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자(잡편) 양왕 1 - 외물에 끌려 자기 삶을 어지럽히지 마라
요가 천하를 허유에게 물려주려 하였으나 허유가 받지 않았다. 다시 자주지부에게 물려 주려하니 자주지부가 말했다.
“저를 천자로 삼아주시겠다니 좋기는 합니다만, 저는 심한 우울증에 걸려 있어 치료하고 있는 중입니다. 천하를 다스릴 만한 여력이 없습니다.”
천하가 귀한 것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자기의 삶을 손상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하물며 다른 사물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오직 천하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천하를 맡길 수 있는 것이다.
순이 천하를 자주지백에게 맡기려하니 자주지백이 말했다.
“제가 심한 우울증에 걸려 있어서 병을 고치고 있는 중입니다. 천하를 다스릴 만한 겨를이 없습니다.”
본래 천하란 큰그릇이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자기의 목숨과 바꾸지는 앉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도를 터득한 사람과 세속적인 사람과의 차이이다.
순이 천하를 선권에게 물려주려 하니 선권이 말했다.
“저는 이 우주 안에 서서, 겨울에는 털옷을 입고, 여름에는 칡·베옷을 입으며, 봄이면 땅을 갈아 씨를 뿌리고, 몸은 일하기에 족할 만큼 튼튼하며, 가을에는 곡식을 거둬들여 몸을 편히 쉴 수 있습니다. 해가 뜨면 나가 일하고 해가 지면 집에 돌아와 쉬면서, 천지 사이를 유유히 소요하며 마음은 한가롭게 자득하고 있습니다. 어찌 천하 따위를 일삼겠습니까? 슬프게도 당신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그는 천하를 받지 않고 나라를 떠나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는데, 그가 있는 곳을 알 수가 없었다.
순이 천하를 그의 벗인 석호의 농부에게 물려주려 하니 석호의 농부가 말했다.
“부지런도 하시군. 당신도 꽤나 억척스런 사람이야.”
그는 순의 덕이 지극하지 못하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리하여 부부가 손을 잡고 자식들을 이끌고 바다 속의 섬으로 들어가 평생 돌아오지 않았다.
♣ 장자(잡편) 양왕 2 - 백성을 위해 백성을 해치지 마라
대왕단부가 빈에 살고 있을 때, 적인들이 쳐들어 왔다. 대왕단부는 전쟁을 피하려고, 그들에게 가죽과 비단을 주며 달랬으나 듣지 않았다. 개와 말을 주며 달래어도 듣지 않았고, 진주와 구슬을 주며 달래어도 듣지 않았다. 적인들이 원하는 것은 땅이었다. 대왕단부가 말했다.
“남의 형과 함께 살면서 그 아우를 죽이거나, 남의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그 자식을 죽이는 일은 차마 못하겠다. 그대들은 모두가 힘써 여기에서 잘 살아라. 내 신하가 되는 것과 적인들의 신하가 되는 것이 무엇이 다르겠느냐? 내가 듣건대 백성들을 보양하는데 쓰이는 물건을 위해 보양할 백성들을 해치지 않는 법이라 했다.”
그리고는 지팡이를 짚고서 그 곳을 떠났다. 백성들은 줄을 지어 그를 따라가서 마침내 기산 아래 이르러 새로운 나라를 세웠다. 대왕단부 같은 이는 삶을 존중할 줄 안다고 말 할 수 있다. 삶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은 비록 존귀하고 부유하다 해도 몸을 보양하는 수단을 위해 자신을 손상시키지 않는다. 비록 가난하고 천하다 해도 이익을 위해 육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요즘 사람들은 높은 벼슬과 존귀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도 모두가 생활 수단을 잃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이익을 보기만 하면 쉽게 그 자신을 파멸시키고 있으니 어찌 미혹된 것이 아니겠는가?
♣ 장자(잡편) 양왕 3 - 삶은 번거롭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월나라 사람들이 삼대에 걸쳐 자신들의 임금을 죽였다. 왕자 수는 그것이 두려워 남산의 단혈로 도망쳤다. 그래서 월나라에는 임금이 없게 되었다. 그래서 신하들이 왕자 수를 찾아 나섰으나 찾지 못하다가 간신히 단혈에서 그를 찾아냈다. 그러나 왕자 수는 단혈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다. 월나라 사람들은 쑥으로 굴 안에 연기를 피워 그를 나오게 하여 임금이 타는 수레에 태웠다. 왕자 수는 수레의 줄을 잡고 수레에 올라 하늘을 우러러보며 울부짖었다.
“임금님이라니, 어째서 나를 가만 놓아둘 수 없다는 것인가!”
왕자 수는 임금이 되기가 싫었던 것이 아니라 임금이 되어서 생길 환란이 싫었던 것이다. 왕자 수 같은 사람은 나라 때문에 자기 삶을 해치지 않으려 했던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월나라 사람들은 그를 찾아내어 임금으로 삼고자 했던 것이다.
♣ 장자(잡편) 양왕 4 - 근심을 만들어 삶을 손상시키지 마라
한나라와 위나라가 서로 다투다가 침략을 했다. 자화자가 소희후를 만나보니 근심하는 빛을 띠고 있었다. 자화자가 말했다.
“지금 세상 사람들이 임금님께 계약서를 제출했다고 합시다. 계약서에는「왼손으로 이것을 잡는 사람은 오른손이 없어진다. 오른쪽 손으로 이것은 잡는 사람은 왼손이 없어진다. 그러나 이것을 잡는 사람은 반드시 천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라고 써 있습니다. 임금님은 그 계약서를 잡을 수 있으시겠습니까?”
소희후가 말했다.
“잡지 않을 것입니다.”
자화자가 말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두 팔을 천하보다도 중요한 것입니다. 또한 몸은 두 팔보다도 중합니다. 그리고 한나라는 천하에 비하여 훨씬 더 가볍습니다. 지금 다투시고 있는 땅은 한나라보다도 훨씬 가벼운 것입니다. 그런데도 임금님께서는 자신이 근심을 안고 삶을 손상시키면서까지 그것을 얻지 못해 걱정하고 계십니다.”
소희후가 말했다.
“훌륭한 말씀입니다. 나에게 가르침을 준 사람들은 많지만 이런 말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자화자는 일의 가볍고 무거운 평가를 올바로 알았다고 할 수 있다.
♣ 장자(잡편) 양왕 5 - 귀중한 것으로 하찮은 것을 얻으려 하지 마라
노나라 임금이 안합이 도를 터득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사람을 보내 폐물을 가지고 가서 모셔오게 했다. 안합은 누추한 집에 살면서, 삼베옷을 입고 소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가 노나라 임금의 사신이 찾아오자 그를 맞이했다.
사신이 말했다.
“여기가 안합의 집입니까?”
안합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사신들이 폐물을 바치자 안합이 말했다.
“잘못 알고 사신을 보낸 것이어서 죄가 될지도 모르니 다시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신들이 돌아가 확인을 한 다음 다시 와서 그를 찾으니 이미 그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안합 같은 인물이야말로 정말로 부귀를 싫어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말하기를「진실한 도로써 자기 몸을 다스리고, 그 나머지로써 나라를 돌보고, 그 찌꺼기로서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제왕들의 공로란 성인들의 여분의 일이며, 그런 일은 자신을 완전히 간수하고 삶을 보양하는 방법은 되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세속의 군자들은 대부분이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고 삶을 버리면서까지 사물을 추구하고 있으니, 어찌 슬프지 않은가? 모든 성인의 행동이란 반드시 그것을 하는 까닭과 그것을 하는 방법을 먼저 살피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 어느 사람이 수후의 구슬로 천길 높이에 있는 참새를 쏘았다면 제상 사람들은 그를 비웃을 것이다. 그것은 그가 사용한 것이 귀한 것인데 비해 그것으로 얻은 것은 하찮은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삶을 어찌 수후의 구슬에 비교하겠는가?
♣ 장자(잡편) 양왕 6 - 남의 말에 따른 판단은 옳지 못하다
열자가 궁핍하여 용모에 굶주린 빛이 확연했다. 한 손님이 그런 사실을 정나라 자양에게 말했다.
“열자는 도를 터득한 사람입니다. 임금님의 나라에 살면서 곤궁하다면 임금님께서 선비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되지 않습니까?”
정나라 자양은 곧 관리들에게 지시하여 열자에게 양식을 보내주도록 했다. 열자는 사자들을 보자 두 번 절하고 사양했다. 사자들이 떠난 뒤 열자가 들어오자, 그의 아내가 열자를 보고 가슴을 치며 말했다.
“제가 듣기에 도를 터득한 사람의 처자들은 누구나 안락함을 누린다 했습니다. 지금 굶주린 빛이 짙어, 그 분이 사람을 시켜 먹을 것을 보내어 주었는데도 당신은 받지 않았습니다. 어찌 천명이 아니겠습니까?”
열자가 웃으면서 그의 아내에게 말했다.
“그 분은 스스로 나를 알아 본 것이 아니고, 남의 말만 듣고 내게 양식을 보낸 것이오. 그러니 죄를 주는 것 또한 남의 말만 듣고 할 것이오. 그래서 받지 않은 것이오.”
그 후 결국 백성들이 난리를 일으켜 자양을 죽여버렸다.
♣ 장자(잡편) 양왕 7 - 분수에 맞게 편하게 지낼 줄 알아야 한다
초나라 소왕이 오나라와의 싸움에서 패해 나라를 잃고 도망했을 때, 양을 잡는 백정인 열이라는 사람도 소왕을 따라 도망쳤다. 뒤에 소왕이 나라로 돌아와 그를 따랐던 사람들에게 상을 줄 때에 열의 차례가 되었다. 이때 열이 말했다.
“대왕께서 나라를 잃으셨을 때, 저 역시 양을 잡는 일을 잃었습니다. 대왕께서 돌아오시게 되어 저 역시 양을 잡는 일로 돌아왔습니다. 저의 벼슬과 녹은 이미 되찾은 것입니다. 또 무슨 상을 논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임금은 억지로라도 그에게 상을 내리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양백정 열이 말했다.
“대왕께서 나라를 잃었던 것이 저의 죄가 아니었기 때문에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대왕께서 돌아오신 것 역시 저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에 감히 그 상을 받지 못하겠습니다.”
임금이 신하들을 시켜 그를 보자고 했다. 그러자 양백정 열이 말했다.
“초나라의 법도에 의하면 무거운 상이나 큰공을 세운 자만이 임금을 뵙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 저의 지혜는 나라를 보존하기에는 부족하고, 용기는 적 앞에서 죽음을 무릅쓰기에 부족합니다. 그래서 오나라 군대가 우리 영 땅을 침범했을 때, 저는 환난을 피해 도망쳤을 뿐, 대왕 때문에 따라 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대왕께서 국법을 어기고 규약을 깨뜨리면서까지 저를 만나려 하시니. 그렇게 되면 저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게 될 것입니다.”
소왕이 사마인 자기에게 말했다.
“양백정인 열은 미천한 신분이지만 사리를 아는 데 있어서는 높은 식견을 갖고 있습니다. 나를 위해 그를 데려다 삼공의 지위에 앉혀주십시오.”
양백정 열이 그 말을 듣고 말했다.
“삼공의 지위가 양 백정의 지위보다는 존귀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만종의 녹이 양을 잡아서 얻는 이득보다 훨씬 많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찌 벼슬과 녹을 탐하여 임금님께서 함부로 상을 내리신다는 말을 듣게 하겠습니까! 부디 저를 양 잡는 백정의 일로 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는 끝내 상을 받지 않았다.
♣ 장자(잡편) 양왕 8 - 자기 분수에 따라 도를 추구할 줄 알아야 한다
원헌이 노나라에 살았는데, 그의 집은 사방 한 칸의 작은 집이었다. 초가지붕에는 풀이 자라 고, 싸리문은 부서져 있고, 뽕나무 줄기로 문지도리를 삼고, 깨진 항아리를 박아 창을 낸 두 개의 방은 칡으로 창을 가리고 있었다. 위에서는 비가 새고 아래 바닥은 축축했는데, 원헌은 똑바로 앉아서 금을 뜯으며 노래하고 있었다.
자공은 큰 말이 끄는 수레를 탔는데, 수레 안쪽은 보랏빛 천으로 장식하고 겉포장은 흰 천으로 만든 것이었다. 이 큰 수레가 그의 집 골목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서 그는 걸어가서 원헌을 만났다. 원헌은 가죽나무 껍질로 만든 관을 쓰고 뒤축도 없는 신을 신은 채 지팡이를 짚고 문에 나와 그를 맞았다.
자공이 말했다.
“선생께서는 어찌 이렇게 고생을 하시며 사십니까?”
원헌이 대답했다.
“내가 듣건대 재물이 없는 것은 가난하다고 말하고, 배우고도 행하지 못하는 것을 고생하는 것이라 말한다 했습니다. 지금 나는 가난한 것이지 고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공은 우물쭈물 뒷걸음질치면서 부끄러운 얼굴빛을 하였다.
원헌이 웃으며 말했다.
“세상의 평판을 바라면서 행동하고, 자기와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만을 벗하고, 학문은 남에게 내세우기 위해서 하고, 가르침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하고, 인의를 내세워 간악한 짓을 하고, 수레와 말을 장식하는 일들은 나로서는 하지 못할 일입니다.”
♣ 장자(잡편) 양왕 9 - 자기를 기르는 사람은 이익을 잊는다
증자가 위나라에 살았는데 헤진 솜옷은 겉 천이 거의 없을 정도였고, 얼굴빛은 부황기가 돌았고, 손과 발에는 못이 박혀 있었다. 사흘 동안 밥을 짓지 못하는 것이 예사였고, 십 년 동안 옷을 만들어 입지 못했다. 관을 바로 쓰려고 하면 갓끈이 끊어져 있었고, 옷깃을 여미려고 하면 팔꿈치가 나와 있었으며, 신을 신으면 뒤축이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가 신을 끌면서 시경 상송을 노래하면 소리가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차서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 같았다. 천자도 그를 신하로 삼을 수가 없었고, 제후들도 그를 벗할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뜻을 기르는 사람은 자기 형체를 잊고, 자기 형체를 기르는 사람은 이익을 잊으며, 도를 닦으려는 사람은 마음조차 잊는 것이다.
♣ 장자(잡편) 양왕 10 - 만족하는 사람은 이익 때문에 스스로를 해치지 않는다
공자가 안회에게 말했다.
“안회야! 집안이 가난하고 신분도 낮은데 어째서 벼슬을 하려고 하지 않느냐?”
안회가 대답했다.
“벼슬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게는 성곽 밖의 밭 오십 묘가 있어 죽꺼리를 얻기에는 충분합니다. 성곽 안에는 밭 십 묘가 있어 무명과 삼을 얻기에 충분합니다. 금을 타고 지내면 스스로 즐기기에 충분합니다.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도는 스스로 즐겁게 살기에 충분합니다. 저는 벼슬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공자가 얼굴빛을 바꾸며 말했다.
“네 뜻이 참으로 훌륭하다. 내가 듣건대 만족할 줄 안는 사람은 이익 때문에 스스로를 해치지 않고, 자득할 줄 아는 사람은 이익을 잃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속마음의 수행이 되어 있는 사람은 지위가 없어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했다. 나는 그것을 마음에 새겨둔 지 오래 되었으나, 지금 너에게서 뒤늦게 그것이 실행되고 있음을 본다. 이것이 나의 소득이다.”
♣ 장자(잡편) 양왕 11 - 마음이 이끄는 대로 자연스럽게 행동하라
중산의 공자 모가 첨자에게 말했다.
“몸은 강과 바닷가에 숨어살아도 마음은 항상 위나라 궁궐 아래에 있으니 어쩌면 좋겠습니까?”
첨자가 말했다.
“삶을 소중히 하십시오. 삶을 소중히 하면 이익이 가볍게 느껴질 것입니다.”
공자 모가 말했다.
“그런 줄 알고는 있지만 스스로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첨자가 말했다.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겠거든 그대로 마음을 따르십시오. 그러면 정신적 고뇌가 없어질 것입니다.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면서도 억지로 마음을 따르지 않는 것을 이중으로 자기를 손상시키는 것이라 합니다. 거듭 자기를 손상케 하는 사람 중에는 오래 사는 이가 없습니다.”
위나라의 공자 모는 만 승 군주의 공자이다. 따라서 그가 바위굴 속에 숨는데 있어서는 평민의 선비보다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비록 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도를 터득하려는 뜻은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장자(잡편) 양왕 12 - 눈서리가 쳐야 송백의 꿋꿋함을 알 수 있다
공자가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 곤경에 빠졌을 때, 칠일동안이나 밥을 지어먹지 못했고, 명아주국에 곡식도 없이 먹고 지냈다. 그래서 얼굴빛은 초췌해 있었으나, 공자는 방에서 금을 타며 노래를 하였고, 안회는 밖에서 나물을 뜯고 있었는데, 자로와 자공이 말을 나누었다.
“우리 선생님께서는 노나라에서 두 번이나 쫓겨났고, 위나라에서도 추방당하였으며, 송나라에서는 깔아 죽이려고 나무를 베어 넘겼으며, 상나라와 주나라에서도 곤경에 빠졌었는데, 이제는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 포위를 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선생님을 죽이려던 사람도 죄를 지은 것이 아니게 되었고, 선생님을 모욕해도 못하게 하는 이가 없게 되었다. 그런데도 금을 타고 노래하면서 음악을 그친 일이 없다. 군자로서 수치를 모른다 해도 이렇게 모를 수가 있는가? ”
안회는 못들은 척하고 있다가 들어와 공자에게 말했다. 공자는 금을 옆으로 밀어놓고 크게 탄식하며 말했다.
“자로와 자공은 소인배들이다. 불러오너라. 내가 그들에게 할 말이 있다.”
자로와 자공이 들어와서, 자로가 말했다.
“이 정도의 상황이면 궁지에 몰린 것이 아닙니까?”
공자가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 군자가 도에 통달한 것을 도통이라 말하고, 도에 궁하여진 것을 궁지라 말하는 것이다. 지금 나는 인의의 도를 품고 어지러운 세상의 환란을 만나기는 했지만 그것이 어찌 궁지에 몰린 것이 되겠느냐?
마음속으로 반성하여 도에 궁하지 않아야 되며, 어려움을 당해도 덕을 잃지 않아야 된다. 추운 계절이 되어 서리와 눈이 내리면 그 때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꿋꿋함을 알게 된다.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의 곤경은 내게는 오히려 다행이다.”
그리고 공자는 스스로 금을 다시 잡아서 타며 노래를 했다. 그러자 자로가 벌떡 일어나 방패를 들고 거기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자공이 말했다.
“나는 하늘이 높은 것도 땅이 낮은 것도 모르는 인간이다. 옛날의 도를 터득했던 사람들은 곤경에 빠져도 즐기고 뜻이 통하게 되어도 즐겼다. 그들이 즐긴 것은 곤경과 통달이 아니었다. 도덕이 여기에 있다면, 곤경과 통달은 춥고 더운 것과 바람 불고 비 오는 기후의 변화와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허유는 영수가에 숨어살며 즐겼고, 공백은 공수산에 숨어살며 자득했던 것이다.”
♣ 장자(잡편) 양왕 13 - 자신의 본성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다
순임금이 친구인 북인무택에게 천하를 넘겨주려 했다. 그러자 북인무택이 말했다.
“임금님의 사람 됨됨이가 이상하구나. 밭고랑에 살다가 요임금 밑에 가서 노닐더니, 거기에 그치지 않고 또 그 욕된 행동으로 나를 더럽히려 하는구나. 그를 만나는 것조차 부끄럽다.”
그리고는 스스로 청랭의 연못에 몸을 던졌다.
♣ 장자(잡편) 양왕 14 - 청렴함을 위해 목숨을 버리다
탕임금이 하나라 걸왕을 정벌하기 위해 변수에게 계책을 물었다. 변수가 말했다.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탕임금이 말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묻는 것이 좋겠습니까?”
변수가 말했다.
“저도 모릅니다.”
탕임금이 다시 무광에게 상의했다. 무광이 말했다.
“모릅니다.”
탕임금이 말했다.
“누가 좋겠습니까?”
무광이 말했다.
“모릅니다.”
탕임금이 물었다.
“이윤이면 어떻겠습니까?”
무광이 말했다.
“그는 강인하면서도 치욕을 견디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 이상은 알지 못합니다.”
탕임금은 마침내 이윤과 계책을 상의해 걸왕을 쳐서 승리했다. 그리고는 천하를 변수에게 물려주려고 하니 변수가 말했다.
“임금님께서 걸왕을 치실 때 제게 상의를 했던 것은 제가 임금을 칠 만한 역신이라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걸왕을 치고 나서 저에게 천하를 물려주려 하는 것은 저를 탐욕스러운 인간이라 생각하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어지러운 세상에 태어나기는 했지만, 무도한 사람들이 거듭 와서 욕된 행동으로 저를 더럽히고 있으니, 더 이상 그런 말을 못 듣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스스로 조수에 몸을 던져 죽었다.
탕임금이 다시 무광에게 천하를 넘겨주려고 말했다.
“지혜 있는 자는 계책을 세우고, 무인들은 그것을 실천하고, 어진 사람이 그것을 다스리는 것이 오래 전부터의 도입니다. 선생 같으신 분이 어찌 임금의 자리에 오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무광이 사양하면서 말했다.
“임금을 몰아내는 것은 의로움이 아니고, 백성을 죽이는 것은 어진 행동이 아닙니다. 남이 그런 짓을 범하여 어려운 일을 이룬 것으로 이익을 누린다면 깨끗한 짓이 못됩니다. 제가 듣건대「의로운 사람이 아니라면 그의 녹을 받지 않고, 무도한 세상에서는 그 흙을 밟지 않는다」했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저를 높이려 하시니 어쩌겠습니까? 저는 더 이상 이런 꼴을 보지 못하겠습니다.”
그리고는 돌을 안고 스스로 여수에 몸을 던졌다.
♣ 장자(잡편) 양왕 15 - 굶어 죽은 백이와 숙제
주나라가 한창 흥성할 때 두 선비가 고죽이라는 곳에 살고 있었는데, 그들이 백이와 숙제이다. 두 사람이 서로 상의했다.
“듣기에 서쪽에 한 사람이 있는데, 도를 터득한 사람인 듯하다니 가서 봅시다.”
그리고는 기산의 남쪽 기슭에 이르렀을 때, 무왕이 이들에 관한 얘기를 듣고 아우인 숙단을 시켜 그들을 맞이하도록 했다. 숙단은 그들에게 맹세하기를 녹은 2등 이상을 주고, 벼슬은 일등 자리를 주겠다고 말하면서, 짐승의 피를 빨고 맹세를 쓴 글을 땅에 묻어 맹세를 굳혔다.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상하군요. 이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도가 아닙니다. 옛날 신농이 천하를 다스릴 때에는 철에 따른 제사를 정성껏 지내기는 했지만, 행복을 빌지는 않았습니다. 백성들에 대해 충실하고 신뢰할 수 있게 정성을 다해 다스리기는 했지만 다른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습니다. 정치를 맡으면 즐겁게 정치를 했고, 다스리게 되면 즐거이 다스리기만 했습니다. 남의 손실을 근거로 하여 자신의 성공을 바라지 않았고, 남을 낮추면서 자신을 높이려 하지 않았으며, 시세를 만났다 하여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주나라는 은나라가 혼란함을 보고서 갑자기 좋은 정치를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윗사람은 계책을 써서 신하들을 모으고, 아랫사람은 재물을 써서 벼슬을 구하고 있습니다. 군대에 의지하여 위세를 보존하고, 짐승의 피를 내어 맹세함으로써 믿음을 표시하며, 훌륭한 행동을 표창함으로써 백성들을 기쁘게 해주고, 사람들을 죽이면서 공격하여 이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혼란으로 주왕의 폭정을 대체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제가 듣건대 옛날의 선비들은 잘 다스려지는 세상을 만나면 그에게 맡겨진 일을 피하지 않고, 어지러운 세상을 만나면 구차히 살아가려 하지 않는다 했습니다. 지금 천하가 혼미하고 주나라의 덕이 쇠퇴하고 있습니다. 주나라와 함께 살아감으로써 몸을 더럽히기보다는 차라리 주나라를 피해 나의 행동을 깨끗이 하겠습니다.”
그리고서 두 사람은 북쪽 수양산으로 가 마침내 굶어 죽었다. 백이와 숙제 같은 사람들은 부귀에 대하여는 구차한 방법으로 얻을 수 있다 해도 절대로 받지 않을 사람들이었다. 높이 뛰어난 절조나 남과 다른 행동으로 홀로 그의 뜻을 즐기고 세상에서 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이것이 두 선비의 절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