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철학/문학

탈무드의 귀 6

rainbow3 2020. 3. 8. 06:52


간절한 기도


어떤 배에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폭풍이 몰아쳤다. 사람들은 제각기 자기 나라에서 자기가 믿고 있는 신에게, 자기 방식대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폭풍은 점점 더 심해질 뿐이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일제히 유태인을 나무랐다.
[당신은 어째서 기도를 하지 않는 것이오.?]
많은 사람의 비난을 받은 유태인이 기도를 하기 시작하자 신기하게도 폭풍은 곧 잠잠해졌다. 배가 항구에 닿자 사람들이 물었다.


[우리들이 정성껏 기도할 때에는 아무런 효과도 없었는데, 당신이 기도를 하자 폭풍이 잠잠해지니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이요?]
그러자 유태인이 대답했다.


[나도 잘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제각기 여러분들의 고장에서 믿고 있는 신에게 기도를 했습니다. 바빌로니아 사람은 바빌로니아 신에게 기도하고, 로마 사람은 로마 신에게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바다는 어느 나라에도 속해 있지 않습니다. 우리 유태의 신은 우주 전체를 지배하시는 위대한 신이기 때문에, 바다에서 기도한 나의 소원을 들어 주신 것으로 믿습니다.


 


암시장


어떤 현명한 재판관이 있었다. 어느날 시장 거리를 거닐던 그는 많은 장물들이 그 곳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과 도둑들에게 경종을 올려주기 위해서는 어떤 시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족제비 한 마리에게 작은 고깃덩이 하나를 주었다. 그러자 족제비는 고깃덩이를 물고 곧 자기의 작은 굴로 물고 가 감추었다. 사람들은 족제비가 고깃덩이를 감춘 것을 쉽게 알 수가 있었다. 재판관은 족제비의 작은 굴을 막아 버린 다음, 이번에는 더 큰 고깃덩이를 족제비에게 주었다. 그러자 족제비는 고깃덩이를 문 채 재판관 앞으로 돌아왔다. 족제비는 자기가 갖고 있는 고깃덩이를 처치할 수 없자 그 고기를 주었던 사람에게 다시 가지고 돌아온 것이다.


족제비와 재판관의 이 일을 지켜본 사람들은 시장으로 달려가 자신들이 도둑맞은 물건들이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다시 찾아갈 수 있었다.


 


시집가는 딸에게 현명한 어머니가


사랑하는 딸아, 네가 만일 남편을 왕처럼 받든다면, 너의 남편은 너를 여왕처럼 모실 것이다. 그러나 너의 행동거지가 마치 하녀같으면 너의 남편은 너를 하녀처럼 다룰 것이다. 만일 네가 너무 자존심을 내세워 남편에게 봉사하기를 꺼려 한다면, 남편은 힘으로 너를 하녀로 만들고 말 것이다. 


네 남편이 자기 친구를 방문하게 될 때는 반드시 목욕을 하고 옷차림을 단정하게 하여 나가게 도와라, 그리고 남편의 친구가 집에 찾아 오거든, 갖은 정성을 다하여 극진히 대접하여라.그렇게 하면 남편은 너를 아주 소중하게 고맙게 생각할 것이다.


항상 가정을 위해 마음을 쓰고, 특히 남편의 소지품을 소중하게 다루어라.그리하면 남편은 네 머리 위에 왕관을 기쁜 마음으로 바칠 것이다.


 


열이란 숫자


내가 어떤 사람을 놓고 일부러 모함의 말을 하여 그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고 가정하자. 그런 다음에 그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때, '지난번에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지나친 말을 하여, 본의 아니게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해 드려서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를 할 수는 있다. 그래도 상대편이 용서해 주지 않을 때에는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이런 경우를 당하면 유태인들은 '나는 며칠 전에 어떤 사람에 대해서 도리에 어긋나는 말을 하여 그의 체면을 손상시켰기 때문에, 그에게 사과하러 찾아갔으나 그는 나를 용서하지 않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잘못을 후회하고 있는데, 여러분은 나의 잘못을 용서해 줄 수 있겠습니까? 하고 열 사람에게 물어서, 그 열 사람이 모두 용서해 준다고 하면 용서를 빌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10'이란 숫자가 나온 이유는 유태교의 예배당에서는 기도드릴 때 열명 이상의 사람이 있어야 기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아홉명 이하의 수는 개인이고, 열 명이 되어야 비로소 집단이 되는 것이다.


정치적 결단이 아닌 종교적인 결정도 역시 열 사람 이상이어야 한다. 결혼식에서도 공적인 결혼식은 열 사람 이상이 되지 않으면 거행하지 못한다. 그밖에 특별히 꺼리는 숫자는 달리 없다.


 


사랑


솔로몬 왕에게는 매우 아름답고 현명한 딸이 하나 있었다. 왕은, 어느날 꿈을 꾸고 장래 딸의 신랑될 사람이 딸과는 어울리지 않는 못된 사람이란 것을 짐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왕은 신의 뜻을 알아보기 위해 딸을 작은 섬으로 옮기게 하여 별궁에 감금 시켜 놓았다. 별궁의 주변에는 높은 담을 둘러치고 경비병까지 많이 배치해 놓고는 열쇠를 가지고 돌아왔다.


한편, 왕이 꿈속에서 보았던 녀석은 어느 황야에서 홀로 헤매고 있었다. 밤이 되자 몹시 추웠기 때문에, 그는 죽은 사자의 시체 속에 들어가 잠을 잤다. 그때 큰 새가 날아와서 사자의 털가죽과 함께 그 녀석을 물어올려, 공주가 숨겨져 있는 별궁 안에 떨어뜨렸다. 그래서, 그 녀석은 공주를 만나게 되었고, 두 사람은 곧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초월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먼 섬으로 데려가서 숨겨 놓았더라도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비 유태인


어떤 왕이 많은 양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는 양치기를 시켜 그 양들을 매일 방목하게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양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생긴 동물 한 마리가 양 떼 속에 끼어 들었다. 양치기는 왕에게 고했다.


[이상한 동물 한 마리가 양 떼 속에 끼어 들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러자 왕은 '그 동물은 각별히 잘 보살펴 주어라.'하고 일렀다. 양치기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짖자, 왕이 말했다.


[내 양들은 처음부터 내 양으로 자랐으므로 별 걱정할 것이 없지만, 그 짐승은 지금까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랐을 텐데도 이렇게 내 양들과 똑같이 어울려 행동하고 있으니, 그 얼마나 기쁜 일이냐?]
유태인들은 태어날 때부터 유태인의 전통 속에서 성장해 왔다. 그래서, 유태의 전통이 아닌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이 유태 문화를 이해하고 유태화 한 경우에는, 원래 유태인보다 더 존경을 받게 된다.


[탈무드] 에는 온 세상 사람들이 어떤 신앙을 가지고 있던 선한 사람이 구태여 그들을 유태화 시키려고 애쓰지는 않는다고 적혀져 있다


 


어버이는 바보


어떤 사람이 아들에게 유서를 남겼다.
'나의 전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줄 것 인지만, 아들이 정말 바보가 되기 전에는 유산을 물려줄 수 없다.' 이 소식을 들은 랍비가 그 사람에게 이유를 물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유언을 남겼군요.당신의 아들이 정말 바보가 되지 않는 한 재산을 물려줄 수 없다니, 도대체 무슨 까닭입니까?]
그러자, 그 사람은 아무 말없이 갈대를 입에다 물고 괴상한 울음소리를 내며 마루 위를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것이었다. 그의 행동은 자기 아들이 아이를 낳아 그 자식을 귀여워하면 자기의 전 재산을 상속 시켜 준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자식이 태어나면 인간은 바보가 된다'는 속담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태인에게는 자식은 매우 소중한 존재로서, 부모들은 자식을 위하여 모든 것을 희생한다. 하나님의 유태 민족에게 천주의 십계명을 내리실 때, 유태민족은 반드시 그것을 지킬 것이라는 맹세를 그들로부터 받으려고 하였다.


그래서 유태인들은 그들의 위대한 조상인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이름을 걸고 반드시 십계명을 지키겠노라고 맹세했지만, 하나님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태인들은 앞으로 손에 넣게 될 모든 부귀를 걸고 맹세했지만 하나님은 역시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끝에 가서, 유태인들은 자식들에게 반드시 십계명을 전하겠노라고 자식들을 앞세워 맹세하자 비로소 하나님은 좋다고 허락하여 주었다.

  


교육


가장 이름난 랍비가 북쪽 마을을 돌아보기 위하여 두 사람의 랍비를 시찰관으로 보냈다.


두 사람의 랍비는 그 마을에 도착하여 '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사람을 만나서 좀 알아볼 것이 있다'고 하자 치한 책임자가 나왔다. 두 랍비는 '아니오, 우리는 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것입니다.' 라고 하자. 이번에는 마을의 수비대장이 나왔다. 그러자, 두 랍비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만나려는 사람은, 치안 책임자나 수비대장이 아니라 학교의 선생님이란 말이오. 경찰이나 군인은 마을을 파괴할 뿐이고, 진정 마을을 지키는 사람은 교육을 맡고 있는 선생님이란 말이오.]

 


공로자


어떤 왕이 병이 들었다. 의사는, 세상에서 보기 드문 병이어서 왕은 암사자의 젖을 먹어야만 낫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떻게 암사자의 젖을 구하느냐 하는 것이 큰 문제였다.


그런데, 어떤 영리한 사람이 사자가 있는 동굴 가까이에 가서 사자 새끼를 한 마리씩 어미 사자에게 넣어 주었다. 열흘쯤 지나자, 그 사람은 어미사자와 친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왕의 병에 쓸 사자의 젖을 조금씩 이나마 짜낼 수가 있었다.


왕궁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자기 몸의 각 부분이 서로 말다툼을 하고 있는 꿈을 꾸었다. 그것은 몸 안에서 어느 부분이 가장 중요한 일을 맡고 있는가에 대한 언쟁이었다.


발은, 자기 아니었더라면 사자가 있는 동굴까지 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눈은, 자기가 아니었다면 볼 수가 없어서 그 곳까지 가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심장은 자기가 아니었다면 감히 사자 가까이에 가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혀가 하는 말이 '만약 내가 말을 할 수 없었다면 너희들은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몸 안의 각 부분들이 모두 나서며 '뼈도 없고 아무 소용도 없는 조그만 것이 건방지게 굴지마' 하고 윽박지르자 혀는 아무 말도 못했다.


그런 가운데 젖을 구한 그 사람이 궁전에 도착하자 혀는 이렇게 말했다. [누가 제일 중요한가 너희들에게 알려 주마.]
그 사람이 왕 앞에 엎드려 젖을 내 놓자 왕이 '이것이 무슨 젖이냐?' 하고 묻자, 그 사람은 느닷없이 '네 개의 젖이옵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혀를 윽박지르던 몸속의 각 부분들은 그제서야 혀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깨닫고, 혀에게 잘못을 빌었다.


사과를 받아낸 혀는 말했다.
'아니오, 내가 잘못 말을 했습니다. 이것은 틀림없는 사자의 젖이 옵니다.' 중요한 대목에서 자제력을 잃게 되면 엉뚱한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감사함


이 세상 최초의 인간은 빵을 먹기 위하여 얼마나 많이 일을 해야 했을까. 먼저 밭을 갈아 씨를 뿌리고, 그런 뒤 그것을 가꾸어 거두어드려서 빻아 가루로 만들고, 반죽하고, 굽는 등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안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돈만 있으면 빵집에서 만들어 놓은 빵을 손쉽게 살 수 있다. 


옛날에는 혼자서 모두 해야 했던 일을 여러 사람이 나누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빵을 먹을 때는 많은 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으면 안된다.


최초의 인간은 입을 옷 하나를 만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일을 해야 했을까. 들에 가서 양을 사로잡아 그것을 키워, 털을 깎고, 그 털로 실을 만들어 옷감을 짜고, 그것으로 다시 옷을 지어 입기까지는 많은 수고가 필요했다.


그런데 지금은 돈만 있으면 양복점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사 입을 수 있다. 옛날에는 한 사람이 해야 했던 많은 일을 여러 사람이 나누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옷을 입을 때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병 문안


환자를 찾아가 위로하면, 그 환자의 병은 60분쯤은 낫는다. 그렇다고 60명이 일시에 병 문안을 간다고 해서 환자의 병이 단번에 완쾌되는 것은 아니다.


죽은 사람의 무덤을 찾는 것은 가장 고상한 행위이다. 병 문안은 환자가 나으면 그 사람으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받을 수 있지만 죽은 사람은 아무런 인사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감사를 바라지 않고 하는 행위야말로 진정으로 아름다운 행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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