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에 내재된 리수(理數)의 함의*
― 송대 선천역학자의 관점에서 ― * 조 희 영(건양대학교 학술연구교수)
Ⅰ. 문제제기
Ⅱ. 리수(理數)란 무엇인가?
Ⅲ.『주역』속 리수의 핵심적 내용
1.『주역』속 리수의 출처 「하도」
2.『주역』 성립의 리수적 근거
3.『주역』속 리수의 본보기
Ⅳ. 리수의 속성
Ⅴ. 맺음말
<논문 요약>
『주역』을 구성하는 요소는 상수(象數)와 글[文辭]이다. 역학의 흐름으로 볼 때 중국의 송대 이전에는 ‘수’보다 글이나 괘효상에 관심을 두었다. 또한 동양철학의 주류의 흐름도 수를 철학의 본령으로 보기 보다는 보조 영역으로 보았다. 이는 서양철학과 구분되는 점으로 수를 철학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또한 수와 역(易)과의 관계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에 논자는 역수를 리수(理數)로 인식하고 역을 수의 관점에서 탐구한 역학자들을 찾은 바, 그들은 송대 소강절을 위시한 소수의 역학자들이며 주희도 선천역학의 입장에서는 소강절과 그 궤를 같이함을 발견했다.
논자는『주역』에 존재하는 리수가 역을 지탱하는 구성요소로 작용하는 함의를 소강절과 주희의 이론을 빌려 살폈다. 여기서 리수의 뜻은 64괘 역상을 존재하게 하는 리(理)를 담은 수라는 의미이다.
리수에서의 리는 천지만물의 이치, 자연의 객관법칙, 수적 객관법칙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주역』에 내재하는 리수의 근원은 「하도」의 수, 즉 천지지수 1~10이다.
이는 자연수로 기우수이자 역을 형성하는 기본수이다.『주역』을 존립하게 하며 괘가 생성되는 근거를 규정한 것이 「계사전」의 역유태극장이며 이것의 리수적 표현은 가일배법이다. 가일배법은 선천역과 후천역에 공히 적용되는 것으로 역을 성립되게 하는 기우수의 연산법칙이다.
『주역』에 있는 리수의 전형은 설시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리수가 역을 존립하게 하는 그 내면적 근거는 리수가 지닌 속성 때문이며, 그것은 근원성과 상징성 및 정합성과 무한성이다.
리수론자들은『주역』속 리수를 발판삼아 다양한 철학적 내용을 전개한다. 현대 역학에서 리수 연구와 인접 학문과의 연계 강화는『주역』을 통한 인문학적 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
주제어:『주역』, 리수, 기우수, 「하도」, 소강절, 주희, 선천역학.
Ⅰ. 문제제기
『주역』1)은 상수(象數)와 문사(文辭)로 이루어졌다. 이 말은 역(易)이란 상(象)과 수(數)와 글 3대 요소로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상과 글은 경문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수’는 확인하기 어렵다.
수에 관한 언급은 경문에 간혹 나오는 3, 6, 7, 9 등의 숫자나 효의 제목인 초구(初九), 구삼(九三), 상육(上六) 등이고 또 「계사전」의 천지지수와 대연지수 및 「설괘전」의 언급이 전부이다.2)
이것만으로는 수가 역의 구성요소라고 보기에는 무엇인가 미흡하다. 유가철학은 전통적으로 ‘수’를 철학의 중심으로 취급하지 않은 경향이 있다. 송대 이전의 상수역학자들의 학문 탐구 대상은 ‘상’ 중심이었고 수는 언급했지만 상이 나온 뒤의 것으로 보았다.
이런 사실에 착안하여 논자는 ‘수와 『주역』’에 대해 두 가지 문제를 스스로에게 제기해 보고 그 해답을 찾으려 한다.
첫째, ‘수’가 과연 역의 근원적인 구성요소인가 하는 점이다. 둘째, 역학에서 ‘수’를 역의 근원적인 요소로 본 학자가 있는가 하는 점이고, 만약 있다면 그 내용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동아시아 역학자 중에서 소수에 불과하지만 ‘수’에 근원성을 부여하고 수로 역리를 풀이한 일단의 학자들이 있었다. 그것은 송대 소옹(邵雍, 1011~1077. 시호 康節. 이하 소강절로 부른다)으로 대표되는 몇몇 선천역학자3)들이다. 그들은『주역』의 근간이 되는 수를 ‘리수(理數)’4)로 보고 있다.
소강절의 학문은 유불도(儒佛道)를 아우른다고 알려졌지만 실은 불가를 배격하고 유도(儒道)에 걸리지 않는 정신세계를 지녔다. 본 글은 소강절과 주희(朱熹,1130년~1200년)의 이론을 중심으로 살핀다.
이 두 사람의 이론이 오늘날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고려했다. 특히 주희를 소강절과 함께 넣은 이유는 주희는 상수와 의리를 종합한 인물이지만 상수에 관해서는 소강절의 선천역학에 경도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을 보는 관점은『황극경세서』에 나타난 소강절의 입장과『역학계몽』에 나타난 주희의 관점이 될 것이다.『역학계몽』은 「하도ž낙서」와 소강절의 이론 풀이 및 설시법을 정리한 책인데 주희와 채원정(蔡元定,1135~1198)이 함께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대의 수론은 조선시대 역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서 이황이나 서경덕, 신흠, 김석문, 서명응, 황윤석, 등의 언명에서도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황은 그의『계몽전의』머리글에서 리수의 어려움을 “리수의 학문이 넓고 미묘하며 요점이 복잡하여 쉽게 연구할 수 없다(理數之學, 廣博微妙, 盤錯肯綮, 未易硏究)”라고 토로한 바 있고, 「하도.낙서」가 리수의 근원이라고 했다.
리수의 학문이 김석문 등에게는 천문학으로 전개되는 거름이 되고, 서명응과 황윤석 등에게는 음악과 수학으로 뻗어가는 추동력이 되기도 했다. 송대와 조선시대의 이런 일련의 리수이론에 대한 발전의 성과가 향후 논자의 연구 과제이기도 한데, 본 글은 이에 대한 선행 논문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우선 송대 이론을 다룬다.
다음 장에서 리수의 개념을 살펴보고 이어서 그 함의와 현대적 효용을 알아본다.
1) 본 글에서『주역』은 통행본을 말하고,『주역』및 易일반에 관해서는 ‘역’이라는 명칭도 병행한다. 또 (도서)상수학과 (도서)상수역학은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하도」와 「하도.낙서」를 겸용한다.
2)『주역』에 나오는 數를 다룬 논문으로 최영진의 「『周易』에 있어서 數의 문제」,『유교사상연구』 제1집, 1986, 한국유교학회. 참조할 것. 중국자료로는 明代章潢의『圖書編』과 장기성의 논문 「論中國數學派」, 2006.(바이두 http://www.baidu.com.)
3) ‘선천역학’은 송대에 흥기한 도서학의 하나로 소강절이 제시한 「선후천도」에 나타난 상과 수로 선천역과 후천역의 易理를 풀어가는 역학이며 상수역학의 영역이다. ‘선천역학자’의 의미는 광의로 보면 선천역과 후천역의 구분에 동의하는 역학자를 말하고, 협의로는 소강절의 선천역학을 추종하는 자를 말한다. 본 글에서는 광의의 개념으로 쓴다.
4) 본 글에서 ‘理’, ‘離’, ‘理數’를 ‘리’, ‘리’, ‘리수’로 부른다.
Ⅱ. 리수(理數)란 무엇인가?
본 장에서는 ‘리수’의 의미와 범위를 살펴보고 상수와 술수와의 관계 및 수본체론에 대해 살펴본다.
먼저 리수에 대해서이다.
동아시아에서 수는 산수와 셈법이 주된 영역이지만[計量] 신과 소통하는 통로[通神]가 되기도 하고 이치를 밝히는[明理] 유용한 수단이 되기도 했다.5) ‘리수’는 주로 명리(明理)의 기능을 수행하고 간혹 통신(通神)의 역할도 한다.『사고전서』를 토대로 리수란 말의 유래를 따라가 보면『전한기(前漢記)』에 처음 나오고 수당시대 사서(史書)에도 나타난다.6)
역학에서 ‘리수’란 말이 사용된 것은 송대부터 시작되었다. 주의할 것은 여기서 말하는 리수는 ‘이치를 나타낸 수’라는 뜻이지 수의 이치 즉 ‘수리(數理)’를 의미하지 않는다.7) 리수란 말이 역학적 개념으로 성립되기까지에는 다음과 같은 소강절의 선도이론이 있었다.
"易에는 內象이 있으니 理數가 이것이고, 外象이 있으니 하나의 물건으로 정해져서 변할 수 없는 것이 이것이다.8)"
소강절은 역은 내상(內象)과 외상(外象)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여기서 외상이란 겉으로 드러난 괘효의 상을 말한다. 외상인 64괘 384효의 상은 불변이다. 예를 들어 하늘과 땅은 건곤이란 이름으로 그 상은 6양 획(䷀), 6음획(䷁)으로 정해져서 변할 수 없다.
내상이란 외상 속에 들어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지만 외상의 존립 근거라는 뜻이고 물건에 고정되지 않아서 변화가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그 내상을 리수라 한다.
소강절은 왜 내상을 그냥 ‘수’ 혹은 ‘역수’라 하지 않고 ‘리’를 앞세웠을까? 다음의 말에서 알 수 있다.
"천하의 數는 理에서 나오고 리를 위배하면 術數에 빠지는데, 世人들은 수로 술수에 빠지기 때문에 理를 잃는다.9)"
이처럼 리가 수의 근원임을 밝히고 술수를 배격하는 학문적 성향에서 그가 ‘리수론자’(혹은 ‘리수학자’)임을 읽을 수 있다.10) 정이천(程伊川,1033~1107)은 “소강절에 이르러 추수법은 리에 도달했다”11)라 하여 소강절이 말하는 수가 리에 근거하고 있음을 확인해 준다.
다만 소강절이 말하는 ‘리수’에서의 ‘리’, ‘수’와 송대 리학자들이 말하는 리의 내용이 다르며 또 리와 상과 수의 생성 시점을 다르게 본다. 송대 리학자 특히 정이천이 말하는 리는 천리(天理), 본연지리(本然之理) 등인 데 비해 리수론자들이 말하는 리는 천지만물지리(天地萬物之理), 수적변화법칙(數的變化法則), 자연의 객관법칙 등을 말한다. 리수론자들은 리와 수를 통일적 결합체로 보며 수는 상보다 선재하고 상은 수로부터 나온다는데
반해, 정이천은 리에서 상이 나오고 상에서 수가 나온다는 입장이다. 크게 보면 여기서 차이가 난다.
5) 전통적으로 數의 3대 기능은 1.計量2.通神3.明理(述理)라고 알려져 있다.장기성,『象數易學』, 북경 중국서점, 2007, 53쪽.
6)『前漢記』: 律厯一曰備數, 二曰和聲, 三曰審度, 四曰嘉量,(중략) 以逹自然之數, 以順性命之理數者, 一十百千萬也. 『隋書』: 七曜運行理數深妙.『新唐書』: 朔之夕月, 見西方理數然也.
7) 理數는 문맥에 따라 ‘리’와 ‘수’로 나누어 읽는 경우도 있고, 연접어로 붙여 읽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리수’는 송대 수론자들, 특히 소강절이 말하는 것으로 연접어로 읽는다.(다르게 읽는 이도 있다)
‘리수’는 리와 수가 결합한 것으로 리를 함유한 수라는 뜻을 가진 하나의 개념어로 봄이 합리적이다.
중국의 주백곤, 고회민, 장기성 등이나 국내의 곽신환, 이창일 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고회민 저, 곽신환 옮김, 『소강절의 선천역학』, 예문서원,2011, 350, 360쪽 참조. 이창일,『소강절의 철학』. 심산, 2007, 250, 500쪽 참조.
송인창은 “曆數논리는 理數원리”라 한다. 송인창, 「退溪理發說의 易學的理解」, 『새한논총』 제26집, 2001, 40쪽. 朱伯崑은 “理數는 수와 리가 결합한 것으로 현대적으로는 數理라고도 부르며, 수적 논리성을 갖춘 것”이라고 하는데, 리수를 수리와 같은 뜻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주백곤『易學哲學史』 2권, 北京崑崙出版社, 2005, 176쪽. 장기성은 “소강절 등은 數와 理는 합일체로 보며 ‘理數’, ‘數’를 우주본체로 삼았고, 理數는 우주사물의 생성변화의 次序이자 理則”이라 한다. 장기성, 앞의 책, 3쪽.
8)『황극경세서』 「관물외편」: 易有內象, 理數是也. 有外象, 指定一物而不變者是也.
9)『황극경세서』 「관물외편」: 天下之數出於理,違乎理則入於術. 世人以數而入於術,故失於理也.
10) 본 글에서 소강절 아류의 선천역학자를 ‘리수론자’라 부른다. 주희는 이에 속하지 않는다.
11)『二程遺書』권18: 邵堯夫數法出於李挺之,至堯夫推數方及理.
리수와 술수와의 관련 및 상수(象數)와의 차별성을 살펴본다.12)
술수는 ‘수술(數術)’이라고도 한다. 술수란 말은 한대부터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국 고대의 각종 ‘술(術)’ 예컨대 무술(巫術), 병술(兵術),의술(醫術), 방중술(房中術), 양생술(養生術) 등의 하나로 ‘수’를 수단으로 길흉을 예측하는 기술을 말한다.13)
이 ‘술’은『주역』의 영역에서는 ‘서술(筮術)’ 즉 시초수로 점치는 방법의 의미이다.14)
상수(象數)는『주역』 이전에는 점치는 작업의 일환 즉 귀상(龜象)과 서수(筮數)에서 형성되었다.15)
따라서『역경(易經)』의 괘상과 효수(爻數)는 점서(占筮)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기에 고대에는 상수와 술수의 경계가 모호했다. 그러나 「역전」이 형성되고 난 뒤『역경』의 의미는 이성적이고 철학적으로 해석되기 시작하여 점치는 내용을 인간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상수와 술수의 다름에 눈뜨기 시작했다. 한대 이후 상수와 술수의 구분이 시작되어 상수는 역학에서 의리학에 대비되는 상수학을 의미하고, 술수는 수를 운용하여 인사의 길흉을 추산하는 기술 즉 술수학 혹은 수술학(數術學)을 의미하게 되었다.
상수학은 시대에 따라 주안점이 달랐다. 한대 상수학은 상수로『주역』의 경전을 해석하는 데 치중하면서 세밀한 괘효사 의미 파악을 위해 괘기, 납갑, 효진, 승강, 괘변, 비복 등 번다한 방법을 채용하여 음양재이로 흘러가서 일부 술수의 영역으로 편입되기도 했다.
송대에 와서는 취상(取象)과 취수(取數)의 범위를 확대하고 각종 도식(圖式-예컨대 「하도」, 「낙서」, 「선천도」, 「태극도」 등) 속의 상과 수의 탐구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역의 전반적인 원리와 천도와 인도를 포함한 자연의 도를 추구하는 데 치중하여 술수와 구분되었다. 따라서 상수에 속하는 리수도 술수와 그 지향하는 바가 엄격히 달랐다.16)
아울러 리수 및 리수론자와 관련하여 두 가지 부분에서 정리가 필요하다.
하나는 송대에 흥기한 상수학파 내 도서학파와의 관계이며, 또 하나는 상수학파 내에서 상과 수의 선재성(先在性) 및 본체론(本體論)에 대한 논의이다.
첫째, 송대 상수학은 도서학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소강절의 「선천도」, 유목(劉牧,1011~1064)의 「하도.낙서」, 주돈이(周敦頤,1017~1073)의 「태극도」를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이다.17)
리수론자들은 「선천도」와 「하도.낙서」를 주된 탐구 대상으로 하니 도서학파라 할 수있다. 그들은 「하도」를 리수의 기원으로 삼고 있으며 리수가 역학에 구현된 것이『주역』과 「선천도」라고 생각한다.18)
이들에 속하는 이가 소강절과 장행성(張行成, 1132년 진사급제)과 채원정.채침(蔡沈,1167~1230)부자 등을 들 수 있다.
둘째, 상이 먼저냐 수가 먼저냐에 대한 논의이다.19) 송대에 와서 처음으로 상학파와 수학파의 분리가 이루어졌다고 한다.20) 상학파는 상이 수보다 먼저 존재한다고[象在數先] 하고 상이 역학의 근본이라 한다. 수학파는 수가 상보다 먼저 존재하며[數在象先] 수가 역학의 근본이라 한다. 두 학파의 근거는 따로 있다.21)
철학상으로 상학파는 상과 기(氣)가 합일하는 기본론(氣本論)의 입장이고, 수학파는 수와 리가 합일하는 수본론(數本論)의 입장이다. 후자는 리수론자인 소강절이 그 대표이나 주희는 해당되지 않는다.22)
12) 이 부분은 주백곤과 장기성의 의견을 참고했다.
13) 유흠(劉歆,?~23)은『칠략.술수략』에서 술수의 종류를 천문(天文), 역보(曆譜),오행(五行), 시구(蓍龜), 잡점(雜占), 형법(形法)의 여섯 종류로 구분하고 있다.
14) 『주역철학의 이해』, 고회민 저, 정병석 역. 문예출판사, 2004, 87쪽.
15) 象과 數가 대칭된 것으로 나타난 최초 문헌은『좌전.희공15년』에 나오는 “龜,象也. 筮, 數也”이고, ‘象數’로 連用한 것은 대략 漢代때이며 그 예는『역위. 건착도』에 나오는 “八卦變策, 象數庶物”이라 한다. 장기성 앞의 책, 7쪽. 또“『역경』은 卦象과 爻數가 교묘히 결합하여 한 곳에 모인 것으로, 爻題의 수가 爻象이고 六爻의 총수가 卦象이 되는 이런 상과 수의 결합 형식이 역학의 기본 특징”이라 하면서 “『역경』이 중국문화에서 象數사유의 개창자”라 한다. 같은 책, 29쪽.
16) 상수(리수 포함)와 술수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첫째, 목적상의 차이이다. 상수는『주역』의 경전을 이해하고 나아가 역의 원리와 천지자연의 변화원리를
파악하여 올바른 인도를 모색하는 것이 목적인 반면, 술수는 설령『주역』의 괘효상수나 도서의 상수를 이용한다 하더라도 점을 쳐서 길흉을 예측하고피흉추길(避凶推吉)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둘째, 양자가 포함하는 내용의 차이이다. 상수는 고대 천문이나 역보, 율려, 의학, 수학 등 자연과학적인 분야
를 포함할 뿐만 아니라 상수의 개념이나 부호, 법칙 등은 철학의 원형을 지니고 만물의 근원을 학문적으로 탐구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그 반면 역점(易占), 상술(相術), 기문(奇問), 태을, 육임, 감여(堪輿) 같은 술수는 자연과학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이 1인 1사(事)의 구체적 길흉을 예단하고 개인이 흉함을 피하고 길함을 좇는 방법 모색에 주력함으로써 견강부회하는 내용이 많다는 것이다.
17) 송대 상수역학자 모두가 도서학파나 리수론자가 아니다. 송대 대표적인 상수학자 중에 하나인 주진(朱震, 1072~1138)은 그의『한상역전』을 통해 하도·낙서의 수를 논하고 圖書學의 계보를 밝히는 가운데, 스스로 소강절, 장재, 정이천의 설을 겸수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漢代상수역의 입장을 취하여 괘변설을『주역』의 기본 원리로 삼았으니 상수학자이되 도서학파가 아니고 리수론자도 아니다. 료명춘 등, 심경호 옮김,『주역철학사』, 예문서원,2004, 417~425쪽.
18) 이들은『주역』에 관해서는 자구 해석 보다 역의 근원에 대한 탐구를 위주로 한다. 탐구 방법은 圖書와 數를 통해서이다. 수를 택한 이유는 수가 상이나 말보다 리를 나타내기에 더 명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역학의 새로운 방법론으로 도서와 수를 택한 셈이니 도서학파이자 리수론자라 할 수 있다.
19) 상수학파에서 ‘상’과 ‘수’의 선후 관계와 상수와 ‘理’와 ‘氣’의 포함 여부에 따라 상수학파 내부적으로 象學派와 數學派로 나누고, 철학적으로는 象本體論과 數本體論으로 구분된다.
20) 주백곤은 象數學派에서 ‘象學派’와 ‘數學派’를 구분한다. 소강절을 수학파로 본다. 주백곤은 “소강절이 卦象을 말했지만 이는 奇偶의 數에 기초하여 卦象의 變化를 말했고 數生象을 주장하므로 여기서 數學이란 명칭이 주어졌다”고 했다. 그래서 “송대에는 소강절이 수학파를, 장재가 氣學派를, 정이천이 理學派를 창시하여 마치 솥의 다리 셋의 형세를 이루었다”고 했다. 주백곤 앞의 책, 127~128쪽. 풍우란은 “주염계는 象學은 있고 數學은 없지만 소강절은 象學과 數學을 겸유했다”라고 했다. 풍우란 지음, 박성규 옮김,『중국철학사.하』,까치, 2007, 455쪽.
21) 상학파의 주요 근거는 「계사」하 3장 “易者, 象也, 象也者, 像也”이고, 수학파의 주요근거는 「계사」상 10장 “極其數, 遂定天下之象” 등이다.
22) 주희의 경우 소강절 역학을 수용했지만, 리에서 상과 수가 나온다고 보며 상이 수보다 선재한다는 입장이어서 리수론자라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소강절의 수론이 리에 바탕을 둔다고 여기고 선천역학을 따르기에 함께 논한다. 논자는 소강절 일파를 수학파라 하기보다 ‘리수학파’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리를 논하려 수를 택했기 때문이다.
Ⅲ.『주역』속 리수(理數)의 핵심적 내용
『주역』경문에는 ‘리수’란 단어가 없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단편적이지만 ‘리수’임을 암시하는 중요한 언표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하도」, 천지지수, 대연지수, 9, 6, 역유태극장 등이다.
리수론자들은 이런 것들이 역의 핵심을 이루는 리수의 전형이라 생각한다. 그중에서 중요한 몇 가지를 성질별로 이름을 붙여 살펴보도록 한다.
1.『주역』속 리수의 출처 「하도」
『주역』 「계사전」에 「하도」란 말이 나온다. 「하도」를 역과 리수의 근원으로 꼽는 것이 리수론자들의 관점이다. 역은 「하도」의 수에서 나왔다고 소강절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둥근 것[圓]은 「하도」의 수이고, 네모진 것[方]은 「낙서」의 문양이다. 그러므로 복희씨와 문왕이 「하도」의 수로 역을 만들고, 우임금과 기자가 「낙서」의 문양으로 홍범을 지었다.23)"
23) 황극경세서 「관물외편」:
蓋圓者河圖之數, 方者洛書之文. 故羲, 文因之而造《易》. 禹, 箕敘之而作《範》也.
소강절은 「하도」의 수에 착안하여 복희가 선천역을, 문왕이 후천역즉『주역』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역의 근원은 「하도」의 수라는 것이다. 「하도」의 수가 역의 근원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이 최초의 리수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주희의 다음의 말에서 알 수 있다.
"아득한 옛날에 천지사이의 음양의 氣에는 象은 있었지만 애초에 數가 없었다.
「하도」가 출현하자 55의 奇數와 偶數가 생성되어 (천지를) 환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중략)
「계사전」에서 성인이 易을 지은 이유를 말한 것이 하나가 아니나 「하도」를 얻고 그 뒤에 易이 결정되었음을 방해하지 않는다.24)"
24) 주문공전집 권38. 「서. 답원기중」:
如洪荒之世, 天地之間, 隂陽之氣, 雖各有象. 然初未甞有數也.
至於河圖之出, 然後有五十有五之數, 竒偶生成, 粲然可見.
.....雖繫辭所論聖人作易之由者非一, 而不害其得此而後決之也.
주희는 여기서 역은 「하도」에서 비롯되는데 이때 천지자연에서 음양의 기가 상으로 먼저 존재했으며 수는 없었지만 「하도」에 나타난 기수와 우수를 통해 세상을 밝게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논자가 주목하는 것은 상이 먼저 보이면 그것으로 세상을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우수로 세상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데 있다. 즉 주희는 「하도」에 분포된 기우수들을 통해 만물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역이 지어졌다고 하는 것이다. 이는 기우수에 만물의 이치가 투영되어 있다는 뜻이다.
기우수의 구체적 내용이 「계사전」상11장에 나오는 천지지수 1~10으로 기수는 1,3,5,7,9로 천수 25, 우수는 2,4,6,8,10으로 지수 30, 합55이다. 이 부분을 주희는 “공자가 「하도」의 수를 발명한 것”이라 하여 이 모두를 공자의 공으로 돌리고 있다. 그는 천지지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는(1~10) 天地의 數로 陽의 奇數와 陰의 偶數를 말한 것이니, 곧 이른바 「하도」라는 것이다.
그 위치가 1.6은 아래에 있고 2.7은 위에 있고
3.8은 左에 있고 4.9는 右에 있고
5.10은 중앙에 있으니, 이 章으로 말하면 중앙의 5는 大衍의 어머니가 되고 다음의 10은 大衍의 자식이 되며, 다음의 1․2․3․4는 四象의 자리가 되고 다음의 6․7․8․9는 四象의 數가 된다.25)"
25)『주역본의』:
此言天地之數陽奇陰偶, 卽所謂河圖者也.
其位, 一六居下, 二七居上,
三八居左, 四九居右,
五十居中, 就此章而言之, 則中五爲衍母, 次十爲衍子,
次一二三四爲四象之位, 次六七八九爲四象之數.
주희는 「하도」의 수이자 천지지수인 1에서 10까지가 기수와 우수임을 전제로 사방의 방위와 사상(四象) 및 대연의 수의 이치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는 또 이를 생수와 성수 및 오행과도 연결하여 말하기를,
“하늘은 1로써 수(水)를 낳고 땅은 6으로써 이것을 이룬다. 땅은 2로써 화(火)를 낳고 하늘은 7로써 이것을 이룬다 (중략) 하늘은 5로써 토(土)를 낳고 땅은 10으로써 이것을 이룬다”라고 했다.
이처럼 주희는 기수와 우수에 하늘과 땅 및 음양과 오행을 대입시켜 1에서 10까지 그 이치를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하도」에 처음 나타난 리수인 기우수를 통해 천지자연의 이치를 성인이 체득하여 역을 지었다는 것이다. 채연(蔡淵,1156~1236)은 이런 과정을 음양획과 기우수를 연결하여 다음과 같이 간명하게 표현한다.
*
‘−’는 奇로 陽의 數이며, ‘−−’는 偶로 陰의 수이다.
옛날 복희씨가 우러러 하늘을 관찰하고 구부려 땅을 살펴서 음양에 기수와 우수가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에
‘−’(양획)으로 양을 상징하고 ‘−−’(음획)으로 음을 상징하게 되었다.
(또) 음양의 속에서 다시 각각 다시 음양이 생겨나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므로 다시 배로 세 번 그어 괘를 만든 것이 여덟이니 이른바 小成(8괘)이 이것이다.
26)『易象意言』:
*−者奇也, 陽之數也. −−者偶也.
陰之數也. 古者伏羲氏仰觀俯察, 見陰陽有奇偶之數,
故畫−以象陽, 畫 −−以象陰,
見陰陽之中, 各復生陰陽, 故再倍而三爲卦者八, 所謂小成者是也.
**
「하도」의 수는 1에서부터 10까지이며, 1,3,5,7,9는 양이고 2,4,6,8,10은 음이다.
1이란 양의 시작이고 2란 음의 시작이므로 성인이 1을 가지고 ☰(乾)을 긋고, 2를 가지고 ☷(坤)을 그었다.26)
**夫河圖之數, 自一至十, 一三五七九爲陽,二四六八十爲陰.
一者, 陽之始, 二者, 陰之始, 故聖人取一以畫☰(乾), 取二以畫☷(坤).
채연은 채원정의 장남이자 주희의 제자이니 주·채의 관점을 잇고 있다. 그 요지는 천지만물은 음양으로 이루어졌고 이 음양은 기(氣)이나 상을 내포하고 있는데 그 상은 기수1과 우수2인 바, 이를 음양획인 ‘−, −−’ 로 나타낼 수 있으며 이를 배경으로 8괘를 그었다는 것이다. 그 작업을 복희씨가 앙관부찰(仰觀俯察)하여 수행하였다고 한다. 또 「하도」로 말하자면, 「하도」에 나타난 기우수인 1과 2로 8괘를 그었다고 한다.
역의 근원에 대한 언급에서 공통적으로 깔린 요인은 리수인 기수와 우수임을 알 수 있다. 이 점을 리수론자들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2.『주역』성립의 리수적 근거
「계사전」에서『주역』의 팔괘가 생겨난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한 곳이 셋인데27) 그 가운데에서『주역』 성립의 내면적 근거를 규정한 것이 「계사전」의 ‘역유태극장’이다.
27)
1.「계사전」上9장:十有八變而成卦, 八卦而小成(천지지수장에서 시초점으로 생성).
2.上11장:易有太極, 是生兩儀, 兩儀生四象, 四象生八卦(태극양의사상에서 8괘가 생김).
3.下2장:古者包犧氏之王天下也....於是始作八卦(복희씨가 8괘를 그림).
"역에 太極이 있으니, 이것이 兩儀를 生하고, 양의가 四象을 생하고 사상이 八卦를 生한다.28)
28) 「계사전」상 11장: 易有太極, 是生兩儀, 兩儀生四象, 四象生八卦.
태극에서 양의와 사상을 거쳐 팔괘가 나온다는 구절의 의미에 대해 이는 시초점을 말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논자는 이 구절이 천지만물의 생성 과정을 나타내는 말이고 그것을 역괘의 발생으로 압축 환원하여 설명한 것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역유태극장은 역괘의 발생 과정을 나타냈기 때문에 시초점을 말한다는 주장과 배치되지 않고 오히려 그런 주장을 포괄한다고 생각한다.
이 구절을 수의 연산으로 나타내면, 1-2-4-8이며 2의 3제곱으로 8괘의 생성 과정이다.
64괘는 1-2-4-8-16-32-64로 2의 6제곱이다. 이 과정은 2배[곱절-加倍]의 연속이다.
이런 수적 연산법칙이 역 생성의 근저에 있다는 것을 소강절이 최초로 발견하였기에 정명도(程明道,1032~1085)는 소강절의 수법을 가일배법(加一倍法)29)이라 고 한 것이다. 이 법이『주역』성립의 리수적 근거이다.
역유태극장을 가일배법이란 연산법칙으로 이해한 것은 소강절의 탁견이다. 소강절은 만물의 생성은 뿌리에서 줄기로, 줄기에서 가지로, 가지에서 잎으로 뻗어가듯 배수로 무한히 뻗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고, 만물의 생성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역이므로 「계사전」에서 이것을 언명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말은 비유적인 표현이지 실제로 만물이 그렇게 무한정 늘어간다는 뜻은 아니다.
이는 오늘날 보면 간단한 것 같지만 당시에는 누구도 생각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주희는 역의 강령이자 공자가 발명(‘발견’이 더 정확함)한 복희역이라고 아래와 같이 극찬하여 말한다.
29)『송원학안』: 堯夫之數, 只是加一倍法. 주희는 이를 ‘一分爲二法’이라고 했다.
"*이것을 미루어 보면 4에서 8, 8에서 16, 16에서 32, 32에서 64, 백, 천, 만, 억의 무궁함에 이르게 된다.
비록 그것이 본뜬 그림에 나타나 보여 마치 선후가 있고 인위적으로 나온 것 같으나 정해진 형상이나 이루어진 형세는 혼연한 가운데 이미 갖추어져 있으니 그 사이에는 조금도 인위적인 생각이나 작위를 용납하지 않는다.(이것을)정명도의 이른바 ‘가일배법’ 한 마디로 요약했다.
30)『역학계몽』:
*自是而推之, 由四而八, 由八而十六, 由十六而三十二, 由三十二而六十四, 以至於百千萬億之無窮.
雖其見於摹畫者, 若有先後而出於人為. 然其已定之形已成之勢, 則固已具於渾然之中, 而不容毫髪思慮作為於其間也. 程子所謂加一倍法者, 可謂一言以蔽之.(앞 문장)
**‘태극-양의-사상-팔괘’ 이것은 역학의 강령이고 역서의 제일의 의의로 공자가 발명한 복희역의 자연적인 형체이다. 공자 이후 천 년간 전해지지 않다가 오직 소강절과 정명도 두 분만 이를 알았다.30)
**太極兩儀四象八卦, 此乃學易綱領, 開卷苐一義, 孔子發明伏羲畫卦自然之形體.
孔子而後千載不傳, 惟康莭明道二先生知之.(뒷 문장)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가일배법은 선천역인 복희역의 생성 근거라는 점이다.
복희역은『주역』에 나오는 말이 아니다.『주역』에는 복희가 괘를 그었다는 말뿐이다. 그런데 주희는 이 말을 근거로 공자가 복희역을 발명했다고 한다. 주희의 이런 주장은 소강절의 선천역학을 수용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주희가 어떻게 당시 도가의 혐의가 있는 신학설인 선천역학을 수용하고 그 핵심이론인 가일배법을 이렇게 극찬할까? 그것은 역의 생성 근원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주희가 기존 역학자(정이천 포함)에게 가진 불만 중에 하나는 역의 근원에 대해 해답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채원정을 만나서 소강절 역학을 접하고 난 뒤 비로소 역의 근원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었다.31)
이런 요인이 선천역학을 받아들이게 된 계기라고 추론한다.
소강절 역학을 선천역학이라고 하는데 역을 선천역과 후천역 둘로 나눈다.
통행본『주역』은 문왕역으로 후천역이고, 후천역의 근원지는 복희역인 선천역이라는 것이다.
둘 사이는 선천역이 체이고 후천역이 용인 체용관계로 본다.
둘의 내용을 보면 64괘의 괘상은 같되 64괘 배열순서가 다르고 괘효에 계사(繫辭)의 유무만이 다르다. 이 이론은 여러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지만 주희가 채택했고 그 이후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주희는 선천역학의 이론으로 기존역학이나『주역』에 부족한 역의 성립과 근원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있었기에 『역학계몽』에서 선천 역학의 내용을 후천역과 더불어 자세히 밝히고 있다.
가일배법은 선천역학을 관통하는 중요한 법칙이지만 정작『황극경세서』에는 그런 말이 없다. 오히려『역학계몽』에서 가일배법이 언급된 이후 그것이 역괘 성립의 요체 이론으로 부각되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가일배법이란 리수적 연산법칙이 역의 성립의 내면적 근거인 역유태극장을 거꾸로 지탱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과연 선천역의 리수적 근거인 가일배법이 후천역인『주역』성립의 리수적 근거가 될 수 있는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64괘 자체는 선천역이나 후천역이나 동일하며 그 생성 과정은 가일배법인 역유태극장 하나뿐이고 다른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것은 64괘의 배열순서가 다르고 괘효사가 첨가되었다는 것이 다르다. 이 다른 점이 문왕의 작품이기에『주역』을 문왕역이자 후천역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희는 소강절의 주장을 따라 “64괘는 복희 때 일시에 (가일배법을 통해) 다 나왔다”라 하면서 문왕이 8괘를 보고 64괘를 만들었다는 주장을 부정한다. 또 정이천이 말하는 “64괘는 모두 건곤으로부터 왔다”32)는 주장도 비판하며 수용하지 않는다. 결국『주역』의 64괘는 복희가 가일배법이란 리수적 법칙으로 한 번에 모두 다 그었고, 말은 문왕이 붙이고 괘서(卦序)를 다시 조정했다는 것이다.
31) *주희의 정이천에 대한 불만은 다음의 글에서 알 수 있다: 但程子説聖人始畫八卦, 不知聖人畫八卦時, 先畫甚卦, 此處便曉不得.(『주자어류』67권) **채원정의 소강절에 대한 평가: 自秦漢以來, 一人而已耳.(성리대전본『황극경세서』, 542쪽)
32)『주역전의대전』元, 학민문화사, 142~144쪽.『주역전의대전』亨, 학민문화사, 337쪽.
3.『주역』속 리수의 본보기
『주역』에서 확인할 수 있는 리수의 본보기로 설시법(渫蓍法)을 들 수있다.
주희가 채원정과 함께 역학에 끼친 공로 중에 하나가 서법(筮法)의 정리이다. 「계사전」에 다음의 말이 있다.
1. 大衍의 數가 50이고, 그 씀은 49이다.
이를 나누어 둘로 만들어 兩儀를 상징하고, 하나를 걸어서 三才를 상징하고, 넷으로 세어 四時를 상징하고, 남는 것을 손가락에 끼워 윤달을 상징하니, 5年에 윤달이 두 번이므로 다시 손가락에 끼운 뒤에 거는 것이다.
33) 「계사전」상9장 대연지수장:
1.大衍之數五十, 其用四十有九.
分而爲二, 以象兩, 掛一, 以象三, 揲之以四, 以象四時, 歸奇於扐, 以象閏, 五歲再閏, 故再扐而後掛.
2. 乾의 策數가 216이요 坤의 策數가 144이다.
그러므로 모두 360이니, 1年의 日數에 해당하고, 上․下두 편의 策數가 11520으로 만물의 數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네 번 경영하여 易을 이루고 18번 變하여 卦를 이루어서 八卦의 소성괘를 이룬다.33)
2.乾之策二百一十有六, 坤之策百四十有四,
凡三百有六十, 當期之日, 二篇之策, 萬有一千五百二十, 當萬物之數也.
是故四營而成易, 十有八變而成卦, 八卦而小成.
주희는 대연지수의 생성처로 「하도」의 중궁을 들고 있으며 50수는 중궁수 5와 10의 곱으로 생긴다고 본다. 『주역』의 점서법도 결국 「하도」를 기초로 해서 나온다는 논리이다.
대연지수에 대한 이런 논리는『주역본의』와『역학계몽』에서 동일하게 전개한다.
그는 6,7,8,9 사상수(四象數)에 대해서 “사상수는 하늘과 땅 사이의 저절로 그러한 이치이다. 그것은 「하도」와 「낙서」에 각각 정해진 자리가 있기에 성인이 괘를 그으매 양의로부터 생겨나 획이 있어 그 상을 보고, 그 자리가 있어 차례를 정하며,수가 있어 그 속을 누적하여 그것이 사상의 수가 된지 오래다”34)라 하며 사상수는 획을 긋기 전에도 상수가 있어서 성인은 그것을 자연스럽게 본떠 그렸지 시초를 헤아려 안배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고 했다. 즉 사상수도 자연의 이치에 나온 저절로 그러한 수[自然數]라는 것이며『주역』에 나오는 리수라는 말이다.
50을 서법에 사용한다는 것은 시초라는 풀의 줄기 50개를 점서의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50개의 시초 중에서 49개만 쓰고 쓰지 않는 1은 태극을 상징한다고 한다. 즉 1은 태극이라는 의미를 지닌 리수인 것이다. 여기서 1이 태극인 것은 시초점에 한해서이다.
「하도」에서는 중궁의 5,10을 태극이라 여긴다. 태극은 원래 태초로 만물 생성의 근원이자 조화의 밑바탕을 의미한다. 따라서 시초점의 경우 50에서 1을 제외하지 않으면 점이 이루어질 수 없고 「하도」의 경우 중궁 수를 제외하면 생수 성수의 구분과 양의 사상 및 천지지수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는 대연지수 50에서 49가 나오는 근거에 대해 “대연지수 50은 천지지수 55에서 오행수 5와 천1을 제외한 49를 사용한다는 이것이 한 설이다”라고도 하여 오행과도 연결시키면서 다양한 해석을 시도한다.35)
시초점에서 시초를 넷으로 세는 ‘4(揲四)’는 사계절을 의미하는데 이것과 시책의 남은 것을 돌려 끼우는[歸奇於扐] 세윤(歲閏)은 설시법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한다.
설시법은 천지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이 자신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신명을 묻는 점서법이다. 이때 현재의 인간과 미래의 일 사이에 존재하는 차원의 어긋남―미래의 우주와 현재의 개인 사이에 존재하는 시공간상의 간극―을 천문역수(天文曆數)의 원리에 맞게 보정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 일은 미래의 신명과 현재의 절심함의
접점을 모색하는 것으로 그것을 사계절과 세윤이 수행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리수가 지닌 통신(通神)의 기틀이라 할 수 있다.36)
시초점이 리수를 근간으로 하고 그 자체 리수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1, 5, 50의 세 수에서 확연하다.
먼저 1은 시초점의 시종(始終)이자 점서의 모든 과정을 장악하는 근본 수이다.
5는 생수에서 성수로 넘어가는 변화의 기점이자 음양의 기수(氣數)인 2와 3의 합이다. 또한 사상수가 이루어
지는 변곡점이다.
50은 시초점에서 묻는 모든 의문의 총량의 범위이다.
세상의 어떤 이의 의심도 모두 50개의 시초에서 이루어진다.
말하자면『주역』은 시초 50을 뛰어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시초점에 사용되는 기우수는 근원으로부터 세세한 데 이르기까지 그 이치를 드러내는 것으로 리수의 본보기임에 틀림없다.37)
34)『회암집』권66, 「雜著ž蓍卦考誤」.
35)『주자어류』권75: 大衍之數五十, 以天地之數五十有五, 除出金木水火土五數幷天一, 使用四十九, 此一說也.
36) 渫蓍法에서 占者의 행위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처음 3가지 행동 즉 시초 50개에서 虛1, 分二, 掛1로 태극-천지-천지인을 상징하는데 이는 占版[體]을 세우는 것이고, 그 다음은 2가지 행동 즉 渫4, 歸扐은 時空의 차이를 해소하는 曆數의 작용으로 占通[用]이라 할 수 있다. 曆數는 천문의 이치를 담았기에 리수임이 분명하다.
37) 渫蓍法은 易이 성립되고 난 뒤 卦를 구하는 점서법이다. 역이 성립되기 전에 설시법이 먼저 있지 않았다. 더욱이 역은 설시법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일찍이 주희가 지적했다. 이는『주역』전부가 리수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역은 리수에서 비롯되었고 점서법도 리수이론을 기반한 설시법으로 이루어져서 역은 전부 리수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Ⅳ. 리수의 속성
이치를 품은 수를 리수라 했는데 이 리수가『주역』속에서 기둥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까닭은 몇 가지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 속성은 크게 보면 근원성, 상징성이라 할 수 있고 부수적으로 정합성과 무한성을 들 수 있다. 그 속성을 살펴본다.
먼저 ‘근원성’에 대해서이다. 수에 만물의 근원성이 있다는 것이 그 요지이다.
장행성은 그의 『역통변(易通變)』에서 “천지만물이 생기는 것은 모두 수에 근본을 두고 있다(天地萬物之生, 皆祖于數)”라 했다. 그가 말하는 것은 수에는 만물 생성의 근본원리가 함유되었다는 뜻으로 리수를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복희씨가 태극으로 역을 짓고 신농씨가 곡식을 심고 황제가 책력을 제정하고 기백이 의술을 논하고 영륜이 율려를 짓는 것도 리수로써 사람에게 보인 것38)이라 했다. 이는 리수의 근원성과 함께 그 공능에 대하여 한 말이다.
채침은 그의『홍범황극내편』에서 “어둡고 아득한 사이 조짐이 있기 전에 수가 근원하였다(溟漠之間, 兆朕之先, 數之原也)”라 하면서 수가 만물의 근원임을 주장하는데 이는 고대 서양의 피타고라스를 연상시킨다.
그는 리와 수의 일체성에 대해 말하기를 “리가 시작되는 곳이 수가 일어나는 곳이다. 사물에는 법칙이 있으니 수란 천하 사물의 법칙을 다하는것이다(理之所始, 數之所起. 物有其則, 數者, 盡天下之物則也)”라 했다.
이처럼 수에는 근원성과 리와 일체성이 있다. 여기서 ‘근원성’이란 만물생성의 근본 원리를 수로 나타낼 수 있다는 뜻으로 리수의 속성을 나타내는 말인데, 그것은 수가 리와 일체성을 지녔기 때문에 가능하다.
다음은 상징성에 대해서다. 상징성이란 수도 상(象)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즉, 천지의 수 1~10까지에는 자연의 상징적 이치가 담겨 있다고 보는 것이다. 수는 ‘1’에서 비롯되는데 ‘1’이 처음 출현하고 뒤이어 ‘2’가 나오고 이 둘을 합하면 ‘3’이 된다. 수는 이 셋만으로 큰 가닥이잡힌 것이다.
이를 두고 소강절은 “3이 진짜 수이다”39)라고 했다. 여기서 ‘1’은 홀[奇]이고 ‘2’는 짝[偶]이다.
홀1은 혼자 혹은 처음이라는 뜻이고, 짝2는 둘 즉 1+1로 둘째 혹은 혼자가 아닌 쌍이라는 뜻이다. 홀1에 하늘[天]을, 짝2에 땅[地]이라는 상징과 물상이 주어지고 이에 상응하여 양(陽)과 음(陰)으로 의미하게 되었다.
동시에 양획(―)과 음획(― ―)의 부호가 주어졌다. 음양획의 부호가 수의 의미를 머금고 제일 먼저 출현했을
것이다. 즉, 이 두 획에서 수와 천지와 만상의 상징부호 체계가 시작되었다고 봄이 정확하다.
이렇게 수에 부여된 상징적 의미를 좀 더 자세히 보자.
1은 ‘일동일정지간’으로 태극이자 근본 혹은 수의 시작, 또는 도(道)이자 심(心)이기도하다.
1에는 ‘일자(一者)’로 유일의 의미로 존재의 시원이 추상되어 있고 만물과 만수를 포괄한다.
2는 천지, 양의, 음양, 짝, 둘째, 만물의 대칭적구조를 상징한다.
3은 천지인 삼재, 기수의 시작이자 진수(眞數)이다.
4는 사시(四時), 사상(四象), 사방(四方) 혹은 만물의 4분법적 구분 틀, 그예로 설시법에서 4로 설시하는 것이나 소강절의 사부법 등에서 4의 상징성을 알 수 있다.
5는 천(天)의 중수(中數), 오행(五行) 혹은 중이자 변화의 중심.
6은 지(地)의 중수, 성수의 시작, 노음.
7은 율수에서 칠조(七調), 12진에서 절반에서 회복되는 지점, 소양.
8은 역괘의 기본수, 소음.
9는 기수의 끝, 구실, 구궁, 노양.
10은 전수(全數), 수의 종결이자 공간의 총합 등이다.
이를 통해 괘효상에는 반드시 수가 함유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양획(−)은 기수이자 1 혹은 3, 음획(− −)은 우수이자 2를 뜻한다. 이를 자세히 보면 양획은 끊어지지 않고 하나로 이어져 1이지만 3등분 할 수 있는데 그 가운데 1/3을 비운 것이 음획이다.
그래서 양획은 1이자 3일 수 있고 음획은 2이다.
이 논리는 원(圓, 陽)은 지름1에 둘레3이고, 방(方, 陰)은 지름1에 둘레4이지만, 양은 전부 쓰고 음은 반을 쓰니 양3 음2가 된다는 천원지방론과 삼천양지론의 다른 표현이다.
혹자는 생수 1,2,3,4,5에서 기수 1,3,5의 합(삼천) 9와 우수 2,4의 합(양지) 6으로 삼천양지를 설명한다.40)
이런 과정으로 건괘 3획(☰)은 9, 곤괘 3획(☷)은 6이 되고, 이를 근거로『주역』의 대표인 건곤을 수로 나타내면 9,6이고 줄여서『주역』은 9,6이라 함을 알 수 있다.
음양은 서로를 함유하여[互藏其宅] 서로를 생기게 하므로 양의 3 속에 음의 4가 들어 있고, 음의 4속에 양의 3이 들어 있어서 3×4=12가 되어 음양 건곤의 공통 수가 된다. 그래서 소강절은 “수는 12에서 일어난다(數以十二而起)”라 했다.
이상을 통해 1이 ‘일동일정지간’이자 태극으로 천지자연의 기원과 천지 자체를 상징함을 알 수 있고, 1,3,5,7,9는 기수로 천지음양에서 양적인 모든 것을, 2,4,6,8,10 우수를 통해 음적인 모든 것을 상징하여 ‘명리’의 기능을 수행함을 알 수 있다. 또한 6,7,8,9 사상의 수는 설시법의 절대적 구성요소로 자리 잡아 ‘통신’의 기능도 함께 수행함을 알 수 있다.
정합성이란 수와 수 사이에 일어나는 가감승제에 의한 수의 변화법칙은 자연의 객관법칙처럼 정확하고 항상 일정하다는[不變] 것이다. 상은 불변과 상변의 연속이다. 천지사이에 존재하는 만물[器物]은 시시각각 그 형태가 변하면서도 다시 본래의 형태로 돌아오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이처럼 상변과 불변이 혼재된 만물의 형상을 상징물인 괘효상으로 대체시킬 때 수의 정합성이 필요한 것이다. 수의 무한성은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극한의 두 요소인 극대와 극소는 ‘크다’와 ‘작다’라는 언어적 표현을 뛰어넘을 수 없지만, 수는 무한대를 논리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천지인물의 복잡다단함은 말로는 어렵지만 수로는 나타낼 수 있다. 기우수 1~10으로 태극으로부터 무한의 우주까지 표시해 낼 수 있다.
38) 『역통변』권12: 自伏羲畫卦以用太極, 神農植谷以用元氣, 于是黃帝制曆....其餘...岐伯論醫, 彾倫造律, 皆以理數而示人也.
39)『황극경세서』「관물외편」. 여기서 소강절이 말한 ‘3’의 의미는 ‘3’을 1,2,3 전부를 포함할 수도 있고 ‘3’만 지칭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1은 수가 아니지만 수의 시작이라 했고 진정한 기수(홀수)는 3부터 시작한다고 하기 때문이다.
40) 삼천양지이론에 대해서는 김상섭,『내눈으로 읽는 주역』. 역전해설. 지호. 2012, 923∼925쪽 참조.
Ⅴ. 맺음말
이상에서『주역』속 리수의 함의를 송대 선천역학자를 중심으로 살펴 보았다. 리수이론은 명대나 청대에 와서는 큰 발전은 없었다. 따라서 리수에 대한 이론은 송대 선천역학과 맞물리면서 꽃피웠다고 할 수 있다.
선천역학은 소강절의 심법론과 관물론의 소산인 바,『주역』경전에 없는 ‘역외별전(易外別傳)’이라 할 수 있고, 또한 역의 체계를 2원화한 장본인이어서 논란을 야기한 이론이다.
지금은 역에 선천역과 후천역이 있으며 선천역은 복희역, 후천역은 현본『주역』이라는 점을 어느 정도 수
긍하고 있다. 물론 그 반대도 있다. 수긍하는 이유는 선천역학이 역의 근원과 성립과정을 간명하게 설명하고 또 일목요연한 체계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천역학을 통하여『주역』의 근원에 비교적 수월하게 도달할 수 있다. 그것에 도달하는 지도가 바로 「하도」 및 「선천도」이지만 이런 그림에 대한 독해는 리수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따라서 리수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앞에서 보았듯 ‘리수’란 이치를 함유한 수라는 뜻인데 구체적으로 1~10까지 기우수에 천지자연의 이치가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건데 단순한 수로 말하면, 1+1=2가 되는 것은 산수(算數)이다. 그러나 1=100 혹은 1=무한대 또는 1000-1=0이 성립될 수 있음을 리수로서 알 수 있다.
리수로서 1(一者)에는 태극으로 태초란 근원적 의미가 상징되어 있다. 1에서 천지만물과 만수가 나왔고 그것을 되돌려 원점에 수렴시키면 1로 돌아간다. 1은 천하의 어떤 수라도 맞먹을 수 있고, 어떤 수도 1을 넘을 수 없다. 따라서 앞의 역설같은 예시가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하도」 중궁의 5,10으로 말하면 이 수가 없으면 성수(成數)가 될 수 없고 수의 전부를 이룰 수도 없고 역도 지을 수 없다. 「선천도」의 건1~곤8으로 말하면 태극-음양에서 가일배하여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선천8괘의 수이다. 이런 것이 수가 단순히 산수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천지의 이치를 담은 리수가 되어 역의 근원이 되는 이유이다.
『주역』에서 리수가 내재된 곳이 「계사전」에 언급된 「하도」, 천지지수, 역유태극장, 대연지수와 설시법 등이다.『주역』에 내재된 리수의 핵심은 가일배법이며 이는 「계사전」의 역유태극장에 나타나 있다.
가일배법은 기우수의 가배적(加倍的) 연산법칙이다. 주희는 이를 일러 “역의 조상(易之宗祖)”, “역의 핵심(易之心髓)”이라 했다. 설시법은『주역』속 리수의 본보기로 명리(明理)와 통신(通神)의 기능이 리수를 통하여 수행됨을 알았다. 『주역』에서 언급하는 천지지수 1~10까지에는 근원성과 상징성 및 정합성과 무한성을 그 속성으로 함유되어 있다. 이런 성질이『주역』의 수를 리와 동의어로 만드는 기제이며『주역』을 생성시키는
근본요소로 작용함을 본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리수의 심층연구와 응용을 통해 송대와 조선의 학자들은 자신의 학문을 다방면으로 발전시켰다. 리수로 역사서를 새로 쓰고, 수학에다 접목시키고, 천문학과 음운학 및 음악의 소재로 활용한 것이 그 예인데 이는 후학 연구의 몫이다.
그러면 오늘날『주역』속 리수 탐색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나? 당장 어떤 것을 얻을 수는 없지만 리수에 대한 개념조차 흐릿한 현실에 본글을 통해 그 뜻과 중요성이 부각되면 이를 계기로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문학적 가치 제고에 일조하리라고 기대한다. 인문학적 가치는 학문의 통섭과 인식의 지평을 넓혀서 영감과 감성을 일깨우는 청량제와 같은 것이다. 역학은 용광로와 같아서 무엇이던 담아 녹일 그릇이 될 수 있다.
리수의 현대적 연구로 인문학적 가치를 제고하려면 역에 내재된 리수를 깊이 성찰한 선학들의 자료를 토대 삼고 인접 유관 학문과 연계하여 시대가 요구하는 그 무엇을 찾아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 해답은 연구 결과물을 축적하고 손질한 뒤 후속 논문으로 밝힐 것을 기약한다.
☯ 논문접수일: 2015.1.31 / 심사개시일: 2015.2.5 / 심사확정일: 2015.2.13
<참고 문헌> -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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