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자(외편) 각의 1 - 편안하고 간단하고 담담히 살면 근심 걱정이 없다
뜻을 높이 가지고 행동을 고상히 하며, 세상과 동떨어져 사람들과 다르게 살며, 고답적인 이론으로 세상을 원망하고 비난하는 것은 높은 자세로 처신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산골짜기에 숨어사는 선비나 세상을 비난하는 사람이 하는 짓이다. 그리고 깡마른 몸으로 연못에 투신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이다.
어짊과 의로움과 충성과 믿음을 얘기하며, 공손하고 검소하며 남을 앞세우며 겸양하는 것은 자기 몸을 닦으려는 것이다. 이것은 세상을 다스리려는 선비와, 사람들을 가르치려는 사람들의 짓이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학자들이 좋아하는 일이다.
위대한 공로를 얘기하고 위대한 명성을 세우며, 임금과 신하의 예를 지키고, 위아래의 질서를 바로잡는 것은 세상을 다스리려는 것이다. 이것은 조정에 나가 벼슬을 하는 선비와 임금을 높이고 나라를 강하게 하려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다. 그리고 공로를 세우고 다른 나라를 병합시키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이다.
풀과 나무가 우거진 택지로 나가 넓은 곳에 살면서 고기를 낚으며 한가로이 지내는 것은 무위로 지내려는 것이다. 이것은 강이나 바다에 노니는 선비와 세상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다. 그리고 한가로이 살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다.
깊은 호흡을 하면서 낡은 기운은 토해 내고 신선한 기운을 빨아들이며, 곰이 나무에 매달리고 새가 날면서 발을 뻗치는 것 같은 체조를 하는 것은 오래 살려는 것이다. 이것은 기운을 끌어들이는 선비와 몸을 보양하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다. 그리고 팽조 같이 오래 사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다.
뜻을 높이지 않고도 고상해지고, 어짊과 의로움이 없이도 몸이 닦여지고, 공로와 명성이 없이도 다스려지고, 강과 바다에 노닐지 않고도 한가로워지고, 기운을 끌어들이지 않고도 오래 사는 사람은, 잊지 않는 것도 없고 갖추고 있지 않은 것도 없는 사람이다. 담담히 마음은 끝이 없지만 모든 미덕은 그에게로 모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하늘과 땅의 도이며 성인의 덕인 것이다. 그러므로 담담하고 고요하며 허무하고 무위한 것은 하늘과 땅의 올바른 도리이며 도덕의 본질이라고 얘기했던 것이다.
그래서 성인은 쉬면서 편히 지내어 편안하고도 간단한 것이다. 편안하고도 간단하면 담담하게 되고, 편안하고 간단하여 담담하다면 근심 걱정이 끼어 들 수가 없고 사악한 기운이 침입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덕은 완전하고 그의 정신에는 결함이 없는 것이다.
♣ 장자(외편) 각의 2 - 성인의 덕이란 어떤 것인가
그러므로「성인은 살아감에 있어서는 자연의 운행을 따르고, 죽음에 있어서는 만물과 함께 변화한다. 고요히 있으면 음과 같은 덕이 되고, 움직이면 양과 같은 물결을 이룬다. 행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며, 환란을 피하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외물이 느끼는데 따라서 반응을 보이며, 외물이 닥쳐온 다음에야 움직이며, 부득이 해야만 비로소 일어선다. 지혜와 기교를 버리고 자연의 이치를 따른다」고 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에게는 하늘의 재난도 없고, 물건으로 인한 번거로움도 없고, 사람들의 비난도 없고, 귀신의 책망도 없다. 그의 삶은 물 위에 떠돌아다니는 듯하며, 그의 죽음은 휴식과 같은 것이다. 생각하고 염려하지 않고, 미리 일을 계획하지도 않는다. 빛이 있지만 겉으로 빛나지 않고, 믿음이 있지만 일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들은 잠을 자도 꿈꾸지 않으며, 잠에서 깨어나도 걱정하는 일이 없다. 그들의 정신은 순수하며, 그의 영혼은 피로해하지 않는다. 허무하고 담담함으로써 바로 자연의 덕과 합치되는 것이다.
♣ 장자(외편) 각의 3 - 몸과 정신을 보양하는 방법
그러므로「슬퍼하고 즐거워하는 것은 덕에 있어서 한 쪽으로 치우친 것이며, 기뻐하고 노여워하는 것은 도에 있어서 그릇된 것이며,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마음에 있어서 올바름을 잃은 것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마음으로 근심하고 즐거워하지 않는 것은 덕에 있어서 지극한 것이며, 한결같음으로써 변하지 않는 것은 고요함에 있어서 지극한 것이며, 마음에 거슬리는 것이 없는 것은 텅 비움에 있어서 지극한 것이며, 사물과 교섭이 없는 것은 담담함에 있어서 지극한 것이며, 자연에 역행하는 것이 없는 것은 순수함에 있어서 지극한 것이다.
그러므로「육체를 혹사시키고 쉬지 않으면 지치게 되며, 정신을 사용하여 멈추는 일이 없으면 수고롭게 된다. 지치면 말라죽게 된다」고 하는 것이다.
물의 본성은 잡된 것이 섞이지 않으면 맑고, 움직이지 않으면 평평하다. 그러나 꽉 막혀 흐르지 않으면 맑아질 수가 없다. 이것은 자연의 덕과 비슷한 형상이다.
그러므로「순수하여 잡된 것이 섞이지 않고, 고요하고 한결같아 변하지 않으며, 담담히 무위하고, 움직이면 자연의 운행을 따른다」고 말했던 것이다. 이것이 정신을 보양하는 도인 것이다.
♣ 장자(외편) 각의 4 - 정신이 순수하고 소박한 사람
간수에서 난 명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것을 칼 상자 속에 잘 보관해 두고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 귀중한 보물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정신은 사방으로 자유로이 유동하여 이르지 못하는 곳이 없다. 위로는 하늘 끝에 이르고, 밑으로는 땅 속에 서리면서 만물을 변화시키고 양육시키지만 그 형상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그것을 동제라고 부른다. 순수하고 소박한 도란 오직 이 정신을 지키는 것이다. 지켜 잃지 않음으로써 정신과 더불어 일체가 되어야 한다. 일체가 됨으로써 순수함으로 통하고 자연의 윤리와 합치되는 것이다.
속담에「보통사람들은 이익을 중요하게 여기고 청렴한 선비는 명예를 중요하게 여기고, 현명한 선비는 의지를 존중하며, 성인은 순수함을 귀중히 여긴다」고 했다.
그러므로 소박하다는 것은 그의 정신에 다른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것을 뜻한다. 순수하다는 것은 그의 정신에 결함이 전혀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순수함과 소박함을 체득하고 있는 사람을 참된 사람이라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