신, 초라한 자신, 파워리스한 자신이 노출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크다. 이 두려움에서 벗어나보고자 필사적으로 힘을 키우려 한다.

남의 떡이 커 보며 자꾸 주변을 기웃거리고, 이 사람 저 사람 말에 휘둘린다. 직장에서도 다른 사람이 잘되면 위협을 느끼고 시기, 질투를 하면서 열등감을 느낀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기 사업을 시작하기도 하고 물려받은 사업이 있는 사람들은 수성만 잘해도 되는데 새로운 사업에 손을 대어자신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세상 사람들에게 “내가 이렇게 잘했다”라고 말할 것이 있어야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것이 ‘허세’, ‘심리적 인플레이션’이다. 나를 키우고 팽창시키고 싶은 심리다.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생각에 중년기에는 심리적 인플레이션이 최고조에 이른다.

내면이 어릴수록 파워에 집착한다

손자의 장난감을 뺏는 할아버지
발달과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어른이 된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겉으로는 어른이지만 정신적으로 아직 유아나 아동 상태인 사람들이다.
나는 상담을 하면서 수많은 성인아이들을 만났다. 30대 중반의 남성이 나를 찾아왔다.


“아버지 때문에 미치겠어요. 부모님 집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아버지가 아이들을 울려요. 한두 번이 아닌데 도대체 이걸 어떡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는 어떤 분이신가요?”
“자수성가하셔서 기업을 경영하세요. 저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너무 무서워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는데, 손자와 손녀는 예뻐하셔서 저를 자주 부르시거든요.”
“아버지가 어떻게 아이를 울리시나요?”
“본가의 아버지 방에서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십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꼭 아이들이 우는 거예요.
왜 우는지 물어보면 할아버지가 장난감을 뺏어갔다고 하는 겁니다.”

이 내담자의 아버지는 전형적인 성인아이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손자․손녀가 귀여워 자주보고 싶어 하는 할아버지의 마음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들과 놀면서 장난감을 빼앗는 아이의 모습도 있다.

우리 아버지 세대는 너무 가난해서 어린 시절에 제대로 놀아본 적이 없다.

내담자의 아버지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한 사람,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 중 한 명이다. 그
결과 잘살게는 되었지만, 정신적으로 필요한 과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 놀아보지 못한 할아버지는 손자․손녀와 노는 것이 재미있다. 그런데 놀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아이가 되면서 아이들끼리 놀 때 생기는 주도권 다툼을 벌이게 된다. 자신이 어른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손자의 장난감을 빼앗고 주도권을 발휘하려 한다. 결국 손자는 울면서 할아버지 방에서 나오게 된다.


할아버지는 열심히 일해서 성공했다. 그의 근면함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할아버지로 대변되는 한국인들의 근면은 두려움, 수치심, 열등감이 그 근원이다. ‘먹고살지 못할까 봐 두렵다.’, ‘남보다 못하면 창피하다.’, ‘내 집도 없이 사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이런 감정은 불안을 만들어내고 결국 이 불안이 사람들을 움직인다. 불안에 쫓기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서바이벌하기 위해 기능적으로 근면해진 것이다.

할아버지로 대변되는 많은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과 관계없이 또는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또는 중요한 인물의 인정을 받으려고 열심히 일을 해왔다.


이러한 성공-실패는 많은 한국인들이 경험하고 있다. ‘잘살아보세’ 라는 기치 아래 돈․성공 등 눈에 보이는 것에만 매달려 살다 보니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내면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잊고들 살았다.
사람은 돈과 성공만으로 잘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자아 정체감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과 친밀하을 나누고 관용으로 다음 세대를 돌보며 자아 통합을 이루어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존재다. 우리는 이것을 잊고 살고 있다. 그래서 청소년도 중년도 위기를 맞는다.


현재 우리 사회는 심리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어른들, 즉 성인아이들이 권력을 잡고 부자가 되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려는 경향이 크다. 이런 이유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문턱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맴돌고 있는 것이 곧 한국 사회의 현주소다. 비슷한 현상은 가정에서도 그대로 볼 수 있다.

경제적으로는 윤택해졌지만 심리적으로 서로를 참아주고 북돋아주며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자비, 사랑, 인격 등을 갖추지 못해서 가족들 간의 갈등이 너무도 심하다. 이러한 현상들이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이혼율 상위, 갈등지수 상위 등의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파워를 넘어 관용과 자유로
중년기에는 중년기의 숙제가 있다


자녀가 정말 원하는 일은 지원해준다

중년기는 다음 세대를 돌보는 헌신이 필요한 시기다. 어떻게 하면 잘 나눠주고 돌볼 수 있는지 배우는 때다. 이 과제를 잘 수행하면 자녀(다음 세대)와 친밀감을 형성하며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고, 노년기에 자아 통합을 이루고 지혜롭게 살 수 있다. 노년은 신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기능이 쇠퇴하고 없어지는 시기다.

그래서 지혜로운 마음이나 넉넉한 마음이 없으면 아주 어렵고 힘들다. 아름다운 노년을 맞이하려면 중년기의 과제인 나눔과 돌봄을 잘 실천해서 자녀 세대와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인 중 한 명은 큰딸이 대학 졸업 후 스튜어디스 시험 준비를 하겠다고 해서 고민을 했다. 대학에 입학할 때도 재수를 했는데 취업 때도 재수를 하겠다과 하니 영 마뜩지 않았다. 게다가 딸의 외모나 성격이 스튜어디스와 잘 맞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어느 날 딸이 장문의 편지를 써 왔다.

요지는 ‘스튜어디스는 내가 꼭 해보고 싶은 일이다. 한 번 밀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지인은 눈 딱 감고 1
년간 학원비며 용돈을 대주고 가끔 승용차로 학원에 태워다주기도 했다. 딸은 아쉽게도 2차 시험에서 떨어졌고, 다른 곳에 취업을 했다.

지인은 “요즘 가족이 외식을 하러 가면 그 딸이 항상 밥값을 내요.내 용돈도 주고요.” 하며 흐뭇해했다.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평생 ‘아빠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못했다’고 원망을 들었을 것 같아요. 학원비하고 용돈 해봐야 크게 돈이 든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해줘서 찜찜한 게 없죠.”라고 했다.


그렇다. 자식이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말리면 평생 원망을 듣는다. 아는 분 중에 서울대 시험을 봤다가 떨어진 사람이 있다. 아버지에게 한 번만 밀어 달라고 해서 재수를 했다. 근데 또 떨어졌다. 다시 도전하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반대하는 바람에 후기 대학의 좋은 과에 진학을 했다. 그분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 임원까지 하며 잘 살았다. 그런데 이 사람이 퇴직 후 기어코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을 했다. 대학원에서 박사까지 마치고 지금은 또다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남부러울 것 없이 산이 사람이 60세가 넘어서 아직도 그때 얘길 한다. “그때 아버지가 한 번만 더 밀어줬으면 내가 서울대에 갈 수 있었다. 아버지가 안 밀어줘서 못 갔다.”

지금도 아버지 원망을 한다. 자식이 자기의 길을 찾고 지원을 요청할 때에는 경제적으로 필요한 돈도 주고 심리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 그게 바로 중년기에 해야 할 숙제다.

도와주되 보상을 바라서는 안 돼
부모가 중년일 때 자녀는 대개 고등학생이거나 대학생이다. 이 시기의 자녀들은 돈이 떨어질 때나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을 때를 빼놓고는 부모를 찾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자녀가 재미있고 좋은 일은 저 혼자만 하고 돈 달라고 할 때를 빼놓고는 부모는 나 몰라라 하는 행동에 대해 섭섭해하는 부모들이 있다. 젊은 사람들의 이런 식의 행동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보편적이다.

 

내담자 장 씨는 아들과의 문제로 나를 찾아왔다. 아들은 대학생이 되면서 집을 떠나 학교 근처에서 살고 있다. 아들은 평상시에는 아버지에게 전화도 하지 않고 집에 잘 오지도 않는다. 그런데 돈이 떨어지거나 학교에서 문제가 생기면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한다. 아들에게 돈을 주면서도 장 씨는 섭섭하고 때로는 괘씸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나는 장 씨에게 물었다.
“아들에게 섭섭함을 느끼거나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 때 마음이 어떠신가요?”
“저는요.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고 살았거든요. 그렇게 뒷바라지를 해주면 아이들이 커서는 부모 마음도 알아주고 고생한 것도 고마워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안 그러네요.

때로는 이런 자식을 도와주면 뭐하나 싶고 다 소용없는 것 같아서 우울해집니다.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았나 싶어요.”


자신을 희생하면서 자식을 키운 중년 남성들은 자녀가 부모를 나몰라라 하면 참으로 허망한 느낌을 갖는다. 그러나 장 씨는 알아야 한다. 내 자녀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자녀도 그렇다는 사실을.

부모세대는 이런 자녀 세대를 도와주되 보상을 바라지 말아야 한다. 이런 마음으로 자신을 성장시키지 않으면 중년기 위기를 겪을 수 있다.


중년기에 중년기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정체되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래서 자녀들을 이용하여 그 느낌을 해결하려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자신이 못다 이룬 것을 자녀들을 통해서 이루려고 자녀들을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행위다. 그 과정에서 자녀들을 졸졸졸 따라다니거나 끊임없이 간섭하며 자녀들을 힘들게 만든다. 외형적으로 볼 때는 부모와 자녀가 늘 같이 다녀 친밀한 사이 같다.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서로 위기의식과 불안, 두려움과 짜증을 느낀다.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도 이런 일이 반복된다. 배우자를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조종하려고 하거나 지배하여 자신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이렇게 되면 두 사람이 같이 다니기 때문에 친한 관계처럼 보이지만, 정작 내적으
로는 갈등도 많고 서로에 대한 미움도 증가한다.

이런 식의 관계를 가짜 친밀성이라고 하는데 이런 관계는 대체로 착취적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일어나면 자녀들이 심리적 착취를 당하게 되고, 부부 사이에서는 배우자를 심리적으로 착취하는 일이 벌어진다.

 

 

가족과 새로운 관계 만들기
화성에서 온 남자 vs 금성에서 온 여자


“밥 달라”로 마음을 표현하는 남자들
밥 먹는 문제로 싸우는 가정이 많다. 중년 부부나 노년의 부부는 많은 경우 밥 때문에 싸운다. 남자들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어려움을 주로 먹는 것으로 표현한다. 먹는 것에 마음을 담아서 말을 한다. 불쌍한 일이다.

어린 시절 집에 오자마자 “우리 아들 배고팠지?” 하며 밥을 차려주시던 어머니의 사랑을 아내에게서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받아주던 어머니의 사랑은 주로 먹는 것을 통해서 나타났고, 그렇게 먹는 것을 통해서 사랑을 느낀 방식으로 부인에게 사랑을 받으려고 한다. 어머니같이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주고 사랑해주는 부인의 사랑을 밥을 통해서 느끼고 싶어 한다.


남자는 집에 와서 배가 고파 밥을 먹고 싶기도 하지만,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고 싶은 정서적 욕구로 밥을 찾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부인은 이러한 남편의 마음을 헤아리기가 어렵다. 집에 오자마자 밥달라는 남편에게 “내가 당신 밥해주려고 결혼한 줄 알아!”, “나는 뭐 식모야?”, “집에 오면 왜 맨날 밥 타령이야?”라는 말을 한다.

남편은 배고픈 상태에서 정서적 사랑은 고사하고 자신을 공격하는 말을 듣게 된다. 참으로 불쌍한 일이다.

이럴 때 남편이 자신의 마음을 말로 표현하면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고 또한 표현을 한다고 해도 부인이 들을 것 같지 않아서 말로 표현을 하지 않는다. 화를 내거나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남자들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을 함으로써 밥에 정서적 욕구를 담는 것을 줄이고, 여자들은 남자의 “밥 달라”는 말에 많은 의미가 있음을 이해해준다면 밥 때문에 싸우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자녀에게 부모는 영원한 ‘비빌 언덕

자녀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일도 중년기에 해야 할 일이다. 자녀 얘기를 꺼내면 “내 코가 석자”라는 반응을 보이는 남성들이 종종 있다. 맞는 말이다. 자신의 문제가 심각하고 어려우면 타인의 문제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자녀와의 관계는 자신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에 관계없이 따로 풀어야 한다.

많은 부부들이 자신들의 문제가 심각하고 많아서 자녀 문제를 소홀히 했다가 나중에 얼마나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는지 모른다. 자녀와의 관계는 부부의 문제와는 관계없이 따로 해결해야 한다.


자녀와는 일 중심의 관계에서 존재 중심의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 아내와 정서적 관계를 맺기 위해 일 중심에서 정서 중심, 존재 중심으로 시각을 바꾸었듯이 아이와의 관계를 위해서도 아이를 존재 그 자체로 긍정해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자녀들 입장에서는 부모가 ‘비빌 언덕’이다. 비빌 언덕이라는 말은 기댈 수 있는 존재라는 의미다. 자녀에게는 언제나 긍정적인 말을 하는 부모의 태도가 비빌 언덕이다. 만나면 긍정적이어서 왠지 될 것 같은 마음이 들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부모, 그 부모가 곧 자녀에게는 존재적 관계다.

상상해보자! 우리를 위해서 항상 든든하게 서 있고 버티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 얼마나 좋은가? 부모는 자녀들에게 그런 존재이다. 얼마나 사회적으로 유능한가를 떠나서 자녀들에게 변함없이 든든한 존재로 있는 것이 중요하다.


내담자 고 씨는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부모가 인색해서였다. 고 씨는 남편이 돈을 잘 벌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에게 받지 못한 용돈을 지금도 받고 싶어 한다.

이는 돈의 문제가 아니다. 용돈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부모에게 딸이고 싶은 마음이다. 나는 “지금이라도 용돈을 달라고 하세요. 마음을 이야기하고 용돈이 왜 필요한지 말을 하세요.”라고 조언을 하였다.

고 씨는 “알겠어요. 아버지꼐 말을 해야겠어요. 사실 저는 돈이 필요하지 않아요. 아버지보다 제가 돈이 훨씬 많거든요. 그런데 아버지께 용돈을 받아서 아버지의 딸임을 느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일주일 후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고 씨가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자 아버지는 딸의 그런 마음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사과하고 수천만 원을 주었다. 고 씨는 감격해서 상담실에 왔다. “이제는 제 마음이 풀린 것 같아요. 이 돈을 따로 간직해둘래요. 아무에게도 주지 않고 나만을 위해서 쓸래요.”라고 했다.


그렇다. 부모는 그래서 죽을 때까지 부모다. 부모라는 말의 뜻이 언제나 비비고 기댈 언덕이라는 뜻이다. 아무리 애들이 잘못하고, 아무리 애들이 속을 썩이고, 아무리 애들이 뛰쳐나간다고 해도, 부모는 늘 그자리에 있어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이 돌아올 곳이 생긴다. 부모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애들 입장에서는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올 곳이 없게 된다. 잘 견뎌주고 버텨주는 자녀와의 관계, 하루아침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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