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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rainbow3 2020. 3. 10. 04:47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j. w. 피터슨 지음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특별한 여동생이 있어요.

이런 동생을 가진 사람은 흔치 않지요.

내동생은 피아노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지는 못하지만 피아노는 칠 줄 알아요.

손 끝에서 우릉우릉 울리는 느낌을 좋아하지요. 뛰고 돌고 구르기도 잘해요.

짝이랑 춤추고, 같이 줄 맞춰 걸을 수도 있고요.

내가 구름사다리 앞에서 "조심해!"하면 소리는 못 듣지만,

내가 동생 앞을 가로막고 흔들흔들 하는 건 볼 수 있지요.

그러면 동생은 웃으면서 뒤로 매달려 흔들거리며 장난스레 내 다리를 잡아당겨요.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어요. 하지만 나는 내 동생 마음을 알아요.

동생도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고요. 어떻게 알아들을 수 있을까?

내 동생은 나와 함께 풀밭으로 나가는 걸 좋아해요.

풀밭에서 사슴을 뒤쫓을 때면 우린 목소리가 아닌 손가락과 입술로 말해요.

그러면서 동생은 내가 밟은 데만 밟고 내 뒤를 조심조심 따라와요.

아주 작은 소리까지 듣는 사람은 나고요, 아주 작은 움직임 까지 보는 사람은 내동생이지요.

그렇게 우린 서로의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있어요.

 

 

나는 친구들에게 내 동생 얘기를 해요. 동생은 가까이에서 개가 짖는 걸 알아차리고,

그 소리를 싫어한다고 말하기도 한다는 걸요.

고양이가 무릎에 앉아 있을 때 언제 야옹거리는지 알아낼 수 있다는 것도요.

또 손으로 만져 보면 라디오가 켜 있는지도 알 수 있고,

소리가 안 나오게 하고도 텔레비전을 볼 수 있고,

인형을 재울 때 자장가없이 흔들어 주기만 해도 잘 재울 수 있다고 말이에요.

그렇게 말해 주면 친구들이 내게 물어보곤 해요.

 

 

"소리를 못 들으면 귀가 아프니?" 라고요.

"귀는 안 아파, 사람들이 이해해 주지 않을 때 마음이 아파." 라고 내 동생 마음을 대신 말해 주지요.

엄마는 동생이 학교 다니기 전에 날마다 말하는 법을 가르쳤어요.

"공" 이라고 말하면 "고오오옹" 으로 말하지만요.

학교에 다니게 되자 입술을 움직이는 모양을 보고 사람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는 법도 가르쳤어요.

그러나 내 동생이 하는 말을 선생님 이랑 친구들이 다 못 알아들을 때도 있어요.

또 나와 엄마는 내 동생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있지만 동생은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에요.

 

 

"내 파자마 어디 있니?" 하면 바나나를 가져 오기도 하거든요.

그래요, 내 동생은 전화벨이 울리는 것, 누가 문을 두드리는 것,

빈 깡통이 구르는 소리는 절대 듣지 못해요.

창문에 나뭇가지 긁히는 소리도,

창문 위에 걸려 있는 딸랑거리는 종소리도 못 듣지요.

등 뒤에서 이름을 부르면 더더욱 들을 수 없고요.

갑자기 '우르릉' 천둥소리가 울리면 나는 무서워 잠을 못 자지만,

내 동생은 색색 잘 잔답니다.

 

 

그러나 가끔 내 여동생은 한밤중에 울보가 되기도 해요.

불이 꺼지면 깜깜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럴 때 내동생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요.

내가 선글라스를 쓰면 동생은 벗으라고 해요.

내 눈이 동생 눈에게 무슨 말을 하나봐요.

집에서 노는 것보다 밖에서 공놀이를 하고 싶다는 말 같기도 해요.

손가락으로 말을 하거나 부드러운 목소리로 꺽꺽거리다가도 큰 소리로 울부짖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내 동생은요! 자기 기분을 전할 때 그 누구보다도 더 많이 말할 수 있어요.

 

 

손으로도 말을 다 못하면 얼굴하고 어깨로도 말하니까요.

우린 서로에게 말을 걸때 이렇게 해요. 방 저쪽에 내 동생이 있으면,

나를 보게 하려고 발을 쾅쾅 구르거나 손을 흔들어요. 동생 옆으로 가서 팔을 만지기도 하고요.

그러면 동생은 내가 발 구르는 것도, 손을 흔드는 것도, 내가 팔에 손을 대는 것도 느낄 수 있어요.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어요. 하지만 나와 내 동생은 마음 아니까요.

서로 알아들을 수 있는 방법도 모두 아니까요. 그래서 우린 마음도 알 수 있어요.

내게는 매우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여동생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