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상/장자

장자(잡편) 외물

rainbow3 2019. 10. 23. 12:18


♣ 장자(잡편) 외물 1 - 믿지 못할 세상일에 사로잡히지 마라

 

외부의 사물들은 절대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용봉은 충신이면서도 처형당했고, 비간은 충간을 하다가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주왕의 서형 기자는 미친 척하고 살았고, 간신 악래도 죽음을 당하였으며, 걸왕과 주왕도 결국은 멸망했다.

임금이라면 누구나 그의 신하들이 충성스럽기를 바라지만, 충신이라고 반드시 신임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오나라 오자서는 충신이면서도 사형을 당하여 시체가 강물에 던져졌고, 주나라 장홍은 죄 없이 촉 땅에서 죽어야 했다. 그를 장사 지낸 지 3년 만에 그의 피는 변하여 푸른 구슬이 되었다 한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이 효성스럽기를 바란다. 그러나 효자라고 반드시 사랑 받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은나라의 효기는 계모로 인해 근심 속에 살았고, 증삼은 아버지의 미움을 사서 슬픔 속에 지냈다.

나무와 나무를 비비면 불이 붙고, 쇠가 불 속에 오래 있으면 녹는다. 음과 양의 기운이 섞이면 하늘과 땅이 크게 놀라 움직인다. 그래서 천둥과 번개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빗줄기 속에서도 큰 느티나무가 벼락에 맞아 불타기도 하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큰 근심이 있는데 이해(利害)라는 것으로, 두 가지 중 어느 곳에 치우쳐도 그 피해로부터 도망칠 길이 없다. 언제나 두려워함으로써 아무 일도 이루지 못하게 되며, 그의 마음은 하늘과 땅 사이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불안하기만 하다. 또 고민이 마음에 있어 근심에 잠기게 되며, 이해에 관한 생각이 마찰을 일으켜 불같은 욕망을 낳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의 화기(和氣)를 불태우게 된다. 마음을 달처럼 비워 맑아도 본래 사람은 불같은 욕망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모든 것이 무너져 올바른 도리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 장자(잡편) 외물 2 - 모든 일은 때와 경우에 알맞아야 한다

 

장자가 집이 가난하여 감하후에게 곡식을 빌리러 갔다.

감하후가 말했다.

“좋습니다. 영지의 세금을 거둬들여 선생에게 삼백금을 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장자는 화가나 얼굴빛이 변하며 말했다.

“내가 어제 이곳에 오는데 나를 부르는 것이 있었습니다. 돌아다보니 수레바퀴자국 가운데에 있는 붕어였습니다.

「붕어야,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

붕어가 대답했습니다.

「저는 동해 용왕의 신하입니다. 한 말이나 몇 됫박의 물이 있으면 저를 살려주십시오.」

 내가 말했습니다.

 「그런가, 내가 남쪽의 오나라와 초나라의 임금을 설득시켜 서강의 물을 끌어다가 너를 맞이하도록하겠다. 어떠냐?」

붕어는 성이 나서 얼굴빛이 변하며 말했습니다.

「저는 제가 늘 필요로 하는 물을 잃고 있어서 당장 몸 둘 곳이 없습니다. 저는 한 말이나 몇 됫박의 물만 있으면 살 수 있습니다. 선생의 말대로하려면 차라리 저를 건어물 가게에 가서 찾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 장자(잡편) 외물 3 - 뜻이 크지 못하면 큰일을 하지 못한다

 

임공자가 큰 낚시와 굵고 검은 줄을 준비한 다음 오십 마리의 황소를 미끼로 회계산에 걸터앉아 낚싯대를 동해에 던졌다. 매일같이 낚시질을 계속했으나 일년이 넘도록 고기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결국은 큰 고기가 낚시를 물더니 낚싯대를 끌고 물 속으로 들어갔다가 뛰어오르면서 등지느러미를 떨치니, 산더미 같은 흰 물결이 솟아오르면서 바닷물이 진동했다. 그 소리는 귀신들의 울음소리와 같아서 천리나 떨어진 곳의 사람들까지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임공자는 이 물고기를 잡아서 썰어 건포로 만들었다. 절강 동쪽으로부터 창오 북쪽에 이르는 사람들이 모두 그 고기를 실컷 먹었다. 후에 세상에서 재주를 겨루며 얘기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놀라며 이 얘기를 전했다.

작은 낚싯대와 가는 줄로 도랑에 가서 송사리나 붕어를 노리는 낚시를 하면서 큰 고기를 잡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처럼 쓸데없는 작은 이론들을 꾸며내 가지고서는 높은 명성을 추구해 보았자, 크게 출세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그러므로 임공자의 얘기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으로서는 세상에서 제대로 행세할 수 없을 것은 분명한 일이다.

 

 

♣ 장자(잡편) 외물 4 - 지식을 이용해 교묘하게 더 나쁜 짓을 한다

 

유학자가 시경과 예기를 근거로 남의 무덤을 도굴했다.

함께 간 큰선비가 무덤 위에서 아래쪽에 대고 말했다.

“동녘이 밝아오는데 일이 어찌 되고 있는가?”

작은 선비가 무덤 속에서 말했다.

“시의를 아직 다 벗기지 못했습니다.”

큰선비가 말했다.

“시경에 이르기를「푸른 보리가 무덤 가에 자라고 있네. 살아서 은혜를 베풀지도 못하고서 죽어서 어찌 구슬을 물겠는가?」라고 했네 그 놈의 머리를 잡고 그의 턱수염을 누른 다음, 쇠망치로 그의 턱을 쳐서 천천히 그의 볼까지 벌리고, 입 속의 구슬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서 잘 꺼내게.”

 

 

♣ 장자(잡편) 외물 5 - 오만한 행동은 환란의 원인이 된다

 

노래자의 제자가 땔나무를 하러 갔다가 공자를 만나고 돌아와 말했다.

“저기 한 사람이 있는데, 상체는 길고 하체는 짧으며 등은 꼽추에다 귀는 머리 뒤편에 붙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눈빛은 세상을 다 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누구일까요?”

노래자가 말했다.

“그가 공자다. 불러오너라.”

공자가 오자 노래자가 말했다.

“그대 몸의 오만함과 얼굴에 나타난 지혜로움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만 군자가 될 것이다.”

공자가 읍을 하고 물러서서 송구스러운 듯 용모를 바로잡고 말했다.

“그러면 저의 배움도 발전할 수 있겠습니까?”

노래자가 말했다.

“그대는 일세의 혼란을 참지 못하고 만세의 환란을 가볍게 보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본시 그대의 재능이 형편없는 것인가? 지략이 없어서 진실에 미치지 못하는 것인가? 그대는 신이 나서 그렇게 하고 있겠지만, 평생의 치욕이 될 것이다. 보통 사람들의 행동은 영향을 받기 쉬운 것이다. 서로의 명성의 위해 끌어당기며, 서로의 사사로운 욕심 때문에 맺어지는 것이다. 요임금을 칭송하고 걸왕을 비난하느니 차라리 칭송과 비난을 멈추고, 성인과 폭군의 존재를 다 잊어야만 할 것이다. 본성을 어기면 손상을 받지 않는 일이 없다. 성인이란 조심하면서 일을 함으로써 언제나 성공을 하는 것이다.  어쩌겠는가? 그대의 행위를 끝내 교만하게 하겠는가?”

 

 

♣ 장자(잡편) 외물 6 - 그물은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물새들은 두려워한다

 

송나라 원군이 밤에 꿈을 꾸었는데 산발한 사람이 곁문으로 들여다보며 말했다.

“저는 재로의 연못에서 왔습니다. 청강 신의 사자로 황하의 신에게 가다 여저라는 어부에게 잡혔습니다.”

원군은 깨어나서 사람을 시켜 꿈을 점치게 했다.

“그는 신령스런 거북입니다.”

원군이 말했다.

“고기잡이 중에 여저라는 사람이 있는가?”

신하들이 말했다.

“있습니다.”

원군이 말했다.

“여저를 데리고 와라“

다음날 여저가 오자 원군이 말했다.

“고기잡이를 하다가 무엇을 잡았느냐?”

여저가 대답했다.

“제 그물에 흰 거북이 걸렸습니다. 거북의 직경이 다섯 자나 됩니다.”

원군이 명령했다.

“그 거북이를 내게 가져오거라.”

거북이 도착하자 원군은 거북을 죽일까 살릴까 마음의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다시 점을 치게 하니 거북을 죽여서 그 등껍질로 점을 치면 길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거북을 잡아 일흔두번이나 구멍을 뚫으며 점을 치니 맞지 않는 일이 없었다.

이에 대해 공자가 말했다.

“신령스런 거북의 능력은 원군의 꿈에 나타날 줄은 알면서도 여저의 그물을 피하지는 못했다. 그의 지혜는 일흔두번이나 구멍을 뚫어 점을 쳐도 틀리는 일이 없을 정도이면서도 그의 내장이 도려내지는 환란을 피하지는 못했다. 이러니 지혜도 곤경에 놓이는 경우가 있고, 신령스러움으로도 미치지 못하는 일이 있는 것이다. 비록 지극한 지혜가 있다 해도 사람들은 그를 해칠 수가 있다.

물고기는 고기 그물은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물새들은 두려워한다. 작은 지혜를 버려야만 큰 지혜가 밝아지고, 훌륭하다는 의식을 버려야만 스스로 훌륭해지는 것이다. 아기는 태어나 스승이 없이도 말할 수 있게 되는데, 말할 줄 아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기 때문이다.”

 

 

♣ 장자(잡편) 외물 7 - 쓸모 없는 것이 있어 쓸모 있는 것이 있다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선생의 말씀은 쓸모가 없습니다.”

장자가 말했다.

“쓸데가 없음을 알아야 비로소 쓸 곳을 얘기할 수가 있습니다. 땅이란 넓고도 크기가 한이 없지만, 사람들이 걸을 때 쓰이는 것은 발로 밟는 부분뿐입니다. 그렇다고 발 크기에 맞추어 발자국만큼의 땅만 남겨놓고 나머지 부분은 황천에 이르도록 깎아낸다면 그래도 그 땅이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겠습니까?”

혜자가 대답했다.

“쓸 수가 없을 것입니다.”

장자가 말했다.

“그렇다면 쓸데없는 것의 쓰임도 잘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 장자(잡편) 외물 8 - 얽매이지 말고 어울리되 본성을 잃지 마라

 

장자가 말했다.

“사람 중에 자연에 노닐 수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이 자연을 따라 노닐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람 중에 자연에 노닐 줄 모르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이 자연을 따라 노닐 수 있겠는가?

물건을 쫓아 움직이는 마음을 가졌거나, 세상에서 벗어나 홀로 특이한 행동을 하는 것은 지극한 지혜와 두터운 덕을 쌓은 이의 행동은 아니다. 사사로운 욕심 때문에 넘어지고 떨어지고 해도, 본성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욕망을 따라 치달으면서도 돌아보지도 않는 자인 것이다.

비록 서로 임금이 되고 신하가 되어 있다 해도,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다. 세상이 바뀌게 되면 상대방을 천하게 여길 수 없이 처지도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지극한 사람은 행적에 얽매이지 않는다」하는 것이다.

옛날을 존중하고 현대를 하찮게 보는 것은 학자들의 오래된 잘못이다. 그러나 희위씨의 입장에서 지금 세상을 본다면, 과연 편벽 되지 않은 자가 있겠는가? 오직 지극한 사람만이 세상에 노닐면서도 편벽 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순응하면서도 자기의 본성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지극한 사람은 세상의 가르침에 따르기는 하지만 억지로 그것을 배우지 않고, 세상 사람들의 뜻을 따르기는 하지만 자기 본성을 잃고 그렇게 되지는 않는 것이다.”

 

 

♣ 장자(잡편) 외물 9 - 막히는 일 없이 자연에 순응해야 한다

 

눈이 잘 보이는 것을 밝다고 하고, 귀가 잘 들리는 것을 귀밝다고 하고, 코가 예민한 것을 냄새를 잘 맡는다고 하고, 입이 예민한 것을 맛을 잘 안다고 하고, 마음이 잘 통하는 것을 지혜롭다고 하고, 지혜가 잘 통하는 것을 덕이라고 한다.

도라는 것도 막혀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막히면 숨이 막히게 되고, 숨이 막힌 것이 계속되면 사리에 어긋나게 되고, 사리에 어긋나면 여러 가지 폐해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물건 중에도 지혜가 있는 것은 호흡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성대해지지 않는 것은 하늘의 죄가 아니다. 하늘은 늘 뚫리게 하여 낮이고 밤이고 변함이 없다. 사람들 자신이 자기의 구멍을 스스로 일부러 막고 있는 것이다.

뱃속의 태 안에도 넓은 공간이 있고, 마음에도 자연스럽게 노닐 공간이 있는 것이다. 집안에 빈 공간이 없으면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서로 반목을 한다. 마음에 자연스럽게 노닐 공간이 없으면 여러 가지 정욕이 서로 다투게 된다.

큰 숲 속이나 산 속 같은 곳을 사람들이 좋게 여기는 것은, 사람의 정신이 정욕을 견디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 장자(잡편) 외물 10 - 일의 성과는 조건이 알맞을 때 나타난다

 

덕은 명성을 추구하여 잃게 되고, 명성은 자기를 드러내어 망치게 된다. 책모는 다급한 데서 생각하게 되고, 지혜는 다툼에서 나온다. 삶의 보호는 자신의 관능을 지키는 데서 이루어지고, 일의 성과는 모든 조건이 알맞을 때 나타난다.

봄에 비가 오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풀과 나무들이 무성해지며, 밭 갈고 김 매는 일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풀과 나무는 가꾸지 않아도 잘 자라나는데, 왜 그렇게 되는지는 알지 못하는 것이다.

 

 

♣ 장자(잡편) 외물 11 - 외형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고요하면 병을 고칠 수 있고, 눈썹과 머리를 깨끗이 손질을 하면 늙음을 방지할 수가 있고, 편안함은 조급한 마음을 없앨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심신을 수고롭게 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일이지, 편안히 자득하는 사람들과는 관계가 없어서 그런 사람들은 알려고 하지도 않는 것이다.

성인이 천하를 바로 고치는 방법에 대해 신인은 알려고 하지도 않다. 현인이 세상을 바로 고치는 방법에 대해서 성인은 알려고 하지도 않다. 군자가 나라를 바로 고치는 방법에 대해서 현인은 알려고 하지도 않다. 소인들에 시세에 영합하는 방법에 대해서 군자는 알려고 하지도 않다.

송나라 성문밖에 부모를 여읜 사람이 있었는데, 곡하고 슬퍼함으로 상을 치렀다 하여 그에게 관사라는 벼슬이 내려졌다. 그러자 그 마을 사람들 중에 친상을 치르다 몸을 상하게 하여 죽는 자가 반이 넘었다.

요임금이 허유에게 천하를 물려주려 하자 허유가 도망을 쳤다. 탕임금이 무광에게 천하를 물려주려 하자 무광은 화를 냈다.

기타는 그 얘기를 듣고 자기에게 주어질 차례라 단정을 하고, 제자들을 거느리고 관수가로 가서 숨어살았다. 제후들은 기타가 물에 투신할까 걱정되어 삼 년 동안이나 그를 위문했다.

신도적은 그것을 보고 자기도 높은 명망을 얻으려고 황하에 몸을 던져 죽었다.

통발은 고기를 잡는 도구지만 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을 잊게 된다. 올가미는 토끼를 잡는 도구지만 토끼를 잡고 나면 올가미를 잊게 된다. 말은 뜻을 표현하는 도구이지만, 뜻을 표현하고 나면 잊게 된다.

우리는 어찌하면 말을 잊은 사람들과 더불어 얘기를 할 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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