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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지혜) 1

rainbow3 2019. 9. 20. 11:34


탈무드(지혜) 96편 

 

1.못생긴 그릇
2.목동과 다윗
3.삶은 달걀에서 나온 병아리
4.인생의 비결
5.은혜를 배반한 뱀
6.혀
7.공로자
8.머리가 둘인 인간
9.가장 큰 재산
10.솔로몬과 황금의 성
11.진짜 어머니
12.솔로몬의 재판
13.참다운 이득
14.말을 훔친 베니야
15.시바 여왕의 수수께끼
16.탑 속에 갇힌 솔로몬의 공주
17.솔로몬의 유혹을 이긴 여인
18.배고픈 여우
19양치기 모세
20.꼬리와 머리
21.가장 강한 신랑
22.희망
23.목숨을 희생한 개
24.천 데나리온을 주고 산 개구리
25.파묻힌 솔로몬의 보물
26.생명을 구해 주는 풀
27.당나귀와 다이아몬드
28.사자와 가시
29.동물들의 언어를 배운 남자
30.새가 남긴 교훈
31.족제비와 우물이 지켜준 맹세
32.악마의 선물
33.입을 쓰지 않는 이유
34.노예로 팔린 엘리야
35.누구의 신앙이 옳은가
36.유태인의 현명함
37.훗날을 위한 나무심기
38.어떤 농부

39.효도
40.시몬과 팔십 명의 마녀
41.갈비뼈 도둑
42.저주받은 첫날밤
43.진짜 아들은 누구일까
44.메시지 전달법
45.분실물
46.현자가 된 양치기
47.무식한 아키워와 당나귀
48. 교육
49.간음한 자는 돌로 쳐라
50.기도를 하고 있는 유태인

 


1.못생긴 그릇

 

매우 총명하지만, 얼굴 생김새가 추한 한 사람의 랍비가 로마황제의 왕녀와 만났다. 왕녀는 그의 추한 생김새와 지혜로움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비꼬아서 말했다.
"뛰어난 총명이 이런 못생긴 그릇에 들어 있군!"
랍비는 "왕궁 안에 술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왕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무슨 그릇에 들어있습니까?"라고 거듭 물었다.
왕녀가 "보통의 항아리라든가, 술병 같은 그릇에 들어 있죠."라고 대답했다. 랍비는 놀란 체하며 말했다.
"로마의 왕녀님같이 훌륭하신 분이 금이나 은그릇도 많이 있을 텐데 어쩌면 그런 보잘것없는 항아리를 쓰시다니!"
이 말을 들은 왕녀는 싸구려 항아리에 들어 있던 술을 금이나 은그릇에 넣었다. 그러자 술맛은 변해서 맛이 없게 되었다.
왕이 화를 버럭 내며 "누가 이런 어리석은 짓을 했느냐?"라고 묻자 왕녀는, "그렇게 하는 쪽이 알맞다고 생각해서 제가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랍비가 있는 곳으로 가서 랍비에게 "당신은 어째서 내게 이런 일을 권했습니까?"라고 말하며 화를 냈다.
랍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나는 단지 당신에게 대단히 귀중한 것이라 할지라도 싸구려 항아리에 넣어두는 쪽이 좋을 경우가 있다고 가르치고 싶었을 뿐입니다."
아무리 선인이라도 입버릇이 나쁜 사람은 훌륭한 궁전 이웃에 있는 악취가 심하게 풍기는 가죽 공장과 같다.

 

 

2.목동과 다윗

 

사울 왕 시대에 한 남자가 젊은 아내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그곳의 영주는 전부터 이 젊은 여인을 탐내오던 참이라, 남편이 죽자 여인을 자기 집으로 불러들이려고 했다. 그 뜻을 따르고 싶지 않았던 여인은 영주 몰래 고행을 떠나기로 작정했다. 그녀는 가지 돈을 몇 개의 항아리에 나누어 담고는 그 위에 꿀을 채웠다. 그리고 증인이 보는 앞에서 죽은 남편과 가장 절친한 친구에게 항아리를 맡기고는 다른 고장으로 떠나버렸다.
그녀가 그 고장을 떠나고 얼마 후, 여인의 꿀 항아리를 맡았던 사람의 아들이 결혼을 하게 되어 갑자기 꿀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는 지난번에 맡아 두었던 꿀단지가 머리에 떠올라 지하실로 내려가 뚜껑을 열어 보았다.
항아리 안에는 꿀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런데 꿀을 조금 떠내니 그 밑에는 금화가 가득 빛나고 있지 않은가. 다른 항아리에도 역시 금화가 들어 있었다.
그는 돈을 모두 쏟아내고, 새로 꿀을 사서는 항아리마다 가득 가득 채워 넣었다.
시간이 흘러 그 고장의 영주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여인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맡겼던 항아리를 다시 찾으려고 했다.
그러자 이 나쁜 사람은 "내가 꿀을 맡을 당시의 증인이 보는 앞에서 항아리를 받아 가는 것이 좋겠소."라고 대답했다.
여인은 곧 증인을 데려왔고, 죽은 남편의 친구는 그 증인 앞에서 항아리를 돌려주었다. 집에 도착한 여인은 뚜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금화가 없어진 것을 알고는 너무나 억울하여 울면서 재판관에게 하소연하였다.
재판관은 여인에게 물었다.
"그 항아리에 돈이 들었다는 걸 아는 증인이 있는가?"
"없습니다. 저만 아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나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구나, 사울 왕께 가보아라. 그분이라면 혹시 너에게 힘이 되어 주실 지도 모르겠다."
여인은 사울 왕을 찾아갔다. 왕은 상급 재판소로 가서 판결 받도록 명했다.
그러나 상급 재판관도 역시 항아리에 돈이 들어있음을 증언해 줄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저는 금화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모르고 있는 것을 다룰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증인이 있어야만 재판을 할 수 있다. 아무도 모르고 있는 것을 다룰 수는 없다."
재판관의 냉정한 말에 여인은 낙심하여 물러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여인은 훗날 왕이 된 다윗을 만나게 되었다. 다윗은 그 무렵 양을 치는 목동이었으나 지혜롭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여인은 억울한 사연을 목동에게 털어놓았다.
"증인이 없다고 법정에서 재판을 해주지 않습니다. 제 이야기를 듣고 어느 편이 옳은가를 말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왕에게 가서 다윗이 재판을 해도 되겠느냐고 승낙을 받아 오십시오 만일 왕께서 허락하시면 제가 최선을 다해 시비를 가려 드리지요."
다윗의 말에 여인은 다시 사울 왕을 찾아갔다.
"왕은 그 소년을 불러도 좋다고 허락했다. 여인은 목동을 왕 앞으로 데리고 왔다.
"그대가 재판을 해보겠다고?"
"허락하여 주신다면 힘써 해보겠습니다."
"좋다. 해보도록 하라."
다윗은 고소당한 남자를 재판정으로 불렀다. 그리고는 호소한 여인에게 문제의 항아리를 가져오라고 말했다. 여인이 그 항아리를 가져오자, 다윗은 먼저 여인에게 질문을 했다.
"이 항아리가 틀림없는가?"
"틀림없습니다."
다음엔 고소를 당한 남자를 향해서 똑같은 질문을 했다.
"이 항아리가 저 여인이 맡겨 두었던 항아리임에 틀림없는가?"
"틀림없습니다."
다윗은 그곳에 대기하고 있던 하인에게 빈 그릇을 가져오라고 명해서는 꿀 항아리 속에 들어 있는 꿀을 모두 빈 그릇에 쏟아 넣었다. 그리고 나서 빈 항아리를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하나하나씩 두들겨 깨뜨렸다. 그리고는 그 깨진 조각들을 조심조심 살펴보았다. 그러자 항아리 파편들 속에서 금화 두 닢이 발견되었다. 꿀이 굳어 항아리 밑바닥에 붙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다윗은 즉시 거짓말을 한 남자를 향해 명령했다.
"당신이 맡았던 돈을 어서 이 여인에게 돌려주시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 재판 소식을 전해 듣고는 다윗의 지혜로움에 다시 한 번 탄복을 했다.
자기를 아는 것이 최대의 지혜이다.

 

 

3.삶은 달걀에서 나온 병아리

 

어느 날, 다윗 집안의 아이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 메뉴에 삶은 달걀이 나왔는데 여러 아이들 중 한 아이가 배가 고픈 것을 못 참고 얼른 자기 몫으로 나온 달걀을 먹어 치우고 말았다.
이윽고 다른 아이들이 달걀을 먹기 시작하자 자기 접시만 텅 비어 있는 것을 쑥스러웠던 아이는 옆에 앉은 아이에게 달걀 한 개만 빌려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자 옆에 앉은 아이는 빌려주긴 하겠는데 그 대신 조건이 있다고 말했다.
"빌려준 달걀을 내가 돌려 달라고 할 때, 그 달걀뿐만 아니라 그 동안 그 달걀이 내게 주었을 이익까지 전부 계산하여 돌려준다고 약속한다면, 내가 달걀을 빌려주지.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을 증인으로 하고 내 의견을 따를 수 있겠니?"
"틀림없이 그렇게 하지."
순간을 모면하려고 약속은 그렇게 했지만 달걀을 빌렸던 아이는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빌려주었던 달걀을 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때 빌린 달걀이 하나였지? 여기 있어."
그러나 달걀을 빌려준 아이는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그것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왜 하나야? 그보다 훨씬 많잖아"
의견이 서로 달라진 두 아이는 다윗에게 시비를 가려 달라고 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다윗 앞에 나아간 두 아이는 달걀을 빌렸을 때의 상황을 설명하고는 자신들의 의견까지 덧붙여 말했다.
"그러니까 저는 달걀 한 개가 아니라 그 동안 그것이 만들어 냈을 이익까지 전부 받아야겠습니다."
두 아이의 말을 듣고 다윗 왕은 달걀을 빌린 아이 에세 빌렸던 것을 전부 갚으라고 말했다.
"만약 그 동안의 것까지 쳐서 모두 갚는다 해도, 저는 그것아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으며 대체 얼마를 갚아야 되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빌려준 아이는 다음과 같이 계산을 한 결과를 말했다.
"첫해에는 달걀에서 병아리 한 마리가 부화되어 나옵니다. 그 병아리가 두 번째 해에는 열 여덟 마리의 새끼를 치게 되죠. 세 번째 해에는 열 여덟 마리의 병아리가 커서 각각 열 여덟 마리의 새끼를 낳을 것 아닙니까. 이런 식으로 매년 계산하다 보면...."
그러고 보니 그것은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달걀을 빌린 소년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난처해하며 법정을 나왔다. 마침 솔로몬이 법정밖에 있는 것을 본 소년은 솔로몬에게 자기의 딱한 사정을 모두 이야기했다.
"그래, 왕께서는 어떻게 심판하셨느냐?"
"저에게 달걀 한 개에서 생길 수 있는 이익을 전부 갚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엄청난 숫자의 닭을 제가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소년의 말을 듣고 난 솔로몬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잠시 후, 그 소년에게 좋은 지혜를 일러주었다.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잘 될 거야. 밭에 가서 있다가 대왕의 군대가 지나갈 때, 삶은 콩을 심고 있다고 대답해야 해. 너의 대답을 들으면 아마 병사들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의아하게 생각하여 되물을 것이야. 그러면 '삶은 달걀에서 병아리가 나온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라고 대답하란 말이야."
소년은 즉시 밭에 나가 솔로몬이 말해준 대로 밭이랑에 콩을 심기 시작했다.
아니나다를까, 그곳을 지나던 병사들이 궁금해서 물었다.
"뭘 심고 있는 거냐?"
"삶은 콩을 밭에 심고 있습니다."
"삶은 콩을? 삶은 콩을 밭에 심는다고 싹이 돋아 나온 다더냐? 별소릴 다 듣겠네."
소년은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대답하였다.
"그러면 삶은 달걀이 부화되어서 병아리가 되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습니까?"
병사들이 지나칠 때마다 똑같은 내용의 질문과 대답이 오고가는 사이에 이 이야기가 어느새 다윗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왕은 곧 소년을 불렀다.
"그렇게 행동한 것은 네 생각이었느냐?"
"네, 그렇습니다."
소년은 그렇게 대답했으나 왕은 틀림없이 솔로몬이 지혜를 빌려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년에게 재차 묻자, 소년은 사실은 솔로몬이 일러준 것이라고 진 식을 털어놓았다.
왕은 솔로몬 왕자를 불러 달걀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겠느냐고 물었다.
"제 생각으로는, 이 아이는 달걀 한 개만 되돌려 주면 될 것 같습니다. 물에 삶은 달걀은 결코 병아리가 될 수 없는 법이니 말입니다."
소년은 솔로몬 덕분에 달걀 한 개만 돌려주는 것으로 이 재판을 매듭짓게 되었다.

판사는 반드시 진실과 평화의 양쪽을 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만 진실을 구하면 평화는 혼란에 빠진다. 그래서 진실도 파괴하지 않고 평화도 지킬 수 있는 길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타협이다.

 

 

4.인생의 비결

 

장사꾼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는 "인생의 비결을 살 사람 없습니까?"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다녔다. 온 동네 사람들이 인생의 비결을 사려고 모여들었다.
그 가운데에는 랍비도 몇 사람 있었다. 모두 모여들어 서로, "내가 사겠다!"고 나서자 장사꾼은 말했다.
"인생을 참되게 사는 비결이란 자기 혀를 조심해서 쓰는 것이라오."

자기의 결점만을 걱정하고 있는 인간은 딴 사람이 가진 결점은 알지 못한다.

 

 

5.은혜를 배반한 뱀

 

어느 추운 겨울, 노인 한 사람이 길을 가다가 추위로 거의 얼어죽어 가는 뱀 한 마리를 보게 되었다. 자비로운 노인은 그 뱀이 불쌍하게 생각되어 조심스럽게 집어서는 자기 품속에 품어 주었다. 노인의 온기로 차츰 원기를 회복하게 된 뱀은 입장이 달라지고 보니 다른 생각을 품게 되었다. 드디어 완전히 힘을 되찾게 되자 뱀은 생명의 은인인 노인의 몸을 둘둘 감아 죄어 죽이려고 했다.
놀란 노인은 뱀에게 큰소리로 꾸짖었다.
"이 나쁜 놈 같으니.... 네가 얼어죽을 것을 불쌍히 여겨 내가 살려 주었거늘, 감히 나를 죽이려 해! 이게 무슨 경우냐? 자, 함께 재판관 앞에 가서 따져보자."
"좋지. 그럼 누구를 재판관으로 세우지?"
"길을 가다가 우리가 맨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자를 재판관으로 삼자."
"조다."
노인과 뱀은 함께 길을 가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서 저쪽에서 황소 한 마리가 오는 것이 보였다. 황소를 불러 세운 노인은 황소에게 그 동안 일어났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노인의 말이 끝나자 뱀이 한마디했다.
"나는 당연한 일을 하고 있는 셈이네. 성서에도 나와 있지 않는가. '뱀과 여자의 후손은 원수가 되게 한다.'라고."
묵묵히 듣고 잇던 황소는 점잖게 판결을 내렸다.
"뱀의 말이 맞는 것 같군. 성경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다면 인간이 뱀에게 아무리 자비를 베풀었어도 뱀은 악하게 보답을 해도 좋을 것이오. 사실 그 동안 우리들은 너무 푸대접을 받아왔소. 나의 주인을 봐도 그래.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인을 위해 뼈빠지게 일을 하고 있는데, 주인은 내게 고마워 할 줄 모르거든. 주인 놈은 하루종일 놀면서 맛있는 음식만 골라먹고 내게는 찌꺼기조차 주는 걸 아까워하지. 또 잠자리는 어떻고, 자기는 따뜻한 침대에서 포근히 자면서 나는 마당에서 덜덜 떨면서 자든지 말든지 신경도 안 쓰거든."
황소는 처음엔 점잖게 나오다가 점점 흥분하여 욕을 내뱉기도 하는 등 과격한 말과 인간에 대한 불만만을 쏟아붓고는 자리를 떠났다.
노인은 황소의 엉터리 판결에 화를 내며 다시 뱀과 함께 계속 걸어갔다.
이윽고 이리 한 마리를 만나게 되었다. 노인은 또 이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재판을 해 달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이리는 노인과 뱀을 번갈아 보고 나서는 황소와 똑같은 판결을 내렸다.
역시 화가 난 노인은 다윗 왕에게 가서 재판을 받자고 뱀에게 말했다. 이윽고 다윗 왕 앞에 나선 노인과 뱀. 그러나 다윗 역시 노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려주진 않았다.
"성서에서도 말했듯이, 옛부터 뱀과 인간은 원수지간이다. 그러니 뱀이 너를 해친다 해도 나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노인은 눈물을 흘리며 다윗 왕 앞을 물러 나왔다. 그때 뜰 한편에 있는 우물가에서 혼자 놀고 있는 솔로몬 왕자가 노인의 눈에 띄었다.
그때 소년 솔로몬은 아버지인 다윗 왕의 지팡이가 우물에 빠졌기 때문에 수면에 돌을 던져 지팡이가 물위로 떠오르도록 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노인은 솔로몬의 그런 행동이 범상치 않음을 알아채고는 자신의 속사정을 이야기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저 왕자에게 내 사정을 이야기 해 봐야겠다. 어쩌면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해 줄지도 모르겠군.'
노인은 솔로몬에게 다가가 뱀이 자기에게 했던 못된 행동을 소상하게 얘기했다.
"아버님께 이렇게 다툰 이야기를 자세히 말씀드렸습니까?"
"물론 그랬습니다. 그러나 대왕님께서는 대왕님의 힘으로도 저를 구해줄 길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랬나요? 어디 우리 함께 아버님께 가봅시다."
그리하여 솔로몬과 노인 그리고 뱀은 다시 다윗 왕 앞에 서게 되었다.
"아버님, 아버님께서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무슨 까닭으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요?"
"성서의 가르침을 따르다보니 그렇게 밖에 판결을 내릴 수 없었느니라."
"아버님, 그러시다면 이 사건을 저에게 한 번 맡겨 주시겠습니까?"
솔로몬의 요청에 다윗은 잠시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아들의 총명함을 아는지라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먼저 솔로몬은 뱀을 향해 물었다.
"너는 왜 너의 생명을 구해준 사람에게 해를 끼치려고 하는 거냐?"
"그것은 아까도 말했지만 하나님께서 저에게 명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럼, 너는 성서에 나와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따르고 있느냐?"
"물론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너는 이런 말을 들어보았느냐? '서로 다투고 있는 두 사람은 재판관 앞에서는 반듯하게 서 있어야 한다'는 율법 말이다. 만일 네가 성서를 그렇게 존중한다면 너는 즉시 그 노인의 몸에서 떨어져 반듯하게 서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아, 그렇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뱀은 대답과 동시에 노인의 몸을 감고 있던 것을 풀고는 노인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솔로몬은 노인을 향해 판결을 내렸다.
"성서에 '여자의 후손이 뱀의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오'라고 기록되어 있으니 성서에서 명하는 대로 빨리 하시오!"
그러자 노인은 지팡이를 번쩍 치켜들어 뱀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그리하여 뱀은 배은망덕했던 죄로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6.혀

 

어느 랍비가 하인에게 시장에 가서 가장 맛있는 것을 사오라고 시켰다.
그러자 하인은 혀를 사왔다.
이틀쯤 지나서 랍비는 그 하인에게 오늘은 가장 맛없는 음식을 사오도록 명했다. 그러자 하인은 또 혀를 사왔다.
이상하게 여긴 랍비가 하인에게 물었다.
"너는 내가 맛있는 것을 사오라고 했을 때도 혀를 사왔고, 가장 맛없는 것을 사오라고 했을 때도 너는 똑같이 혀를 사왔다. 그 까닭을 말해 보겠느냐?"
그 하인의 대답은 이러했다.
"혀는 아주 좋으면 그보다 좋은 것이 없고 또 나쁘면 그보다 나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는 여섯 개의 쓸모 있는 부분이 있다. 그 가운데에서 세 가지 눈, 귀, 코는 스스로 다스릴 수 없는 것이고, 입, 손, 발 세 가지는 인간이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

 

 

7.공로자

 

어떤 임금님이 병이 들었다. 그 병은 세상에도 없는 희한한 병으로 "암사자의 젖을 먹으면 나을 수 있다."고 의사가 말했다. 그러나 어떻게 암사자의 젖을 구해 오느냐가 문제였다.
어떤 머리 좋은 사나이가 사자가 살고 있는 동굴 가까이에 가서 새끼 사자를 한 마리씩 암사자에게 주었다. 그리하여 10일째에는 암사자와 그는 퍽 친숙한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 임금님 약으로 쓸 젖을 조금 짜낼 수 있었다.
궁전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자기 몸의 여러 부분이 서로 싸우는 백일몽을 꾸었다. 몸 안에서 어느 부분이 가장 중요한가를 놓고 서로 다투고 있었다.
다리는 만약 자기가 없었더라면 사자가 있는 곳에 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눈은 보이지 않았더라면 이 장소에 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심장은 또한 자기가 없었더라면 도저히 여기까지 올 힘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혀가 다음 말을 주장했다.
"만일 말을 할 수가 없었더라면, 너희들은 아무런 쓸모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자 몸의 각 부분은 일제히 소리쳤다.
"뼈도 없고, 전혀 값어치도 없는 하찮은 부분인 주제에 건방진 말을 하지 말라!"
그런데 궁중에 사나이가 이르렀을 때, 혀는 "누가 가장 중요한가 너희들에게 알려 주고야 말 테다."라고 말했다.
임금님이 사나이에게 물었다.
"이 젖은 무슨 젖인가?"
그러자 사나이는 난데없이 말했다.
"개의 젖입니다."
앞서 일제히 나무라던 몸의 모든 부분은 혀가 얼마나 강력한 것인가를 알게 되어 모두 사과했다.
혀는 그들의 사과를 듣고 나서 다시 말했다.
"아닙니다. 제가 말을 잘못했습니다. 이것은 틀림없는 암사자의 젖입니다."
이렇듯 중요한 부분일수록 자제심을 잃어버린다면,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기는 법이다.

 

 

8.머리가 둘인 인간

 

어느 날, 죽은 혼령들의 왕인 아스모데우스가 솔로몬 왕을 찾아와서 물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다 불리우는 분이 바로 당신입니까?"
"주께서 그렇게 만드셨지요."
"제가 왕에게 여지껏 보지 못한 생명체를 보여드릴까요?"
"여지껏 보지 못한 생명체라니 무엇을 말하는지 정말 궁금하군요."
아스모데우스는 즉시 팔을 뻗쳐 땅밑에서 머리가 둘이고 눈이 넷 달린 인간을 꺼냈다. 그 인간을 보자 등골이 오싹해진 솔로몬 왕은 그 하계의 인간을 다른 방에 가두어 두도록 명령하고, 군대의 대장인 베나야를 불렀다. 그리고는 물었다.
"이 세상 밑에 인간이 살고 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느냐?"
"부왕의 고문으로 있었던 한 나이 많은 신하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나는군요."
"내게 그대에게 그 인간을 보여주겠다면 어찌할 텐가?"
"어떻게 그럴 수가.... 하계에 가려면 5백년도 더 넘게 여행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대왕이 시라도 그렇게 먼 나라에 가서 사람을 데리고 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자 솔로몬은 머리가 둘 달린 인간을 끌어오게 했다. 그 모습을 난생 처음 본 베나야는 얼른 손으로 눈을 가리며 부르짖었다.
"아니, 세상에 저렇게 생긴 인간이 다 있다니!"
싱긋 웃음을 띤 왕은 그제서야 기괴하게 생긴 인간을 향하여 물었다.
"그대는 도대체 사람이냐, 귀신이냐?"
"저희들도 이곳의 백서들처럼 사람입니다. 단지 저희가 하계에서 사는지라 지상의 사람들과 교류가 없었을 따름입니다."
"그대의 나라에도 해가 있고 달이 있는가?"
"물론입니다. 저희들은 농사를 지을 뿐만 아니라 소와 양도 기르고 있습니다."
"해가 뜬다고? 어디서 떠오른단 말이냐?"
"해는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집니다."
솔로몬은 하계의 인간에게 다시 물었다.
"그대들도 하나님께 기도하는 법을 알고 있는가?"
"저희들은 항상 하나님의 전지전능하고 위대하심에 대해 찬양하고 있습니다."
"그대는 그대의 나라로 돌아가고 싶은가?"
"네, 대왕님. 빨리 저희 나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솔로몬은 아스모데우스를 불러 이 이상하게 생긴 인간을 하계로 다시 데려다 주도록 부탁했다.
그러자 아스모데우스는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일단 이 세상에 나오게 되면 두 번 다시 하계로 돌아갈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이리하여 하계의 인간은 할 수 없이 이스라엘에서 살게 되었다. 그는 예쁜 여자를 만나 결혼을 했고 일곱 명의 자녀도 두었다. 자녀들 중 여섯 아이는 어머니를 닮았으나 한 명만이 아버지를 닮아 머리가 둘 달린 채로 태어났다.
세월이 흘러 하계에서 온 남자는 죽고 자식들에게는 막대한 재산이 남겨졌다.
유산을 분배할 때가 되자 어머니를 닮은 여섯 명은 "우리는 모두 일곱 명이니 일곱 등분을 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머리가 둘 달린 아이는 "우리는 모두 여덟 명이다. 나는 두 사람이나 마찬가지니 두 사람 몫의 유산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며칠을 두고 다투었으나 해결은 나지 않고 형제간에 우애만 나빠지게 되자, 주위의 어른들이 솔로몬 왕에게 가서 재판을 받아보라고 제안했다.
이 재판을 맡게 된 솔로몬은 처음엔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덕망 있는 장로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별 수가 나오지 않았다.
솔로몬은 다음날에 있을 재판을 앞두고 하나님께 좋은 지혜를 빌려 주십사고 기도했다.
다음날, 솔로몬은 법정을 개정하고 방청객들 앞으로 머리가 둘 달린 사내를 불러들였다.
"나는 이자가 정말 두 사람인지, 아니면 한 사람인지 시험해 보겠소."
그리고 펄펄 끊는 물과 포도주와 헝겊을 가져오도록 명령했다. 세 가지가 다 준비되자 솔로몬은 물과 포도주를 섞은 후 그 속에 헝겊을 넣어 적셨다. 그리고 나서 펄펄 끊는 헝겊을 머리 둘 가진 사내의 한쪽 얼굴에 갖다댔다. 그러자 두 개의 머리는 동시에 울부짖었다.
"왕이시여, 잘못했습니다. 뜨거워 못 참겠습니다. 아아.... 우린 하납니다. 둘이 아니라구요. 제발 이 뜨거운 헝겊을 치워 주세요."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방청객들은 모두 머리 둘 달린 남자를 향해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솔로몬은 욕심을 부린 둘 가진 사람을 꾸짖은 뒤, 재산을 일곱 등분으로 나누어 형제들에게 사이좋게 분배해 주었다.

판사의 자격은 겸허하고 언제나 선행만을 행하며, 무언가 경정을 굳힐 만큼의 위엄을 가지며, 현재까지의 경력이 깨끗해야 한다.

 


9.가장 큰 재산

 

어떤 배 위에서의 이야기이다. 손님들은 모두 큰 부자들이었으며 그 중에는 랍비가 한 사람 타고 있었다.
부자들은 서로 자기들의 재산을 비교하며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자 랍비가 말했다.
"내가 제일 부자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은 내 재산을 여러분에게 보여줄 수가 없습니다."
마침 그때 해적이 배를 습격했다. 부자들은 금은 보석 등 자기들의 모든 재산을 잃었다. 해적이 사라진 뒤, 겨우 배는 어떤 낯선 항구에 닿았다.
랍비는 곧 학식과 교양이 높다는 것이 항구 사람들에게 알려져 학교에서 학생을 모아 가르치기 시작했다.
얼마 뒤 이 랍비는 배에서 함께 여행했던 지난날의 부자들과 만났으나, 모두 비참하게 가난뱅이로 전략해 있었다. 그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확실히 당신 말이 옳았소. 교양이 있는 자는 모든 것을 갖고 있는 것과 같소."
여러 가지 지식은 언제나 빼앗기는 일없이 가지고 다닐 수 있으므로, 교육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10.솔로몬과 황금의 성

 

하나님의 축복으로 이 세상 만물의 지배자가 된 솔로몬, 그가 다스리는 영토는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넓었다.
솔로몬은 그 드넓은 영토를 녹색 비단과 순금 장식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거대한 융단을 타고 마음껏 날아다녔다. 그의 곁에는 항상 옆에서 시중을 드는 자들이 있었는데 한 명은 인간으로서 '아사후'라고 이름했고, 또 하나의 정령으로 '레미라트'라고 불렀다. 또 다른 신하로는 백수의 왕 '사자'와 새들 중의 왕인 '오질로와시'가 있었다. 솔로몬 일행은 융단을 타고 밤낮으로 꼬박 열흘을 동서남북, 하늘과 땅을 구별하지 않고 날아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 솔로몬은 하늘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멋진 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한 번도 이렇게 기막힌 성을 본 적이 없도다."
그 성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솔로몬 왕은 성 앞에서 융단을 착륙시키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시중꾼들을 데리고 그 성으로 다가갔다.
그 성은 마치 에덴 동산에 온 것처럼 멋지고 아름답기 이를 데 없었다.
대왕은 주의를 한 바퀴 돈 후, 성안으로 들어가지 위해 입구를 찾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성의 입구가 통 보이지 않았다.
"입구가 어디인지 도대체 모르겠군. 누가 좀 찾아보시오."
정령의 왕 레미라트는 부하들을 불러 성의 곳곳을 살피도록 시켰다. 지붕 꼭대기까지 올라가 살피던 부하들은 잠시 후 레미라트에게 보고했다. 솔로몬은 오질로와시에게 명령하여 지붕에 살고 있다는 독수리를 잡아오라고 시켰다.
솔로몬 앞에 대령한 독수리는 대왕께 인사를 드렸다.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에라나드라고 합니다."
"지금 몇 살이나 됐는가?"
"7백 살이옵니다."
"그렇다면 묻겠는데, 혹시 그대는 이성의 입구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가?"
"성의 입구에 대해선 제가 아는 바가 없습니다. 아, 제겐 형님이 있는데 그분이 혹시 아실는지 모르겠군요. 형님은 9백년이나 사셨으니까 혹시 대왕님의 물음에 답할 말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솔로몬 왕은 오질로와시에게 다시 명령하여 독수리 에라나드가 말한 그 9백살 된 독수리를 데려오도록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9백살 된 알레옵이라는 독수리가 오질로와시와 함께 나타났다. 그러나 그 독수리 역시 성의 입구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장 높은 곳에 사는 저의 큰 형님께 물어보면 혹시 알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가장 나이 많은 독수리가 왕 앞에 불려오게 되었다. 큰형 독수리는 알타먼이라고 불리우며 1천 3백 살이라고 대답했다. 그 독수리는 솔로몬으로부터 성에 관한 질문을 받자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처음 이성을 보았을 때에도 역시 문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 아버지의 이야기에 의하면, 성의 서쪽에 입구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너무 오랜 세월이 흘러서 흙과 먼지로 입구가 매몰된 모양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성주변의 흙과 먼지를 날려버리면 문이 보이게 될까?"
솔로몬은 즉시 바람에게 명하여, 성주변으로 세찬 바람을 불러 일으키도록 했다. 얼마 후 흙먼지는 모두 날아가고 드디어 수천 년 동안 가려져 있던 녹슬은 청동빛 철문이 육중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솔로몬은 감탄을 발하며 그 문 곁으로 다가갔다. 커다란 자물쇠가 달려 있는 문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인간들이여, 기억할지어다. 이 호화로운 서에서 우리는 오랜 세월을 즐겁게 살아왔도다. 그러나 어느 해부턴가 흉년이 들면서 우리는 불행을 겪기 시작하였다. 그때는 아무리 많은 보물도 쓸모가 없었도다. 밀 대신 진주를 가루로 빻았지만 그걸 먹을 수는 없는 일.... 우리는 결국 이 성을 독수리들에게 넘겨주기로 했도다!'
자물쇠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져 있었다.
'이 성에 들어가려면 문의 오른쪽에 있는 흙무더기를 파보아라. 그러면 유리상자가 나타날 것이다. 그 안에 든 열쇠로 자물쇠를 열라.'
솔로몬이 시키는 대로하자,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는 금으로 만들어진 두 번째 문이 또 나타났다. 그 문을 열자 루비, 에메랄드, 진주, 사파이어 등 온갖 보석들로 가득찬 광장이 왕을 맞아 주었다.
광장 옆으로는 작은 방들이 연이어서 여러 개 있었는데 방마다 보물이 가득차 그 휘황찬란함으로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솔로몬은 그 중 한 방에서 은으로 만든 전갈이 조각된 문을 발견하였다. 그 문을 밀어보니 쉽게 열리며 지하로 통하는 길이 왕 앞에 나타났다. 이 지하통로의 끝에는 아름답게 치장한 문이 또 하나 버티고 있었다.
솔로몬이 다가가 살펴보니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 성에 살고 있던 사람은 일찍이 강대한 권세를 자랑하며 호화롭게 살아왔다. 온갖 기쁨을 누리며 지냈지만 언젠가는 죽어야 할 운명이었다.
마침내 죽음이 그를 찾아왔고 그의 생명도 다하였다 나그네여, 문을 열고 나아가 보라. 기적을 경험할 것이다.'

솔로몬은 문을 열었다. 그러자 보물의 산이 나타났고 그 끝에 또 하나의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문 역시 문구가 써 있었다.
'이 성에 살던 사람들이 누리던 부와 명예도 죽음 앞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었도다. 천 년 만 년 살 것 같았던 이 성의 사람들이 모두 무덤속에 잠든 지금, 그들의 자취는 간 곳 없고 재물과 보화만이 후세에 전하고 있도다.

솔로몬은 자물쇠를 열고 휘황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보석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 벽에는 또 이런 글이 쓰여져 있었다.
'이 성을 다스리고 있는 나는 온갖 권세를 두 손에 쥐고, 이 세상의 책이란 책은 모두 읽고,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맛보며, 가장 아름다운 옷만 입으면서 살아왔다. 모두들 나를 두려워 하지만.... 그러나 나에게도 두려운 것이 있다.'

솔로몬은 다시 다음 방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세 개의 출구가 있었는데 문마다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 있었다.
그대가 아무리 애를 써 봐도 시간은 그대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대도 언젠가는 노쇠하여 그대의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 주어야만 하고, 결국엔 무덤 속에 그대의 몸을 뉘어야 한다.'
'시간이 흐른다고, 세월이 변한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세월은 흐르기 마련이고 변하기 마련이므로....'

솔로몬은 세 번째 있는 문의 문지방을 넘어 방으로 들어섰다. 그 방에는 한 가운데에 커다란 죄상이 하나 자리잡고 있었고 그 좌상의 좌우로 여러 개의 동상들이 서 있었다. 그 동상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생동감이 있어 보였다.
솔로몬이 커다란 좌상에 다가서자, 좌상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쳐대기 시작했다.
"동상들아, 깨어나라. 솔로몬이 왔다. 그가 우리들을 해치려고 여기 왔다. 얼른 그를 막아라."
좌상의 고함소리가 끝나자마자 좌우에 기립해 있던 우상들의 코로부터 불과 연기가 뿜어 나오며 악마들이 일제히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솔로몬은 아주 큰 소리로 그들을 꾸짖었다.
"너희들이 감히 나를 협박하느냐? 이 세상 만물의 지배자인 내게 감히 누가 덤빈단 말이냐! 나에게 거역하는 놈은 가차없이 벌하고 말리라."
이렇게 호통치며 하나님을 부르자 동상들이 모두 힘없이 쓰러져 버렸고 악마들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우상과 악마들을 순식간에 처치해 버린 솔로몬은 다시 좌상에 접근하여 그 입에 손을 집어넣었다. 거기엔 은으로 만든 쟁반 하나가 있었는데 그 위에 섬세하게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영리한 솔로몬조차도 난생 처음 대하는 문자여서 도저히 무슨 의미가 담긴 말인지 읽을 수가 없었다.
"고생 고생 하여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막상 여기 새겨진 글뜻을 알 수가 없으니 말 할 수 없이 허무하구나."
그때 솔로몬 왕이 있는 곳으로 한 젊은이가 들어왔다. 그 청년은 왕 앞에 나와 정중히 절을 한 후에 말했다.
"하나님께서 대왕님을 도와드리라고 저를 보내셨습니다."

솔로몬은 주님의 은총에 감사한 뒤, 은쟁반을 젊은이에게 보여 주었다.
젊은이는 그 글자를 살피기 시작하더니 잠시 후에 의미를 파악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문자는 헬라어입니다. 은쟁반에 쓰인 글의 내용은 이런 뜻입니다. '짐은 에어드의 아들인 서다드 왕이다. 주변의 모든 나라를 지배하는 권세와 온 나라를 꽉 채울 만큼의 부를 가진 나였지만, 그러나 죽음의 사자가 가까이 오니 짐도 무력할 수밖에 없구나.

바라건대 이 글을 읽는 자는 금은 보석 같은 허망한 재화에 집착하여 번뇌에 빠지지 말고 인생의 종착역은 결국 죽음임을 명심하여 좋은 덕을 쌓는데 힘쓰도록 하라. 죽은 후에 남는 것은 자기 이름 몇 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

 

 

11.진짜 어머니

 

솔로몬 왕은 매우 현명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어느 날 두 여자가 한 아이를 데리고 와서, 서로 자기 아이라고 다투며, 솔로몬 왕에게 재판을 청해 왔다.
솔로몬 왕은 여러 가지 사실을 조사해 보았지만 자기도 어느 쪽의 아이인지 알 수가 없었다. 유태인의 경우 소유물이 어느 쪽에 속하는가 알 수 없을 때에는, 공평하게 두로 나누는 것이 통상의 관례였다. 그래서 솔로몬 왕은 이 아기를 칼로 두 토막으로 자르도록 명했다.
그러자 한쪽 어머니는 갑자기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그렇게 하려거든 차라리 그 아이를 저쪽 여자에게 넘겨주라고 외쳤다. 그 광경을 보고 솔로몬은
"너야말로 진짜 어머니다."라고 말하며 아이를 넘겨주었다.
어린이는 부모가 이야기하는 모양을 흉내낸다. 성격은 그 이야기하는 모습으로 알 수 있다.-

 

 

12.솔로몬의 재판

 

안식일에 세 사람의 유태인이 예루살렘에 도착했다. 그 무렵에는 은행이 없었기 때문에 세 사람은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함께 땅에 묻었다.
그런데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은밀히 그 장소에 돌아가 돈을 몽땅 가져가 버렸다.
이튿날 세 사람은 지혜로운 임금님으로 알려진 솔로몬 왕을 찾아가 세 사람 가운데 누가 훔쳤는가를 밝혀 달라고 했다.
그러자 솔로몬 왕은 말했다.
"당신들 세 사람은 대단히 현명한 사람들이므로 내가 지금 재판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먼저 협조해 달라, 그러면 당신들 세 사람의 문제는 내가 재판해 주겠다."
그리고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어떤 젊은 아가씨가 어떤 남자와 결혼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자 아가씨는 다른 남자와의 사랑에 빠져 맨 처음의 약혼자를 만나 헤어지자고 했다. 그녀는 그 때문에 위자료를 주어도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첫 번째 남자는 위자료는 필요 없다고 말하며 그녀와의 약속을 취소했다.
그녀는 많은 돈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노인에게 유괴되었다.
그녀는 "나는 결혼하려고 약속했던 남성에게 약혼 취소를 요구했음에도 위자료도 받지 않고 헤어져 주었습니다. 당신도 똑같은 일을 내에게 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노인은 돈을 받지 않고 그녀를 유괴에서 풀어 주기로 했다.

이야기를 마치고 솔로몬 왕이 물었다.
"이 가운데서 누가 제일 칭찬 받아야 할 행위를 한 사람일까?"
그러자 첫째 사나이가 말했다.
"맨 처음 그녀와 약혼을 했지만 약혼을 취소하고 위자료도 받지 않았던 사나이가 칭찬을 받아야 합니다. 그녀의 의사를 무시하면서까지 결혼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돈도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음 사나이는 이렇게 말했다.
"아닙니다. 그 아가씨야말로 칭찬 받아야 합니다. 그녀는 용기를 갖고 맨 처음의 남자에게 약혼 취소를 요구하고 진정으로 사람하고 있는 사나이와 결혼했습니다. 이거야말로 칭찬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 사나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이 이야기는 뒤죽박죽이어서 나는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첫째 유괴한 사람도 돈 때문에 유괴했는데도 돈을 빼앗지 않은 채 풀어 주었다니 이야기의 줄거리가 전혀 잡히지 않습니다."
솔로몬 왕은 큰 소리로 세 번째 사나이를 가리키며 "네가 돈을 훔친 범인이다!"하고 외쳤다.
"다른 두 사람은 애정이라든가 아가씨와 약혼자 사이에 존재하고 있던 인간관계, 그 사이에 있던 긴장된 분위기 같은 것을 곧 알아차렸는데도 너는 돈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네가 틀림없는 범인이다!"

 

 

13.참다운 이득

 

몇 사람의 라비가 악인의 무리와 마주쳤다. 이 악인들은 흡사 흡혈귀와도 같은 악질 인간들이었다. 그만큼 교활하고, 그만큼 잔인한 인간들은 이 세상에 없었다.
한 사람의 라비는 이러한 인간들은 물에 빠져서 모두 죽어 버렸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라비 가운데에서 가장 위대했던 라비는 이렇게 말했다.
"아내야, 유태인으로서 그런 생각을 가져서는 안되오. 아무리 이 인간들이 죽어 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하더라도 그러한 일을 기도해서는 안 되오.
악인들이 멸망하는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악인들이 참회하는 것을 바라야 하오."
악인을 벌하는 것은 이쪽에 있어서는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는다.
그들을 회개시키거나, 이쪽 편에 끌어들이지 않는 한 손해가 될 뿐이다.

 

 

14.말을 훔친 페니야

 

솔로몬은 시간이 나면 장기 두기를 즐겼다. 지혜롭기로 이름난 솔로몬이었던 만큼 그의 장기 기술은 상대방의 속마음을 꿰뚫어보듯 능수 능란하여서 한 번도 지는 일이 없었다.
어느 날, 솔로몬은 그의 고문인 베나야와 함께 장기를 두고 있었다. 깊이 생각을 하며 장기를 두어나가는 솔로몬인지라 장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베나야의 패색이 짙어졌다.
이제 베나야가 둘 차례였지만, 묘한 수가 나지 않아서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마침 성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는지라 호기심이 생긴 왕은 장기를 두다 말고 일어서서 창가로 가서는 밖을 내다보았다.
베나야는 그 틈을 타서 솔로몬의 장기 중에서 한 개를 슬쩍 감추어 버렸다.
왕은 다시 돌아왔지만, 말 한 개가 부족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 장기를 두었다. 시간이 흐르자 황의 형세는 차츰 불리해져 갔고 급기야 패한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항상 지기만 하던 베나야는 처음으로 승자가 되었다.
왕은 패했다는 데 대하여 화가 났다. 자기보다 잘 두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베나야가 유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것이다.
왕은 패한 이유를 알아보려고 처음에 시작할 때처럼 말을 늘어놓고는 곰곰히 생각하면서 처음부터 말을 한 개씩 한 개씩 두어 나갔다. 그리고는 마침내 말 한 마리가 중간에 없어져 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밖을 살피러 창가로 갔을 때 베나야가 말을 하나 숨긴 게 틀림없어. 패해 가던 베나야가 그 다음부터 이기기 시작했거든. 사람을 속이다니, 고약한 행동을 했구나. 내가 직접 대놓고 꾸짖지 않아도 스스로 고백하도록 하리라."
솔로몬은 그 후에도 베나야에게는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은 어둠이 깔린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얼굴이 험상궂고 어깨에 자루를 멘 두 사내가 무엇인가 수군대면서 지나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차림새나 하는 짓거리로 보아 도둑질을 하러 가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되었다. 왕은 곧 방으로 돌아와서 왕의 옷을 벗고 허름한 평민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거리로 나가 그 두 사내를 따라갔다. 이윽고 두 사내와 만난 솔로몬은 그들과 인사를 한 후 좋은 계획을 하나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나도 과거엔 도둑질깨나 한다는 사람이었다오. 자, 여기 왕이 거처하는 방의 열쇠가 있소. 나는 그곳의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도 잘 알고 있소. 오래 전부터 왕궁을 털 생각으로 계획을 착착 세워왔는데 미처 용기가 나지 않아서 이럭저럭 시간만 낭비하고 말았소. 어떠시오, 형씨들. 나랑 한 번 일을 벌여 볼 생각이 없소?"
두 사내는 솔로몬의 계획을 좀더 자세히 듣고는 그럴싸하다고 판단을 내려 함께 일할 것을 승낙했다.
"왕궁의 구조를 잘 안다고 했소? 그럼, 그곳으로 들어가는 건 당신이 앞장서시오. 물건을 훔치는 일은 우리가 할 테니...."
"좋소. 하지만 지금은 일러서 안돼요. 좀더 기다렸다 합시다. 예루살렘 성이 아주 칠흑 같은 어둠에 잠길 때까지."
이윽고 시간이 흘러 한밤중이 되자 왕은 두 도둑에게 행동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솔로몬을 따라 궁전으로 들어간 두 도둑은 여기 저기 널려있는 진귀한 것들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아무 물건이나 집어서는 자루에 넣으려고 했다.
"이런 물건은 가져가나 마나 부피만 차지할 뿐이오. 저쪽으로 가면 이것보다 몇 배나 값나가는 보물들이 있으니 그 쪽으로 가도록 합시다."
생전 처음 보는 보물들에 얼이 빠진 도둑들은 왕이 이끄는 대로 따라 갔다.
"자, 마음껏 가지시오. 나는 그 동안 밖에 나가 망을 보고 있을 테니까."
왕은 방밖으로 나오자마자 문을 닫고 빗장을 걸었다. 그리고는 왕의 엄위를 갖추고 호위병을 불러들였다.
"내 방에 도둑이 들어있다. 지금 이 방에 들어있으니 절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하라."
다음 날 아침, 왕은 재판을 열었다.
"이 곳에 계시는 장로 여러분들과 공명정대하신 방청객 여러분, 이 자리에 현장에서 잡힌 도둑이 있소. 그것도 보통이 물건이 아닌 국왕의 물건을 훔치려 했던 자요. 이자를 재판하고 싶은데 어떻게 벌하면 좋겠소?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군요."
왕의 말을 듣고 있는 베나야는 몰이 오돌오돌 떨리고 심장이 뚝 멎는 것만 같았다. '왕의 물건을 훔친 자'라고 했는데 그건 꼭 왕이 장기의 말을 훔친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인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 법정은 자기를 처벌하려고 열린 재판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가만히 있으면 한층 무거운 벌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베나야는 얼른 왕 앞으로 나아가 그 앞에 무릎을 꿇고는 용서를 빌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그때 대왕님이 창가로 가셨을 때 제가 몰래 대왕님의 말 한 개를 숨겼습니다. 제가 이겼던 것은 그 때문이었습니다. 대왕님, 두 손 모아 비오니 제발 용서해 주시옵소서."
솔로몬은 진땀을 뻘뻘 흘리며 용서를 빌고 잇는 베나야의 모습을 내려다보고는 껄껄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그 일 때문에 법정을 연 것은 아니오. 난 그런 사소한 일은 이미 잊은 지 오래요. 어제 저녁에 내 방에 들어와 보물을 훔쳐 가려고 하던 도둑을 잡았길래 그 도둑을 재판하려고 이 법정을 연 것이오. 법관 여러분, 부디 정당한 심판을 내려주기 바라오."
솔로몬은 이렇게 베나야를 직접 꾸짖지 않고도 베나야 스스로 실토하도록 만들었다.

 

 

15.시바 여왕의 수수께끼

 

다윗이 죽고 솔로몬이 그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을 때, 하나님은 솔로몬에게 온갖 동물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주셨다. 그리고 어둠의 정령, 악령, 요귀와 마귀도 그의 앞에서는 무릎을 꿇도록 만들어 주었다.
또 솔로몬은 짐승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힘도 갖게 되었다.
솔로몬이 왕위에 즉위하여 태평성대를 누리던 어느 날, 포도주에 얼큰히 취한 솔로몬은 기분이 좋아져서 온갖 동물들과 온갖 어둠의 혼령들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나선 그들과 함께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추며 연회를 즐기고자 했다.
왕의 서기관이 새와 짐승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호령하자, 이름을 불린 짐승들이 어디선가 나타나 솔로몬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었다.
왕이 인사를 하는 동물들에게 답례하고 가만히 살펴보니 노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기분이 상한 왕은 뇌조를 잡아들여 벌을 주라고 명령하였다.
왕의 명령이 떨어지고 얼마 후, 뇌조가 스스로 날아와 머리를 조아리며 왕에게 아뢰었다.
"온 세상의 만물을 다스리는 대왕이시여! 제가 오늘 늦은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 말을 들어보시겠습니까? 그러니까 한 세 달 전쯤의 일입니다. 저는 대왕의 은덕을 충족히 입는 터라 아무런 걱정 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만 그렇지 못한 동물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전 혼자 결심하였습니다. 세상의 곳곳을 두루 돌아다니며 아직도 대왕의 은덕이 펼쳐지지 않은 곳이 혹시 있지 않나 알아 봐야겠다구요.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던 중, 동방에서 키틀이라 불리우는 도시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이 키틀이란 도시가 있는 나라는 온통 순금으로 뒤덮여 있고 은 따위는 길바닥에 쓰레기처럼 나뒹굴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나무도 숲도 천지가 창조된 그때의 것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경치 또한 말할 수 없이 아름답더이다. 그 나라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활을 쏠 줄도 모를 뿐더러 전쟁이란 말조차 무엇인지 알지 못하더군요. 이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시바의 여왕'이라고 불리운다고 하더군요. 만약 대왕께서 명령하신다면 제가 다시 키틀로 날아가서 시바의 여왕을 데려다 대왕 앞에 대령하겠나이다."
뇌조의 이야기를 다 들은 솔로몬 왕은 시바라는 나라에 대해 궁금하기도 했고 여왕이라는 사람도 보고 싶어졌다. 그리하여 뇌조의 제안에 따르기로 하고, 서기관을 시켜 편지를 쓰게 하여 그것을 뇌조의 날개에 매달아 주었다.
뇌조는 솔로몬의 명을 받고 다른 새들과 함께 하늘 높이 날아 시바의 키틀을 향해 날아갔다.
어느 날 아침 일찍, 시바의 여왕은 기도를 올리려 궁전을 나섰다가 하늘 저 끝에서 새의 무리가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새떼의 숫자가 얼마나 많은지 밝게 빛나던 태양이 새떼에게 가려 주위는 칠흑으로 변하고 말았다.
놀란 여왕이 대신들과 함께 깜깜해진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 내조 한 마리가 사바의 여왕 앞으로 내려와 앉았다.
여왕은 내조 날개에 편지가 매여 있는 것을 보고 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궁금한 마음으로 그 편지를 풀어 읽어보았다.
'사바의 여왕과 신하들에게 우호의 인사를 드리는 사람은 왕 솔로몬이 오다. 하나님은 내게 세상의 온갖 힘을 주신 바 있소. 그리하여 세상의 모든 생명체들과 나라들은 모두 내게 조공을 받치고 있소. 그런데 단 한 나라, 당신들의 '시바'라는 나라만은 내게 인사조차 없던 것으로 기억되오. 만일 여왕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내게 조공을 바쳐 온다면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내리지 않은 경의를 표할 것이오.
그러나 만약 그대의 나라가 나의 희망을 거역한다면, 나는 강력한 군대를 동원하여 시바 왕국을 공격할 것이오. 또 정령들을 시켜 당신의 나라 백성들을 괴롭히게 만들고 동물들을 보내어 전답을 모조리 밟아 망가뜨리라고 시키겠소. 어떻게 하겠소?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하는가는 모두 당신에게 달렸소이다.'
솔로몬의 편지를 다 읽은 여왕은 즉시 대신들을 불러 모아 솔로몬의 편지 내용을 말해주고 의견을 물었다.
"솔로몬이라는 이름의 왕은 들어본 적조차 없습니다. 그의 편지에 신경 쓰지 마십시오."
대신들은 솔로몬의 위협에 넘어가지 말라고 여왕을 부추겼다. 그러나 여왕은 대신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여왕은 온 나라에 공고를 내어 사공들을 모았고, 많은 배에 값진 보물을 가득 싣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나서 키와 몸매가 같고 생년월일이 같은 6천명의 남녀를 모아 붉은 색의 옷으로 갈아 입히고 뱃길을 떠났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3년이 지난 후, 드디어 시바의 여왕은 솔로몬의 성이 있는 예루살렘에 도착했다.
솔로몬은 우선 장군 베나야 벤 요다야를 보내어 여왕 일행을 맞이하도록 했다. 베나야는 대단한 미남자로 시바의 여왕은 베나야를 보자 솔로몬 왕인 줄 알고 인사를 하려고 얼른 마차에서 내렸다.
베나야는 놀라서 그 이유를 물었다.
"왜 마차에서 내리십니까?"
"솔로몬 왕께 인사를 드리려구요."
"아, 아닙니다. 나는 왕이 아닙니다. 난, 대왕 곁에서 시중을 드는 사람일 뿐입니다."
시바의 여왕은 베나야의 안내를 받으며 솔로몬에게로 나아가게 되었다.
솔로몬은 시바의 여왕이 곧 도착한다는 전갈을 받고는 성을 나와, 유리로 된 궁전으로 들어가 여왕을 맞을 차비를 하였다. 여왕은 솔로몬이 물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 옷이 젖을세라 치맛자락을 둘둘 걷어 올리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솔로몬은 본의 아니게 여왕의 다리를 구경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왕은 마치 남자의 다리처럼 털이 수북이 나 있었다.
"나는 그대가 어떤 사람인지 무척 궁금했었소. 그런데 그대의 아름다움은 다른 여자의 아름다움과 다를 바가 없으나 그대의 다리는 다른 여자들보다 못하군요."
그러자 시바의 여왕이 말했다.
"여왕이시여, 나는 대왕께서 무척 현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제 내가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내겠습니다. 만일 그것을 알아맞추신다면 왕께서는 소문 그대로 현자이심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맞추지 못하신다면 대왕은 보통 남자와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솔로몬은 여왕에게 수수께끼를 내보라고 말했다.

"나무로 만든 샘 속에서 쇠로 된 통이 돌을 퍼내기 시작하면 물이 흐릅니다. 그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화장상자요. 나무로 만든 화장상자 속에서 조그만 쇠수저로 눈 화장하는 돌가루를 퍼내어 눈꺼풀에 문질러 바르면 눈물이 흐릅니다."
여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음의 수수께끼를 내었다.

"흙속에서 나와서 먼지를 먹고 반죽같이 되어 집안을 엿보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그것은 집을 지을 때 바르는 안료라는 것이오."
여왕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문제를 내었다.

"갈대처럼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다가 바람이 불면 좌우로 흔들리며 크게 울부짖습니다. 부자에게는 명예를, 가난한 사람에게는 수치심을, 죽은 사람에게는 장식이며 살아있는 자에게는 고통이 됩니다. 그것은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모시가 아닌가요? 들판에서 자랄 때는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다가, 돛에 달면 바닷바람에 포효하듯 울부짖고, 좋은 옷을 입은 부자는 으시대며 자랑하고, 누더기를 입은 가난한 사람은 부끄러워하며, 삼베옷을 입혀 죽은 자를 감고, 모시풀을 꼬아 교수대의 밧줄로 쓴다면 교수대에서 죽음을 당하게 될 사람에겐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지요."
솔로몬의 대답을 조용히 듣고 있던 여왕은 그 지혜로움에 감탄을 했다.

"저는 이제껏 대왕만큼 지혜로운 사람은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대왕님은 역시 이 세상을 다스릴 만하십니다."
솔로몬은 시바 여왕을 궁전으로 안내했다. 궁전의 성스럽고 호화로운 광경을 보자 여왕은 솔로몬을 창조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렸다. 그리고 가지고 온 보물들을 망설임 없이 솔로몬 왕께 바쳤다.

 

 

16.탑속에 갇힌 솔로몬의 공주

 

솔로몬 왕에게는 아주 아름다운 딸이 하나 있었다. 솔로몬은 자기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공주에게 과연 어떤 사람이 배필로 짝지어 질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어느 날 밤, 별자리를 살펴보았다. 그러자 신랑될 사람은 이 나라 안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란 점괘가 나왔다.
사랑하는 딸이 가난한 남자와 결혼할 것이라는 것에 기분이 상한 왕은 바다 한가운데의 외딴 섬에 높은 탑안에 공주를 살도록 했다. 그것도 모자라 이스라엘의 장로 중 칠십 명을 뽑아 공주의 호위하게 했다. 그리고 물과 먹을 것을 충분히 넣어 준 다음, 출입문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봉해 버렸다. 외부 사람은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자, 이렇게 철저하게 봉쇄를 해놓았으니 하나님이라도 손쓸 도리가 없으실 테지."
솔로몬은 그렇게 생각하고 안심을 했다.
어느 날 밤, 누더기를 걸친 한 젊은이가 길을 잃고는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쉴 곳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의 눈에 풀밭에 소의 해골이 널려있는 것이 보였다. 젊은이는 조금이라도 몸을 따뜻하게 할 생각으로 소의 갈비뼈 안으로 들어가서 몸을 뉘었다. 그 젊은이가 갈비뼈 안에서 잠든 무렵 어디선가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와서 이 젊은이가 든 소의 뼈를 잡아채어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성의 탑 꼭대기에 떨어뜨려 놓고 가버렸다.
그 탑은 바로 공주가 거처하는 탑이었다. 소의 갈비뼈가 놓여 있는 탑의 지붕은 바로 공주의 방 지붕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튿날 아침 일찍 잠이 깬 공주는 여느 때처럼 지붕 위를 쳐다보다가 젊은이를 발견했다.
"누구시길래 이런 곳에 계신가요?"
"저는 유태 백성으로 앗크라라고 합니다. 거리를 헤매고 있는데 커다란 독수리가 나를 이곳에 물어다 놓았습니다."
젊은 남자를 오랜간만에 보게 된 공주는 젊은이를 자기 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는 목욕을 하게 하고 새옷으로 갈아입게 했다. 그러자 앗크라는 몰라볼 정도로 미남이 되었다.
게다가 이 젊은이는 지혜롭고 경전에 통달하고 있었기 때문에 얼마 후 공주는 그만 이 젊은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어느 날 공주는 젊은이에게 물었다.
"저와 결혼해 주신다면 제게 축복이 될 겁니다. 저에게 축복을 주실 마음이 없으십니까?"
"그건 제가 바라던 바였습니다. 허락만 해 주신다면 제게도 크나큰 축복이 됩니다."
젊은이는 그 자리에서 자기 손가락을 물었다. 그리고는 피를 내어 결혼을 약속하는 글을 썼다.
"주님, 이제 우리는 결혼을 약속하였습니다. 저희들을 축복해 주시고, 우리 사랑의 증인이 되어 주십시오."
그리고 젊은이와 공주는 잠자리를 같이 했다.
이윽고 공주는 아이를 잉태하게 되었다. 공주를 돌보고 있던 장로들은 공주의 몸에 이상한 기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저... 공주님, 혹시 아기를 잉태한 것이 아니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공주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자 신하들은 모두 놀랐다.
"도대체 어떻게 공주가 아기를 잉태하게 되었더란 말인가!"
신하들은 솔로몬의 노여움을 각오하고, 왕에게 사자를 보내어 공주의 소식을 알렸다.
사랑하는 딸의 몸에 이상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솔로몬은 배를 대령시켜 공주가 있는 섬으로 갔다. 그리고는 공주를 불러 자초지정을 물어 보았다.
"하나님께서 얼마 전에 제가 있는 이곳으로 젊은이 한 사람을 보내주셨어요. 그 사람은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마음씨도 한없이 온유하고 재능도 많습니다. 게다가 성경에도 조예가 깊습니다."
공주의 말을 들은 솔로몬은 그 젊은이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이윽고 그 젊은이가 대왕 앞에 나섰다. 대왕은 우선 그의 씩씩한 외모에 호감이 간지라 젊은이에게 이것저것 말을 시켜 보다가 그의 부모와 가족에 관한 것, 그리고 고향을 묻게 되었다. 그런데 그의 대답을 들으니 일찍이 대왕이 별점을 보았을 때 공주의 배필이 되기로 했던 그 남자임이 밝혀졌다.
왕은 하나님의 위대하심에 다시 한번 감탄하여 주님을 칭송하였다.

 

 

17.솔로몬의 유혹을 이긴 여인

 

솔로몬이 성전에 건축하기 위해 세계 곳곳의 여러 나라 왕과 제후들에게 사신을 보내어 건축분야에 뛰어난 기술자들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능력과 일의 양에 비례해서 그에 상응하는 좋은 대우를 해주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어떤 나라에 매우 훌륭한 기술자가 있었는데, 그는 아무리 좋은 대우를 해줄지라도 예루살렘에는 가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었다.
이유인즉, 그에겐 아름다운 아내가 있는데 혹시 자기가 집을 비운 사이에 나쁜 놈이 아내를 넘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아내를 혼자 두고 갈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 땅의 영주는 그 기술자를 특별히 불러 예루살렘에 가줄 것을 부탁했다.
"솔로몬 왕이 처음으로 부탁을 하는 건데 나로서는 이 부탁을 거절할 처지가 못되네. 솔로몬의 권세는 이 세상에서 으뜸이네. 자네가 성전 건축에 협력해 주시를 난 진심으로 바라네."
그 기술자는 영주의 간곡한 청에 못 이겨 그만 승낙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막상 집으로 돌아와 아내의 아름다운 모습을 대하자 다시 걱정이 되기 시작하고 왜 승낙을 했는지 몹시 후회가 되었다. 아내는 남편의 어두운 얼굴을 보고는 그 이유를 물었다.
이윽고 남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그의 아내는 걱정하지 말라며 남편을 위로했다.
"저 때문에 라면 아무 염려 마세요. 전 당신의 아내로서 언제까지나 몸을 단정히 지키고 있겠습니다. 영주님과 약속을 하셨다면 지키는 게 도리가 아닌가요?"
아내의 위로에 어느 정도 마음이 가라앉은 기술자는 그날 하루를 꼬박 아내와 지새고는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나 예루살렘에 갈 행장을 갖추었다. 아내는 떠나는 남편에게 삼가루를 들어있는 유리상자를 주었다.
"이 작은 상자를 항상 당신 곁에 두세요. 안에 삼가루들 사이에 불끼가 있는 석탄덩어리를 넣어두었습니다. 삼가루에 불을 붙지 않는 동안은 저의 몸이 정결한 상태이니 마음을 놓으십시오."
기술자는 부인이 준 유리상자를 몸에 지니고는 길을 나섰다. 이윽고 예루살렘에 도착한 그는 정성을 다하여 성전 건축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대왕은 그 기술자의 목에 매달려 있는 작은 유리 상자를 보게 되었다. 대왕은 궁금해서 무엇이냐고 물었고, 기술자는 그 자초지정을 숨김없이 이야기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난 왕은 용모가 수려한 젊은이 두 사람을 불러서는 기술자의 고향에 가서 그의 아내를 유혹해보라고 시켰다.
왕명을 받은 두 젊은이는 기술자의 고향으로 갔다. 그리고 기술자의 집에 찾아가 하룻밤 잠자리를 구했다. 기술자의 아내는 두 미남자를 상냥하고 친절하게 잘 접대해 주었다.
이윽고 밤이 깊어지자 그녀는 그 둘을 침실로 안내하여 편히 잠을 잘 수 있도록 하였다. 두 젊은이는 침대에 눕는 척하다가 장인의 아내를 유혹하기 위해 침실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문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장인의 아내가 젊은이들이 흑심을 품지 못하도록 침실 문을 바깥에서 잠궈 버렸던 것이다.
한편 솔로몬은 매일 기술자의 목에 매달린 상자를 유심히 관찰했다. 두 미남자를 보낸 지 꽤 여러 날이 지났건만 그 상자에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조바심에 못견디게 된 솔로몬은 자신이 직접 그 여인을 유혹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변장을 하고 두 신하만을 데리고 장인의 집을 찾았다.
"저, 실례합니다. 지나가는 과객이올시다."
그 장인의 아내는 듣던대로 아름답고 정숙해 보였다. 이윽고 여인이 저녁상을 차려 내왔는데 상이 무척 훌륭했다. 영리한 그녀는 손님이 다름 아닌 솔로몬왕 임을 이미 눈치챘던 것이다.
여인은 각기 다른 색깔로 칠해진 계란들을 식탁에 올려 놓으며 말했다.
"드시옵소서. 대왕이시여."
"뭐라고! 지금 나를 대왕이라 부르셨소?"
"손님의 눈빛은 제왕의 위엄으로 번득이고 있습니다. 손님한테서 풍겨 나오는 현명함과 거룩함을 감히 몰라볼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솔로몬은 이 여인의 영특함에 놀라 한동안 할 말을 잊었다.
여인은 계속해서 말했다.
"대왕님, 이 계란을 한 개씩 드시면서 그 맛을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대왕은 노란색, 빨간색 색깔대로 하나씩 들어 맛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말했다.
"껍질 색은 저마다 다르지만 맛은 전부 한가지구나."
"여자라고 하는 것은 이 계란과 같습니다. 얼굴이 예쁘고 미운 그런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그 속은 다 똑같습니다. 왕께서 저 때문에 이런 먼 길을 오셨다면 헛수고 하신 듯 합니다. 저는 왕을 섬기고 있는 여자이므로 왕께서 원하시는 대로 저를 취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자로 높이 이름이 나신 왕이시므로 이 세상의 모든 욕망은 덧없고 욕된 것이란 것을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솔로몬은 여인의 조리 있고 사리에 맞는 말을 듣고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장난이 심하였구나. 나의 생각이 짧아 너의 마음을 어지럽혔다면 미안하다. 너의 지조 있고 덕성스러움에 축복이 있기를."
그리고 솔로몬은 그녀에게 누이가 되어 달라고 말하고 값비싼 선물을 주고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갔다.
왕은 이 자랑스러운 여인의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전하고는 말했다.
"그대는 집에 돌아가도 좋다. 그토록 좋은 여인을 아내로 맞은 그대에게 축복이 있기를."
솔로몬은 다른 사람보다 열 배나 많은 보수와 상금을 기술자에게 선물하고는 고향으로 돌아가게 했다.
정숙한 여인 덕분에 왕으로부터 상금을 받고 칭찬을 들은 기술자는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의 아내를 더욱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18.배고픈 여우

 

어느 날 여우 한 마리가 포도원 옆에 서서, 어떻게든지 그 속에 들어가려고 벼르고 있었다. 그러나 울타리가 있어 기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우는 사흘 동안 단식하여 몸을 홀쭉하게 만들어, 간신히 울타리 틈을 비집고 포도원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포도원에 들어간 여우는 맛있는 포도를 실컷 먹은 다음 포도원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이제는 배가 불러 울타리의 틈을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다시 사흘 동안 단식하여 몸을 홀쭉하게 만들어 겨우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이때 여우가 말하기를,
"결국 뱃속은 들어갈 때나 나갈 때나 똑같구나!"
인생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벌거숭이로 태어나, 죽을 때에도 역시 벌거숭이로 되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은 죽어서 가족과 부귀와 선행의 세 가지를 이 세상에 남긴다.
그러나 선행 이외의 나머지는 과히 대단한 것이 못 된다.

 

 

19.양치기 모세

 

모세가 광야에 있는 장인의 목장에서 양치기로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그곳에 천사가 하얀 이리의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
"하나님의 아들이여, 제 부탁을 좀 들어주세요.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니 양 한 마리만 먹게 해주십시오."
"너는 짐승이면서 어떻게 사람의 말을 하느냐?"
"당신은 언젠가는 사나이 광야에서 성스러운 책을 받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또 금송아지가 말을 하는 것을 듣고, 발람의 암당나귀가 하는 소리를 기록하게 될 것이오. 그런 당신이 나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하다니요. 제발 당신의 양 한 마리만 주십시오. 그렇게 한다면 얼른 달려가서 주님의 깊은 뜻을 명심하여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러고 싶어도 이 양들은 나의 장인의 소유라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나는 남의 소유물을 아무렇게나 다루는 날품팔이가 아니라, 라반의 양을 충실히 지키며 낮에는 더위를, 밤에는 추위를 참고 견뎌야만 했던 족장 야곱과 마찬가지이다. 나는 장인의 양들을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진실된 마음을 갖는 자만이 에덴동산을 얻을 것이다'라고 선조들도 항상 이르셨다."
"나는 당신의 말만 듣고는 굶주린 배를 채울 수 없나이다. 당신의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면 당신의 장신에게 가서 양 한 마리를 나에게 주어도 좋은지 물어보고 오지 않겠습니까?"
"만일 그대의 말을 듣고 이 자리를 비운다면 그 동안 누가 이 양들을 돌보지? 만일 이리나 승냥이 같은 맹수가 달려들면 이 양들은 어찌되는가? 그리고 바로 네가 그런 맹수 중 한 리가 아니냐."
"양들은 내가 돌보고 있으리다. 한 마리도 상하게 하지 않을 것을 맹세하오. 하늘에 맹세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오."
그래서 모세는 장인에게 가서 이리의 말을 전했다.
"나의 양 중에서 가장 훌륭한 놈을 그 이리에게 주게나."
장인의 허락을 받고 모세가 다시 양이 있는 곳으로 가보니 이리는 팔베개를 하고 양들 곁에서 편안하게 자고 있었다.
"장인께 물어 보셨나요?"
"우리 양들 중에서 가장 훌륭한 놈을 주라고 하더군."
이렇게 대답을 하고 이리에게 눈을 돌렸을 때, 이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20.꼬리와 머리

 

뱀의 꼬리는 늘 머리 뒤에 달라붙어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어느 날, 마침내 꼬리가 불만을 터뜨리며 머리를 향해 말했다.
"어째서 나는 당신 부속물처럼 맹목적으로 달라붙어 다니며, 당신 쪽이 언제나 내 대신 의견을 말하고 가는 방향도 정하는가? 이것은 정말 불공평하다. 나도 뱀의 일부분인데 언제나 노예처럼 달라붙어 따라다니기만 하니 도무지 말도 되지 않는다."
머리가 대꾸했다.
"아니, 무슨 말을 하는가? 너에게는 앞을 볼 수도 없고 위험을 알아차릴 귀도 없으며, 행동을 결정할 두뇌도 없지 않는가? 나는 절대 내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야! 너를 진정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너를 인도하고 있는 거야!"
꼬리는 큰 소리로 비웃으며 대꾸했다.
"이제 그런 위선적인 말에는 싫증이 난다구. 어떤 독재자나 압제자라도, 모두 따르는 자르르 위하여 하고 있다는 말을 구실로 제 마음대로 하고 있잖아!"
"그렇게 불만이 있다면, 네가 내 역할을 해봐라."
그러자 꼬리는 좋아하며, 이번에는 그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앞을 보지 못해서 바로 도랑에 떨어져 버렸다. 머리는 천신만고 끝에, 간신히 도랑에서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이윽고 조금 나아가자 꼬리는 가시투성이인 떨기나무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윽고 꼬리가 빠져나오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가시덤불 속에 더욱 더 끼여 옴쭉달싹 못하게 되었다. 간신히 머리의 도움을 받고 상처를 입으면서 가시덤불 속에서 나올 수가 있었다.
꼬리가 다시 앞장서서 나아가자 이번에는 불이 타고 있는 불길 곳에 들어가 버렸다. 점점 몸이 뜨거워지고, 갑자기 주위가 캄캄해지자 뱀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절박해진 머리가 기를 쓰고 구해 내려고 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몸은 불타고 꼬리도 불타고 머리도 함께 죽어 버렸다.
저리는 결국 맹목적인 꼬리에 의해 희생되었다.
지도자를 선택할 때는 언제나 머리를 선택하여야 하며, 이 꼬리와 같은 자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 그런 자를 선택하면 그런 자뿐만 아니라 그를 따르는 사람들 모두를 파멸로 이끌 뿐이다.

 

 

21.가장 강한 신랑

 

어느 곳에 주님을 열심히 섬기며 살아가는 수도사가 있었다. 선하고 신앙이 깊은 사람인지라 하나님도 그를 깊고 아끼고 있었다.
어느 날, 그 수도사가 강변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억센 발톱 사이에서 쥐 한 마리를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상처를 입은 채 벌벌 떨고 있는 그 쥐가 가엾게 생각되어 수도사는 외투자락으로 감싸주었다. 그리고 집에 데려가 치료를 해주고 싶었으나 집안 식구들이 더럽다고 반대할 것 같아 여자아이로 변하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은 신앙이 깊은 그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그 쥐를 예쁜 소녀로 변신시켜 주었다. 수도사는 그 소녀를 집으로 데리고 가서는 마치 친딸처럼 예쁘게 키웠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그 소녀가 열두 살이 되었다.
"너도 이젠 나이가 찼으니 시집을 가야지? 너는 어떤 사람을 남편으로 삼고 싶으냐?"
"저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에게 시집을 가고 싶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라.... 내 생각엔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이 태양인 것 같다. 우리, 태양에게 결혼을 부탁해 보는 것이 어떠하겠느냐?"
수도사는 몸을 청결히 하고 태양에게 호소했다.
"태양이시여, 만물을 자라게 하는 강한 자여! 당신에게 부탁이 있습니다. 저의 딸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에게 시집을 가고 싶어하기에 , 제가 그 뜻을 전하려 합니다."
수도사의 호소를 듣고 태양이 응답하였다.
"주님께서도 그대의 기도에 기꺼이 응답을 하시는데 내가 어찌 그대를 빈손으로 돌아가게 하겠는가. 내가 진실을 말하겠노라. 나는 그렇게 강한 자가 못되네. 나보다 강한 자가 있다네."
"그분은 누구십니까?"
"구름의 대왕이지. 그가 구름을 피우기 시작하면 나는 그 속에 갇히게 되고 이 세상은 암흑에 되어 버린다네."
수도사는 태양이 가르쳐준 대로 구름이 생성되어 퍼지는 곳으로 가서는 구름의 대왕을 불렀다.
수도사의 이야기를 들은 구름 대왕은 대답했다.
"그대의 이야기를 잘 들었노라. 물론 나도 강하긴 하지. 하지만 나보다 강한 자가 있어 나도 그에게는 꼼짝 못한다네."
"그 분이 누구십니까?"
"바람이네. 바람은 나를 이 끝에서 저 끝으로 날려보내기를 식은 죽먹기처럼 하네. 바람에게만은 맥을 못 추겠거든."
수도사는 바람을 찾아가서 구름의 대왕이 했던 똑같은 말을 했다.
"물론 나는 강한 힘을 가졌지.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강한 상대가 있네. 그대는 그자에게 가서 부탁해 봄이 어떤가?"
"그가 누구입니까?"
"산이네. 내가 아무리 강한 바람을 보내도 산이 가로막으면 난 힘을 못 쓰거든."
수도사는 산에게로 가서 또 딸의 이야기를 했다.
"물론, 내가 강한 것은 사실이네. 하지만 나에게도 두 손을 들게 하는 상대가 있으니 그자를 가르쳐 주겠네. 바로 쥐일세. 쥐는 내 배 가운데에 구멍을 뚫는 놈이네."
수도사는 쥐를 찾아갔다.
"당신에게 내 딸을 시집보내고 싶은데 어떻게 하겠소?"
"거대한 산을 구멍을 뚫을 수 있는 자는 우리 쥐들밖에 없긴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쥐이기 때문에 땅속에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인간과 결혼할 수 있겠습니까?"
수도사는 다시 딸에게 돌아갔다.
"내가 여태 돌아다녀 보았지만 결국 쥐가 제일 강하다는 결론이 났다. 쥐에게 시집가겠니? 네가 그러길 원한다면 주님께 부탁드려서 원래의 네 모습인 쥐가 되도록 하겠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소녀는 다시 쥐가 되었다.
수도사는 소녀 쥐를 쥐구멍으로 데리고 가서 결혼식을 올려 주었다.

 

 

22.희망

 

랍비인 아키바가 여행길에 올랐다. 그는 당나귀와 개와 작은 램프를 갖고 있었다. 어둠의 장막이 내리기 시작하자 아키바는 한 허름한 헛간을 찾아내어 그곳에서 잠자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잠자기에는 이른 시각이어서, 그 램프에 불을 켜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람이 불어와 램프의 불이 껴져 버려 그는 할 수 없이 잠자리에 들었다.
그날 밤 불운하게도 여우가 개를 죽여 버렸고, 사자가 당나귀를 죽여 버렸다.
아침이 되자 그는 램프만 갖고 혼자서 쓸쓸히 출발했다. 어떤 마을에 들어가니,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도 없었다.
그는 지난 밤 도적이 들이닥쳐 마을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몰살시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약 램프가 바람에 꺼지지 않았더라면 틀림없이 도적에게 발견되었을 것이다. 개가 있었더라면 개가 짖어대어 도적에게 발견되었을지도 모른다.
당나귀 역시 틀림없이 소란을 피웠을 것이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덕분으로 그는 도적에게 발견되지 않았다.
랍비는 '최악의 상태에서도 인간은 희망을 잃어서는 안된다. 나쁜 일이 좋은 일로 연결되는 일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된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23.목숨을 희생한 개

 

집 안에 우유가 있었다. 그런데 뱀이 그 우유 속에 들어가 버렸다. 고대 이스라엘 농촌에는 뱀이 무척 많았다.
그런데 그 뱀은 강한 독을 품은 뱀이었기 때문에, 우유 속에 독이 녹아들기 시작했다. 개만이 그것을 알아차렸다. 가족이 창고에서 우유를 꺼내려고 할 때, 개가 맹렬히 짖기 시작했다.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우유를 마시려고 하자 개가 뛰어들어 우유를 엎지르고, 그것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개는 곧 죽어 버렸다.
그때서야 비로소 가족들은 우유 속에 독이 들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개의 희생은 그 무렵의 랍비에 의해서 칭송되었다.

 

 

24.천 데나리온을 주고 산 개구리

 

어느 고을에 신앙이 매우 두터운 사람이 있었다. 그는 대단한 부자였으나 나이가 들어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 그는 죽음을 예감하자 나들 내외를 불렀다.
"내가 죽거든 내 재산은 모두 네가 물려받도록 해라. 그리고 주님의 율법을 지켜 도리에 어긋나는 짓은 하지 않도록 해라."
아들 조던과 그의 아내는 아버지의 유언을 명심해 들었다.
"그리고 한 마디만 더 하마. 내가 죽고 상이 끝나면 시장으로 나가서 노점상인이 모여들 때까지 기다려라. 그러다가 네가 맨 처음 만나는 상인에게서 물건을 사라. 꼭 사야 한다. 그리고 그 산 물건을 소중히 간직하도록 해라."
유언을 마친 후, 노인은 세상을 떠났다. 아들 내외는 관례에 따라 삼십 일 간을 곡을 하였다.
상을 마친 후,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조던은 시장에 나갔다. 얼마 동안을 기다리자 아름답게 조각된 작은 상자를 든 남자가 나타났다.
"그 상자는 팔 것입니까?"
"팔려고 가져왔지요."
"내가 사겠습니다. 얼마를 드릴까요?"
"금화 1백 데나리온만 내십시오."
"그 작은 상자에 1백 데나리온이라니 너무 비싸요. 60데나리온만 합시다."
조던이 물건값을 깎자 그 사람은 아무 말도 않고 돌아서 가려 했다. 조던은 마음이 급해졌다. 저 물건을 사지 못한다면 아버지의 유언을 저버리는 것이 되지 않는가! 조던은 상인을 쫓아가서 붙잡았다.
"내가 1백 데나리온 내겠으니 내게 파시오"
그러나 남자의 대답은 엉뚱했다.
"2백 데나리온 내시오 그 이하라면 아예 말을 마시오."
상인은 또 돌아서 가려고 했다. 조던은 아버지의 유언을 저버리게 될까봐 전전긍긍했다. '아무리 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버지의 유언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조던은 다시 한번 노인을 붙잡았다.
"좋소. 당신이 원하는 대로 드리죠."
"금화 천 데나리온 내시겠소? 그 금액에서 한푼이라도 깎으려면 아마 헛수고가 될 것이오."
조던은 망설이는 바람에 백 데나리온의 열 배가 되는 값을 치르고 그 사자를 사게 했다. 상자를 받아가지고 온 조던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뚜껑을 열어 보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열리지 않았다.
얼마 후, 아버님의 제사 날이 돌아오고 아내와 함께 식탁에 앉았을 때 조던이 아내에게 말했다.
"그 상자를 가져 오시오. 오늘 돌아가신 아버님을 생각하는 뜻으로 이 식탁 위에 놓아 돕시다."
아내는 남편의 말에 따라 그 상자를 가져다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조던이 시험삼아 손을 대보니 이번엔 상자가 힘없이 열리는 것이었다.
신기함을 느낀 조던은 얼른 뚜껑을 열어 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 안에는 작은 상자가 또 하나 있었다. 조던은 그 작은 상자도 열었다. 그러자 그 안에는 뜻밖에도 개구리 한 마리가 들어 있었다.
부부는 깜짝 놀랐으나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 개구리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 그러자 개구리는 맛있게 받아먹고 나더니 조던의 얼굴로 팔짝 뛰어올라 입을 맞추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작은 상자 속으로 들어갔다. 조던은 상자를 다시 닫았다.
그리고는 때맞춰 먹이를 주며 정성껏 키웠다.
"선친께서 특별히 유언을 하신 것을 보면 무슨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오. 우리 이 개구리를 잘 키워 봅시다."
두 사람의 정성스런 보살핌 덕분인지 개구리는 무럭무럭 자라 얼마가 지나지 않아 그 상자가 비좁을 지경이 되었다. 개구리가 자람에 따라 점점 더 큰 상자로 옮겨주기를 몇 번, 얼마 후에는 아예 방을 만들어 주어야 할 정도가 되었다.
개구리가 지칠 줄 모르고 자람에 따라 그에 비례하여 개구리 사육에 드는 비용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조던이 부자이긴 했지만 수년 동안 개구리를 사육하다보니 가제가 견뎌내질 못하게 되었다. 조던 내외의 살림은 하루하루 쪼들려 갔다. 그리고 개구리의 몸은 엄청나게 커져서 실내에 들여놓지 못하고 아예 뜰에서 키울 수밖에 없게 되었다.
"여보, 어떻게 하면 좋겠소? 더 이상 먹이를 살 돈이 없으니.... 개구리는 저렇게 지칠 줄 모르고 자라니 이제는 우리까지 굶어죽게 생겼구료."
생각이 깊은 아내는 조던을 위로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오늘은 당신의 외투를 팔면 되고 내일은 저의 목도리라도 팔면 되지 않겠어요."
부부는 굶주리면서도 개구리 사육에는 정성을 쏟았다. 드디어 팔아야 할 것이 더 이상 없게 되었을 때, 조던은 주님께 기도를 올렸다.
"주님, 저는 아버지의 유언을 충실히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바쳤습니다. 이제 저희들에겐 더 이상의 물건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희들에게 알려 주십시오. 저희가 정성을 다하는 저 개구리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그의 기도가 끝나자 멀뚱히 앉아 있던 개구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당신의 기도가 주님께 이르렀소. 그래서 주님께서 나와 당신이 말을 나눌 수 있는 힘을 주셨소. 그 동안 나를 정성껏 돌봐주어서 정말 고맙소. 이번에는 내가 당신의 소원을 들어줄 차례인 것 같군요. 자, 당신이 원하는 것을 말해보시오."
놀라고 감격한 조던은 들떠서 말했다.
"이 세상에 있는 언어란 언어는 내가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시오.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오."
개구리는 당장 그 소원을 이루어 주었다. 조던은 인간의 말뿐만 아니라 새나 짐승들의 말까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개구리는 조던의 아내에게도 소원을 말하라고 했다.
"그 동안 우리 부부는 쪼들리며 어렵게 살아왔어요. 우리 부부가 더 이상 돈걱정을 하지 앓아도 될 만큼의 재산이 있었으면 해요."
"그렇다면 금과 은을 비롯한 보석을 몇 수레 드리지요."
그렇게 말하고 개구리는 깊은 숲속으로 부부를 데리고 갔다. 그들 부부가 숲에 이르자, 뱀, 두꺼비, 곤충 등의 온갖 짐승이 각각 금과 은, 그리고 보석들을 입에 물고 그들 부부에게로 오는 것이었다.
그들은 마치 공물을 바치듯이 보석을 그들 부부의 발 앞에 쌓아 놓았다. 조던 부부는 개구리가 시키는 대로 그 보물들을 수레와 보자기에 담고 또 담았다.
작업이 다 끝난 뒤, 조던은 개구리에게 물었다.
"꼭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소. 당신은 도대체 누구십니까? 어디에서 오셨는지요?"
"나는 최초의 인간이었던 아담의 아들이오. 아담이 이브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금수나 새와 교섭을 하곤 했지요. 아담이 나의 어머니와 교섭을 하여 낳은 것이 바로 나입니다. 나는 천 년을 주기로 몸의 크기가 변합니다. 천 년 동안은 몸이 계속 커지고, 그 다음 천 년 동안은 몸이 계속 작아집니다. 내가 이렇게 크게 된 것도 그 성질 때문이지요."

 

 

25.파묻힌 솔로몬의 보물

 

어느 마을에 아들에게 날마다 '빵을 물에 던져라. 머지 않아 그것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리는 가르침을 주는 아버지가 있었다.
그 아버지가 죽고 나서도 아들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날마다 호수에 가서 조금씩 빵을 떼어 던졌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매일 똑같은 물고기가 나타나 그 빵을 받아먹는 것이었다. 물고기는 매일 매일 던져주는 빵을 받아먹고 몰라볼 정도로 자랐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그곳에 사는 다른 물고기들을 위협하게까지 되었다.
그래서 작은 물고기들은 한데 모여 물고기의 왕 레비아탄에게 찾아가 호소를 했다.
"저희 냇물에 굉장히 큰 물고기가 한 마리 살고 있습니다. 그놈은 날마다 저희 동료들을 스무 마리씩이나 잡아먹고 있는데 저희들은 아무 힘도 못쓰고 있습니다."
레비아탄은 즉시 부하를 보내어 그 악명 높은 물고기를 잡아오라고 시켰다.
그러나 악명 높은 물고기는 그 물고기를 잡으러 간 자들까지 잡아먹고 말았다.
화가 난 레비아탄은 또 다른 물고기를 보냈으나 역시 큰 물고기의 밥이 되고 말았다. 안되겠다 싶어진 레비아탄은 자신이 직접 큰 물고기를 찾아가서 꾸짖었다.
"이 호수에 수많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지만 너처럼 큰 놈은 처음 본다."
"그럴 겁니다. 이 호수 근처에 살고 있는 어떤 남자가 매일 내게 먹이를 던져주어 이렇게 크게 자랐습니다. 몸이 커지다 보니 식사도 많이 하게 되어 아침에 고기 스무 마리, 저녁엔 서른 마리씩을 먹어야 제 생명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네 동료를 잡아먹어서야 쓰겠느냐? 죄는 네가 그렇게 자라도록 빵을 던져준 사람에게 있을 것 같도다. 내일 나에게 먹이를 던져준 자를 끌고 오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레비아탄의 명령을 받은 물고기는 젊은이가 항상 먹이를 던져주곤하는 제방으로 가서 젊은이가 떨어지도록 함정을 파두었다. 다음날 젊은이는 평소에 하던 대로 먹이를 던져주려 제방으로 갔다가 갑자기 함정에 빠져 버렸다.
물 속에서 입을 크게 벌리고 기다리고 있던 물고기는 그를 꿀꺽 삼키고는 물 속을 헤엄쳐 레비아탄에게로 갔다.
레비아탄은 그 인간을 토해내도록 해서는 자신의 입으로 삼켰다.
리베아탄은 젊은이에게 물었다.
"너는 왜 빵을 물 속에 던지느냐?"
"선친께서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하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부친의 말을 어김없이 실천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레비아탄은 젊은이를 다시 토해 놓았다. 그리고는 이 세상에 있는 일흔 가지 언어를 가르쳐 주고는 바다로부터 멀리 떨어진 외딴 섬에 혼자 두고 가버렸다.
그곳은 아직 인간의 발이 닿은 적이 없는 곳이었다.
젊은이가 그 섬에 지쳐 쓰러져 있을 때, 어디선가 까마귀 두 마리가 날아와 그의 머리 위를 빙빙 돌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아버지, 저 인간을 보세요. 살았을까요, 죽었을까요?"
"글쎄, 잘 모르겠는걸."
"인간의 눈알을 하나 파올까요?"
"내려가지 마라. 만약 저 인간이 살아 있으면 넌 욕을 보게 돼."
그러나 아들 까마귀는 말을 듣지 않고 인간이 누워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레비아탄 덕분에 까마귀가 주고받는 말을 모두 알아들은 젊은이는 아들 까마귀가 가까이 오자 얼른 다리를 움켜 잡았다. 아들 까마귀는 비명을 지르며 구원을 요청했다. 아버지 까마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젊은이에게 애원하였다.
"제발 제 아들놈을 놓아주십시오. 그렇게 해주신다면 그 대신 좋은 비밀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일어나셔서 지금 누워 계신 곳을 파보십시오. 그러면 솔로몬의 보물이 나올 것입니다."
젊은이는 아들 까마귀를 놓아주고 곧 누워 있는 곳을 파보았다. 그러자 까마귀의 말대로 솔로몬의 보물이 눈부신 자태를 드러내었다.
아버지의 말을 잊지 않고 실천했던 그 젊은이는 복을 받아 큰 부자가 되었으며 자기 자식들에게도 막대한 재산을 남기게 되었다.

 

 

26.생명을 구해 주는 풀

 

어떤 사람이 이스라엘을 여행하고 있을 때였다. 길을 가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니 아버지 까마귀와 아들 까마귀가 서로 말다툼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너는 왜 애비 말을 듣지 않았느냐! 풀밭에 쓰러져 있는 인간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내가 그렇게 말렸지 않았느냐. 그런데 너는 내 말을 듣지 않고 그 인간에게 접근하더니 결국은 붙잡히고 말았지. 그 인간에게 보물이 있는 곳을 알려주고 나서야 간신히 네가 풀려나지 않았느냐. 그것뿐만이 아니야. 너는 모든 일에 아비인 내 말을 통 귀담아 듣지 않아."
아버지는 조용조용 훈계를 하려 했지만 아들 까마귀는 반성하는 빛을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 까마귀는 마침내 분노가 폭발하여 아들 까마귀를 물어 죽이고 말았다.
그러나 노여움이 가라앉자, 곧 자신이 한 짓이 후회가 되었다. 그래서 급히 날아가서는 풀 한 포기를 구해왔다. 입에 물고 온 풀을 아들 까마귀의 몸위에 놓자 죽었던 아들 까마귀가 신기하게도 되살아났다. 그리고 나서 두 마리의 까마귀는 다정하게 함께 날아갔다.
두 까마귀의 행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나그네는 떨어져 있는 풀을 주워 주머니에 소중히 집어 넣었다. 그리고는 다시 길을 떠났다.
한참을 걷다보니 또 두 마리의 새가 다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싸움은 더욱 맹렬해지더니 결국 한 마리가 다른 한 마리를 죽이고 말았다.
나그네는 이번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궁금하여 숨어서 지켜보았다.
상대가 죽은 후 어디론가 날아갔던 새는 두 시간 가량이 지나자 다시 돌아왔는데 먼저 새들처럼 입에 풀을 물고 있었다. 그리고 그 풀로 죽은 친구를 되살리는 것이었다.
나그네는 그 광경을 보고 그 풀이 아까의 까마귀가 사용했던 풀과 같은 것인가 비교해 보았다. 그 풀을 집어 주머니에서 꺼낸 풀과 비교해보니 똑같은 것임이 확실했다.
"이 풀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죽은 것을 살려낸단 말인가. 만일 이 풀이 사람의 생명도 구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이 풀을 가져가서 이스라엘의 모든 죽은 자들을 살려내야겠다."
나그네는 이스라엘로 향하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보니 길바닥에 하자 한 마리가 죽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는 가지고 있는 풀을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났다.
"이 풀이 정말 그런 힘이 있는지 어디 한번 사자에게 시험해 보자."
그는 죽어 있는 사자의 몸에다 풀을 얹었다. 그러자 사자가 꿈틀대며 일어나더니 나그네를 냉큼 잡아 먹어 버렸다.
바로 그 순간 처음의 까마귀 두 마리가 날아가다가 인간이 잡아먹히는 광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참 딱한 인간일세 그려. 그 풀이 어떤 힘을 지녔는지 제 눈으로 똑똑히 보고도 저런 미련한 짓을 하다니... 쯧쯧."

 

 

27.당나귀와 다이아몬드

 

어느 랍비가 나무꾼으로 힘들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산에서 시내로 언제나 나무를 날랐다. 그는 오가는 시간을 될 수 있는 대로 줄여 탈무드 공부에 열중하겠다고 생각하여, 당나귀를 사기로 했다. 그래서 시내의 아랍인으로부터 당나귀를 샀다. 제자들은 랍비가 당나귀를 샀으므로, 더 빠르게 마을과 시내 사이를 오갈 수 있게 된 것을 기뻐하며, 냇가에서 당나귀를 씻기 시작했다. 그러자 당나귀의 목에서 다이아몬드가 나왔다.
제자들은 이것으로 랍비는 가난한 나무꾼 신세를 면하고 공부나 자기들을 가르칠 시간이 더 많아지게 되었다고 기뻐했다.
그런데 랍비는 곧 시내로 돌아가 아랍인 상인에게 다이아몬드를 되돌려 주라고 제자에게 명했다. 그러자 제자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산 당나귀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까?"
"나는 당나귀를 산 일은 있지만 다이아몬드를 산 일은 없다. 내가 산 것만을 갖는 게 옳지 않느냐?"
그래서 그는 아랍인에게 다이아몬드를 되돌려 주었다. 아랍인은 반대로, "당신이 이 당나귀를 샀고, 다이아몬드는 그 당나귀에게 딸려 있었던 것인데, 어째서 되돌려 줄 필요가 있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러자 라비는, "유대의 저 통에 따르면 산 물건 이외는 우리들이 가져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 이것을 당신에게 돌려 드립니다."라고 답했다.
아랍인 상인은 감탄하며 말했다.
"당신 등의 신은 훌륭한 신임에 틀림없습니다."
한 자루의 촛불로써 많은 촛불에 불을 붙여도 처음의 빛은 약해지지 않는다.

 

 

28.사자와 가시

 

사자의 목구멍에 뼈가 걸렸다. 누구라도 자기 목구멍엣 뼈를 꺼낼 수 있는 자에게 큰상을 주겠다고 사자가 말했다. 그러자 한 마리의 학이 날아와, 그 사자를 살려 주겠다고 말하며, 사자의 입을 크게 벌리게 했다. 학은 머리를 사자의 입 속에 들이밀고, 긴 주둥이를 이용하여 뼈를 쉽게 꺼냈다.
그리고 난 뒤 말했다.
"사자님! 당신은 어떤 상을 주겠습니까?"
사자는 학이 묻는 말투에 화가 났다. 사자는 학을 보며 말했다.
"내 입 안에 머리를 넣고도 살아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 바로 상이다. 그렇게 위험한 지경이 되어서도 살아서 돌아갔다는 게 자랑이 될 것이니, 그 이상의 상은 없다."

 

 

29.동물들의 언어를 배운 남자

 

솔로몬 왕에게는 매년 잊지 않고 찾아주는 친한 친구가 하나 있었다.
어느 해, 그 친구는 아주 훌륭한 선물을 들고 솔로몬 왕을 찾아왔다. 고마움을 느낀 왕은 그 친구에게 무엇인가 굉장한 선물을 주어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많은 보물을 하사하려 하자, 그 친구는 극구 마다했다.
"이것이 싫다면 다른 것을 말해보게. 내가 자네에게 무엇이든지 꼭 주고 싶어서 그러네."
"저의 가족은 대왕의 어진 다스림 덕분에 아무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왕께서 굳이 무언가를 주고 싶으시다면 제게 짐승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은 비결을 가르쳐 주십시오."
"친구여, 그것은 어렵지 않네. 그러나 그 소원은.... 그 소원은 절대로 비밀을 지키지 않으면 위험이 따르오. 만약 들었던 것을 한마디라도 누설한다면 그대는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되오."
"비밀은 꼭 지키겠습니다. 짐승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해선 맹세코 입을 열지 않겠습니다."
하는 수 없이 왕은 그 친구의 소원을 들어주었고 그 친구는 기쁜 마음으로 고향으로 돌아왔다.
어느 날, 그가 아내와 함께 집앞에 앉아 있는데 때마침 소가 밭일을 마치고 돌아오고 있었다. 그날 꾀병을 부려 집에 남아 있었던 당나귀가 소 곁으로 가서 말을 시켰다.
"여보게, 오늘 기분은 좀 어떤가?"
"고될 뿐이네. 재미란 없고 낮이나 밤이나 고된 노동에 시달리지."
"그러면 되나, 무엇보다도 몸을 소중히 돌봐야지. 자네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가르쳐 줄까?"
"방법, 그런 게 있는가? 그래, 좀 가르쳐 줘."
"오늘 밤엔 풀을 먹지 말게. 자네가 먹이를 먹지 않는 걸 보면 주인은 자네가 병이 들었는 줄 알 걸세. 그렇게 되면 주인이 당분간은 자네에게 힘든 일을 시키지 않을 걸세. 그러면 자네도 나처럼 멍에를 벗고 편히 쉴 수 있게 되네."
소는 그 방법이 그럴 듯하여 당나귀가 시키는 대로 했다.
날이 새어, 주인이 와서 보니 소는 그때까지 잠을 자고 있었고 당나귀는 소가 먹을 여물까지도 먹어치우고 있었다.
어제 두 짐승이 하던 대화를 생각하니 갑자기 우스워졌다. 주인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큰 웃음 소리에 놀란 아내가 안채에서부터 뛰어 나오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아무 일도 아니오. 조금 우스운 일이 생각나서 그랬소."
주인은 곧 외양간을 맡고 있는 일꾼에게 일렀다.
"오늘은 소에게 일을 시키지 말게. 그 대신 당나귀를 끌고 나가서 소가 일할 몫까지 시키게나."
해질 무렵 되어서야 당나귀는 피곤에 지칠대로 지쳐 우리로 돌아왔다. 하루종일 외양간에서 쉬고 있던 소가 당나귀에게 물었다.
"여보게, 인간들이 나에 대해서 뭐라 하지 않던가?"
"왜 안하겠는가. 자네가 오물과 여물을 먹지 않는다면 도살하는 수밖에 없겠다고 하던걸."
깜짝 놀란 소는 얼른 여물통으로 달려가 거기에 담겨 있는 먹이를 모두 먹어치웠다.
주인은 이 두 짐승의 이야기를 듣고 당나귀의 착상이 너무도 우스워서 껄껄거리고 웃었다. 그때 그 웃음소리를 들은 아내가 토라지듯 말했다.
"어제는 당신이 큰 소리로 웃길래 무슨 좋은 일이 있어서 그러는가 보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오늘 또 당신이 웃는 것 보니, 분명히 나를 비웃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요. 도대체 왜 날 비웃는 거예요? 이유가 뭐죠. 당신이 내게 솔직히 말하기 전에는 난 당신과 말하지 않겠어요."
영문도 모르면서 부인이 화부터 내자 남편은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었다.
"그렇게 화내지 말아요. 내가 왜 웃는지를 설명해 주고 싶지만 내 목숨이 걸린 문제라...."
"그게 무슨 말같지 않은 소리예요? 그런 말을 믿을 것 같아요. 좋아요.
당신이 나한테 감추는 게 있는 모양인데.... 맘대로 하세요. 사실을 듣기 전에는 이제부터 물 한 모금도 안 마실 테니까."
"그러지 마오. 당신이 정 알고 싶다면 할 수 없구료. 내가 죽더라도 당신의 궁금증을 풀어주리다. 하지만 당신에게 고백하기 전에 몇 가지 일을 해 놓아야겠으니 오늘만 참아 주시오."
남편은 친구들을 모아 놓고는 뒷일을 부탁했다.
그는 집안에 개 한 마리를 길렀는데, 주인이 죽을 것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먹이도 먹지 않고 뜰을 슬픈 듯이 빙빙 돌 뿐이었다.
그때 수탉 한 마리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개 앞에 놓인 먹이를 맛있게 쪼아먹었다. 개는 수탉을 꾸짖었다.
"참 못됐구나. 주인어른께서 돌아가시려는 이 판국에 그래, 먹을게 생각나니? 도대체 은혜란 고는 하나도 모르는 놈이구나."
"우리 주인은 참 바보야. 그까짓 일로 죽을 게 뭐 있어!"
"나를 봐. 나는 암탉을 열씩이나 거느리고 있네. 그 열 자리 암탉들은 내 한 마디에 끔뻑 죽는다네. 그런데 우리 주인은 마누라 하나도 제대로 거느리지 못하고 있으니 바보지 뭔가. 여자한테 몽둥이가 최고야. 여자가 말을 안 듣는다 싶으면 굵은 몽둥이로 한번 때려줘 봐. 그러면 두 손을 싹싹 빌지 않고 배겨?"
수탉이 하는 말을 새겨들은 주인은 몽둥이를 가져다가 수탉이 말한 그대로 했다. 그리고 주인은 죽지 않아도 만사가 잘 해결되었다. 비록 올바른 해결책은 아니지만 목숨을 버리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었다.

 

 

30.새가 남긴 교훈

 

포수가 새 한 마리를 잡았는데 신기하게도 이 새는 일흔 가지나 되는 말을 자유롭게 지껄일 줄 알았다. 새는 포수에게 애원했다.
"포수님, 저를 놓아주십시오. 그러면 아주 쓸모 있는 교훈 세 가지를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교훈? 좋아, 그럼 말해 보아라. 듣고 널 놓아주지."
"하지만 그러기 전에 저를 놓아주시겠다고 맹세해 주십시오."
"그러지, 맹세하지."
포수의 맹세를 듣자 새는 말을 시작했다.
"첫 번째 교훈은 '이미 지나버린 일은 후회하지 말라', 두 번째는 '있을 수 없는 일을 말하는 자를 결코 믿지 말라', 마지막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를 말하고 새는 포르르 날아갔다. 자유의 몸이 된 새는 높은 나뭇가지에 올라앉아서 나무 밑에 있는 포수를 놀려댔다.
"내 꾀에 넘어갔지요? 당신은 내 말에 넘어가 나를 놓치고 말았어요. 내 몸엔 멋진 진주가 달려 있어서 그것이 나를 현명하게 해준단 말이야, 이 바보 같은 포수 양반아."
포수는 새를 놓아준 것을 곧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새가 앉아 있는 나무로 올라가 새를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나무가 워낙 높은지라 중간에 나무에서 미끄러져 그만 다리를 다치고 말았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괴로워하고 있는 포수를 보고 새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정말 어쩔 수 없는 멍청이야. 내가 말해준 교훈이 무슨 의미인지 잠깐 동안이라도 곰곰히 생각해봐요.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은 후회하지 말라고 했지요? 그런데도 당신은 나를 놓친 것을 후회하고 마는군요. 그리고 있을 수 없는 일은 결코 믿지 말라고 했죠? 그런데도 당신은 내가 방금 한 말을 정말인 줄 알고, 내가 정말 값진 진주를 달고 다니는 줄 착각하는군요. 나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한 마리 새에 불과해요. 마지막으로 할 수 없는 일은 아예 처음부터 포기하라고 내가 가르쳤는데도 당신은 나를 다시 잡으려고 하다가 결국 다리를 다치고 말았단 말이야. '현명한 자에게 한 마디 하는 것이 우둔한 자에게 백 마디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하는 까닭을 이제야 알겠네요. 인간들이란 왜 전부 당신같이 밥통들인지 모르겠어."
이렇게 쏘아붙이고 새는 먹이를 찾아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31.족제비와 우물이 지켜준 맹세

 

젊은 여인 하나가 여행을 끝내고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여인은 값비싼 보석으로 몸을 치장하고 있었고 얼굴도 무척 아름다웠다. 그러나 불행히도 여인은 길을 잃어 고생을 하게 되었다.
햇빛이 쨍쨍 내려쪼이는 한낮, 목이 타기 시작한 그녀는 물을 마시고 싶어졌다. 그런데 마침 멀지 않은 곳에 우물이 보였다. 기운을 차려 여인은 그곳까지 달려갔지만 곧 실망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 우물에는 두레박이 없어서 물을 떠먹을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목이 마른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줄을 타고 우물 속으로 내려가 물을 마셨다. 그리고는 가까스로 원기를 회복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물을 실컷 마시고 다시 땅위로 올라가려 했으나 도저히 밖으로 나올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절망하여 울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침, 잘생긴 젊은이 하나가 우물 곁을 지나다가 여자의 울음소리를 듣게 되었다. 우물 속을 들여다보고 웬 여인이 있는 것을 발견한 젊은이는 그 여자의 정체가 의심이 되었다.
"너는 인간이냐? 귀신이냐? 정체가 무어냐?"
"저는 인간입니다."
"아니, 인간일 리가 없다. 아마도 너는 귀신인 모양이다. 나를 속이진 못할걸."
"믿어주십시오. 저도 인간입니다. 맹세합니다."
그녀의 맹세한다는 말에 젊은이는 우물속 여인의 말을 어느 정도 믿게 되었다. 그러나 의심이 완전히 가시지 않는지라 다시 물었다.
"당신이 사람이라면 왜 그런 곳에 들어가서 울고 있는 것이오?"
"물을 마시고 싶은데 두레박이 없어서 그만 이곳으로 서둘러 내려왔지 뭡니까. 그런데 다시 올라가려고 하니...."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과 다소곳한 태도에 믿음이 간 젊은이는 밧줄을 구해서 우물 속으로 넣어 주었다. 그리고는 그녀를 구해주는 대신 몸을 바치겠느냐고 물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젊은이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고 하자, 그는 밧줄을 끌어올려 여인을 구해 주었다. 그녀가 우물 밖으로 나오자 젊은이는 여인을 끌어안고 몸을 뺏으려 했다. 젊은 여인은 그러는 그를 저지시키며 말했다.
"저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하나 묻겠습니다. 댁은 어떠한 분이십니까?"
"나는 이스라엘 사람으로 제사장 집안의 사람이오. 그리고 우리 집은 이러이러한 곳에 있소."
"저는 귀족 집안의 여식입니다. 그리고 댁도 이름 있는 집안의 자손인 듯하군요. 그런 분이 결혼에 대한 서약도, 결혼식도 없이 짐승들이나 하는 그런 짓을 하려 드시다니 하나님을 모시는 사람으로서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부디 저의 부모님에게 찾아오셔서 허락을 받으십시오. 당신이 그렇게 한다면 당신과 결혼하겠습니다."
여인의 조리 있는 말에 젊은이는 자신의 성급함을 뉘우쳤다. 이윽고 두 사람은 장래를 약속했다.
"우리 약속에 누구를 증인으로 세우지요?"
그때 마침, 족제비 한 마리가 두 사람 옆을 지나갔다. 그것을 본 젊은이는 말했다.
"족제비와 우물을 우리 약속의 증인으로 하지요."
가까운 날에 젊은이가 처녀의 집을 찾기로 하고 두 사람은 서로 각자의 길을 떠났다.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 그녀는 우물가에서 한 약속을 충실히 지켜 청혼을 해오는 남자들을 모두 물리쳤다. 그들 중에는 집요하게 매달리는 남자도 있었다. 그런 남자는 결혼을 거절하면 죽어버리겠다고 우겨 그녀를 몹시 귀찮고 힘들게 했다. 마침내 그녀는 청혼자들 앞에서 미치광이 흉내를 내게 되었다.
자기가 입고 있는 옷은 물론이고 옆에 다가오는 자의 옷까지 갈기갈기 찢어 버리며 발광을 했다.
그녀가 평소엔 얌전하다가도 청혼해 오는 남자만 있으면 미친 사람처럼 행동했기 때문에 점점 그녀를 아내로 맞겠다는 사람이 줄어갔다. 그녀는 부모님의 근심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물가에서 만난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그가 청혼해 올 것만을 기다리며 살았다.
그러나 남자 쪽은 달랐다.
여인과 굳은 약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고향에 돌아가자 곧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다.
그의 아내는 곧 임신을 하여 사내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아이가 석달쯤 된 어느 날, 어디선가 족제비가 나타나서는 아이의 목을 물어 죽이고 말았다.
그 부부는 매우 슬픔에 젖었으나 이내 털어 버리고 다시 아이를 가졌다.
아내가 두 번째 사내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되어 아기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무렵, 아이는 우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쳐다보다가 우물에 빠져 목숨을 잃고 말았다.
깊은 슬픔에 빠진 아내는 남편에게 물었다.
"우리의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처럼 병이 들어 죽는다거나, 어디를 다쳐서 죽는다거나 했다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체념하고 말겠어요. 하지만 우리 아이는 둘 다 이상스럽고 기이하게 죽었어요. 여기에는 분명 어떤 까닭이 있을 거예요. 혹시 당신은 그 연유를 알고 있나요?"
아내는 집요하게 남편에게 캐물었다. 족제비와 우물의 얘기에서 남편은 지난 날의 일을 기억해 내었다. 그리고는 일찍이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아내가 말했다.
"당신이 그런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족제비와 우물이 애들을 죽게 만들었던거군요. 당신은 지금이라도 그분에게로 돌아가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젊은이는 아내의 권고대로 과거에 결혼을 약속했던 여인이 사는 마을로 갔다.
그리고는 그녀에 관한 소식을 물었다. 그의 질문을 받은 동네 사람은 혀부터 끌끌 찼다.
"가엾게도 그 여자는 제정신이 아니라오. 남자들이 결혼을 청하러 가면 옷을 찢고 물건을 집어던지고 미치광이가 된 다오. 전에는 참 단정한 아가씨였는데...."
그때의 아름답던 아가씨가 미치광이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젊은이는 실망이 되었다. 그러나 일단은 여자의 집으로 가서 그녀의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는 자기 딸과 결혼하겠다는 젊은이를 보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 딸은 정상이 아니라오."
"설령 그보다 더한 미치광이라도 저는 따님을 아내로 맞고 싶습니다."
아버지는 결혼에 필요한 증인을 불렀다. 그리고는 딸을 데려다가 결혼식을 올리라고 했다.
이윽고 젊은이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서자 그녀는 소문대로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었다. 젊은이는 그녀에게로 다가가 귓가에 대고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족제비와 우물이 우리들의 증인이."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녀의 표정은 금새 밝아지며 미치광이 같던 행동은 사라지고 본래의 아름다운 여인의 표정이 나타났다. 그녀는 오랜 기다림이 끝난 반가움에 울먹이며 말했다.
"저는 당신과의 약속을 단 하루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두 사람은 많은 사람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을 했다. 그리고 많은 자녀를 두고 부자가 되어 행복하게 살았다.

 

 

32.악마의 선물

 

이 세상에서 최초의 인간이 포도를 재배하고 있었다. 거기에서 악마가 찾아와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물었다.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인간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멋진 식물을 심고 있지!"
"이런 식물은 본 일이 없는데.. ." 인간은 악마에게 말했다.
"이것은 아주 달콤하고 맛있는 열매가 열려서, 그 즙을 마시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악마는 그렇다면 자기도 꼭 한 몫 끼워 달라고 말하면서 양과 사자와 돼지와 원숭이를 데리고 와, 이 네 마리를 죽여서 그 피를 비료로 쏟아 부었다 한다. 이것이 포도주가 생긴 유래이다.
먼저 마시기 시작할 때에는 양처럼 순하고, 좀 마시면 사자처럼 강하게 되고,그보다 더 마시면 돼지처럼 더럽게 된다. 너무 지나치게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추거나 노래부르거나 한다. 이것이 악마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다.

 

 

33.입을 쓰지 않는 이유

 

온갖 짐승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마침 뱀이 오자 한 동물이 대들듯이 물었다.
"사자는 먹이를 넘어뜨리고서 먹는다. 그리고 늑대는 먹이를 찢어 발겨서 먹지. 그런데 뱀아, 너는 먹이를 통째로 꿀꺽 삼켜서 먹던데 그건 어째 서지?"
그러자 뱀은 말했다.
"나는 중상하는 자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네. 입으로 상대방을 상하게 하지 않기 때문이지."
남을 헐뜯는 험담은 살인보다도 위험하다. 살인은 한 사람밖에 죽이지 않지만, 험담은 세 사람의 인간을 죽인다. 즉 나쁜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 자신, 그것을 반대하지 않고 듣고 있는 사람, 그 화제가 되고 있는 사람이 그들이다.

 

 

34.노예로 팔린 엘 리야

 

옛날에 몹시 가난한 가족이 있었다. 그 집은 자식을 여럿 둔 까닭에 부부가 아무리 일을 해도 도무지 가난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어느 날, 극도의 궁핍을 참지 못하여 아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시장에 나가 보세요. 주님께서 어쩌면 우리들이 굶어 죽지 않도록 좋은 일거리라도 주실 지 모르잖아요."
"시장이라고 더 나은 것이 있겠소? 힘 없고 돈 없는 내겐 여기나 저기나 다 마찬가지일 뿐이오."
풀죽은 남편의 말에 아내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아우성치자, 아내는 다시 한번 남편에게 권유를 했다.
"아무래도 시장에 나가 보셔야겠어요. 아이들이 굶어 죽는 것을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아요."
"그럼 나가보지. 하지만 뭐 좋은 일이 있으리라고 기대하진 마오."
아내는 갈기갈기 찢어진 누더기 한 벌을 꺼내어 남편에게 입혔다.
남편은 밖으로 나왔지만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 자신의 신세가 너무나 슬퍼져 눈물을 흘리면서 하늘을 향해 기도를 울렸다.
"주님, 사방을 둘러봐도 저의 궁핍을 동정하여 줄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주님, 어린 자식들이 불쌍합니다. 저희들을 가엾이 여기시고 자비를 베푸시옵소서. 만일 그렇게 안된다면 저희들이 더 이상 고생하지 않도록 일찌감치 주님 곁으로 불러 주시길 기원합니다."
간절한 이 기도는 하나님의 심금을 울렸다. 하나님은 엘리야를 시켜 그 불쌍한 가장을 돕도록 했다. 엘리야는 울고 있는 가난한 가장 앞에 나타났다.
"무슨 일로 이렇게 울고 있는가?"
그는 생활의 궁핍함과 불행에 대하여 말했다.
"자, 나와 함께 가세. 내가 도와줄 테니 이젠 눈물을 거두라."
"어떻게 절 돕는다는 말씀이신 지요?"
"자네는 그런 걱정을 말게나. 시장에 나를 데려가 노예로 팔기만 하게. 그리고 그 대가로 받은 돈을 자네가 갖게. 그러면 되겠지?"
"어떻게 제가 당신을 노예로 팔 수 있단 말입니까? 저에게 노예가 없다는 것은 갓난아이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인 걸요. 시장에 당신과 함께 가면, 아마 당신이 주인이고 제가 노예라고 할 것입니다."
"아무 염려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게. 그리고 나를 팔면 그 돈에서 일 데나리온만 나에게 주게."
사내는 엘리야가 시키는 대로했다. 엘리야를 데리고 시장에 갔을 때, 두 사람을 본 사람은 누구나 엘리야가 주인이고 사내가 노예라고 생각했다.
엘리야는 모여든 사람들에게 사내가 바로 자신의 주인이며 자신은 팔려질 노예라고 설명했다.
바로 그때 왕의 신하 하나가 지나가다가 엘리야를 보고는 무언가 집히는 것이 있어 그 노예를 사서 왕에게 바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신하는 사내에게 팔십 데나리온에 노예를 팔라고 했다. 엘리야는 사내의 귀에 몰래 속삭였다.
"나를 팔십 데나리온에 왕의 신하에게 팔게."
사내는 시키는 대로 왕의 신하로부터 팔십 데나리온을 받고 엘리야를 팔았다. 그리고는 일 데나리온을 엘리야에게 주었다. 엘리야는 그 돈을 받았다가는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
"이 돈까지 가져가게. 그리고 가족과 함께 즐겁게 살아가게. 이젠 두번 다시 고생하는 일이 없을 것이네."
엘리야의 도움으로 돈을 벌게 된 사내는 집으로 돌아갔다. 굶주릴 대로 굶주려 곧 쓰러질 것만 같았던 아내와 아이들은 아버지가 먹고 남을 정도의 음식을 사오자 정신없이 먹고 마셨다. 이윽고 아내는 자초지정을 듣고 싶어했다. 사내는 시장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얘기했다.
그날부터 주님은 그의 집안에 더욱 자비를 베푸시어 행복한 가정이 되었다.
한편, 왕의 신하에게 팔려간 엘리야는 왕 앞에 나아가게 되었다.
왕은 엘리야에게 물었다.
"너는 무슨 일을 할 수 있느냐?"
"저는 건축에 달통하고 있습니다."
그 무렵, 왕은 도시 외곽에 커다란 성을 쌓으려고 반석들을 실어 나르고, 나무를 베어 넘기고, 건축 기술이 있는 노예들을 수없이 모으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므로 건축에 능한 사람이 대단히 환영을 받았다.
"그렇다면 잘 되었구나. 나를 위해 성을 쌓아라."
그러면서 왕은 쌓기를 바라는 성의 모양과 크기에 대해 설명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건축기간은 6개월이네. 그 기간을 넘겨서는 안돼. 만일 자네가 내가 말한 바를 모두 지켜준다면 성이 지어지는 즉시 그대를 자유의 몸으로 해주겠으며 후한 상도 내리겠도다."
"왕의 분부대로 하겠나이다. 지금부터 시작하겠으니 신하들에게 명하시어 건축에 필요한 것들을 모두 주십시오."
그날 밤, 엘리야는 주님에게 왕이 원하는 성을 만들어 주십사고 간절히 빌었다. 그 기원은 주님께 받아들여져 다음 날 해가 뜨기 전에 왕이 말하던 성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게 되었다.
왕과의 약속이 이루어지자 엘리야는 즉시 그곳을 떠났다. 성이 완성되어 있다는 보고를 들은 왕은 성을 보러 나왔다. 그리고는 더할 수 없이 만족하였다.
"이런 멋진 성을 하룻밤 사이에 이루어내다니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구나."
왕은 사람을 풀어 그 기술자를 찾게 했으나 이미 그 모습을 감춘지 오래였다.
왕은 아마도 하나님이 보내신 사자인 모양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엘리야는 가는 길에 자신을 노예로 팔았던 사내를 다시 만났다.
"아니, 어떻게 이곳에.... 당신은 왕의 신하에게 팔려갔지 않습니까?"
"나는 왕이 요구하는 바대로 모두 해주었소. 그들은 팔십 데나리온을 주고 나를 샀지만, 나는 그 돈의 몇천 배 일을 해주었으니 이제 자유의 몸이 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소?"
그 말을 듣고 사내는 경건한 마음으로 엘리야를 칭송했다.

 

 

35.누구의 신앙이 옳은가

 

우연히 유태인과 아랍인이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때 아랍인이 입을 열었다.
"내가 믿는 신앙이 당신 유태인들의 신앙보다 훨씬 낫지요."
그 말에 유태인이 대꾸했다.
"우리의 신앙이 보다 낫지요. 이런 말도 있지 않습니까? '늘 너희에게 내리는 가르침과 같이 올바른 율법과 계명을 가진 위대한 백성이 너희 외에 우가 있겠느냐'하는 말 말이오."
"그럼 우리 내기를 해볼까요? 나의 신앙이 나은가 당신의 신앙이 나은가 말이오. 만일 당신의 신앙이 낫다면 내 돈을 모두 당신에게 드리겠소. 하지만 나의 신앙이 당신의 신앙보다 훨씬 올바르다고 하면 당신이 가진 돈을 내가 모두 갖겠소. 어때요, 해보겠소?"
"좋고 말고요. 해봅시다."
이리하여 두 사람은 내기를 걸고 가던 길을 계속하였다. 그때 악마가 노인 모습으로 변장을 하고는 그 길에 나타났다. 두 사람은 그 노인을 붙잡고 누구의 신앙이 옳은가를 물었다.
"진리는 아랍인의 신앙에 있지요."
노인으로 변장한 악마는 아랍인을 두둔하는 대답을 했다. 두 사람은 다시 길을 떠나자, 악마는 젊은이의 모습으로 변신하고는 다시 두 사람 앞에 나타났다. 길을 가던 두 사람은 아까와 같은 질문을 했고 악마는 먼저처럼 대답했다.
"아랍인의 신앙이 옳습니다."
길을 계속 걸어가는 두 사람 앞에, 악마는 다시 중년의 남자 모습으로 변신하여 나타났다. 그리고는 아까와 같은 질문에 대답을 했다.
"아랍인이 옳지요."
세 번의 대답이 모두 아랍인을 두둔하는 것이었으므로 마침내 유태인은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상대에게 뺏기고 말았다.
유태인은 풀이 죽어 힘없이 걷다가 어느 폐가에 이르러 지친 몸을 누이고 잠이 들었다.
밤이 얼마나 흘렀을까. 악마끼리 서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얘, 너는 하루종일 안 보이던데 뭣하고 다녔니?"
"재미있는 일이 있어서 그 일을 하느라고.... 오늘 낮에 유태인과 아랍인이 서로 신앙 다툼을 하고 있더구나. 그래서 내가 아랍인의 편을 들어주었지."
두 악마는 다른 악마에게 물었다.
"너는 또 하루종일 뭐하고 다니느라 코빼기도 안 보였니?"
"나도 일이 있었지. 어떤 나라의 공주가 출산을 하는 것을 방해했지. 공주는 일주일 동안 계속 고통에 시달릴걸. 그 성 뒤에 있는 나뭇잎을 모아서 거기서 짠 즙을 산모의 코에 넣으면 순순히 아기가 나온다는 것을 모르고."
다음 또 다른 악마에게 물었다.
"너는 무얼 했니?"
"나는 어느 마을에 가서 장난을 좀 쳤네. 그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샘물을 막아버렸지. 하지만 검은 황소 한 마리를 그 샘 앞에서 죽이면 샘은 다시 콸콸 쏟아지게 되어 있네."
유태인은 악마들이 떠드는 말을 모두 기억해 두었다.
해가 밝자, 그는 아침 일찍 악마들이 말하던 나라를 향해 떠났다.
그 나라에 도착했을 때, 공주가 난산으로 고통이 심하다고 모두들 근심에 싸여 있었다. 유태인은 성안으로 들어가 왕에게 비방을 일러주었다.
"성 뒤에 있는 나무에서 잎을 따다가 즙을 내어 공주님의 코에 넣어 보십시오."
시녀들이 그의 충고대로 하자 공주는 곧 건강한 아기를 낳았다. 왕은 대단히 기뻐하며 그에게 후한 상을 내렸다.
유태인은 다음엔 악마가 샘물을 막아버렸다는 지방으로 가서 주민들에게 말했다.
"샘물 앞에서 검은 황소를 죽여보십시오. 그러면 샘물이 다시 솟아오를 것입니다."
주민들은 이 유태인의 말에 확신을 갖니 못하고 의심하면서도 사정이 워낙 절박한 지라 그대로 따라 보았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샘물이 다시 솟아나는 것이 아닌가. 마을 사람들은 유태인을 후하게 대접해 주었다.
그 다음날, 유태인을 고향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자가의 돈을 가져갔던 아랍인을 다시 만났다. 아랍인은 부유한 행색의 유태인을 보고 놀라서 물었다.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이오? 내가 당신의 돈을 몽땅 가져간 것이 엊그제인데 어떻게 해서 이렇게 부자가 되었단 말이오?"
유태인은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모두 이야기했다.
"그럼 나도 그 폐허에 가서 당신처럼 해볼까."
아랍인을 유태인과 헤어진 후 폐허를 찾아가 그곳에 들어가 숨었다. 밤이 되자 정말 악마들이 몰려왔다. 그리고 그곳에 인간이 숨어 있는 것을 알고는 무작정 쳐죽이고 말았다.
남을 헐뜯는 사람은 무기를 사용하여 사람을 해치는 것보다 죄가 무겁다. 무기는 가까이 가지 않으면 상대를 해칠 수 없으나, 남을 헐뜯는 것은 멀리서도 사람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36.유태인의 현명함

 

스페인 왕의 고문이었던 니콜라우스는 왕을 충동질하여 유태인을 탄압하려 했다. 왕은 에브라임 산초라 불리우는 유태인 현자를 불렀다.
"우리 신앙과 그대의 신앙 중 어느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지 자네의 의견을 말해보게."
"저의 유태인들에게는 저희의 신앙이 좋습니다. 저희들이 이집트에서 노예로 있었을 때, 하나님은 저희들을 그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하에게는 전하의 신앙이 더 좋을 것입니다. 전하의 신앙은 전하에게 지상의 권력을 약속해 주셨으니까요."
"나는 신앙 그 자체의 옳음을 물은 것이지, 신앙이 그 신자에게 무엇을 주었는가를 묻는 것이 아니네."
"저에게 삼 일 간의 여유를 주십시오. 그 동안 생각을 정리한 후에 저의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원한다면 그렇게 하라."
삼 일 후, 현자는 다시 왕 앞에 나타났다. 그의 얼굴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
"왜 그렇게 근심 어린 얼굴을 하고 있나?"
왕과 신하들은 모두 모인 자리에서 유태의 현자는 입을 열었다.
"저는 오늘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당했습니다. 제가 말씀을 드릴 터이니 전하께서 심판을 해 주십시오. 꼭 한 달 전에 저의 이웃 사람이 멀리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에게는 아들이 둘 있었는데 그들에게 보석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형제가 제게 찾아와서 '이 보석은 어떤 것이냐?'
'두 보석 중 어느 것이 더 좋으냐?' 하면서 제게 묻더군요. 그래서 저는 대답을 했죠. '그 대답은 아버지에게 직접 들어라. 너희 아버지는 보석의 전문가여서 너희들의 물음에 정확하게 대답해 주실 거다'라고요. 그러나 이런 조언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무슨 그런 무성의한 대답을 하느냐?'면서 저에게 욕을 퍼붓고 때리기까지 하였습니다."
현자의 얘기를 다 듣고 난 왕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 자식이란 사람들이 그대에게 무례하게 행동을 했구먼. 그대는 잘못한 것이 없네. 그들을 불러다 벌을 내려야겠네."
어두웠던 현자의 얼굴 색이 밝아지며 말했다.
"전하께서 하신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신하들께서도 똑똑히 잘 들으셨으리라 봅니다. 스페인 사람도, 유태인들도 양쪽 모두 보석을 가지고 있는데, 전하께서는 어느 쪽 보석이 더 좋으냐고 물으셨습니다. 제가 어떤 대답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하자를 보내시면 그 보석들이 어떻게 다른가를 대답해 주실 것입니다."
왕은 자기의 고문인 니콜라우스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알겠는가? 유태인의 현명함을.... 이 사람은 존경을 받을 만한 사람이다. 하지만 자네 니콜라우스는 벌을 받아야겠네. 유태교 신자들을 중상했다는 것이 바로 그 죄목이야."

 

 

37.훗날을 위한 나무 심기

 

어떤 노인이 뜰에서 묘목을 심고 있었다. 그곳을 지나가던 한 나그네가 그것을 보고 한심하다는 듯이 물었다.
"노인장, 당신은 그 나무에서 열매가 열리는 것이 언제쯤이라고 예상하십니까?"
노인은 잠깐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아마 70년 정도 지나면 열매가 열릴 것이오."나그네는 물었다.
"그러면 당신은 그토록 오래 살게 됩니까?"
"아니오!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태어났을 때 과수원에는 풍부하게 열매가 맺혀 있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가 나를 위해 묘목을 심어 주셨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마찬가지일 뿐입니다."

 

 

38.어떤 농부

 

어느 곳에 큰 농장이 있었다. 그 주인은 예루살렘 근처에서 가장 자선심 많은 농부라고 칭송되고 있었다. 해마다 랍비들이 그의 집을 방문하면, 그는 랍비에는 아낌없이 자선을 베풀었다.
그는 큰 농장을 경영하고 있었는데, 어느 해 폭풍우로 과수원이 몽땅 망가지고, 전염병까지 퍼졌기 때문에, 그가 키우고 있던 양이나 소나 말도 모두 죽었다. 이것을 본 채권자들이 그에게 몰려가 재산을 전부 차압해 버려, 그에게는 조그만 땅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태연히 모든 재앙들을 받아들였다.
"하느님이 주시고 하느님이 다시 거둬 가신 것이니 할 수 없지 않은가?"
그해에도 언제나처럼 랍비가 찾아왔다. 라비들은 전에는 그렇게 많이 갖고 있었는데, 이렇게 몰락해 버렸다고 하며 동정했다. 농장주의 아내는 남편에게 말했다.
"우리들은 언제나 랍비들에게 학교를 세우거나 예비소를 유지하거나 가난한 사람이나, 노인들을 위해서 그만큼 헌금했는데, 올해는 아무것도 드리지 못한다면 대단히 부끄러운 일입니다."
부부는 랍비들이 빈 손으로 돌아가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작은 땅의 반을 팔아, 그것을 랍비들에게 헌금하고, 그 대신 남은 반의 땅으로 더욱 부지런히 일해서 메우려 생각했다.
랍비들은 뜻밖의 헌금을 얻고는 매우 놀랐다.
반만 남아 있던 땅을 일구던 중, 농사에 사용하고 있던 소가 쓰러져 버렸다. 그런데 흙탕에 빠져 있던 소가 끌어내다 보니 소의 발 밑에서 보물이 나왔다. 그 보물들을 내다 팔았으니, 그들은 다시 옛날대로의 농장을 경영할 수가 있었다.
이듬해 다시 랍비들이 돌아왔다. 랍비는 아직도 그 농부가 가난한 생활을 계속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하여, 조그만 옛날의 땅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그의 이웃 사람들이 말했다.
"아니, 그는 이제 여기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저쪽의 큰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웃 사람은 랍비들을 안내해 주었다. 랍비들이 그곳을 찾아가자, 농장주는 1년 동안에 자기에게 일어났던 일을 설명하고 아낌없이 자선을 베풀면 그것이 반드시 되돌아온다고 말했다.

 

 

39.효도

 

유태인이 아닌 어떤 사람이 고대 이스라엘의 디마라는 도시에 살고 있었다. 그는 1천 개의 금화에 해당되는 값어치의 다이아몬드를 1개 갖고 있었다. 어떤 랍비가 사원 침전 장식에 쓰려고 6천 개의 금화를 갖고 그의 집으로 사러 갔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를 넣은 열쇠고리를 그의 아버지가 베개 밑에 넣고 잠자고 있었다.
사나이는 말했다.
"아버지를 잠에서 깨울 수 없으니 다이아몬드를 팔지 않겠습니다."
그만큼 막대한 돈벌이가 되는데도 잠들어 있는 아버지를 깨우지 않는 것은 대단한 효자라고 랍비는 감탄하여 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퍼뜨렸다.
아버지가 만약 다른 사람과 다투고 있을 때에는 다른 사람의 편을 들어서는 안된다.

 

 

40.시몬과 팔십 명의 마녀

 

어느 날 랍비 시몬 앞에 주님이 나타나서는 꾸짖었다.
"너는 이전에 교회 책임자가 된다면 이 나라의 마녀들을 완전히 몰아내겠다고 약속한 것을 잊었느냐? 이제 네가 교회 책임자가 되었는데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팔십 명이나 되는 마녀가 아스칼론 근처의 동굴에서 살면서 온갖 악한 짓을 자행하고 있으니, 네가 전에 한 약속을 지키도록 하라."
신앙심이 독실한 시몬은 하나님께 즉시 마녀들을 벌하러 떠나겠다고 약속을 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시몬은 팔십 명의 건장한 남자들과 함께
마녀들을 타도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장정들에게는 새 옷 한 벌과 커다란 단지 하나씩을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는 단지 안에 새 옷을 넣고는 몸이 비에 젖는 것을 막기 위해 머리에 단지를 이고 가도록 시켰다.
"얘들아, 내가 동굴 속으로 들어간 후 피리소리가 들리면 이 새 옷을 입고 굴 속으로 들어오너라. 그리고 한 사람씩 마녀를 잡아서 땅에서 들어 올려라. 마녀는 발이 땅에서 떨어지면 어떠한 마술도 부릴 수 없게 되느니라."
이렇게 팔십 명의 장정들에게 주의를 준 후, 시몬은 젖지 않은 새 옷으로 갈아입은 뒤 혼자서 마녀들의 동굴로 찾아가 크게 소리쳤다.
"여인들이여, 그대들의 친구가 찾아왔도다. 문을 열어라."
마녀 하나가 문을 열어 주었다. 그녀는 놀라면서 말했다.
"이렇게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하나도 몸이 젖지 않았네!"
랍비 시몬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나는 빗방울 사이를 걸어다니기 때문이지."
"그래, 여기에는 무슨 일로 찾아왔는가?"
"배우고 싶은 것도 있고, 가르쳐 주고 싶은 것도 있고 해서 왔네. 자네들 내가 각자 할 수 있는 재주를 보여주지 않겠나? 재주들이 대단하다는 소문을 들었거든."
시몬의 아첨 섞인 말에 기분이 좋아진 마녀들은 시몬 앞에서 가지고 있는 재주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 마녀가 주문을 외우자 빵이 나왔고, 또 다른 마녀가 주문을 외우자 포도주가 나왔다. 세 번째 마녀는 마술로 고기를 만드는 등.... 그 재주들이 정말 갖가지였다.
이윽고 마녀들이 시몬에게 물었다.
"이제 우리들이 재주를 보여 주었으니 너의 재주를 보여달라.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재주를 한번 부려보시지."
"내가 피리를 불어 팔십 명의 젊은 남자들을 이 동굴로 불러 들여 보겠노라. 모두 건장하고 잘 생긴 남자들이니 우리 함께 즐겁게 놀아봄이 어떤가?"
시몬의 말을 들은 마녀들은 기뻐서 날뛰었다. 시몬이 피리를 불어 소리를 내자 동굴 입구에 대기하고 있던 팔십 명의 젊은이들은 단지 속에서 옷을 꺼내 입고 줄줄이 동굴 속으로 들어왔다.
"아무라도 좋은 여자를 택하라."
시몬의 말이 떨어지자 팔십 명의 장정들은 각자 한 명씩 마녀들을 붙잡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자기 상대가 된 마녀들에게 말했다.
"어디 한번 빵을 만들어 보아라."
그러나 땅에서 들어 올려진 그 마녀는 더 이상 마술을 부릴 수가 없었다. 젊은이는 그 마녀를 교수대로 끌고 갔다.
다음 젊은이도 자기 상대인 마녀에게 말했다.
"고기를 한번 만들어 보아라."
그러나 그 마녀 역시 마술을 부리지 못했다. 그는 마술을 부리지 못하는 마녀를 역시 교수대로 끌고 갔다.
이렇게 하여 팔십 명의 마녀는 한 사람도 남지 않고 죽고 말았다. 시몬은 힘들이지 않고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게 된 것이다.
악에의 충동은 처음엔 아주 달콤하다. 그러나 끝났을 때에는 아주 쓰다.

 


41.갈비뼈 도둑

 

구약성서에는 인류 최초의 여성은 아담의 갈비뼈를 1개 훔쳐서 만들어졌다고 씌어 있다.
로마 황제가 어떤 랍비의 집을 방문하여 그에게 물었다.
"신은 도둑이다. 어째서 남자가 잠들고 있는 사이에 남자의 허락도 받지 않고 갈비뼈를 훔쳐 갔는가?"
랍비가 대답을 못하고 있는데 그의 딸이 곁에서 대화에 끼어 들었다.
"황제의 부하를 한 사람만 빌려 주십시오. 조금 곤란한 문제가 생겨, 그것을 조사시키는데 쓰려고 합니다."
황제가 물었다.
"그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도대체 그 문제란 무엇인가?"
"어젯밤 도둑이 집에 들어와서 금고를 하나 훔쳐 갔습니다. 그 대신에 도둑은 금 그릇을 두고 갔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했는지 조사해 보고 싶어서입니다."
"그것 참 부럽구나. 그런 도둑이라면, 내게도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그러자 랍비의 딸은 이렇게 말했다.
"그럴 겁니다. 그것은 결국 아담의 몸에서 일어난 일과 똑같지 않습니까. 하나님은 갈비뼈를 하나를 훔쳐 갔지만, 이 세상에 한 개의 갈비뼈보다 값진 여자를 남겼습니다."
하나님이 최초의 여자를 남자의 머리로 만들지 않았던 이유는 남자를 지배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로 만들지 않았던 것도 남자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갈비뼈로 만든 것은 여자가 언제나 그의 마음 가까이에 있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42.저주받은 첫날밤

 

어느 마을에 말할 수 없이 착하고 성실한 유태인이 살고 있었다.
그 사람은 부자이면서 또한 인자하기로 유명한 토비아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가난한 사람에게 많은 자비를 베풀어 주었고, 장사지내줄 사람이 없이 죽은 자를 만나면 관례를 따라 정성껏 장례를 치러주곤 했다.
그런데 이 마을에는 착한 유태인들을 시기하는 사람들 또한 많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유태인들이 하나님의 축복 아래 선을 베풀며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것이 샘이 났다. 그리하여 이들은 왕에게 유태인들에 대해 모함을 했다.
"왕이시여, 유태인들을 벌하시옵소서. 그들은 우리 조상들의 묘를 파헤쳐 죽은 자의 뼈를 파내고 있습니다. 시체를 불태워 마법에 쓰이는 약가루를 구하기 위해서 그런 짓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 말이 모함인지 알지 못하는 왕은 무척 노여워하며 유태인에게 보복하는 명령을 내렸다.
"만일 유태인이 죽으면 장례를 치르지 말고, 성밖의 구덩이에 갖다 버리도록 해라. 만일 장례를 치른다던가 하면 교수형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어느 날, 다른 지역에서 살던 유태인이 이 나리에 왔다가 갑작스러운 병에 걸려 죽었다. 그런데 이 나라에선 아무도 장사를 지내줄 사람이 없었다. 그때 믿음이 깊은 토비아가 썩 나서서는 시신을 염하고, 옷을 입혀 장사를 지내 주었다. 이것을 본 주민들은 토비아를 끌어다가 재판관에게 데려갔다.
"이자를 교수형에 처하십시오. 왕의 지시를 어기고 유태인을 묘지에 묻었습니다."
그리하여 토비아는 교수형을 선고 받았다.
토비아가 사형을 당하게 된 날, 토비아는 교수대 앞에 서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토비아를 교수시키기 위해 교수대에 올라서는 사형집행인마다 모두 갑자기 장님이 되어 버려 토비아를 처형할 수 없게 되곤 했다.
마침내 토비아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는 친척과 주위의 사람들을 모두 불러서는 자기 몸을 일어났던 주님의 은총에 대해 얘기했다. 토비아의 얘기를 듣고 난 유태인은 그 신비로움에 감탄했고, 앞으로도 하나님의 축복이 계속하기를 기원했다.
한편 그 나라의 왕은 유태인인 토비아를 처형하려고 했을 때 일어났던 기적을 보고 받았다. 왕은 유태인들에 대한 두려운 마음마저 들었다. 잠시 후 그는 온 나라에 다시 포고를 내렸다.
"유태인이 죽은 자를 정중히 장사지내는 것을 허락한다. 유태인을 모함하거나 해를 입히는 자는 귀천에 관계없이 교수형에 처하겠다."
그후부터 왕은 유태인을 귀하게 여겼다. 눈이 멀었던 사형집행인들도 다시 시력을 회복하게 되었다.
어느 날 아침, 토비아가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가 보니 제비가 집을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토비아는 그 모양이 신기해서 제비집 가까이 얼굴을 갖다대었다. 그러자 바로 그 순간 제비의 똥이 그만 눈에 떨어졌다.
토비아의 눈앞이 갑자기 캄캄해지더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눈동자에 하얀 꺼풀이 덮여버린 것이다.
졸지에 앞을 못 보는 장님이 되어버린 토비아는 어느 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불러 일렀다.
"내가 장사를 하고 다닐 적에 인도에 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장사로 많은 돈을 벌었는데, 돌아오는 길이 안전하지 못해서 그곳에 있는 내 친구 페루 하스먼에게 그때 번 돈을 맡겨 놓았다. 이제 나는 벌을 받아 앞을 볼 수 없게 되었구나. 아들아, 그러니 내 대신 인도로 가서 그 친구를 찾아가 보아라. 네가 나의 서명을 든 편지를 보이면 그 친구는 내가 맡긴 돈과 보물을 돌려줄 것이다."
아버지의 말을 듣고 아들은 인도까지 길 안내를 해줄 사람을 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후, 인도의 지리와 사정을 훤히 알고 있는 남자를 발견하여 아버지에게 데리고 왔다.
"아버지, 이 사람은 인도의 거리거리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잘 알고 있다고 합니다."
토비아는 그 사람의 인사를 받고 나서 물었다.
"인도의 투바르란 거리를 아시오?"
"네, 압니다. 그 거리는 대단히 크고 번화하지요. 또 현자들이 많이 살고 있기도 하구요."
"내 아들을 그곳까지 데려다 주시오. 비용은 얼마든지 낼 테니까."
토비아는 아들을 시켜 인도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를 대신 쓰게 하고 끝에 서명을 했다. 그리고는 아들을 껴안고 말했다.
"잘 다녀오너라. 조상들이 너를 지켜봐 주실 것이다."
젊은이는 안내자와 함께 투바르로 떠났다. 안내자는 조금의 실수도 없이 그를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었다. 젊은이는 아버지가 말했던 페루 하스먼의 집을 물어 물어 찾아갔다.
"어른께서 페루 하스먼이란 분이신 지요?"
"그렇소만, 젊은이가 어떻게 내 이름을 아는가?"
"저의 부친의 존함은 토비아라고 하는데, 부친께서 저보고 어른을 찾아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토비아의 아들은 그렇게 말하고 부친의 말을 받아 적은 편지를 내보였다.
페루 하스먼은 그 편지와 서명을 보고, 젊은이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친구의 아들로 믿게 되었다. 그는 젊은이를 껴안으며 반가워했다. 그리고는 맛있는 음식을 푸짐하게 차려 대접해 주었다.
"그래, 자네 부친께서 평안하신가? 자네를 보니 정말 반갑네."
"부친께선 편안하게 잘 계십니다."
"정말 다행이구나. 먼 길을 오느라 피곤할 테니 자네는 이제 푹 쉬게. 십여 일 내 곁에 머물면서 그 동안 자네 부친이 살아가는 얘기를 내게 들려주지 않겠나?"
그러나 젊은이는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대단히 고마우신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전 고향으로 빨리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연로하신 부친을 남겨두고 떠난 지라 걱정이 됩니다. 아시다시피 부친께선 저밖에 자손이 없기 때문에 제가 곁에 없으면 많이 허전해 하십니다."
젊은이의 말을 듣고 있던 페루 하스먼은 그 효성스러운 마음에 감동을 하였다. 그리하여 토비아가 맡겨 두었던 보물을 그의 아들에게 넘겨주고, 그 이외에도 옷과 값진 선물을 따로 마련해서 젊은이에게 가져가도록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장정을 보내어 도중까지 길을 안내하도록 하였고 풍악을 울려 전송을 했다.
토비아의 아들과 안내자가 길을 떠나서 해변의 모래 길을 걷고 있는데 물고기 한 마리가 파도에 휩쓸려 나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안내자는 물고기를 잡아 배를 가르고 창자와 담낭을 끄집어 내고는 정작 고기는 버렸다.
"왜 고기를 가져가지 않으십니까?"
의아스럽게 생각된 젊은이가 물었다.
"이 창자와 담낭에는 특별한 효능이 있어서 좋은 약이 되기 때문입니다. 앞이 안 보이는 사람에게 이 담즙을 짜서 바르면 눈이 뜨여 다시 앞을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 창자를 태워 연기를 내면 악마가 접근을 못하게 되어 집안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게 합니다."
안내자의 설명을 들은 젊은이는 그 창자와 담낭을 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했다. 안내자는 순순히 수락을 했고, 젊은이는 그 두 가지를 소중히 간수하였다.
몇 달 후, 젊은이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을 기다리고 있던 토비아는 무척 반가워하였다. 그는 안내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다.
"돈을 바꾸는 곳에 가서 너를 안내해 준 사람에게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사례를 해드리려무나."
아버지의 말에 따라 젊은이는 안내자와 함께 집을 나섰다. 그런데 밖에 나오자마자 안내자는 어디론가 자취를 감춰 버리고 말았다. 여기 저기를 둘러보다가 아들은 다시 집으로 들어와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말씀드렸다.
"아들아, 아마 하나님께서 우리를 도와주시려고 그 사람을 보내셨던가 보다. 그 사람은 예언자 엘리야였던게 틀림없다.
그리고 나서 아들은 해변 모래사장에서 얻은 담즙과 창자의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말씀드렸다.
"엘리야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그 두 가지 물건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
토비아는 아들로부터 담즙을 받아 눈에 발랐다. 그러자 막혔던 시야가 트이면서 다시 밝은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아들아, 하나님께서 우리를 돌보시는가 보다. 너를 무사히 인도까지 갔다오게 하시고, 이렇게 내 눈까지 낫게 해 주시니...."
토비아와 아들은 다시 밝은 세상에서 행복한 날들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토비아가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아, 내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듣기 바란다. 내 여동생에게 딸이 하나 있는데 그 딸아이와 네가 결혼했으면 싶다. 그 아이는 무슨 운명을 타고났는지 세 번씩이나 결혼을 했지만 그때마다 첫날밤을 지내기도 전에 남자들이 시체가 되고 마는구나."
"하지만 아버님, 만일 제가 그 사촌과 결혼했다가 다른 세 남자들처럼 죽으면 어떻게 합니까?"
"그 세 남자가 목숨을 잃은 것은 분명히 악마가 그들의 혼을 빼앗아갔기 때문일 것이다. 널 안내했던 그분의 말씀대로 물고기의 창자를 태워서 집안에 연기가 가득 차도록 해라. 하나님을 깊이 믿고 있으면 하나님은 우리를 악마로부터 돌봐주실 것이다."
젊은이는 마음을 굳게 먹고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따랐다.
이윽고 결혼식이 끝나고 밤이 되었다. 젊은이는 창자를 태워 집안밖에 연기를 피웠다. 그리고 신혼 방에 들어가 첫날밤을 맞이하였다.
늙은 아버지는 밤새도록 눈물을 흘리며 주님께 아들 내외를 지켜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드디어 날이 밝았다. 모든 사람들은 불안과 근심으로 조바심을 내면서 과연 젊은이가 살아서 방문 앞으로 나설 것인지 아니면 시체가 되지는 않을런지 걱정을 하며 기다렸다.
잠시 후 방에서 나온 젊은이는 건강한 모습 그대로였다.
그 이후, 이 부부는 아무 걱정거리 없이 많은 자손들을 거느리고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다.
부부가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면 칼날 폭 만큼의 좁은 침대에서도 누워 잘 수 있지만, 서로가 미워하기 시작하면 폭이 10미터나 되는 침대로도 비좁다.

 

 

43.진짜 아들은 누구일까

 

딸이 바람을 피우는 기미를 눈치 챈 어머니가 딸을 불러놓고 조용히 일렀다.
"네가 바람을 피우는 것에 대해서 내가 특별히 할 말은 없구나. 하지만 단 한 가지, 바람을 필 때는 네 남편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조심해야 하느니라. 나도 항상 그래왔지. 내게 아들이 열이나 있지만 진짜 네 아버지의 아들은 하나밖에 없단다."
그런데 모녀간에 주고받는 이 은밀한 이야기를 우연히 남편이 듣고 말았다. 남편은 배신감과 심한 모멸감에 울분이 났지만 내색을 않고 자기 가슴속에만 담아 두었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아내가 죽고, 이윽고 남편도 병이 들어 몸이 쇠약해지자 그는 아들 중에 진짜 자신의 아들인 한 명에게만 재산을 물려주기로 결심하였다. 그러나 누가 진짜 자기 아들인지 구별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나의 진짜 아들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노라'라는 유언만을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아버지가 죽자, 열 명의 아들들 사이에 큰 다툼이 벌어졌다. 서로 자기가 친아들이라고 우기면서 재산을 차지하려고 들었다.
결국 열 명의 아들들은 랍비 베너에게 가서 심판을 내려달라고 했다.
"이 사건은 참으로 어렵구나. 이 사건은 나로선 도저히 해결할 수가 없겠다. 너희들 모두 아버지 묘에 가서 누구에게 재산을 물려줄 것이냐고 묻고 만일 대답이 없으면 묘에 돌이라도 던져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아들들은 랍비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아들들은 묘에 가서 몽둥이로 두들겨 보기도 하고 돌을 던져 보기도 했다.
그런데 유독 한 아들만은 다른 아들과는 달리 돌을 던지거나 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 아들은 아버지 묘에 불손한 생동을 하는 다른 아들들을 바라보면서 고통스러워하며 말했다.
"아버지 묘에 돌을 던지는 짓은 죽어도 못하겠어. 차리리 유산을 포기하는 편이 낫겠어."
랍비는 베너의 아들들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가 유산은 바로 그 아들의 것이라고 판결을 내렸다.

 

 

44.메시지 전달법

 

로마의 황제가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랍비와 친교를 맺고 있었다. 그 까닭은 두 사람이 생일이 똑같기 때문이다.
두 나라의 관계가 그다지 원만하지 못할 때에도 두 사람은 늘 친교관계를 계속 유지하였다. 그러나 황제가 랍비와 친구인 것은 두 나라의 정부의 관계로 보아 과히 환영받을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황제가 랍비에게 무엇을 물으려 할 때에는, 사자를 매개로 하는 간접적인 방법을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어느 날 황제는 랍비에게 메시지를 보내어 물었다.
"나는 두 가지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 하나는 내가 죽으면 아들을 황제로 삼고 싶다. 두 번째는 이스라엘에 있는 타이베리아스라는 도시를 관세 자유 도시로 만들고 싶다. 나는 그 두 가지 가운데 한 가지 밖에 이룰 수가 없지만,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두 나라 관계가 대단히 험악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황제의 질문에 랍비가 대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국민들에게 대단히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 명백했다. 따라서 랍비는 그 질문에 대해서 대답을 보낼 수가 없었다.
황제가 돌아온 사자에게 물었다.
"메시지를 전했을 때 랍비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그러자 사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랍비는 아들을 목말 태워서, 비둘기를 아들에게 주었습니다. 아들은 그 비둘기를 하늘에 날려 주었습니다. 그 밖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황제는 랍비가 말하려는 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
'먼저 왕위를 아들에게 물려 주고, 그 다음에 아들이 관세 자유 도시를 만들면 된다.'
다음에 또 황제로부터 질문이 내려졌다.
"나의 신하들이 내 마음을 괴롭히고 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랍비는 역시 똑같은 판토마임으로, 정원 앞 채소밭으로 나가서 야채를 한 포기 뽑아 왔다. 몇 분 뒤 다시 똑같은 일을 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로마 황제는 랍비의 메시지를 알 수 있었다.
'한 번에 당신의 적을 멸망시키지 말라. 몇 번으로 나누어 하나씩 하나씩 없애라.'
인간의 의사는 말이나 문장에 의하지 않고도 충분히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45.분실물

 

어떤 랍비가 로마에 갔을 때 거리에 포고가 내려 있었다.
거기에는 '왕비가 아주 비싼 고급 장식물을 잃어버렸다. 30일 이후에 그것을 발견한 자에게는 막대한 상금을 주겠으나 만약 30일 이후 그것을 갖고 있는 자가 발견되면 사형에 처한다.'라고 씌어 있었다.
랍비는 장식물을 우연히 발견하여, 31일째에 그것을 갖고 왕궁에 가서 왕비 앞에 내놓았다. 그러자 왕비가 랍비를 향해서 물었다.
"당신은 30일 전에 포고가 내렸을 때 여기에 있었습니까?"
그러자 랍비는, "네!"라고 대답했다. 왕비는 물었다.
"30일이 지나서 그것을 가지고 오면 당신은 어떤 벌을 받게 되는지 압니까?"
"네!"
그러자 그녀는 물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30일째까지 되돌려 주었다면 아주 큰상을 받았을 텐데, 당신은 목숨이 아깝지도 않은가?"
랍비는 이렇게 대답했다.
"30일 안에 누군가가 이것을 되돌려 두었다면 당신을 두려워하던가, 당신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하여 되돌려 두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오늘까지 기다려서 되돌려 주러 온 것은, 나는 결코 당신을 두려워하고 있지 않으며, 내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하나님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말을 듣고 왕비는 경건한 태도로 말했다.
"그와 같은 훌륭한 하나님을 가진 당신에게 깊은 경의론 표합니다."
정직한 자는 자기의 욕망을 조종하지만, 정직하지 않은 자는 욕망에 조종된다.

 

 

46.현자가 된 양치기

 

이스라엘에 카르바 사우어라는 남자가 살고 있었다. 그에게는 딸아 하나 있었는데 그녀는 대단히 미인인데다가 착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 딸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이 집의 양치기인 아키워였다. 아키워를 끔찍이 사랑하는 주인집 딸은 어느 날 아키워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말았다.
"저를 아내로 맞아주세요."
아키워 또한 그녀를 몹시 사랑하고 있었으므로 그는 말했다.
"나로서는 더할 수 없는 행복이오."
이런 사실이 카르바 사우어의 귀에 들어가자 그는 매우 화가 났다. 학식도 가문도 형편없는 자를 좋아하는 자신의 딸까지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카르바 사우어는 자기의 딸 내외에게는 한 푼의 재산도 나누어주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다.
그러나 딸은 아버지의 노여움 같은 것은 전혀 개의치 않고 아키워와 결혼을 했다. 아키워는 가난을 잘 참아주는 아내를 위로해 주었다.
"우리가 지금은 궁핍하기 때문에 어렵고 힘든 일이 많소. 하지만 마음 단단히 먹고 어떠한 일이라도 주님께 맡기는 태도로 살아갑시다. 언제고 부자가 되면 그 동안의 당신의 수고를 모두 보답해 주리라. 금으로 만든 머리띠를 당신에게 꼭 선물하겠소."
아키워와 그의 부인은 가난한 살림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온정을 나누어 주며 착실하게 살았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아키워의 나이가 마흔 살이 되었다.
그런 어느 날, 부인이 아키워를 불러서는 경전의 가르침을 공부하라고 부탁했다.
"예루살렘으로 가서 성인들께 성전의 가르침을 받고 오십시오."
그러자 아키워가 말했다.
"당신도 아다시피 내 나이 마흔이오. 이 나이에 시작해서 도대체 무얼 배운단 말이오?"
"주님의 가르침을 배우는 데엔 나이가 상관없음을 왜 모르십니까? 전 나이나 체면보다도 경전에 감춰진 깊은 뜻을 당신은 배우고 익히길 바랍니다."
아키워는 부인의 간곡한 부탁이므로 서전을 공부하겠다는 각오를 하긴 했지만 썩 내키지는 않았다.
어느 날, 아키워는 우연히 우물가를 지나다가 우물 가장자리의 돌이 파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째서 이 부분만 돌이 닳아 있을까?"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어디선가 이런 대답이 들려왔다.
"두레박을 들어올릴 때마다 두레박 줄에 돌이 쓸려 오랜 세월 그렇게 닳아서 홈이 파진 것입니다."
아키워는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이렇듯 가늘고 약한 두레박 줄이 돌같이 단단한 것을 닳게 할 수 있다면.... 이 육신의 마음만 있으면 아무리 쇠붙이같이 단단한 하나님의 말씀이라도 충분히 해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깨달음이 왔다.
그리하여 아키워는 아내의 말에 따라 경전을 공부하러 길을 떠났다. 그는 예루살렘에 있는 랍비 엘리에셀과 여호수아를 찾아갔다.
"저에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그리하여 아키워는 그 두 스승의 문하에서 12년 동안 가르침을 받았다.
그가 경전에 능통해져서 그를 따르는 1만 2천 명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그의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서였다. 이런 이야기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고향에 혼자 남아 있는 아내에게 어떤 사내가 이런 말을 했다는 거였다.
"당신은 결혼을 잘못한 거요. 무식한 양치기와 결혼했기 때문에 당신 아버지까지 당신을 박애한다면서요? 게다가 그 양치기는 집을 나간지 12년이나 되었는데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으니 어찌 당신 결혼이 불행하다고 말하지 않겠소? 당신은 지금 과부나 마찬가지가 아니요?"
그러나 아키워의 아내는 한치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그분이 앞으로 12년을 더 객지에서 계신다 해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흐르더라도 상관치 않습니다. 난 그저 그분이 무지를 깨우치고 오시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아키워는 그 이야기를 듣고는 발걸음을 돌려 다시 스승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12년을 다시 공부했다. 12년 후, 그가 다시 고향으로 향했을 때에는 그의 뒤를 2만 4천 명의 제자가 따르고 있었다.
현자와 수많은 제자가 마을로 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아키워의 고향 장로들은 현자와 제자들을 환영하기 위하여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마을 입구로 나왔다.
그들은 아무도 아키워를 알아보지 못했으며 더구나 아키워이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키워는 오직 아내에게만 살며시 그의 귀향을 알렸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남편을 맞이하고 싶었지만, 헤질 대로 헤진 누더기 옷밖에 없는지라 약간 주저가 되었다. 그러나 남편은 자신을 알아주리라 생각하고는 남편 앞으로 나아가 땅바닥에 얼굴을 파묻었다. 남루하게 차린 여자가 자기들 스승의 앞을 가로막자, 아키워의 제자들은 그녀를 쫓아내려 했다.
그러나 아키워는 부드럽게 가로막았다.
"그 여인을 그대로 두어라. 그녀야말로 나와 그대들을 주님의 가르침으로 인도하여 준 여인이다. 근 24년 동안 수많은 노고를 아끼지 않은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한편 카르바 사우어도 현자가 고을에 온다는 소문을 듣고는 서둘러 맞으러 나갔다. 현자를 만나 뵙고 자신이 일찍이 맹세했던 것을 취소 받을 생각이었다.
고생만 하는 딸이 전부터 마음에 걸려 몹시 괴로웠기 때문이었다.
아키워는 카르바 사우어가 하는 이야기를 모두 들었다.
"나는 딸을 몹시 사랑했기에 그녀가 현명한 자와 결혼하기를 바랬었습니다. 그런데 재산도 없고 무식한 양치기와 결혼을 해서 나는 딸까지 미워졌습니다. 그래서 한푼의 재산도 나누어주지 않겠다는 그런 경솔한 맹세를 해버렸지 뭡니까?"
"만일 그 사위란 자가 저 같은 사람이라면 당신은 그래도 딸을 미워하겠습니까?"
"아니지요. 그자가 당신과 같을 것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성경을 한 줄만이라도 읽을 줄 안다면 재산의 절반을 주었을 것입니다."
아키워는 조용히 미소짓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제가 바로 그 아키워입니다. 당신의 사위란 말씀입니다."
카르바 사우어는 매우 놀라며 아키워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정말 자신의 사위임을 알아보고는 얼싸안았다.. 그리고 약속대로 재산의 절반을 아키워에게 나누어 주었다.
부유하게 된 랍비 아키워는 약속대로 사랑하는 아내에게 금으로 만든 머리띠를 선사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는 바로 지혜로운 아내를 가진 남자다.

 

 

47.무식한 아키워와 당나귀

 

아키워가 경전에 신경을 쓰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그의 아내가 남편에게 간곡히 말했다.
"경전의 가르침을 꼭 익히십시오."
아키워는 부인의 말에 기가 막히다는 듯이 대꾸하였다.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 참이오?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데 이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소."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꼭 보여드릴 것이 있습니다. 나가서 등이 벗겨져 까진 당나귀 한 마리를 끌어다 주십시오."
아키워는 부인의 말대로 등이 까진 당나귀를 끌어다 놓았다. 아내는 그 등에 흙을 얹고 겨자씨를 심었다. 그러자 당나귀의 등에서 신기하게도 싹이 트고 꽃이 피었다.
아내는 아키워에게 그 당나귀를 끌고 시장에 가보라고 시켰다. 아키워가 그 당나귀를 끌고 시장에 가자 그 우스운 꼴을 보고 모든 사람들이 낄낄거렸다.
다음날도 당나귀를 끌고 시장에 갔다. 그러자 사람들이 또 웃어댔다. 그러나 삼일 째 되는 날 당나귀를 끌고 가자 더 이상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었다.
그 이야기를 하자 아내는 말했다.
"그것 보십시오. 자, 이제 당시도 주님의 가르침을 받으실 때가 되었습니다. 당신이 경전에 공부를 시작하면 첫날에는 누구나 웃을 것입니다. 두 번째 날도 웃겠지요. 하지만 삼일 째 되는 날에는 아키워는 원래 그러려니 하고 생각을 하여 더 이상 당신에게 신경을 쓰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키워는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찾아가 배움을 청했다. 그 선생임은 아키워를 갸륵하게 생각하여 알파벳부터 차근차근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아키워가 알파벳을 다 익히고 나자, 선생님은 다음 단계로 식사 때마다 드리는 기도를 가르쳤고 사제의 법전을 읽게 하였다. 그리하여 아키워는 마침내 모든 문자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다음에 아키워는 랍비 엘리에셀과 여호수아를 찾아갔다.
'미천한 저에게 탈무드의 가르침을 주십시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선생님이 탈무드의 뜻을 읽어주면 아키워는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마음에 담았다. 그리고 혼자 있을 때에도 그 구절의 의미를 한 자 한 자 검토해 보았다. 그 의미를 미처 모르는 것이 있으면 다시 랍비 앞에 가서 질문을 하곤 했다. 나중엔 랍비도 그의 성실한 태도를 칭찬할 정도가 되었다.
아키워는 경전들과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가르침을 열심히 익히고 공부하여 마침내 그 숨겨진 의미들에 대해서도 통달하게 되었다.

 

 

48.교육

 

가장 훌륭한 랍비가 북쪽 나라에 두 사람의 시찰관을 파견했다.
시찰관은 그 도시를 지키고 있는 사람과 만나, 잠깐 조사하고 싶다고 말하자, 그 북쪽 도시에서는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최고 책임자가 나왔다. 그러나 시찰관은 말했다.
"아닙니다. 우리들은 도시를 지키는 사람과 만나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자, 다음에는 도시의 수비대장이 찾아왔다. 구 사람의 랍비는 말했다.
"우리들이 만나고 싶은 것은 경찰서장이나 수비대장이 아니라, 학교 교사입니다. 경찰관이나 군인은 파괴할 뿐, 진정 도시를 지키는 것은 교사입니다."
향수 가게에 들어가서 향수를 사지 않아도, 나왔을 때에는 향기가 풍긴다. 마찬가지로 가죽 가게에 들어가서 가죽을 사지 않아도, 매우 나쁜 냄새가 몸에 옮겨온다.

 

 

49.간음한 자는 돌로 쳐라

 

요야힌이라는 이름의 유태인이 수잔이라는 아내와 함께 주님을 열심히 섬기며 살고 있었다.
요야힌은 큰 부자였으며 덕망 또한 높았으므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았고, 그의 집에는 항상 친지와 손님들이 들끓었다.
두 사람의 장로가 마을의 재판관으로 뽑혀 요야힌의 집에 머물고 재판일을 보게 되었다. 두 장로는 요야힌의 아내 수잔의 모습을 보고는 그녀의 미모에 반해 음흉한 생각을 품기 시작했다.
처음에 두 사람은 자기의 못된 마음을 서로 감추었으나, 어느 날 수잔이 정원에서 거닐고 있는 것을 숨어서 엿보고 있던 두 사람은 서로의 음흉한 마음을 알아채게 되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속 검은 마음들을 고백하고는 마침내 수잔을 범하는데 두 사람이 서로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흑심을 채우기 위해 모의를 시작했다. 그리고 수잔이 정원에서 목욕하고 있을 때를 그 기회로 삼기로 했다.
햇볕이 따스한 어느 날, 수잔은 하녀들을 데리고 정원에 흐르는 개울로 목욕을 하러 나왔다.
큰 나무 그늘에 몸을 숨긴 두 장로는 하녀가 그 자리를 뜨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하녀가 향수를 가지러 자리를 뜨고 수잔은 옷을 벗고 개울물로 들어갔다. 그 순간, 두 장로는 나무 그늘로부터 불쑥 나아갔다.
"우리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만일 듣지 않는다면 네가 젊은 놈하고 함께 놀아나는 현장을 목격했다고 소문을 내겠다."
수잔은 너무 놀라 정신을 없었다. 하지만 하찮은 인간에게 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하나님의 손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고 하늘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주님, 이 악당들로부터 저를 구해 주소서."
그러자 두 노인도 질세라 큰 소리로 수잔을 꾸짖기 시작했다. 이윽고 집안에 있던 사람들이 정원 쪽으로 하나 둘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장로 두 사람이 수잔을 간음죄로 꾸짖고 있는 것을 보았다.
지금까지 수잔을 정숙하고 순결한 여인으로 존경하고 있던 그들이었던 만큼 그 광경을 보자 무척 놀랐다.
다음날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두 장로는 수잔을 음탕한 여인으로 고발을 했다.
"우리 둘이 정원을 거닐고 있었을 때의 일이오. 저 여자가 두 하녀를 집안으로 돌려보내고 얼마 안 있어 어떤 젊은 놈이 나타나더니 아주 거리낌없이 저 여자 곁에 눕는 거였소. 그 광경을 보고 우리 둘이 달려가 그 젊은 사내를 붙잡으려 했으나 그만 도망가 버려서 놓치고 말았소. 그 젊은 놈은 아마도 저 수잔이란 여자가 끌어들인 남자임에 틀림없소."
마을 사람들은 장로들의 증언을 듣고는 수잔이라는 여자의 본모습을 새삼 알게 되어 매우 분노했다. 장로라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감히 위증을 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하는 그들은 장로의 말만 듣고 수잔을 끌어냈다.
장로들은 그녀의 옷을 벗겨 알몸을 만들라고 명령하였다. 다시 한번 그녀의 알몸을 즐기려는 치사한 속셈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 음탕한 여자이니 돌로 쳐서 죽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수잔은 돌팔매질을 당해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자 하늘을 향해 기도했다.
"하느님이시여, 하나님께서는 저의 결백함을 아실 것입니다. 저를 부당한 형벌로부터 구원하여 주십시오. 세상 사람들이 제가 음탕한 여자라고 생각지 않게 해주십시오."
수잔의 억울함을 잘 알고 있는 하나님은 예언자 다니엘을 불렀다.
그리고 수잔의 결백을 밝히고 오라고 말했다.
수잔을 향해 사람들이 막 돌을 던지기 시작할 무렵, 다니엘이 나타나 중지시켰다.
"이스라엘에서는 사형신고를 하는 경우, 그때의 사정을 꼭 조사해 보도록 되어 있소. 내가 이 사건을 다시 한번 조사할 수 있도록 해주시오."
그래서 수잔은 형장에서 다시 재판정으로 끌려왔다. 두 장로가 출두하여 다시 거짓 증언을 되풀이했다. 다니엘은 두 노인을 따로따로 떼어 놓고 심문을 했다.
그는 한 장로에게 물었다.
"이 여자가 젊은 남자와 놀아난 곳이 어떤 나무 밑이었습니까?"
"텔레빈 나무 아래였습니다."
다니엘은 또 한 장로를 불러 물었다.
"플라타너스 나무 밑이었습니다."
다른 장로는 먼저번 장로와는 다른 대답을 했다.
"이 정원엔 텔레빈 나무는 한 그루도 없소. 그리고 똑같은 광경을 보았다는 사람들이 지금은 서로 다른 나무 밑이었다고 대답하고 있소. 이래도 이 두 사람을 믿을 수 있겠소?"
다니엘의 몇 마디 재판으로 이 사건의 전모는 두 장로가 꾸민 계략이었음을 백일하에 드러났고, 재판정에 모인 사람들은 두 장로를 향해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수잔이 받아야 했던 형벌을 대신 받게 된 꼴이었다.
야다(YADA:히브리어로 섹스라는 뜻)는 일생에 있어서 오직 한 사람만 상대하여 쓰여지지 않으면 안 된다.

 

 

50.기도를 하고 있는 유태인

 

독실한 신앙심을 가진 유태 남자가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그때 뱀이 살금살금 기어와서는 그의 무릎 위를 지나갔다. 그래도 그 남자는 기도를 중단하지 않았다. 신기하게 여긴 제자들이 물었다.
"선생님, 뱀이 무릎 위를 지나가는 것을 못 느끼셨습니까?"
"기도를 드릴 때는 다른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만일 내게 무엇이 와 닿는 느낌을 가졌다면 나는 이미 뱀에게 해를 당하였을 것이니라."
또 어느 날, 이 남자가 간절히 기도를 드리고 있을 때 왕이 지나가게 되었다. 이때에도 남자는 기도를 중단하지 않았다. 기도가 끝났을 때 왕이 말했다.
"그대는 매우 겸허하고 신심이 깊은 사람이라는 소문을 들은 바 있다. 하지만 지금 보니 매우 교만 방자한 놈이구나."
이 신앙심 깊은 사람은 왕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산책을 하고 있을 때나, 집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전하의 모습을 뵈옵고도 인사를 올리지 않는다면 저는 어떠한 벌을 받아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조금 전에는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들에게 이렇게 명하여 주십시오. '기도를 하고 있는 자는 왕이 옆을 지나며 말을 시킬지라도 대답해서는 안되며, 설령 뱀이 물지라도 기도를 멈추어서는 안되다.'라고 말입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많은 생각을 품은 채로 되돌아갔다.
반성하는 자가 서 있는 땅은 가장 위대한 랍비가 서 있는 땅보다 더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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