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철학/일반

심리학의 관점에서 본 욕망과 행복의 관계

rainbow3 2019. 10. 11. 02:17


심리학의 관점에서 본 욕망과 행복의 관계

 

권 석 만 

 

【주제분류】긍정 심리학, 임상 심리학
【주요어】행복, 욕망, 목표, 비교과정, 적응과정
【요약문】본 논문은 최근에 심리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행복에 관한 연구 분야인 긍정 심리학을 간략히 소개하고 행복과 욕망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하였다. 주관적 안녕으로서의 행복을 설명하는 가장 기초적 이론인 욕망충족 이론에 근거하여 욕망의 생성에서부터 행복감의 체험에 이르는 심리적 과정을 이해하는 통합적인 이론적 틀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행복은 평정상태의 균열로 인해 생겨난 결핍감을 해소하려는 욕망충족 과정에서 경험하는 긍정적 정서와 인지적 평가의 복합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행복의 심리적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욕망의 구조뿐만 아니라 개인의 가치관, 목표와 기대, 목표로의 진전 평가, 비교과정, 적응과정 등과 같은 다양한 심리적 요인의 역할이 고려되어야 한다. 

 

Ⅰ. 긍정 심리학: 행복의 과학적 탐구

 

행복이라는 뭉게구름을 붙잡기 위해서 심리학자들이 과학적 방법론의 투망을 던지기 시작했다. 최근에 들어서 심리학계에는 행복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그동안 망각되었던 심리학의 사명이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심리학은 19세기 후반에 철학으로부터 독립하여 인간의 정신세계를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으로 탄생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초기 심리학은 인간의 의식과 행동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서 구현하고자 하는 세 가지의 실천적 사명을 지니고 있었다(권석만, 2008a;Seligman, 2000).

그 첫째는 정신장애를 치료하는 일이었고, 둘째는 탁월한 재능과 천재성을 발견하여 육성하는 일이었으며, 셋째는 모든 사람들이 좀더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돕는 일이었다.

 

그러나 세계를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심리학은 마지막의 두 가지 사명을 망각하게 되었다. 미국의 경우, 전쟁에서 돌아온 수많은 퇴역군인들이 참전 후유증으로 다양한 심리적 장애를 나타내게 되었다. 이들을 돕기 위한 퇴역군인 지원법이 1946년에 제정되었고, 그 결과 많은 심리학자들이 심리적 장애를 치료하는 일에 종사하게 되었다.

1947년에 창립된 국립정신보건원(NIMH: 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은 질병모델에 근거하여 정신장애의 연구와 치료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였다. 많은 학자들 역시 연구비를 받기 위해서 정신장애에 관한 연구에 학술적 관심을 집중하게 되었다. 그 결과, 심리학의 첫 번째 사명과 관련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다양한 정신장애의 원인에 대한 이해가 증대되었으며, 1950년대 초까지 적절한 치료방법이 없었던 주요한 정신장애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들이 개발되었다. 이렇게 정신장애의 연구와 치료에 관심을 집중하는 과정에서 심리학은 초기의 두 가지 사명을 망각한 채 길을 잃게 되었다.

 

인간이 지니는 다양한 재능과 천재성의 발견 및 육성이라는 두 번째 사명은 심리학의 초기에 지능 발달과 창의성에 대한 연구를 통해 부분적으로 이행되었다. 그러나 극소수의 연구를 통해서 재능과 천재성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이어져 왔을 뿐, 두 번째 사명은 오랫동안 심리학자들의 주된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었다.

 

인간의 행복 증진이라는 세 번째 사명 역시 정신장애에 대한 편향적 관심 속에서 망각되었다. 대다수 심리학자들은 부정 정서와 정신장애에 대한 연구에 집중했다. 심리치료자들은 정신장애 환자의 부적응적 증상을 제거하는 일에 주된 관심을 쏟았을 뿐 이들의 행복과 성장 증진에는 깊은 관심을 갖지 못했다. 즉 심리학은 평범한 모든 사람들이 좀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 사명을 망각했다.

 

그 결과 심리학은 인간의 어두운 측면만을 다루는 학문분야로 전락하게 되었다. 심리학자들은 정신장애, 심리적 결함, 부적응 행동,이상 심리와 같이 인간의 부정적 측면에만 관심을 지니는 사람들로 여겨지게 되었다.

Myers와 Diener(1995)에 따르면, 1990년대까지 이루어진 심리학 연구 중에서 인간의 부정적 측면을 연구한 논문이 긍정적 측면을 다룬 논문보다 17배나 많았다. 물론 이러한 학술적 노력은 소중한 것이며 그동안 눈부신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심리학은 인간의 긍정적 측면을 탐구하고 육성하는 두 가지 중요한 사명을 망각한 채 반쪽짜리 심리학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심리학이 담당해야 할 영역을 인간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연구와 치료로 축소시키고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최근에 들어서야 비로소 심리학계에는 인간의 행복과 긍정적 성품을 탐구하는 학술적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긍정 심리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태동시켰다.

긍정 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은 1998년에 미국심리학회장으로 취임한 Martin Seligman에 의해 제창된 심리학의 새로운 동향이다. 긍정 심리학은 인간의 긍정적인 심리적 측면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인간의 행복과 성장을 지원하는 학문 분야로서 과거의 심리학이 인간의 불행과 장애에만 편향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왔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Sheldon 등(2000)은 긍정 심리학을 “인간이 나타낼 수 있는 최선의 기능 상태에 대한 과학적 연구”라고 정의한 바 있다. 긍정 심리학은 개인, 집단 그리고 사회가 성장하고 번창하도록 만드는 요인들을 발견하고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Ⅱ. 긍정 심리학에서 바라본 행복의 개념

 

심리학은 경험과학으로서 연구대상의 측정에서 출발한다. 연구대상을 조작적으로 정의하여 측정하고 관련된 요인들과의 상관적 또는 인과적 관계를 탐구한다. 긍정 심리학자들은 행복을 추상적인 개념으로 정의하기보다 실증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식으로 정의하고자 노력한다. 과학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행복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측정하는 작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대해서 심리학자들은 크게 두 가지의 입장, 즉 쾌락주의적 입장과 자기실현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권석만, 2008a). 쾌락주의적 입장을 지닌 심리학자들은 행복을 개인이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긍정적인 심리상태라고 본다. 즉 행복은 개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서 만족스럽게 느끼는 주관적인 심리상태라는 생각이다.

 

쾌락주의적 관점에서 행복을 탐구하는 연구자들은 ‘주관적 안녕(subjective well-being)’ 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주관적 안녕은 개인이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경험하는 주관적인 심리상태로서 정서적 요소와 인지적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Diener, 1984, 1994).

주관적 안녕의 정서적 요소긍정 정서와 부정 정서를 말한다. 즉 행복감, 즐거움, 환희감과 같은 긍정 정서를 자주 강하게 경험하는 동시에 우울감, 슬픔, 질투감과 같은 부정 정서를 덜 경험할수록, 주관적 안녕의 수준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긍정 정서와 부정 정서는 서로 연관되어 있으나 상당히 독립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관적 안녕의 인지적 요소는 개인이 설정한 기준과 비교하여 삶의 상태를 평가하는 의식적이고 인지적인 판단을 의미하며 삶의 만족라고 지칭된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전체적으로 또는 영역별로 평가하고 그 결과가 긍정적일 때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주관적 안녕의 측정을 위해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척도로는 삶의 만족도 척도(Satisfaction With Life Scale; Diener, Emmons, Larsen, & Griffin, 1985), 옥스퍼드 행복 척도-개정판(The Revised Oxford Happiness Scale: Argyle, 2001), 긍정 및 부정 정서성 척도(Positive Affectivity and Negative Affectivity Scale; Watson, Clark, & Tellegen, 1988), 다중 정서 형용사 체크리스트(Multiple Affect Adjective Check-List), 기분 상태 프로파일(Profile of Mood States) 등이 있다.

 

주관적 안녕을 구성하는 정서적 요소와 인지적 요소는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지만 상당히 독립적으로 변화하며 다른 요인과의 관계에서 차이를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정서적 반응은 단기적인 상황변화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으로서 지속기간이 짧으며 무의식적 동기나 생리적 상태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인지적 반응은 보다 장기적인 삶의 상태에 대한 의식적 평가로서 삶의 가치관이나 목표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심리적 요소로 구성되는 주관적 안녕은 많은 긍정 정서와 적은 부정 정서, 그리고 높은 삶의 만족도를 경험하는 상태로 정의되고 있다. 주관적 안녕의 구성요소를 좀 더 자세하게 제시하면 <표 1>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권석만, 2008a; Diener, Suh, Lucas, & Smith, 1999).

 

<표 1> 주관적 안녕의 구성요소

 

 

반면에, 행복을 자기실현적 입장에서 탐구하는 긍정심리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개인이 자신의 긍정적 성품과 잠재능력을 충분히 발현함으로써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삶을 구현하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본다. 자기실현적 입장의 긍정 심리학자들은 심리적 안녕(psychological well-being)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입장의 대표적 학자 중 한 명인 Carol Ryff(1989, 1995)는 인간의 행복과 성숙에 깊은 관심을 지녔던 여러 심리학자들(Maslow, Rogers, Jung, Allport, Erikson 등)의 주장을 통합하여 심리적 안녕의 6가지 요소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 바 있다;

(1) 환경의 효율적 통제, (2) 타인과의 긍정적 관계, (3) 자율성, (4) 개인적 성장감, (5) 인생의 목적의식, (6) 자기수용.

각 구성요소의 구체적 특징은 <표 2>과 같다.
Ryff는 각 구성요소들을 측정할 수 있는 심리적 안녕 척도(Psychological Well-being Inventory: Ryff & Singer, 1996)를 개발하여 많은 실증적 연구를 시행함으로써 경험적인 토대를 마련하였다. 심리적 안녕은 심리적 건강뿐만 아니라 육체적 건강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Ryff & Singer, 2001; Singer & Ryff, 2001).

 

<표 2> 심리적 안녕의 6가지 구성요소(권석만, 2008a; Ryff, 1989).

--------------------------------------------------------------------------------------------------

환경의 통제(environmental mastery) : 주변 환경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잘 처리하는 능력과 이에 대한 통제감을 지닌다. 자신의 환경적 조건을 효과적으로 잘 활용한다. 자신의 가치나 욕구에 적합한 환경을 선택하고 창출해낸다.


타인과의 긍정적 인간관계(positive relations with others) : 타인과 따뜻하고 신뢰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타인의 행복에 관심을 지닌다. 공감적이고 애정어린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을 지닌다. 인간관계의 상호교환적 속성을 잘 이해한다.


자율성(autonomy) : 독립적이며 독자적인 결정능력이 있다. 자신을 특정한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에 저항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내면적 기준에 의해 행동을 결정한다. 외부적 기준보다 자신의 개인적 기준에 의해 자신을 평가한다.

개인적 성장(personal growth) : 자신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자신이 발전하고 확장되고 있으며 자신의 잠재력이 실현되고 있다고 느낌을 지닌다. 새로운 경험에 개방적이다. 자신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노력한다.


인생의 목적(purpose in life) : 인생의 목적과 방향감을 지니고 있다. 현재와 과거의 삶에 의미가 있다고 느낀다.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신념체계를 지니고 있다. 삶에 대한 일관성 있는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있다.

자기수용(self-acceptance) : 자기 자신에 대해서 긍정적 태도를 지닌다. 긍정적 특성과 부정적 특성을 모두 포함한 자신의 다양한 특성을 인정하고 수용한다. 과거의 삶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느낀다.

--------------------------------------------------------------------------------------------------

 

또한 자기실현적 입장의 긍정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긍정적 성품에 깊은 관심을 지닌다.

그 대표적 학자인 Christopher Peterson과 Martin Seligman(2004)은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서 최근에 인간의 성격적 강점과 덕성에 대한 분류체계를 제시하였다. 지혜, 자애, 용기, 절제, 정의, 초월의 핵심덕목을 중심으로 24개의 하위 강점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각 강점의 심리적 속성을 제시하였다.

Seligman(2002)은 개인이 자신의 긍정적 성품과 강점을 자각하고 계발하여 일상생활의 현장에 활용함으로써 즐거운 삶(pleasant life), 몰입하는 삶(engaged life), 의미 있는 삶(meaningful life)을 영위하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Ⅲ. 행복의 욕망충족 이론

 

주관적 안녕으로서의 행복을 설명하는 가장 고전적인 설명방식이 욕망충족 이론이다(Diener, 1984). 욕망충족 이론(desire fulfillment theory)에 따르면, 욕망은 그 자체로 인간을 행복하거나 불행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보다는 욕망의 충족 여부에 의해서 행복과 불행이 결정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혐오하는 존재이다. 욕망의 충족은 쾌락적 경험을 유발하는 반면, 그 좌절은 고통스런 경험을 초래한다. 다양한 욕망을 충분히 충족시킬수록 행복해진다는 것이 이 이론의 골자이다. 욕망충족 이론을 도식적으로 설명하면 <그림 1>과 같다(권석만, 2008a).

 

 

 

<그림 1> 행복의 욕망충족 이론

 

욕망충족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행복 정도는 다양한 욕망(생리적 욕구, 재물욕, 명예욕, 지식욕 등)을 충족시킬 수 있는 환경적 또는 상황적 조건(예: 의식주, 재산, 계층, 사회적 지위, 교육수준 등)에 비례한다. 다양한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는 환경적 여건을 잘 갖춘 사람일수록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관적 안녕에 관한 실증적인 연구결과에 따르면, 욕망충족과 행복의 관계는 간단하지 않다. 욕망충족 이론이 시사하는 가정들은 긍정 심리학의 연구결과들과 일치하지 않는다.

 

첫째, 기본적인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환경적 여건을 잘 갖출수록 주관적 안녕의 수준이 증가하지 않았다. 다양한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외부적 조건들(예: 재산과 소득, 교육수준, 사회적 지위, 직업, 결혼여부, 신체적 매력도 등)은 주관적 안녕과의 상관 정도가 상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Peterson, 2006).

예컨대, 소득수준은 빈곤상태를 벗어날 때까지는 행복도에 기여했지만 그 수준을 넘어서면 그 영향력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지난 50년간 국민의 평균소득이 3배 이상 증가했지만 행복도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또한 국가간 비교에서도 1인당 소득수준에 비례하여 국민의 행복도가 증가하지 않았다.

 

둘째, 행복은 욕망충족의 여부보다 자신의 상태를 비교하는 기준의 속성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욕망충족으로 인한 행복은 일시적일 뿐만 아니라 상대적이다. 인간은 자신의 상태를 어떤 기준(다른 사람, 과거의 삶, 이상적 자기상, 지향하는 목표 등)과 비교하여 그 기준과의 긍정적인 차이를 인식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 다른 사람과의 사회적 비교가 주관적 안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개인의 욕망이 충분히 충족되더라도 그보다 더 풍요로운 상태에 있는 사람과 비교하게 되면 행복도가 저하된다. 또한 욕망이 충분히 충족되지 않더라도 과거에 비해 자신이 더 나은 상태에 있다고 판단하면 행복도가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높은 기준과 상향적인 비교를 하면 행복도가 저하되는 반면, 하향적인 비교를 하면 행복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셋째, 인간은 욕망이 충족되면 곧 그러한 상태에 익숙해져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은 쾌락을 느끼는 자극을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면 그에 대한 쾌락이 약화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적응(adaptation)이라 하며 둔감화(desensitization) 또는 습관화(habituation)라고 불리기도 한다.

쾌락은 유쾌한 보상적 경험이기 때문에 인간은 쾌락을 추구하는 동시에 반복적으로 경험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반복적인 쾌락경험은 그 유쾌함의 강도가 감소한다. 행복은 항상 주어지는 자극보다 새롭게 발생한 긍정적인 변화에 대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욕망충족과 행복의 관계는 간단하지 않다. 욕망은 끊임없이 보채는 아이와 같아서 지속적으로 충족시키기가 어렵다. 하나의 욕망이 충족되면, 다른 욕망이 부각되면서 그 충족을 요구한다. 또한 인간의 욕망은 다양하기 때문에 한 욕망의 충족은 다른 욕망의 좌절을 유발하여 내면적인 갈등을 초래한다. 뿐만 아니라 인간사회에서는 구성원들의 욕망이 충돌한다. 한 사람의 욕망충족은 다른 사람의 욕망좌절을 초래하여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게 된다. 인간의 행복은 욕망충족이라는 단순한 개념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현상인 것이다. 

 

Ⅳ. 욕망과 행복의 관계에 대한 통합적 이해

 

1. 욕망의 이해

 

‘욕망’은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낱말이지만 학술적인 용어는 아니다. 또한 욕망과 유사한 의미를 지니는 용어들이 많다. 예를 들어, 본능(instinct), 충동(impulse), 추동(drive), 소망(wish), 욕구(need), 동기(motivation) 등의 다양한 용어들이 존재한다. 학자에 따라 선호하는 용어가 다를 뿐만 아니라 이러한 용어들 간의 구분도 모호하다. 일반적으로 심리학에서는 욕망이라는 용어보다 욕구 또는 동기라는 용어를 선호하여 사용한다.

Henry Murray(1938)와 같은 심리학자는 외현적 행동을 촉발하는 심리적 요인을 욕구와 동기로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다.

 

욕구(need)는 만족하지 못하는 내면적인 상태를 말한다.

편안함과 행복감을 느끼기에는 무언가가 부족한 결핍상태를 의미한다.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욕구는 두 가지 특성을 지닌다(권석만, 2008b; Carver & Scheier, 2005).

 

첫째, 욕구는 방향성을 지닌다. 즉 행동의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한 시점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행동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는지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욕구는 어떤 특정한 것에 대한 추구이다. 욕구는 어떤 특정한 대상이나 경험과 관련되어 있다. 예컨대, 식욕은 음식을 찾게 만들고, 갈증은 물을 찾게 만들며, 성욕은 이성을 찾게 만든다.

 

둘째, 욕구는 행동의 강도에 영향을 미친다.즉 욕구가 강렬할수록, 특정한 행동을 하려는 강도가 커진다. 여러 가지 장애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행동을 힘들여 계속하는 것은 그에 대한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욕구의 강도는 어떤 행동을 먼저 하고 다른 것을 다음으로 미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욕구가 강렬할수록 그에 관한 행동을 더 빨리 하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욕구가 행동으로 표출되기까지 상당히 복잡한 심리적 과정을 거친다고 가정한다(권석만, 2008b).

 

동기는 욕구와 행동 사이를 매개하는 심리적 상태이다.

즉 동기는 내재해 있는 욕구가 특정한 행동에 한 단계 더 가깝게 다가가 구체화된 심리적 상태를 의미한다.
McClelland(1984)에 따르면, 동기는 추구하는 목표나 경험에 관한 구체적인 생각들과 그에 대한 열중이나 집착을 의미한다. 즉 동기는 욕구에 인지적 요소와 정서적 요소가 가미되어 특정한 생각과 열망 상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갈증은 무언가 목을 축일 수 있는 것을 추구하는 막연한 내면적 상태라면, 동기는 ‘시원한 물을 상상하고 그것을 찾기 위해 열중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욕망에 비해서 동기는 추구하는 목표가 좀 더 분명하게 구체화된 심리적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동기는 내면적 욕구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외부적 사건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권석만, 2008b; Carver & Scheier, 2005).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는 말이 있듯이, 맛있는 음식을 보면 먹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Murray(1938)는 이러한 외부적 영향을 설명하기 위해서 ‘압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압력(press)은 무언가를 얻고자 하거나 또는 피하고자 하는 동기를 만들어내는 외부적 조건을 말한다. 즉 외부적인 유혹을 의미한다. 맛있는 음식을 보게 되면 먹고 싶은 동기가 일어나며, 감금상태에서는 자유를 얻고자하는 동기가 강해진다.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 이유는 그러한 행동을 추구하는 내면적인 동기가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동기는 무언가가 결핍된 막연한 불만족 상태를 뜻하는 욕구와 더불어 환경적인 압력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관계를 도식적으로 제시하면 <그림 2>와 같다(권석만, 2008b).

 

 

 

<그림 2> 욕구, 압력, 동기 및 행동의 관계

 

 

인간이 나타내는 행동이 다양하듯이, 그러한 행동을 추진하는 욕구도 다양하다. 심리학자들은 욕구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구분하고 있다. 우선, 동기는 그 근원에 따라 생리적 욕구와 심리적 욕구로 구분될 수 있다.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는 인간의 신체적 조건에 의해서 생겨나는 것으로서 개체의 생존과 종족의 보존에 기여한다. 이러한 욕구에는 음식, 수분, 공기, 체온, 수면, 휴식, 성(sexuality)에 대한 욕구가 해당된다. Murray(1938)는 이를 일차적 욕구(primary needs)라고 불렀다. 생리적 욕구는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니는 선천적인 욕구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심리적 욕구(psychological needs)는 선천적인 신체적 조건보다 후천적인 경험과 학습에 의해서 더 뚜렷한 영향을 받는 욕구들을 의미한다. 이러한 욕구에는 권력, 성취, 자존감, 친밀감 등에 대한 욕구들이 해당된다. 심리적 욕구는 생리적 욕구로부터 파생된 것일 수도 있으나 개인의 후천적 경험에 의해서 더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개인차가 현저하게 나타난다.

 

인간의 욕망에 대한 논란 중 하나는 무의식적 욕망에 관한 것이다.
인간은 자각하기 어려운 무의식적 욕망을 지닌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근원적인 욕망은 무의식의 저변에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우리가 의식하는 욕구나 동기들은 여러 가지 심리적 기제에 의해서 변형되고 왜곡된 것이다.

그렇다면 근원적인 무의식적 욕망은 어떤 것인가?

 

진화론을 주장한 Charles Darwin은 인간의 욕망 역시 진화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Franken, 2002). 인간은 근본적으로 동물과 다를 바가 없으며, 인간의 욕망은 동물이 지니는 본능(instinct)과 유사한 것이다. 다만 인간은 동물과 달리 본능적 욕망을 통제할 수 있을 뿐이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욕망과 행동은 생물학적 구조에 의해서 유발되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생물학적 구조는 오랜 진화과정에서 환경에 대한 적응을 위해 선택된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모든 욕망과 행동은 개체의 생존과 종의 보전을 돕기 위한 것이다.

 

진화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이 나타내는 다양한 행동들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적응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Buss, 2004).

첫째, 인간은 생존을 위해서 의식주와 안전에 대한 욕구를 지닌다. 또한 다른 종의 위협으로부터 질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적 위협에 투쟁하도록 설계된 불안과 공포를 지닌다.

둘째, 번식을 위해 짝짓기의 욕구를 지닌다. 즉 이성을 유혹하고 성행위를 통해 후세를 생산하려는 욕구를 지닌다.

셋째는 양육의 욕구이다. 출생된 어린 자식을 보호하고 건강하게 양육하기 위한 욕구이다. 이러한 욕구들이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구를 구성하고 있다.

또한 암컷과 수컷은 진화과정에서 담당한 역할과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각기 다른 심리적 본성과 기제를 지닌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Sigmund Freud는 Darwin의 진화론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사람이다. 그는 심리치료 경험과 자기분석을 통해서 성욕이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망이며 다른 욕구들은 성욕으로부터 파생된 것이거나 방어기제에 의해서 변형된 것이라고 여겼다(Brenner, 1955).

Freud는 말년에 죽음의 본능 또는 공격 본능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성욕을 가장 근원적인 욕망으로 보았다.

 

무의식을 중시하는 정신역동학자들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에 대해서 다양한 주장을 제시하고 있다. 분석심리학을 창시한 Carl Jung은 무의식의 핵심인 자기(Self)가 확장되어 개인의 정신세계 전체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려는 개인화(individuation) 경향을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동력으로 보았다. 개인심리학을 제창한 Alfred Adler는 열등감과 이를 보상하려는 욕구가 인간의 기본적 동기라고 주장하였다. 현대 정신분석학의 한 조류인 대상관계 이론은 타자와 관계를 형성하려는 욕구를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구로 여긴다(Cashdan, 1988).

 

제3의 심리학이라고 불리는 인본주의 심리학의 대표적 인물인 Abraham Maslow와 Carl Rogers는 자기실현 욕구를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상위의 동기라고 주장한다. Maslow(1954)는 자기실현(self-actualization)을 ‘개인이 잠재적으로 지니고 있는 것을 충분히 발현하려는 경향‘이라고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다양한 욕구들이 <그림 3>과 같은 위계적 순서에 따라 발달한다.

 

 

 

<그림 3> Maslow의 위계적 욕구발달론

 

 

가장 낮은 단계에는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가 존재한다.
음식, 물, 호흡, 성(性), 수면, 배설과 같은 기본적인 욕구로서 개체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것들이다.

둘째는 안전 욕구(safety needs)로서 다양한 위험을 회피하고 안전한 상태를 갈구하는 욕구를 뜻한다. 여기에는 건강, 직장, 가족, 재산 등의 안전을 추구하는 욕구가 포함된다.

셋째는 애정 및 소속 욕구(love/belonging needs)이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 사랑을 주고받으며 집단에 소속하고자 하는 욕구를 지닌다.

넷째는 존중 욕구(esteem needs)로서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것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이다. 자기긍지와 자기만족을 느끼기 위해 자신을 발전시키려는 욕구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높은 단계에 위치하는 것이 자기실현 욕구(self-actualization needs)이다. 이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잠재능력을 충분히 발현하고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성취하고자 하는 욕구이다.

 

Maslow에 따르면, 욕구는 낮은 단계의 하위 욕구로부터 높은 단계의 상위욕구로 발달해간다. 특히 하위 욕구가 만족되지 않으면 상위 욕구로의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상위 욕구로의 발달은 하위 욕구의 충족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배고프고 목마르고 위험에 쫓기는 상황에서 애정 욕구나 존중 욕구는 뒤로 밀려나며 음식과 물을 찾아 안전한 곳에 피신하려는 욕구와 행동이 우선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애정 욕구가 충분히 충족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존중 욕구나 자기실현 욕구가 잘 발달되지 않는다.

하위 욕구의 충족에 의해 상위욕구가 발전하여 행동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하위 욕구에 불만족이 생겨나면 우리의 행동은 하위 욕구의 충족을 위해 퇴행되게 된다. 이렇듯, 인간의 동기는 서로 위계적인 관계를 지니고 있으며 상위 욕구로의 발달은 하위 욕구의 안정된 충족을 필요로 한다. 

 

2. 욕망과 행복의 관계에 대한 두 가지 입장

 

욕망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아니면 불행하게 만드는가에 대해서 대립되는 두 가지 견해가 존재한다(권석만, 2008b; Veenhoven, 2003). 욕망은 눈먼 야생마와 같아서 우리를 절벽으로 인도한다고 견해가 있다.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우리가 욕망에 대한 고삐를 틀어쥐고 제어하지 않으면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견해의 극단은 금욕주의(asceticism)이다. 욕망은 사악할 뿐만 아니라 어리석고 위험한 것이므로 엄격하게 억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금욕주의적 입장을 지닌 사람들이 욕망을 위험한 것으로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Veenhoven, 2003).

 

첫째, 욕망은 충족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욕망충족으로 인한 쾌락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라진다. 인간은 욕망 충족 상태에 금방 적응하여 그로 인한 쾌락이 약화된다. 따라서 다시 쾌락을 찾아나서야 하고 좀 더 강한 쾌락을 추구하게 된다.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 속을 달리는 다람쥐처럼 우리는 끊임없이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매달리게 된다. 이러한 경향은 중독현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알코올 중독, 마약중독, 게임중독, 쇼핑중독 등과 같은 대부분의 중독현상은 욕망과 쾌락을 추구한 결과로 초래된 불행한 결과이다.

 

둘째, 욕망은 인간을 무절제하고 나태한 존재로 만들 수 있다. 욕망과 쾌락을 따라 살게 되면, 현실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수 있다. 현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욕망을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욕망에 따라 제멋대로 행동한다면, 현실 적응이 현저하게 훼손될 것이다. 따라서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다.

 

셋째, 욕망과 쾌락에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욕망을 따라 사는 것은 개나 돼지의 삶과 같이 무가치하다는 생각이다. 욕망의 충족을 추구하며 쾌락을 따라 사는 것은 궁극적으로 공허감을 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세월이 흘러 병들고 늙게 되면, 즐거움을 느끼는 능력이 현저하게 감퇴되기 때문이다. 욕망을 추구하는 삶은 궁극적으로 공허한 종말을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무가치하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욕망은 사회적 관계와 유대를 약화시킨다. 욕망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것이어서 다른 사람의 욕구나 입장에 둔감하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이익을 무시하거나 침해하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인간관계를 와해시키고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악화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욕망을 긍정적인 것으로 여기는 입장도 있다. 인간의 욕망은 오랜 진화의 과정에서 발달해온 적응기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욕망에 과도하게 탐닉하지만 않는다면, 욕망은 우리의 삶을 건강하고 적응적으로 인도하는 지혜로운 안내자의 역할을 한다는 입장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 Veenhoven(2003)에 따르면, 이러한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견해를 지니고 있다.

 

첫째, 욕망은 삶의 의욕과 활기를 제공한다. 욕망은 삶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아무런 욕망이 없다면, 무슨 동력으로 삶을 영위해 나갈 것인가? 욕망을 과도하게 억제하는 것은 생기 없는 무미건조한 삶을 초래할 뿐이라는 것이다.

 

둘째, 욕망은 삶에 필요하고 시급한 과제에 대응하는 능력을 증진시킨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은 생존과 적응에 필요한 활동을 촉진하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신호를 무시하게 되면 우리의 삶이 부적응인 것으로 전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몸은 수분이 부족할 때 갈증을 느끼게 하여 수분을 섭취하게 만들고, 영양이 부족할 때는 식욕을 느끼게 하여 영양을 섭취하게 만든다. 고독감은 사회적 존재인 인간으로 하여금 대인관계에 참여하도록 촉진한다.

 

셋째, 욕망은 즐거움의 원천이다. 욕망의 충족을 통해서 우리는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긍정적 정서는 그 자체로 보상적인 것일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한 인내력을 증가시키고 현실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한다. 또한 대인관계를 증진하고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우울증 상태는 그 자체로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현실적 과제에 무기력하게 대응하고 위축된 대인관계를 초래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욕망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를 지닌 사람들은 금욕주의자들이 너무 편향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다고 비판한다. 금욕주의자들은 욕망과 쾌락 추구를 무절제한 탐욕이나 방종과 같은 극단적인 상태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즉 욕망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적절한 욕망과 쾌락의 추구는 몸과 마음을 즐겁게 함으로써 인생을 향유하도록 만든다. 오히려 욕망에 대한 과도한 억제나 억압은 삶을 메마르게 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정신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3. 욕망의 조절

 

인간은 욕망을 지닌 존재인 동시에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욕망은 인간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이며, 행복은 인간이 지향하는 목표이다. 욕망과 행복의 관계는 욕망을 어떻게 적절하게 조절함으로써 개인이 추구하는 행복한 삶을 실현하는 데 활용하느냐는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 즉 자기조절(self-regulation)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권석만, 2008b).

 

생명체의 특징 중 하나는 환경을 인식하는 의식을 지닌다는 점이다. 의식의 수준은 매우 다양하며, 고등동물일수록 의식의 용량이 크다. 의식(consciousness)은 고등동물의 중요한 심리적 현상이며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생명체는 외부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자신의 생명을 유지해 가는데, 생명체마다 각기 환경과 상호작용 하는 방식이 다르다. 하등동물은 외부적 자극에 대해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매우 단순한 상호작용 방식을 지닌다. 즉 하등동물은 감각계-반응계의 단순한 적응체계를 지닌다. 그러나 진화과정에서 중추신경계가 발달한 고등동물은 감각계를 통해 입수된 환경적 자극을 인식하고 그러한 인식내용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환경에 반응하는 상호작용 방식을 지닌다. 즉 감각계-중추신경계-반응계라는 좀 더 복잡한 적응체계를 지니며, 이러한 중추신경계의 발달에 기인한 주요한 심리적 기능이 의식이다(권석만, 2006).

 

Damasio(1999)에 따르면, 의식은 “대상의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능력” 즉 표상능력에서 기원한다. 외부의 대상을 마음속의 심상으로 내면화하는 것은 적응에 도움이 된다. 세상을 마음속에 옮겨와서 다양한 방식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표상기능을 통해 가상적인 상황을 예상하고 대비할 수 있다면, 환경에 효과적으로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의식의 주요기능은 환경자극의 인식과 자기행동의 통제이다(Kihlsrom, 1987). 즉 의식을 통해서 환경에 대한 알아차림이 생겨나고 그러한 알아차림에 근거하여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여 환경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게 된다. 의식은 그 초점의 명료성에 따라 다양한 수준으로 나눌 수 있다. 매우 명징한 의식상태에서부터 희미하고 졸리는 의식상태, 그리고 외부의 사물을 인식하지 못하는 혼수상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의식은 주의를 집중하여 명료한 초점을 유지해야 많은 정보를 정교하게 처리할 수 있다. 이러한 핵심의식(core consciousness)을 갖기 위해서는, 자기(self)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Damasio,1999). 자기의 인식은 물체 이미지들이 개인과 관련성을 지닌다는 관찰로부터 생겨난다. 마음속에서 외부 대상과의 상호작용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대표하는 자기표상이 필요한 것이다. 즉 자기표상과 대상표상을 통해서 환경과 자신의 관련성을 다양하게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기의식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적응가치가 있는 것이다.

 

인간은 뇌의 발달로 인해 정보를 처리하는 지적 능력이 증가되었으며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고 평가함으로써 환경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자기조절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인지적 활동만으로 자기 조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기조절을 위해서는 자기 행동을 통제할 수도 있어야 한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완전한 자기통제는 불가능하다고 여긴다(Nicholson, 1997; Pinker, 1997). 즉 합리적 이성에 의한 자기조절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은 행동의 일부를 억제하거나 그 방향을 바꾸거나 재조정하는 것이다. 행동을 통제하는 데에는 매우 많은 심리적 체계들이 관여한다.

 

<그림 4>에 단순한 형태로 제시했듯이, 인간은 독자적인 적응기능을 하는 에너지 공급체계, 생식체계, 양육체계, 안전체계 등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체계들은 각자 고유한 진화 발달과정을 밟아왔기 때문에 서로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져 협동적으로 잘 기능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한 체계에서 생성된 욕구가 자기관찰을 통해 의식되고 자기조절 과정을 거친다 하더라도, 다양한 체계들이 관여하여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완전하게 조절된 행동으로 표출되기 어렵다. 정보처리의 용량의 제한으로 인해서 다양한 심리적 체계의 기능상태를 동시에 관찰하여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욕망에 대한 자기조절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기조절을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다.

 

 

 

<그림 4> 욕망의 자기조절과정(권석만, 2008b)

 

 

진화 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욕망은 인간의 생존과 번식을 돕는 적응적인 것이다. 그런데 욕망은 다양한 환경적 상황에 맞추어 스스로를 조절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즉 욕망은 시력이 나쁜 야생마와 같다.

장애물이 적은 벌판을 시원스럽게 달리기에는 좋은 야생마이다. 그러나 인간의 생존조건이 다양하고 복잡해짐에 따라 욕망은 좌충우돌하는 야생마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즉 욕망은 인간의 생존과 적응을 돕는데 한계를 드러내게 되었다. 따라서 인간에게는 야생마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 욕망의 조절기제가 필요하게 되었다.
욕망만으로는 다양한 환경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화과정에서 인간은 두뇌의 발달을 통해서 새로운 적응기제를 도입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것은 대뇌 피질(cerebral cortex), 특히 전두엽(frontal lobe)이 담당하고 있는 인지 기능이다. 전두엽의 발달을 통해서 환경을 정교하게 인식하여 평가하고 그에 적절한 대응을 하도록 하는 적응장치가 발달하였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이성이다. 이성의 중요한 기능은 욕망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특히 대뇌의 전전두엽(prefrontal lobe)은 계획을 세우는 능력과 관련된 영역으로서 이성적인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Franken, 2002).

 

인간이 하나의 행동을 하기까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과정은 매우 복잡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인들이 관여한다. <그림 5>에 매우 단순한 형태로 도식화되어 있듯이, 내면적 욕구와 환경적 압력이 행동을 동기화하는 과정에 개인의 신념과 인지가 관여한다.

신념은 개인이 경험을 통해 형성한 지식, 믿음, 가치 등을 포함한다. 아울러 인지적 판단과정을 통해서 환경적 사건의 평가, 목표 설정과 대응 행동의 계획, 행동의 결과에 대한 예상, 환경의 통제 가능성 등을 고려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욕구들이 충족을 위한 경합을 벌이게 된다. 이렇듯 욕망이 행동으로 표출되기까지 매우 복잡한 심리적 과정이 관여하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히기 위한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자기조절과정에 깊은 관심을 지니고 있다.

 

 

 

<그림 5> 욕망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심리적 과정

 

 

4.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인지적 요인

 

욕망과 행복의 관계는 인지적 요인이 관여함으로써 매우 복잡해진다. 인간의 경우, 욕망은 개인적 신념과 가치관의 영향을 받아 의식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로 변형된다.

이러한 목표를 성취했을 때 기쁨과 만족감을 경험하며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욕망충족 과정을 좀더 정교하게 발전시킨 행복의 설명이론이 목표 이론(goal theory)이(Austin & Vancouver, 1996).

목표는 개인이 행동을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지향점을 의미한다. 인간은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거나 목표를 향해 진전되고 있다고 믿을 때 행복을 느낀다는 입장이다.

<그림 6>에 제시된 바와 같이, 목표이론은 욕망충족 이론의 발전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권석만, 2008a). 왜냐하면 욕망을 좀더 구체적인 목표로 명료화하고 목표달성과 관련된 인지적 평가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6> 행복에 대한 목표 이론

 

 

목표는 개인의 가치관과 사회적 고려가 가미된 욕망의 변형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성장과정을 통해 인지적 발달과 사회화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의 삶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한 신념을 발전시킨다. 욕망은 가치관이라는 개인적 신념의 영향을 받아 구체적인 목표로 전환된다. 또한 목표가 설정되는 과정에서 사회환경적 여건에 대한 고려가 포함된다. 달리 말하면, 목표는 인지적 형태로 변형되어 명료화된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목표이론은 행복감이 체감되는 과정에도 인지적 요인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목표 이론에 따르면, 행복감은 목표를 향한 접근 정도에 대한 인지적 평가의 산물이다. 행복은 개인이 추구하는 목표의 실현 가능성 뿐만 아니라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는 진전속도에 대한 주관적 평가에 의해서 결정된다(Austin & Vancouver, 1996).

특히 기대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목표를 향해 진전되고 있다고 평가하게 되면, 행복감은 훨씬 더 증대된다(Hsee & Abelson, 1991).

 

목표로의 진전과 목표 달성이 행복감을 유발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목표와 행복의 관계는 간단하지 않다.

목표 이론은 목표의 유형(예: 구체적인 목표와 추상적인 목표, 단기적 목표와 장기적 목표, 자율적으로 선택한 목표와 타인에 의해 강요된 목표, 접근 목표와 회피목표, 외현적 성취를 추구하는 목표와 내면적 만족을 추구하는 목표)과 구조(목표들 간의 일관성과 통합성), 목표의 성취가능성과 목표를 향한 진전 속도에 대한 주관적 평가에 따라서 행복도가 달라진다.

 

행복에 관여하는 또 다른 인지적 요인을 강조하는 이론이 비교 이론 또는 괴리이론(discrepancy theory)이다(Michalos, 1985). 비교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상태를 어떤 기준과 비교하여 그 기준과의 긍정적 괴리를 인식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 인간은 매우 다양한 기준에 의해서 자신을 평가하지만, 주요한 비교기준은 다른 사람, 과거의 삶, 이상적 자기상, 지향하는 목표이다.

비교 이론에 따르면, 개인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이러한 기준들과 비교했을 때 우월한 방향으로의 괴리가 클수록 더 높은 행복감을 경험한다. 즉 개인이 처해있는 현재의 상태 자체보다는 현재의 상태를 평가하기 위해 적용하는 기준의 속성이 행복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간이 자신의 상태를 평가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이다. 자신을 타인과 비교함으로써 자신의 상태를 평가하는 것이다. 비교대상에 따라서 사회적 비교는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과 비교하는 수평적 비교(lateral comparison),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들과 비교하는 상향적 비교(upward comparison),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과 비교하는 하향적 비교(downward comparison)로 구분할 수 있다.

어떤 비교기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행복도가 달라진다. 실증적 연구에 따르면, 상향적 비교를 하는 사람들보다 하향적 비교를 하는 사람들의 행복 수준이 더 높다(Lyubomirsky & Ross, 1997).

 

현재의 자신을 평가하는 또 다른 비교기준은 과거의 자신이다. 현재의 상태를 과거와 비교하여 긍정적인 변화를 인식할 때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과거와 비교를 할 경우, 삶의 여건이 열악한 상태에 있었던 사람들은 비교기준이 낮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를 긍정적인 것으로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탁월한 삶의 조건에서 생활해온 사람은 비교기준이 높기 때문에 긍정적 변화를 인식하기 어렵다. 행복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현재의 절대적 상태가 아니라 과거보다 나아졌다는 긍정적 변화의 인식이다.

 

행복은 이해하는데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쾌락에 대한 적응현상이다. 인간은 아무리 긍정적인 환경과 행복감 속에서 살더라도 그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행복감이 저하된다. 즉 욕망이 충족되거나 목표가 달성되어 행복감을 느끼게 되더라도, 그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행복감이 감소한다. 인간은 지속되는 긍정적 상태에 대해 적응을 하여 둔감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쾌락에 대한 적응 현상은 매우 보편적인 것으로서 행복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5. 욕망과 행복의 관계에 대한 통합적 이해

 

인간은 욕망을 지닌 존재인 동시에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인간의 삶은 욕망을 지니고 행복을 지향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욕망은 무언가 결핍되어 있음을 느끼는 심리적 상태인 동시에 그러한 결핍감을 해소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한 지향 상태로서 외부세계에 대한 행동을 유발하는 원동력이다. 적절한 행동을 통해서 결핍감이 해소되면, 즉 욕망이 잘 충족되면 기쁨과 만족감이라는 긍정 정서와 더불어 행복감을 경험하며 평정상태(equilibrium)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욕망으로부터 출발하여 행복에 이르는 과정을 도식적으로 설명하면 <그림 7>과 같다.

 

 

 

<그림 7> 욕망과 행복의 관계에 대한 단순모델

 

 

<그림 7>의 설명방식은 욕망충족 이론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사자는 많은 시간을 빈둥거리거나 잠자는 일로 보낸다. 그러다가 허기를 느끼면 들판을 지나는 야생 들소 중에서 어린 새끼를 목표로 삼아 공격하여 포획하고 허기를 채운다. 그리곤 포만감을 느끼며 다시 빈둥거림과 잠자는 일로 시간을 보낸다. 이러한 사자의 삶은 평정상태(빈둥거림과 잠자기) → 결핍감(배고픔) → 대상 지향(들소 새끼) → 행동(공격 및 포획) → 결핍감 해소(포식) → 긍정 정서(만족감) → 평정상태(빈둥거림과 잠자기)의 순환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자의 경우, 욕망과 행복의 관계는 욕망충족 이론에 의해서 비교적 쉽게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에는 욕망과 행복의 관계가 매우 복잡하다. 욕망충족이라는 단순한 개념으로는 행복의 복잡한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유기체로서의 인간은 내적 또는 외적 요인들 간의 상호작용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평정 상태(equilibrium)를 유지하려는 경향성을 지닌다. 이러한 평정상태는 내부적인 생리적 변화나 외부적인 환경적 자극에 의해서 깨어진다. 욕망은 깨어진 평정 상태를 회복하려는 노력의 시발점이다. 평정 상태가 깨어지면 무언가 부족하거나 불편하다고 느끼는 결핍감, 즉 욕망을 느끼게 되며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대상을 지향하게 된다.

 

커다란 뇌를 지니고 집단생활을 하는 인간의 경우는 이러한 욕망을 충족시키고 해소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목표이론이 시사하듯이, 인간은 개인적 경험에 근거한 가치관과 사회환경적 여건을 고려하여 결핍감을 채울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추구한다. 내면적 욕구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여 현실적인 목표와 계획을 수립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기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현실적인 고려 없이 욕망의 즉시적 충족을 추구하는 충동적 행동은 대부분의 경우 좌절과 불행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림 8> 욕망과 행복의 관계에 대한 통합적 설명모델

 

 

이처럼 욕망은 인지적 과정의 개입을 통해 구체적인 목표로 전환되어 목표지향 행동을 유발한다. 행동을 통해서 목표가 달성되면 결핍감이 해소되면서 쾌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느끼는 만족감의 정도는 목표로의 진전속도나 목표의 달성 수준에 대한 인지적 평가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 아울러 타인 또는 과거와의 비교를 통해서 자신의 현재 상태를 평가한다. 비교기준과의 긍정적인 차이를 인식하게 되면 만족감과 긍정 정서는 증가하는 반면, 부정적인 차이의 인식은 긍정 정서를 저하시킨다.

주관적 안녕으로서의 행복은 결핍감이 해소되는 욕망충족 과정에서 경험하는 긍정적인 정서와 인지적 평가의 복합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행복의 상태가 지속되면 긍정 정서와 행복감은 약화되어 평정상태로 회귀한다. 평정상태는 특별히 유쾌한 긍정 정서나 불쾌한 부정 정서를 느끼지 않는 중성적인 정서상태로서 평안하고 이완된 심리적 상태를 의미한다. 어진 평정상태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과정을 도식적으로 제시하면 <그림 8>과 같다.

 

욕망은 평정상태의 균열로 인해 생겨나는 결핍감에 대한 유기체의 반응으로서 평정상태를 회복하려는 노력의 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행복은 욕망의 충족을 통해서 결핍감을 해소하고 평정상태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체험하는 긍정적인 심리상태라고 할 수 있다. 커다란 뇌를 지니고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인간은 욕망을 충족시키고 행복을 체감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그래서 우리의 삶이 이토록 복잡하고 미묘한지 모른다. 더구나 현대사회처럼 외부적인 유혹과 압력이 많을 뿐만 아니라 급속하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은 매우 불안정하여 평정상태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행복과 불행의 쌍곡선 속에서 살아가는 것인지 모른다.

 

참고문헌 - 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