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편히 여기고 마음을 기르는 방책
평양에 도착해서 봉산(鳳山)으로 부친 편지를 모두 보았다. 네가 마음을 편히 먹고 잘 가고 있음을 알았다. 단지 이 한 가지 알만으로도 내 마음이 푸근해지는구나. 내가 우환을 자주 겪다 보니, 이런 일로는 상심하지 않는다. 너는 혈기가 완전치 않고 이기(理氣)도 충실치 않다. 비록 겉으로 좋은 말을 해서 내 마음을 위로하고는 있어도 어찌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겠느냐? 굴원은 “마음을 가라앉혀 뜻을 넓히니, 내 무엇을 두려워 하랴.”라고 말했다. 이것은 《초사(楚辭)》, 〈구장(九章)〉의 말이다. 내가 일찍이 한 가지 방법을 터득했다. 음식이 입에 물리면 안 먹으면 그뿐이고, 밤에 잠이 안 오면 안자면 그만이다. 대개 사람이 꼭 먹어야 하거나 반드시 자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배고픔과 피곤함을 위해서일 뿐이다. 만약 음식이 입에 물리고, 눈이 말똥말똥 하다면 대단히 좋은 경계인 셈이다. 이런 마음으로 먹고 잠자는 것을 생각하면 저절로 안온해질 것이다. 이것은 내가 젊었을 적에 가난을 편히 여기고 마음을 기르던 방법인데, 앞서 책에다 쓰지는 못했던 것이다. 到平鳳書皆得見. 知汝安心好行, 只此一事, 寬我懷也. 然吾慣經憂患, 此事不至傷心. 汝則血氣未完, 理氣未充. 雖外爲好言, 以慰我心, 安能不動心耶. 屈原曰, “定心廣志, 余何畏懼.” 此九章語也. 吾嘗得一法, 以爲食厭於口, 則不食可也, 夜不得眠, 則不眠可也. 蓋人不必食不必眠, 只爲飢困耳. 若口厭而目醒, 則大段好境界也. 以此爲心, 則思食思眠, 自然安穩. 此余少時安貧養心方也, 向者未及書于冊也. 아버지의 안위에 전전긍긍하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아들에게 부친 편지다. 아들은 아버지를 안심시키느라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를 해서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편지를 보냈다. 아버지는 그 속내를 가늠해서, 내 걱정 말고 네 마음이나 잘 다스리라고 보듬어 주었다. ‘정심광지(定心廣志)’, 마음을 안정시키고 뜻을 확장시키라는 것이 아버지가 아들에게 내린 처방이다. 먹을 것이 없으면 안 먹으면 되고, 잠이 안 오면 안자면 그뿐이다. 공연히 전전긍긍 조바심 칠 것이 없다. 이것이 가난을 견디면서 마음을 기르는 방법이다. 그러려니 하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먹고, 이럴 수는 없지 하며 뜻을 굳세게 다진다면 건너가지 못할 역경이 어디 있겠는가?
-이식이 아들 신단에게 부친 편지[寄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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