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상/장자

장자(잡편) 천하

rainbow3 2019. 10. 24. 01:48


♣ 장자(잡편) 천하 1 - 도는 원래 하나이다

 

천하에는 도술을 닦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자기가 닦은 것으로 그 위에 더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옛날의 도술이라는 것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이었는가?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란 없었다. 그러면 신령함은 어디로부터 내려왔으며, 명철함은 어디로부터 나온 것인가? 성인도 생겨난 근원이 있고, 왕도도 이루어진 근원이 있는데, 모두가 한 가지 도에 근원을 두고 있는 것이다.

 

 

♣ 장자(잡편) 천하 2 - 천인, 신인, 지인, 성인, 군자, 관리, 백성

 

대종(大宗)으로부터 떨어지지 않은 것을 천인(天人)이라 한다.

깨끗하고 순수함으로부터 떨어지지 않은 것을 신인(神人)이라 한다.

참된 것으로부터 떨어지지 않은 것을 지인(至人)이라 한다.

하늘을 대종으로 삼고, 덕을 근본으로 삼고, 도를 드나드는 문으로 삼고, 모든 변화를 초월하는 사람을 성인(聖人)이라 한다.

어짊을 은혜로운 것으로 삼고, 의로움을 원리로 삼고, 예의를 행동 기준으로 삼고, 음악을 조화의 방법으로 삼고, 훈훈하게 자애로운 사람을 군자(君子)라 한다.

법으로 분계(分界)를 삼고 명분으로 의표(儀表)를 삼고, 여러 가지 일을 참고하는 것으로 징험을 삼고, 고찰하는 것으로 시비의 판단을 내려 그 방법이 숫자를 하나, 둘, 셋, 넷 하고 세는 것처럼 분명한 것으로서 여러 관리들은 서로 어울려 나라를 위해 일한다.

여러 가지 일에 평상적으로 종사하고, 먹고 입는 것을 위주로 삼으며, 가축을 늘이고 재물을 모으며, 노인과 어린아이와 외로운 사람과 과부들을 마음에 두고 모두를 양육해 주는 것이 백성들의 원리인 것이다.

 

 

♣ 장자(잡편) 천하 3 - 육경에 대하여

 

옛 사람들은 본성을 완전하게 갖추고 있어서, 그들은 신명(神明)에 합치되고, 하늘과 땅에 어울려 만물을 생육시키고, 세상 사람들을 화합하게 하여 은혜와 혜택이 온 백성들에게 미쳤다.

그들은 근본적인 원리에도 밝았지만, 말단적인 법도도 잘 적용시켰다. 그들의 도는 천지사방으로 통하여 크고 작고 가늘고 굵은 모든 사물의 운행에 도가 적용되지 않는 것이 없었다.

그것이 분명히 원리와 법도로서 나타나 있는 것은 옛날의 법이나 세상에 전해지는 역사서 들에 아직도 많이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시경, 서경, 예경, 악경 등에 기록되어 있는 것들은 추땅과 노나라의 선비들과 유학자들이 대부분 밝혀 놓고 있다.

시경은 사람들의 뜻을 서술한 것이고, 서경은 사건들을 서술한 것이며, 예경은 행동에 대해 서술한 것이고, 악경은 조화에 대해 서술한 것이다. 역경은 음양의 변화에 대해 서술한 것이고, 춘추는 명분에 대해 서술한 것이다.

그들의 법도가 온 천하에 퍼져서 유행하게 된 것을 보면, 백가(百家)들의 학문 중에서 간혹 그들을 칭찬하고 따르기도 한다.

 

 

♣ 장자(잡편) 천하 4 - 한 곳에 치우친 학문들

 

천하가 크게 어지러워지자 성현들이 밝게 드러나지 않고 도덕이 통일되지 않게 되었다. 세상 사람들이 견해 하나를 더 많이 터득한 것을 가지고 스스로를 내세우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귀와 눈과 코와 입은 제각기 분명한 기능이 있지만 그것이 서로 통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이것은 마치 백가들의 여러 재주와 같은 것이다. 모두가 특징이 있어서 때로 쓰이는 데가 있는 것이다.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그것들은 모든 것을 포괄하고 모든 일에 적용될 수 없는 한 쪽 모퉁이로 치우쳐진 학문을 한 사람들인 것이다.

그들은 하늘과 땅의 기능을 애써 구분하고, 만물의 이치를 일부러 분석하여, 옛사람들의 완전함을 흐트려놓고 있다. 따라서 하늘과 땅의 아름다움을 완비하고 신명스런 모습에 어울리기는 힘든 일이다. 그러므로 내성(內聖)과 외왕(外王)이 캄캄하게 밝혀지지 않고 엉켜 드러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제각기 자기가 바라는 것을 닦아서 스스로 도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슬프다! 백가의 여러 학자들은 자기들 생각대로만 달려나가면서 근본으로 되돌아올 줄 모르고 있으니, 절대로 그들은 도에 합치되지 못할 것이다. 후세의 학자들은 불행히도 하늘과 땅의 순수함이나 옛사람들의 전체적인 모습은 보지 못하고 있으니, 올바른 도술은 세상의 학자들에 의해 갈기갈기 찢기게 되어 있는 것이다.

 

 

♣ 장자(잡편) 천하 5 - 세상과 먼 것은 왕도가 아니다

 

후세에 사치하지 않게 하고, 만물을 꾸며대지 않게 하고, 법도를 밝히지 않고, 어짊과 의로움의 제도로 스스로를 격려하며, 재물을 저축하여 세상의 환란에 대비한다.

옛날의 도술을 닦은 사람들 중에도 이런 경향을 띤 사람들이 있었다. 묵적과 금활리는 그런 가르침을 듣고서 기뻐했다. 그러나 그것을 행함에 있어서 너무나 지나쳤고, 자기 위주로 지나치게 행동했다. 그는 음악을 부정하는 이론을 세우고, 거기에 절용(節用)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살아서는 노래하지 않고, 죽어도 상복도 입지 않았다.

묵자는 사람들을 평등하게 사랑하고 다 같이 이롭게 해주어야 하며, 싸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의 도는 노여워하지 않고, 또 널리 배우기를 좋아하며, 남과의 구별을 부정했다. 그러나 이것은 옛 임금들의 법도와는 다른 것이다. 그리고 옛날의 예의와 음악을 파괴하는 것이다.

황제에게는 함지라 하는 음악이 있었고, 요임금에게는 대장이라는 음악이 있었고, 순임금에게는 대소라는 음악이 있었고, 우임금에게는 대하라는 음악이 있었고, 탕임금에게는 대호라는 음악이 있었고, 문왕에게는 벽옹이라는 음악이 있었고, 무왕과 주공은 무라는 음악을 만들었다.

옛날의 상례는 귀천에 따라 의식이 달랐고, 위아래 신분에 따른 등급이 있었다. 천자는 관을 일곱 겹으로 하였고, 제후는 다섯 겹, 대부는 세 겹, 사는 두 겹이었다.

지금 묵자 만이 살아서 노래하지 않고, 죽어도 상복을 입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삼촌 두께의 오동나무 관에 겉 관도 사용하지 않는 것을 법식으로 삼는다.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을 가르치다 보면 아마도 사람들은 남을 사랑하지 않게 될 것이며, 이런 방식으로 스스로가 행동을 하다보면 틀림없이 자신도 사랑하지 않게 될 것이다.

묵자의 도를 일부러 훼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노래를 해야 할 때도 노래하지 않고, 곡을 해야 할 때도 곡을 하지 않고, 즐겨야 할 때도 즐기지 않는다면 이것을 과연 인정에 가까운 일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살아서는 열심히 일만 하고, 죽어서는 박대를 받게 되니, 그들의 도란 너무 각박한 것이다. 사람들에게 근심이나 하게 하고, 사람들을 슬프게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실행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그것은 성인의 도라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배반하는 것이므로 세상 사람들은 감당할 수가 없을 것이다. 묵자가 비록 홀로 그것을 실행할 수 있다 해도 세상 사람들은 어찌 할 것인가? 온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왕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 장자(잡편) 천하 6 - 묵자는 근검이 도라 말하였다

 

묵자는 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옛날 우임금은 홍수를 막고, 장강과 황하의 물을 터 흐르게 하고, 사방의 오랑캐 땅과 온 나라에 교통이 서로 통하게 했다. 그 때 다스린 명산이 삼백 개였고, 지류는 삼천 갈래였으니, 그밖에 작은 것들은 수도 없다. 우임금은 친히 삼태기와 가래를 들고 천하의 강물을 모아 바다로 흐르게 했다.  그 때문에 장딴지에는 살이 없었고, 정강이에는 털이 없었다. 소나기에 목욕을 하고 거센 바람으로 머리를 빗으면서, 모든 나라들을 안정시켰던 것이다. 우임금은 위대한 성인이었는데도, 천하를 위해 이처럼 몸을 고단하게 했던 것이다.”

그리고는 후세의 묵가들에게 털가죽옷과 칡베옷을 입고 나막신이나 짚신을 신고서, 밤낮으로 쉬지 않고 자신을 고생시키는 것을 법도로 삼게 했던 것이다. 그리고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우임금의 도가 아니니 묵가가 되기에 부족하다고 했다.

 

 

♣ 장자(잡편) 천하 7 - 묵자의 제자들

 

상리근의 제자들과 오후의 무리들과 남방의 묵가인 고획, 기치, 등릉자의 무리들은 모두 묵자의 경전을 잃고 외웠지만, 서로 어긋나 주장이 같지 않고 서로 묵자와 다르다고 공격을 했다. 견백동이(堅白同異)의 궤변으로 서로 욕하고, 혹은 남과 어울리기도 하고, 혹은 자기 홀로 이치에도 맞지 않는 말로써 서로 대응했다. 그리고 자기 파벌의 스승을 성인이라 하며, 모두가 묵자의 종주가 되어 후세에 묵가의 후계자가 되기를 바라는 상태가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묵적과 금활리의 생각이 옳을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행동은 옳지 못하다. 후세의 묵가들로 하여금 반드시 스스로를 괴롭힘으로써 넓적다리에는 살이 없고 정강이에는 털이 없도록 만들어 주고 있을 뿐인 것이다.

이것은 천하를 어지럽히기는 해도 다스려지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묵자는 진실로 천하를 사랑하기는 했다. 올바른 도를 구하여 얻지 못한다면 비록 몸이 깡마르게 되는 한이 있다 해도 그만두지 않을 사람이다. 그가 재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 장자(잡편) 천하 8 - 명가(名家)의 사상

 

세속적인 일에 방해받지 않고, 물건을 장식하지 않고, 남에게 가혹하게 하지 않고, 여러 사람들에게 거스르지 않는다. 천하가 안락하여 백성들이 잘 생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와 모든 사람들의 의식이 풍족해져야만 만족한다. 이런 생각으로 자기의 마음을 깨끗이 하려는 것이다.

옛날 도술을 닦은 사람들 중에 이런 경향을 지녔던 사람들이 있었다. 송견과 윤문이 이런 학설을 듣고 좋아했다. 그들은 위아래가 평평한 화산의 관을 만들어 씀으로써 자기들의 마음이 균등히 고름을 표시했다.

그들은 만물을 놓고서 그것들의 한계를 구별하는 데서 학문을 출발했다. 그리고 마음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이름을 붙여 마음의 덕이라 했다. 서로 친숙함으로써, 다 같이 기쁘게 함으로써 온 세상을 조화시키고자 했다. 그리고 정욕을 적게 갖는 것을 중심사상으로 삼았다. 모욕을 당해도 치욕으로 생각하지 않고 백성들 사이의 싸움을 없애려 했다. 공격을 금하고 무기를 없앰으로써 세상의 전쟁을 없애려 했다.

이러한 주장을 온 천하에 두루 유행시키려고 위로는 설교하고 아래로는 가르쳤다. 비록 세상 사람들이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쉬지 않고 억지로 시끄럽게 떠들어댔던 것이다. 그러므로 위아래 사람들이 모두 싫어하는데도 억지로 자기의 주장을 내세운다고 하는 것이다.

 

 

♣ 장자(잡편) 천하 9 - 명가 사상의 장단점

 

그들은 지나칠 정도로 남을 위하며, 자신을 위하려는 생각은 아주 적다. 그들은 말한다.

“사람의 정욕이 줄기만 한다면 하루에 다섯 되의 밥만 먹으면 만족할 것이다. 우리가 선생으로 받드는 온 세상 사람들이 배불리 먹지 못할까봐 두렵기만 하다. 제자나 마찬가지인 나 자신은 비록 굶주리는 한이 있더라도 천하를 잊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밤낮으로 쉬지 않고 노력하며 말했다.

“우리는 반드시 세상을 제대로 살리려 한다. 세상을 구하려는 사람들에게 세상 사람들이 오만하게 대하기야 하겠는가?”

그리고 이런 말도 했다.

“군자는 사물을 자세히 살펴 따져서는 안되며, 자신이 물건에 이끌려서도 안 된다.”

그들은 천하에 이롭지도 않은 것을 자세히 밝히는 것은 그대로 두는 것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들은 공격을 금하고 전쟁을 없애는 것으로써 외면을 삼고, 정욕을 줄인다는 것으로써 내면을 삼고 있다. 그들 주장에는 작고 큰 것과 가늘고 굵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결국 여기에서 끝나게 되는 것이다.

 

 

♣ 장자(잡편) 천하 10 - 법가(法家)의 사상

 

공정하여 치우치지 않고 평이하므로 사심을 갖지 않고, 모든 관계를 끊고 주로 내세우는 것이 없으며, 사물을 따르고 자기와 남의 구별을 두지 않는다. 여러 가지 일에 대해 생각하고 근심하려 하지 않고, 지혜로써 계책을 쓰지 않는다. 외물에 대해 자기 위주로 가리는 것이 없으며, 외물과 어울려 함께 행동한다.

옛날의 도술을 닦은 사람들 중에 이런 입장을 견지한 사람이 있었다. 팽몽과 전변과 신도가 그런 학설을 듣고 좋아했다. 그들은 만물은 모두 평등한 것임을 첫째로 내세우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하늘이 사람을 덮어주기는 하지만 위에 실어주지는 못한다. 땅은 사람을 위에 실어주기는 하지만 덮어주지는 못한다. 위대한 도는 모든 것을 포용하지만 그것을 말로 표현하지는 못한다.”

그들은 만물에는 가능한 것도 있지만 불가능한 것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자기 생각에 따라 선택을 하게 되면 모든 물건에 공평할 수 없고, 말로써는 도를 다 표현할 수 없다. 도는 모든 것을 남김없이 포용하는 것이다.”

 

 

♣ 장자(잡편) 천하 11 - 죽은 사람에게나 적용될 원리

 

신도는 지혜를 버리고 자기 자신도 떠나서 자연의 부득이한 결과를 따라 행동했다. 사물에 대해 되는 대로 따르는 것이 올바른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는「안다는 것은 사실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지식을 박대하고 있는데, 결국은 지식을 손상시키게 되는 것이다. 치욕을 참으며 홀로 생각하되 하는 일이 없으며, 세상 사람들이 현명한 사람을 숭상하는 것을 비웃었다. 제멋대로 기준 없이 행동하면서 천하의 위대한 성인을 부정했다.

망치로 치고 깎고 자르듯이 물건을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옳고 그르다는 생각을 버리고 구구하게 따지지 않는다. 지혜와 생각을 앞세우지 않고, 앞뒤를 따지지 않으며, 자기 홀로 지낼 따름이다.

밀린 다음에야 나가고, 끌린 다음에야 가게 된다. 회오리바람이 돌아가듯, 새의 깃이 바람에 날리며 돌 듯, 맷돌이 돌아가듯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그래서 완전히 그른 데가 없으며, 움직이건 고요히 있건 잘못이 없어서, 죄를 짓는 일이 없다.

그것은 까닭은 무엇인가? 지각이 없는 물건은 자기 환란을 스스로 만들지 않는다. 그는 지혜를 사용하는 번거로움이 없었고, 움직이건 고요히 있건 이치를 떠나는 일이 없다. 평생 칭찬 같은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말하기를

“지각이 없는 물건과 같이 되려고 노력할 따름이다. 현인이나 성인과 같은 지혜도 쓸 필요가 없다. 흙덩이는 지각이 없어 오히려 도를 잃지 않는 것이다.”라고 했다.

천하의 호걸들이 서로 비웃으면서

“신도가 주장하는 도는 산 사람이 행할 것이 아니라, 죽은 사람에게 적용될 원리이다.”라고 비평했다.

그의 학설은 세상에서 괴상하게 여겨졌던 것이다.

전변도 역시 그랬다. 팽몽에게 배워 가르치지 않는 학문을 체득했다. 팽몽의 스승이 말했다.

“옛날의 도를 닦은 사람은 옳은 것도 없고 그른 것도 없는 경지에 도달했을 뿐이었다. 그 학설은 종잡을 수 없는 것이었으니 어찌 말로써 표현할 수가 있겠는가?”

그는 언제나 사람들의 생각에 반대하며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그래서 깎고 자른 것처럼 외물에 적응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가 말하는 도란 진실한 도가 아니며, 그가 말하는 옳은 것이란 그른 것이 아닐 수 없다. 팽몽, 전변, 신도는 진실한 도를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대략적으로는 모두 도에 대해 들은 일이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 장자(잡편) 천하 12 - 도가(道家)의 사상

 

만물의 근원은 정순한 것으로 보고, 형체 있는 물건은 조잡한 것으로 보며, 부가 쌓인 것을 부족한 것으로 보고, 담담히 홀로 신명과 더불어 생활한다.

옛날의 도술에도 이런 경향의 학파가 있었다. 관윤과 노담이 이런 학설을 듣고 좋아했던 것이다. 그들은 영원하고도 아무것도 없는 허무(虛無)의 경지를 세워 놓고 태일(太一)의 절대적인 도를 중심 사상으로 삼았다. 연약하고 겸손한 것으로 외표(外表)를 삼고, 공허함으로서 만물을 손상치 않는다는 것을 내용으로 삼았다.

관윤이 말했다.

“자기에게는 일정한 입장이 없고, 외물의 형편에 따라 자기의 행동을 드러낸다. 그 움직임은 물과 같고, 고요함은 거울과 같으며, 옹호하는 것은 울림과 같다. 황홀히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적막하기가 맑은 물과 같다. 이런 경지에 동화시키는 사람은 자연과 조화가 되지만, 의식적으로 이런 경지를 추구하는 사람은 이런 경지를 잃을 것이다.”

그는 절대로 남을 앞서지 않고 언제나 남을 따랐던 것이다.

 

 

장자(잡편) 천하 13 - 노자의 사상, 도의 극치

 

노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약한 것 같은 입장을 지키면 세상 사람들이 계곡에 물이 모이듯 몰려든다. 그 자신이 결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욕된 것 같은 입장을 지키면 세상 사람들이 계곡에 물이 모이듯 돌아와 복종하게 된다.”

사람들은 모두 남의 앞에 서려 하는데, 그 홀로 남보다 뒤에 서려고 했던 것이다.

그는 또 말했다.

“세상의 모든 치욕을 자신이 받아들인다.”

사람들은 모두 실속 있는 것을 추구하는데 그 홀로 텅 빈 것을 추구했다. 그는 저장하는 것이 없으므로 언제나 남음이 있었다. 홀로 자립하여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행동함에 있어서 더디고도 힘을 낭비하지 않게 했다. 무위하면서 사람들의 기교를 비웃었다. 사람들은 모두 행복을 추구하였는데, 그는 홀로 자연스러움에 빈틈없이 완전하기를 추구했다.

그는 말했다.

“구차히 재앙을 면하기만 하면 된다.”

그는 심원함을 근본으로 삼고 간략함을 대강으로 삼았다.

그는 또 말했다.

“굳은 것은 깨어지게 되고, 예리한 것은 꺾어지게 되어 있다.”

그는 언제나 외물을 너그럽게 포용하였고, 남을 깎아 내리지 않았다. 그러니 도의 극치에 이른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관윤과 노담은 옛날의 위대한 진인(眞人)이었다.

 

 

장자(잡편) 천하 14 - 장자의 도는 어떠한 것인가

 

황홀하고 적막하여 어떤 형체도 없고, 변화는 일정하지 않다. 죽은 것인지 산 것인지 알 수 없으나, 하늘과 땅과 나란히 존재하고 신명에 따라 움직여 간다. 망연한데 어디로 가는 것인가? 황홀한데 어디로 변화해 가는가? 만물을 다 망라하고 있지만 귀착될 만한 것이 없다.

옛날의 도술에도 이런 경향을 지닌 사람이 있었다. 장주가 그런 학설을 듣고서 좋아했다. 그는 아득한 이론에 황당무계한 말과 종잡을 데 없는 말로 이를 논했다. 때때로 자기 멋대로 논했지만 치우치는 일이 없었고, 한 가지에만 적용된 견해를 가지고 주장하지 않았다.

지금 세상은 침체되고 혼탁해서 올바른 이론을 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에 따르기만 한 치언들을 끝없이 늘어놓고, 사람들이 중히 여기는 옛사람들에 관한 중언(重言)을 진실한 것으로 믿게 하고, 우언(寓言)을 널리 적용했다.

홀로 하늘과 땅의 정순함과 신명과 더불어 왕래하며, 만물을 내려다보는 태도를 취하지 않고, 옳고 그른 것을 따지지 않았으며, 세속에 순응하여 살아갔다.

 

 

장자(잡편) 천하 15 - 장자의 무궁함과 위대함

 

그의 책은 대단하지만 부드러워 사람의 마음을 손상시키지는 않는다. 그의 말은 복잡하지만 재미가 있어 읽어 볼 만하다. 그는 자기 마음 속이 충실함으로써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써내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위로는 조물주와 더불어 노닐고, 아래로는 죽음과 삶을 도외시하여 처음도 끝도 없는 자와 벗하여 지낸다. 그의 근본인 도에 있어서는 광대하고 트였으며, 심원하고도 자유롭다. 그의 대종(大宗)에 있어서는 조화되고 적합하게 되어 있어 위로 현묘한 도에 도달해 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그는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여 외물에 대한 집착을 풀어버려서 그 이치는 다 풀이할 수가 없다. 그것은 장래에 있어서도 잘못될 수 없는 것이며, 망연하고 아득하여 철저히 추궁할 수가 없는 것이다.

 

 

장자(잡편) 천하 16 - 혜시의 사상

 

혜시의 학설은 여러 방면에 걸쳐 있고, 그의 저서는 다섯 채의 수레에 실어야 할 정도이다. 그의 도는 복잡하고 그의 이론은 이치에 꼭 들어맞지 않는다. 그는 만물에 대한 생각을 나열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극히 커서 한계가 없는 것을 대일(大一)이라 하고, 지극히 작아서 부피가 없는 것을 소일(小一)이라 한다. 쌓을 수도 없이 두께가 없는 것도 소일의 입장에서는 크기가 천리나 되는 것이다. 대일의 입장에서 보면 하늘과 땅이 다 같이 낮고, 산과 못이 다같이 평평하다. 해는 금방 하늘 한가운데 있다가도 금방 기울어진다. 만물은 금방 생겨났다가 금방 죽어버린다. 큰 견지에서 보면 모두가 같지만, 작은 견지에서 보면 모두가 다르다. 이것을 소동이(小同異)라 한다.

만물은 모두가 같다고도 할 수 있고, 모두가 다르다고도 할 수 있다. 이것을 대동이(大同異)라 한다. 남쪽은 무한하지만 북쪽과의 한계를 생각하면 유한한 것이 된다. 오늘 월나라로 출발해도 옛날에 도착했다고 할 수도 있다. 연결된 고리도 자유롭게 움직이는 고리의 입장에서 보면 풀 수가 있다. 나는 천하의 중앙을 알고 있다. 그것은 연나라의 북쪽이라 할 수도 있고, 연나라의 남쪽이라 할 수도 있다. 널리 만물을 아울러 사랑하면 하늘과 땅도 차별 없이 일체가 된다.”

혜시는 이것을 위대한 것이라 생각하고 천하에 내세우며 변사(辯士)들을 가르쳤다. 천하의 변사들은 그래서 즐거워했다.

 

 

장자(잡편) 천하 17 - 혜시는 궤변론자이다

 

 「계란에도 털이 있고, 닭에는 세 개의 다리가 있다. 영땅에도 천하가 있다. 개는 양이 될 수 있다. 말에도 알이 있다. 두꺼비에도 꼬리가 있다. 불은 뜨겁지 않다. 산에도 입이 있다. 수레바퀴는 땅에 닿지 않는다. 눈은 물건을 보지 못한다. 특정한 물건의 지적은 모든 것을 표현하지 못한다. 물건은 없어지지 않는다. 거북이가 뱀보다 길다. 굽은 자는 네모꼴을 만들지 못한다. 그림쇠로는 원을 만들지 못한다. 구멍에 넣는 쐐기는 구멍이 가두지 못한다. 나는 새의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화살에도 나가지도 않고 멈추지도 않는 순간이 있다. 보통 개는 멍멍 짖는 개가 아니다. 누런 말과 검은 말은 세 마리이다. 흰 개도 검은 것과 같다. 외로운 망아지에게는 어미가 없었다. 한 자 길이의 회초리를 매일 부러뜨려도 만년이 지나도록 없어지지 않는다.」

변사들은 이런 것으로써 혜시와 응답하며 평생토록 그치지 않았다.

환단, 공손룡이 바로 이런 변사의 무리들이다. 그들은 사람의 마음을 꾸미기도 하고, 사람의 뜻을 바꾸기도 했다. 그들은 사람들의 이론은 이겨낼 수 있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잡지는 못했다. 이것이 변사들의 한계인 것이다. 혜시는 매일처럼 그의 지혜를 사용하여 사람들과 변론함으로써 천하의 변사들과 함께 괴이한 이론을 이룩했다. 이것이 그의 학설의 근본이다.

 

 

장자(잡편) 천하 18 - 논리를 위한 논리는 무가치한 이론이다

 

혜시는 자기의 말을 스스로 가장 현명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하늘과 땅만이 자신의 이론보다 위대하다고 했다. 혜시는 천하에 자신을 드러내려고만 했지 아무런 도술도 없었다.

남방에 황료라 부르는 기인이 있었다. 그가 하늘과 땅이 떨어지지도 않고 꺼지지도 않는 이유나,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벼락이 치고 번개가 치는 까닭을 묻자, 혜시는 조금도 사양하지도 생각해보지도 않고 즉시 대답했다.

두루 만물에 대해 이론을 세웠다. 그런 것들을 쉬지 않고 논하여, 한없이 많은 말을 하였는데도 아직도 모자란다고 생각하고 더욱 괴상한 학설을 보태어 갔다.

그는 사람들과 대립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남을 이겨내는 것으로 명성을 쌓으려 하고 있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과 화합하지 못하는 것이다.

덕을 닦는 일에는 빈약하면서도 물건에의 집착은 강하여, 그의 도는 비뚤어져 있다.

하늘과 땅의 도로 혜시의 능력을 본다면 그것은 마치 한 마리의 모기나 한 마리의 등에가 수고하는 것이나 같은 것이다. 그가 물건에 집착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가 도의 일단(一端)을 충당할 수 있다 해도 되겠지만, 그 변론이 도보다 귀하다고 하니 위태로운 일이다. 혜시는 이것으로써 스스로를 편안케 하지 못하고 만물에 대해 관심을 분산시켜 만족할 줄 모르면서도, 마침내는 변론을 잘한다는 것으로서 명성을 얻은 것이다.

아깝다! 혜시는 그런 재능을 가지고도 방탕하게 행동하여 참된 도를 터득하지 못했고, 만물을 뒤쫓음으로서 자기 본성으로 되돌아갈 줄을 모르고 있다. 이것은 울림이 나오는 곳을 찾으려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나, 자기 몸과 그림자를 경주시키는 것이나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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