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철학/문학

유혹의 기술

rainbow3 2019. 9. 29. 13:44


유혹의 기술

Art of Seduction / Robert Greene

 

(로버트 그린Rebert Greene 지음/ 강미경 옮김/이마고 출판)

 

 

작가 소개

유혹의 기술 저자인 로버트 그린은 버클리의 캘리포니아 대학교와 메디슨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고전학을 전공했다. 다양한 언어의 구사능력을 갖춘 그는 1995년 이탈리아에서 종합출판기획사의 대표인 주스트 엘퍼트를 만남으로서 작가로서의 전환점을 맞았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마키아벨리의 저서 <군주론>의 현대판이라고 할 수 있는 권력과 대중조작에 관한 저서 <권력을 경영하는 48법칙> (The 48 Laws of power)을 출간 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미국 내는 물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어 17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두 번째 저서인 <유혹의 기술> 역시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하지 않으며 모든 인간관계는 심리전을 통하여 이루어진다는 시대와 도덕을 초월한 가치 전환적 사고를 펼쳐 보임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린은 이 책에서 전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유혹자들을 통해 권력과 사랑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작품 소개

이 책에서 거론하는 유혹은 성적인 유혹, 사회적인 유혹, 정치적인 유혹의 3가지 타입의 유형이다. 역사상 최고의 유혹자 카사노바가 어떻게 수 많은 여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는지 최연소 대통령 케네디가 어떻게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는지 등을 인문학과 문학을 넘나드는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풀어 나간다. 이 책은 단순한 처세서의 수준을 넘어 심리학 연구서로 읽히게 한다.

 

 

제 1 부 유혹자의 9가지 유형

 

세상에는 모두 9가지 유형의 유혹자가 존재한다. 각각의 유형마다 사람들을 사로잡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특성이 있다.

먼저 ‘세이렌’은 성적 에너지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그 이용방법에 정통하다.

‘레이크’는 지칠 줄 모르고 이성을 탐닉한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전염시킬 정도로 강한 욕구를 지니고 있다.

‘아이디얼 러버는’ 로맨스를 불러일으킬 만큼 심미적 감각이 뛰어나다.

‘댄디‘는 자신을 연출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양성적 매력을 발산한다.

’내추럴’은 자발적이고 열린 태도를 갖추고 있다.

’코케트’는 자기만족적 이면서 동시에 상대방을 매료시키는 차분함을 지니고 있다.

’차머‘는 즐거움을 주는 방법을 알고 싶어 하며 또 알고 있다. 특히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아주 사교적이다. ’카리스마‘는 자신에 대한 신뢰가 대단하며 ’스타‘는 지상의 존재가 아닌 듯한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1장. 냉담한 나르시시스트형 코케트 (coquette)

 

유혹을 하려면 서두르지 않고 욕망을 천천히 조절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상대가 완전히 유혹에 빠질 때 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코케트는 이런 유혹의 기술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존재이다. 뜨거웠다 차가웠다 하는 코케트의 매력을 지닌다면 충분히 상대의 애간장을 태울 수 있다.

 

열정적이면서도 차가운 코케트

1795년 가을, 파리에는 이상한 열기가 감돌았다. 프랑스 혁명의 뒤를 이은 공포정치가 막을 내리고 단두대에서 사람을 처형하는 소리도 사라졌다. 파리 시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여기저기서 광란의 축제가 이어졌다.

당시 스물여섯 살이었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흥청거리는 파티와 축제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반란을 진압한 용감하고 현명한 장군이라는 평판을 얻었지만 새로운 정복의 대상을 찾으려는 그의 열정은 꺼질 줄을 몰랐다.

그 해 10월 조제핀 드 보아르네라는 서른세 살의 미망인이 그의 관저를 방문했을 때 그는 몹시 혼란을 느꼈다. 그녀는 매우 이기적일 뿐만 아니라 나른하고 관능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는 헤픈 여자로 소문이 나 있었던데 비해 나폴레옹은 결혼을 믿는 보수적인 청년이었다. 하지만 조제핀이 파티에 초대하자 그는 기꺼이 응했다. 그 후 나폴레옹은 조제핀을 방문하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나폴레옹을 무시했고 그때마다 그는 화가 나서 나와 버리곤 했다 . 하지만 그러고 난 다음날이면 조제핀으로부터 열정이 담긴 편지가 날아왔고, 그는 다시 그녀에게 달려갔다.

나폴레옹은 대부분의 시간을 조제핀과 어울리는데 소비했다. 때로 슬픈 듯한 표정을 짓는가 하면 때로 눈물도 흘리고 화를 내기도 하는 조제핀의 모습을 보면서 나폴레옹은 더욱 진한 애정을 느꼈다. 1796년 3월 드디어 그는 조제핀과 결혼했다. 그녀는 일찍부터 나폴레옹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젊고 전도양양한 남자였다. 조제핀은 그가 차갑고 엄숙한 겉모습과는 달리 급하고 공격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음을 간파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폴레옹의 그런 성격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약점으로 삼았다. 그는 길들이기 쉬운 사람이었다. 무엇보다도 조제핀은 나폴레옹의 기분을 맞출 줄 알았으며 여성스러운 섬세함과 상냥함으로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람들은 쉽게 얻는 것을 가치 있게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에게 만족을 주는 순간 모든 주도권을 잃고 만다. 그러므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언제라도 돌아설 수 있는 것처럼 만들어야 한다. 상대가 화를 낸다고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오히려 상대가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는 증거다.

 

코케트가 되는 길

코케트의 진정한 매력은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사로잡아 유인하는데 있다. 코케트는 본질상 차갑고 사람을 멀리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도 강력한 유혹의 힘을 발휘한다. 대개 누군가를 오래 사귀게 되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 되고 그의 속마음을 알게 되면 흥미를 잃게 마련이다.

하지만 코케트의 경우는 정반대이다. 사람들은 코케트가 자기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더 애가 탄다. 그 대표적인 예가 조제핀과 나폴레옹의 관계이다. 나폴레옹은 몇 년 동안의 경험으로 조제핀이 자기를 이용하려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녀를 떠날 수 없었다.

 

정치지도자들은 코케트의 전술을 이용해 대중을 사로잡는다. 이들은 대중을 잔뜩 흥분시킨 다음 갑자기 대중과 거리를 유지한다. 정치학자인 미헬스(R oberto Michels)는 그런 정치가들을 차가운 코케트라고 불렀다. 나폴레옹은 프랑스를 상대로 코케트 전술을 구사했다. 이탈리아 원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그는 일약 국가적 영웅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그는 곧 프랑스를 떠나 이집트 원정길에 나섰다.

자기가 없으면 국민들이 사분오열될 테고 그렇게 되면 국민들이 자신이 돌아오기를 갈망할 것이라는 속셈에서였다. 그는 그런 식으로 자신의 권력을 넓혀가려고 했다.

코케트 전술은 특히 그룹을 대상으로 할 때 효과적이다. 이 경우에는 감정적 물리적 거리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케트는 초연한 태도로 철저한 자기만족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울다가 웃다가 차갑다가 따뜻하다가 하는 태도를 적절히 반복한다. 그래야만 사람들의 마음을 장악할 수 있다.

 

코케트의 상징 :그림자

그림자는 잡을 수 없다. 햇빛에 비친 그림자는 잡으려고 하면 그만큼 더 멀리 도망친다.

코케트는 우리에게 쾌락을 안겨준 다음에 그림자를 남기고 사라진다. 구름낀 날에 햇빛을 바라듯이 우리는 그 그림자를 보고 그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코케트의 몰락

코케트는 너무 오래 상대와 거리를 유지해도 안 되고 화를 내더라도 곧 웃는 모습으로 다가가야 한다. 상대를 오래 기다리게 만들면 감정이 지치면서 마음이 식게 된다. 마오쩌둥의 아내 장칭은 그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코케트 전술을 이용했다.

하지만 10년 동안 울고 화를 내는 장칭의 모습에 마오쩌뚱은 사랑하는 감정보다 귀찮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장칭보다는 조제핀이 좀 더 현명한 코케트였다. 그녀는 나폴레옹을 다룰 때 지나치게 거리를 둔 적이 없었다. 코케트의 전술을 구사하려면 타이밍 중요하다.

 

 

2장  열정적인 신념가형 카리스마

 

카리스마의 매력은 내면에서 우러나온다. 그들의 특징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부족한 자신감 강렬한 성 에너지 뚜렷한 목적의식 충만한 만족감이다. 이와 같은 내면의식을 바탕으로 한 카리스마의 모습은 그를 군계일학과도 같은 탁월한 모습으로 비치게 한다.

카리스마는 대개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한 강렬한 눈빛 뛰어난 웅변술 신비감 넘치는 기풍을 가지고 있다. 초연한 듯 정열이 넘치는 카리스마의 모습은 그의 매력을 한층 더해준다.

 

카리스마의 강력한 흡인력

카리스마는 대중을 유혹한다. 카리스마는 대중을 사랑에 빠지게 만들고 지도자로서 군림한다. 대중을 사랑에 빠뜨리는 과정은 단순하며 일대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유혹과 비슷한 경로를 따른다. 카리스마는 모호한 성적 에너지를 발산함으로서 대중의 억눌린 성적 에너지를 일깨운다.

원래 카리스마라는 용어는 관능적 욕구가 아니라 종교에서 기원했다. 따라서 카리스마에는 종교적인 요소가 짙게 배어 있다. 예를 들어 히브리 사람들은 모세를 믿고 이집트에서 탈출했다. 그들은 광야에서 40년 동안 방황하면서도 여전히 모세에게 복종했다. 그들이 모세를 지도자로 받들었던 것은 그가 권위를 지녔기 때문이다. 그는 신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었다. 시나이 산에서 내려왔을 때 그의 얼굴은 광채로 빛났다. 그 뿐만 아니라 그는 신탁을 받아 사람들에게 전했다. 이 모든 것이 그에게 권위를 부여했고 사람들은 그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스어 카리스마는 예언자들과 그리스도를 가리킨다. 카리스마는 신의 은총을 받은 은사 또는 재능을 의미했다. 대부분의 종교는 신의 은총으로 기적의 능력을 나타내는 사람 곧 카리스마에 의해 창시되었다.

 

악마적 카리스마

엘비스 프레슬리는 어렸을 때 아주 내성적인 소년이었다. 테네시의 멤피스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 그는 올백 스타일에 구레나룻을 길렀으며 주로 분홍색과 검은색 옷을 입고 다녔다. 그의 모습은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누군가 다가가 말이라도 걸라치면 수줍어하기 일쑤였다. 사람들은 그런 그를 재미없어 했다. 그는 고등학교의 댄스파티에서 유일하게 춤을 추지 않는 학생이었다. 그는 매우 예의 바르고 공손한 학생이었다. 1953년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엘비스는 멤피스의 한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했는데 재능을 발견하지 못 했다.그 뒤 1년 후 스튜디오 주인인 샘 필립스가 그를 불러 다른 전문인 2명과 블루스 곡을 녹음하려고 했지만 신통치 않아 보였다.

초초해진 엘비스는 더욱 소극적이 되었다가 그날 저녁 더 이상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고 마치 어린아이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기 시작했다. 다른 음악인들도 엘비스와 함께 열정적인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그들의 노래는 점점 거칠어졌다. 그러자 필립스의 눈이 갑자기 빛나기 시작했다. 그는 무엇인가를 발견 한 것 같았다. 엘비스에게는 남모르는 어두운 그늘이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이유를 그의 쌍둥이 형제가 태어나는 순간에 죽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당시의 사회적 관습을 벗어난 그의 복장에서 그와 같은 징후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그는 노래를 부를 때 인간의 악마적 본성을 마음껏 펼쳤다. 그의 몸짓과 노래는 위험한 성적 욕구를 발산하는 출구였다. 그는 독특한 춤동작과 도발적인 분위기로 관중에게 야릇한 환상을 불러일으켰다. 엘비스의 카리스마는 현란한 옷차림과 용모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감춰져 있는 본능적 욕구를 발산하므로서 청중을 전율케 한 데 있었다.

 

카리스마의 몰락

카리스마는 대개 의도적으로 위기상황을 조성하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카리스마의 태도에 싫증을 느낀다. 따라서 약점을 보이는 순간 그에 대한 애정은 순식간에 증오로 변해버린다.

그러므로 카리스마의 특성을 적당히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신감과 열정에 불타오르는 모습은 대중의 관심을 끌게 마련이다. 하지만 위기상황이 지났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열정을 누그러뜨리고 정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3장 신비로운 우상형 스타

 

인생살이는 거칠고 힘들다. 따라서 사람들은 누구나 환상과 꿈을 통해서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한다. 스타는 사람들의 이런 약점을 지나치지 않는다. 마치 꿈같은 삶을 사는 스타의 모습에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끌린다. 무지개와 같은 스타의 모습을 연출한다면 놀라운 유혹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독일의 영화배우 마를렌느 디트리히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알았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 다리 몸매를 마치 다른 사람처럼 연구하고 관찰했다. 그녀는 자신의 관찰을 바탕으로 얼굴표정이나 생김새를 변형시켰다. 그녀는 어떻게 하면 남자들을 흥분시킬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남자들은 그녀가 만들어 내는 공허한 표정을 보면서 온갖 환상에 사로 잡혔다. 그녀는 남성들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한 작가는 디트리히를 가리켜 성의 구별이 없는 성을 연출했다고 평했다. 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늘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습성 때문에 그녀는 영화에서나 실생활에서 차가운 인상을 남겼다. 그녀는 마치 주물화 시키고 싶은 것, 다시 말해 소중히 간직하면서 감상하고 싶은 아름다운 예술작품과 같았다.

페티시즘(심리학에서 생명이 없는 물건 또는 성적부위가 아닌 신체부위에 접촉하므로서 성적감정을 느끼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성 도착증의 일종)을 자극하는 스타는 스스로를 온갖 상상을 자극하는 물건처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지닌다. 이들은 마치 그리스의 신들처럼 완벽하다.

페티시즘을 자극하는 스타가 되려면 자신을 객관화 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를 물건처럼 바라볼 경우 다른 사람들도 그런 식으로 반응한다. 페티시처럼 뭔가 신비로운 느낌을 줄 수 있을 때 강력한 유혹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스타의 몰락

스타는 눈을 즐겁게 하는 환상을 만들어 낸다. 사람들은 한 스타를 보는데 싫증나면 다른 스타에게 눈을 돌린다. 스타는 한번 몰락을 경험하면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기 어렵다.

악명이나 오명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스타를 쉽게 용서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일단 스타로 인정하기만 하면 도덕과는 상관없이 그 사람에게 푹 빠지게 되어있다. 그러나 너무 지나쳐서는 곤란하다. 스타가 직면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은 끝없이 주목받아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과 호기심에 자신을 노출시키다보면 어떤 때는 스타로서의 생활을 당장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스타는 때로 스스로를 파괴하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럴 때는 디트리히처럼 자신을 객관화 하는 한편 사람들과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상책이다. 마치 유희를 즐기듯 자신의 이미지를 창출하고 관심과 주목을 받더라도 거기에 휩쓸리지 않는 마음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의 상징 : 우상

돌을 깎아 형상을 만들고 금은보석으로 장식하면 신이 된다. 경배자들의 눈에 비친 그 형상은 생명력이 담긴 물체가 된다. 하지만 그것은 한갓 돌덩이에 지나지 않는다. 신은 오직 상상 속에서만 존재 할 뿐이다.

 

 

4장 요부형 세이렌

 

남성은 자신에게 부과된 사회적 역할을 이행하느라 늘 욕망을 억누르며 산다. 모든 일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를 통제하며 이성적으로 살아야 하는 남성에게 세이렌은 해방과 자유를 느끼게 하는 여성 유혹자이다.

남성은 세이렌이 인도되는 성적 매력 앞에서 순수한 쾌락의 세계로 인도되는 듯한 환상에 젖는다. 대부분의 여성은 세이렌의 이미지를 만들어낼 정도로 과감하지 못하다. 하지만 세이렌은 남성이 원하는 환상 속의 여인으로 나타난다. 세이렌은 남성의 욕망을 자극함으로써 그를 지배한다.

 

분위기 연출에 능한 세이렌

기원전 48년, 이집트의 프롤레마이오스 14세는 자신의 여동생이자 아내인 클레오파트라 여왕을 폐위시켜 유배를 보낸다. 그리고는 그녀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도록 국경의 수비를 강화하고 직접 통치를 한다. 다음해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알렉산드리아를 공격하고 이집트를 정복했다.

어느 날 카이사르가 부하 장군들과 이집트궁전에서 전략회의를 하고 있을 때 한 로마 경비정이 어떤 그리스 상인이 카이사르에게 줄 크고 값진 선물을 갖고 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둘둘 말린 양탄자에서 나온 것은 당시 21살의 갓 솟아오른 비너스 같은 반라의 클레오파트라였다.

카이사르는 그녀의 과감한 행동과 눈부신 미모에 넋이 나가고 말았다. 클레오파트라는 듣는 사람 모두를 황홀하게 만들만큼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와 자태는 철저한 여성차별주의자였던 카이사르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날 밤 클레오파트라는 바로 카이사르의 연인이 되었다.

어느 날 밤 클레오파트라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영화를 재현해 마치 신들처럼 두 사람이 함께 세상을 다스려 보자고 제안했다. 그런 다음 크레오파트라는 이국적이고 가장 퇴폐적인 쾌락을 맛보게 했으며 마치 전쟁을 치르는 것 같은 도전적인 즐거움을 맛보게 해주었다.

몇 주일이 흘렀다. 카이사르는 클레오파트라의 정적들을 모두 제거했으며 이집트에 머물 구실을 찾았다. 그가 클레오파트라와 향락을 즐기는 동안 로마제국 전역에서는 온갖 소요가 일어났으며 기원전 44년에 카이사르는 살해되었다.

클레오파트라가 어떤 외모를 지녔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그녀는 길고 갸름한 얼굴과 놀라울 만큼 크고 아름다운 눈을 가졌지만 그녀의 매력은 외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다른 여성보다 뛰어났던 점은 남자를 매료 시키는 기술이었다. 클레오파트라는 육체적으로 그렇게 뛰어난 편이 아니었고 정치적으로도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뛰어난 화장술과 차림새로 날마다 변신했으며 항상 여신과 같은 자태를 풍겼다. 아울러 클레오파트라는 선물 모의전쟁 유람여행 화려한 주연 같은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했다. 모든 것이 한편의 드라마 같았으며 세밀한 계획아래 추진되었다. 클레오파트라는 세이렌이 되는 길은 외모가 아니라 남성의 환상을 사로잡을 수 있는 분위기를 끊임없이 연출해내는 능력에 있다는 교훈을 준다.

 

세이렌이 되는 길

세이렌은 모든 여성 유혹자 가운데 가장 오래된 유혹자이다. 세이렌의 원조는 자신을 신비롭게 연출하려는 본성을 지녔던 여신 아프로디테이다. 세이렌은 남성에게 끊임없는 쾌락을 제공하며 남성의 상상력을 사로잡는 모든 여성 유혹자들을 대표한다. 이들 세이렌은 매우 관능적이며 자신 있게 자신을 연출해 남성을 유혹한다. 물론 그들의 유혹의 배후에는 당연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보면 오디세우스가 세이렌이 사는 바위 근처를 항해하는 모습이 보인다. 상반신은 여성의 몸이며 하반신은 새의 몸을 한 세이렌은 노래로 선원들을 유혹해 파멸에 이르게 한다. 세이렌들은 과거의 영광을 노래하기도 하고 아무런 책임도 없는 순수한 쾌락의 세계를 노래한다. 그들의 목소리는 마치 물소리와도 같아서 부드럽고 감미롭다. 그 노랫소리를 들은 선원들은 물로 뛰어내려 익사하기도 하고 마법에 홀린 듯 바위를 향해 배를 저어 난파되기도 한다.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노랫소리로부터 선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초로 귀를 막게 했으며 본인은 돛대에 몸을 묶고 항해했다. 결국 그는 세이렌의 목소리를 듣고도 살아남아 그 이야기를 전했다. 고대의 선원들이 잡념을 버리고 정신을 집중해 배를 저어 가야했듯 오늘날의 남성들도 항상 일을 해야 하고 똑바로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따라서 위험스럽고 불확실한 무엇이 감정을 건드려오면 남성들은 선뜻 유혹에 빠지기 쉽다.

세이렌의 희생자들을 생각해 보자.

파리스 왕자는 트로이의 헬레네 때문에 전쟁을 일으켰다. 카이사르는 클레오파트라를 위해 로마제국을 포기했으며 안토니우스는 권력은 물론 생명까지 잃었다. 나폴레옹은 조제핀 때문에 웃음거리가 되었고 디마지오는 마릴린 몬로 때문에 파멸했으며 아서 밀러도 몇 년 동안 글을 쓸 수 없었다. 남성들은 파멸되어 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기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세이렌의 몰락

세이렌은 남성들을 유혹하기 위해 관능적인 매력을 동원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그녀의 육체적인 아름다움은 퇴색하기 마련이다. 나이를 먹게 되면 아무리 치장해도 큰 효력을 발휘할 수가 없는 때가 닥치게 된다. 마릴린 먼로가 자살한 이유에도 이러한 요인이 작용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루이 15세의 정부인 퐁파두르부인은 세이렌이었지만 자신의 정신적인 아름다움을 가꾸어 나감으로써 세월로 퇴색되어가는 미모를 대신했다.

결국 세이렌은 육체적인 아름다움이 퇴색할 때를 대비해 정신적인 아름다움을 가꾸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처참한 몰락을 피할 수 있다.

 

세이렌의 상징: 물

세이렌의 노래는 마치 물처럼 유연하고 매혹적이다. 세이렌은 마치 액체처럼 구체적인 형체가 없고 손으로 잡을 수도 없는 존재이다. 세이렌은 바다처럼 무한한 모험과 쾌락의 세계로 남성들을 유혹한다.

세이렌의 마법에 걸린 남성들은 과거와 미래를 모두 잊어버린 채 그녀를 따라 바다로 나가 그곳에서 익사한다.

 

 

5장  바람둥이형 레이크

 

여성은 남성에게 좀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남성은 여기저기 신경 써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여성에게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다.

레이크는 바로 여성이 원하는 환상의 연인이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레이크는 여성을 원하고 그녀를 위해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갈 수 있다는 정열을 보여준다.

레이크는 부도덕하고 부정직하고 한 여인에게 충실하지도 않지만 그런 모습이 오히려 그의 매력을 한층 강하게 만든다. 위험스러운 쾌락의 분위기를 풍긴다면 여성의 억눌린 욕망을 충분히 자극 할 수 있다.

 

마력이 있는 레이크

1880년대 초반의 일이다. 로마의 상류사회에 가브리엘레 단눈치오라는 젊은 저널리스트가 등장했다. 그의 등장은 전혀 뜻밖의 일이었다. 귀족들은 대개 외부에서 들어온 인물을 경멸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저널리스트라는 직업을 매우 천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그는 돈도 실력 있는 후원자도 없는 중산층 출신이었다. 그들의 눈에 비친 그의 외모는 추했다. 땅딸막한 체구에 안색은 검게 그을린 듯했고 눈은 툭 불거져 있었다. 단눈치오가 보잘것없는 외모를 가졌다고 생각한 남자들은 그가 자기 아내나 딸들과 어울리는 것을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여성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는 여성들 앞에서 “마치 여신이 하강한 듯 합니다.”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예술성을 지니고 계십니다.”등과 같은 찬사를 늘어놓았다. 그가 그런 식의 말을 할 때마다 여자들의 마음은 한껏 부풀었다. 그가 하는 모든 말에는 성적인 뉘앙스와 로맨스가 짙게 배어 있었다.

그는 상류사회 여성들의 한결같은 후원에 힘입어 소설과 시집을 출판했다. 그가 정복한 여성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으며 귀부인들도 그의 발 앞에 굴복했다. 그뿐만 아니라 여배우 엘레아노르 두세를 비롯한 위대한 예술가들도 그에게 무릎을 꿇었다. 엘레아노르 두세는 그가 존경받는 희곡가이자 문학가로 명성을 얻는데 크게 기여했다.

단눈치오의 마법에 걸린 이사도라 덩컨은 “우리시대 가장 멋진 연인이 있다면 그는 바로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일 것이다. 열정이 가득한 그의 얼굴을 빼면 체구도 작고 대머리에다 못생긴 사람이지만 그가 좋아하는 여성에게 입을 열어 말하는 순간 그는 갑자기 아폴론 신으로 바뀐다고 술회했다.

유혹은 성별의 차이를 초월한 심리적인 과정이다. 물론 몇 가지 점에서 남녀의 약점이 다르기는 하다. 남성은 대개 시각적인 것에 약하다. 따라서 세이렌이 적절한 외모를 갖춘다면 무수한 남성을 유혹할 수 있다. 여성의 약점은 언어이다. 레이크는 말을 다양한 방법으로 구사한다.

레이크의 언변은 세이렌의 몸치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의 말은 마약처럼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레이크가 말을 하는 목적은 정보 제공이 아니라 아첨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과 감정을 사로잡는데 있다. 마치 에덴동산에서 이브를 유혹했던 뱀의 말과 같다

 

레이크가 되는 길

‘레이크’라는 말은 지옥에서 타다 남은 불을 긁어모으는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레이크 헬에서 비롯되었다. 말 자체에서 악마적인 냄새를 피우는 이 단어는 레이크의 이미지를 암시한다.

레이크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스스로를 해방하는 능력이다 즉 스스로를 순간의 쾌락에 과감하게 내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여성으로 하여금 과거와 미래의 모든 것을 잊고 오직 현재의 관능적인 쾌락에만 빠져들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파블로 피카소 역시 탁월한 레이크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수백 명의 여성을 유혹했지만 그들 대부분은 그가 진실로 사랑한 사람은 오직 자기 하나 밖에 없다는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레이크의 몰락

세이렌이 동성인 여성에게 미움을 사는 것처럼 레이크도 남성들에게 미움을 산다. 여성들의 경우에는 오히려 자신의 치마 속을 파고드는 레이크의 손길을 즐긴다.

과거의 레이크는 대개 귀족들이었다. 따라서 그가 사람을 죽이든 남의 여자를 겁탈하든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오늘날에는 스타나 부자들이 인기와 돈의 힘을 빌어 레이크의 역할을 한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수줍음이 많은 남자였다. 그러나 일찌감치 스타의 반열에 오르면서 여성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되자 광포한 레이크로 돌변했다. 그는 상대의 남편이나 애인에게 여러 차례 곤욕을 치렀지만 매번 약간의 상처나 타박상을 입는 것으로 그쳤다. 대개 순간적인 충동으로 화를 내며 달려드는 남편들은 레이크를 위험에 빠뜨릴 수 없다. 그들은 레이크에게 위협을 느끼는 남성들이다. 그들은 종종 도덕적인 명분을 내세워 그들을 공격한다. 레이크는 질투심에서 나온 그들의 공격에 무력할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이 유혹에 성공한다면 사회적인 질서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순교를 당하더라도 레이크로서의 품위를 유지한 채 유혹의 힘을 계속 발휘하는 것이 좋다. 레이크는 끊임없이 여성을 탐닉할 때만 무한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레이크의 상징: 불

레이크는 자신이 유혹하는 여성을 활활 태워버릴 욕망으로 불타오른다. 레이크의 삶은 지옥으로 종착되지만 지옥의 불길은 오히려 그를 더욱더 아름답고 탐스럽게 빛나게 한다.

 

 

6장  헌신적인 연인형 아이디얼 러버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들면서 젊었을 때의 꿈과 이상이 산산이 부서지는 좌절을 맛본다. 이런 사람들에게 아이디얼 러버는 마치 깨진 꿈을 실현시켜줄 듯한 구원자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저속하고 무미건조한 세상에서 아이디얼 러버는 무한한 유혹의 힘을 발휘한다.

 

낭만적인 아이디얼 러버

1920년대의 아이디얼 러버는 루돌프 발렌티노였다. 적어도 영화에 등장하는 그의 모습은 아이디얼 러버의 전형이었다. 선물 꽃 춤 여성의 손을 잡는 방법을 비롯한 그의 모든 행동에서 상대 여성에 대한 그의 세심한 배려가 드러난다. 그의 여성에 대한 구애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일뿐만 아니라 심미적인 차원으로 승화되어야 하는 것임을 보여 주었다. 그의 열정과 인내를 지켜본 여성들은 다른 모든 남성들에게도 똑같은 것을 요구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남자들은 발렌티노를 미워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유혹은 없다. 그것은 애정행각을 단순한 쾌락을 넘어선 고상하고 미적인 차원을 넘어선 것처럼 보이게 한다. 발렌티노와 같은 아이디얼 러버가 사라진 요즘처럼 인내와 헌신이 필요한 시대에는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여성들은 기사도를 지닌 이상적인 남성을 원한다면 남성들은 창녀 같은 관능미와 천진난만한 순수성이 적절히 결합된 여성을 원한다.

아이디얼 러버는 사람들의 내면에 간직된 이상, 곧 어린 시절에 소망했던 꿈에 호소함으로써 상대방을 유혹하는 사람이다. 만일 정치가가 이런 방법을 사용한다면 국민으로부터 막강한 지지력을 얻을 수 있다.

존 F. 케네디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는 그와 같은 방법으로 미국민에게 자신을 신비한 존재로 부각시켰다. 그는 잘생긴 얼굴과 젊음을 무기로 미국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으며 위대해지고 싶은 미국민들의 욕망을 부추겼다. 1950년대 후반 차츰 살기 편해지고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게 되자 미국민들은 프런티어 정신을 상실해 버렸다. 케네디는 그런 미국인들에게 우주개발로 대표되는 ‘뉴 프런티어’라는 이미지를 제시함으로써 잃어버린 이상을 일깨웠다. 대부분이 상징적인 것에 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모험을 원하는 미국인의 본성이 케네디의 기치 아래 새로운 출구를 찾게 된 셈이었다.

이와 더불어 케네디는 위대한 국가라는 이상을 통해 미국인의 애국심을 고취시킴으로써 국가에 대한 봉사를 강조했다. 펑화봉사단 설립이 그 한 예이다. 그는 그 어떤 미국 대통령보다 높은 인기를 누렸고 미국인들은 말 그대로 케네디는 물론 그가 만들어낸 환상과 사랑에 빠졌다.

 

아이디얼 러버의 몰락

상대방이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을 보는 순간 아이디얼 러버의 마력은 해체되고 만다. 아이디얼 러버가 만들어 내는 환상은 자신이 가진 매력 가운데 일부를 이상화함으로써 이루어진다. 하지만 아이디어 러버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러한 불완전한 모습을 드러내거나 한계를 넘어선 행동을 하면 상대방은 환상이 깨져 더 이상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

현실이 환상을 깨뜨리는 순간에는 잠시 상대방에게 거리를 두는 것이 해결책이다.

 

아이디얼 러버의 상징: 초상화의 화가

아이디얼 러버는 눈에 보이는 상대방의 약점을 가려주고 고상한 이상을 일깨워주는 한편 마치 신화속의 인물처럼 그를 신비롭고 영원한 삶을 지닌 존재로 만들어준다. 그는 그러한 환상을 일깨워줌으로써 막강한 유혹의 힘을 발휘한다.

 

 

7장 창조적 스타일리스트형 댄디

 

우리는 대부분 세상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하며 살아간다. 댄디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특히 유혹적이다.

댄디는 틀에 매인 삶을 거부하기 때문에 한 가지 유형으로 범주화될 수 없다. 그와 같은 댄디의 모습에서 우리는 자유를 느낀다. 댄디는 남성과 여성의 특성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특한 외모를 만들어낸다.

댄디의 역할을 할 수만 있다면 사람들의 억눌린 욕망을 자극할 수 있는 신비하고 매력적인 모습을 창조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여성적인 댄디

유혹은 남성의 폭력성에 대처하기 위한 여성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여성의 방법을 통해 여성을 유혹하는 남자는 남성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은 상태에서 유혹의 힘을 발휘함으로써 더욱 효과적인 방법을 만들 수 있다. 그는 여성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특성들 곧 친근함 붙임성 상냥함으로 여성들에게 접근한다.

여성스러운 외모 세심한 마음씨 약간의 교태 등이 남성의 거친 폭력성과 은근히 결합된 댄디의 이미지는 여성들을 유혹하기에 적합하다.

여성적인 댄디는 또한 대중을 매혹시킬 수 있다. 한 사람의 여성이 그를 손에 넣기는 어렵지만 모든 여성이 그를 자신의 소유로 삼고 싶어 한다. 여성적인 댄디의 가장 큰 특징은 애매모호함이다. 성적 정체성은 남성이지만 외모와 심리는 여성과 남성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이 바로 댄디의 매력이다.

 

남성적인 여성 댄디

1870년대 헨리크 길로트 목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식인 사회의 총아였다. 그는 젊고 잘 생긴데다 철학과 문학에 능했으며, 개혁 성향의 기독교를 설파했다. 수많은 젊은 여성들이 그에게 매료되어 그를 보려고 교회에 나왔다. 그러던 차에 1878년의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은 한 여인을 만난다. 그녀의 이름은 루 폰 살로메였다. 그녀는 당시 17세였고, 그는 42세였다.

살로메는 예쁜 얼굴에 빛나는 푸른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 또래의 소녀들에 비해 책도 많이 읽었으며, 어려운 철학과 종교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다. 길로트는 지식에 대한 그녀의 열정과 지성에 흠뻑 빠져들었다. 길로트와 그녀는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녀가 집무실에 들어올 때마다 방 안에는 환한 생기가 흘러 넘쳤다. 아마도 그녀는 소녀 같은 마음으로 그저 대화를 나누는 즐거움 때문에 그룰 찾았을 테지만 길로트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고 급기야 청혼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청혼을 받은 살로메는 깜짝 놀라며 거절했다. 하지만 길로트 목사는 그녀를 평생 잊지 못했다.

다른 여성들과 달리 살로메는 일종의 남성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릴케는 바로 그 점에 마음이 끌렸다. 당시 릴케는 스물 둘이었고. 살로메는 서른 여섯이었다. 그는 연애편지와 시를 써서 그녀에게 주었으며, 그녀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녔다. 그들의 관계는 급기야 연인 사이로 발전했고 그들의 관계는 그 후 몇 년 동안 계속되었다. 살로메는 그의 시를 교정해 주었다. 그녀는 그의 시구 가운데 지나치게 낭만적인 구절을 고치게 했으며, 새로운 시를 쓸 수 있는 영감을 제공해 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린아이처럼 자신에게 집착하는 릴케에게 흥미를 잃고 말았다. 종류를 불문하고 약한 것을 싫어했던 그녀는 마침내 릴케를 버렸다. 릴케는 그녀에 대한 기억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그녀를 원했다. 1926년 그는 죽음을 눈앞에 둔 상태에서 의사들에게 “루에게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물어봐주시오. 그 대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녀뿐이요”라 말했다.

그녀가 지닌 남성적인 면모는 남자들로 하여금 동성애를 하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약간 잔인한 듯 하면서 거만한 분위기를 풍겼던 그녀의 모습은 니체가 그랬던 것처럼 마조히즘을 갈망하는 인간의 정서를 자극했다. 살로메는 인간의 금지된 관능적 욕망을 마음껏 발산하는 존재였다. 그녀는 남자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쳤다. 그녀와 관계를 맺은 남성들은 일생동안 그녀를 잊지 못했고, 더러는 자살을 했으며, 더러는 그녀를 흡혈귀나 악마로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그녀를 통해 창조적인 작품을 쓴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다양성은 그녀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심리구조를 가진 존재였음을 보여준다.

사랑과 유혹에는 대개 남성이 주도권을 잡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남성적인 댄디는 이 관계를 뒤집는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독립심이 강하고 이성관계에 초연할 수 있다. 남성들은 자신의 무기를 사용하는 여성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른다. 그런 여성 앞에서 남성들은 마치 무장 해제된 군인처럼 속수무책이 된다. 남성적인 댄디가 제공하는 금지된 쾌락을 거부할 수 있는 남성은 거의 없다.

 

댄디가 되는 길

댄디의 유혹은 성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한다. 댄디 주변에는 늘 그룹이 형성되어 있다. 사람들은 댄디의 스타일을 모방하여 그와 사랑에 빠진다. 댄디는 희귀하면서도 아름다운 꽃과 같다. 댄디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을 만큼 아름답고 신선한 태도를 지니고 있어야 하며 아울러 통속적이어서도 안된다. 현실을 비웃으며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해야하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에 대해 완전히 초연해야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주관이 분명하지 않다. 그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자기들과 모습이 다른 사람을 바라보다가, 무엇인가 확고하고 자신 있게 살아가는 모습에 매혹되어 차츰 그를 숭배하고 모방하게 된다.

 

댄디의 몰락

댄디의 품위를 유지하려면 뻔뻔스러움에 정도가 있어야 한다. 진정한 댄디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농담과 상처와 모욕을 주는 농담을 가릴 줄 안다.

 

댄디의 상징: 서양란

서양란의 생김새와 색깔은 양성을 암시하고, 그 향기는 달콤하고 유혹적이다. 서양란은 열대성 기후에서 자라는 악의 꽃이다. 섬세하고 고고하며, 결코 흔치 않다. 서양란은 다른 꽃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8장  천진난만형 내추럴

 

어린시절은 인생의 황금기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어린아이는 가식이 없고 솔직할 뿐 아니라 모든 행동이 자연스럽다.

내추럴은 이런 어린아이의 특성을 보여주는 존재이다. 사람들은 내추럴 앞에서 편안함과 장난기 어린 마음을 느끼며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환상에 젖어든다. 내추럴의 매력 앞에서는 누구나 마음의 빗장을 열고 저항할 수 없는 기쁨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내추럴의 심리적 특성

내추럴은 성인이 되어서도 어린아이가 지니는 특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유혹자를 말한다. 그런 사람은 어린아이의 자연스러운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강력한 유혹의 힘을 발휘한다. 내추럴은 몸은 성인이지만 그 정신 속에 어린아이의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치기 어린 행동을 하지 않는다. 내추럴은 어린아이의 특성 가운데 유혹의 힘을 지닌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한도에서 그러한 특성을 발전시켜 나간다.

어린아이는 자기에게 주어진 자연스러운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내추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내면에는 어린아이와 같은 치기 어린 본성이 숨어 있다. 따라서 그 특성을 적절히 풀어놓는 법을 알게 되면 자연스러운 매력을 발산할 수 있다. 내추럴이 되기 위한 핵심은 어렸을 때 가졌던 그런 마음을 무의식적으로 발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유치한 행동을 하는 어설픈 어른보다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을 정도로 어리석어 보이는 사람에게 훨씬 더 관대하다.

성인이 되어 예절을 배우고 자기주장을 굽히는 법을 배우기 전의 모습, 곧 어린 시절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되살리는 것이 내추럴의 특성이다. 그러므로 내추럴은 정신적으로 어린아이와 같아야 한다,

 

내추럴의 예

찰리 채플린은 영국에서 성장했다. 그는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수용된 뒤 몇 년 동안을 혹독한 가난 속에서 지내야 했으며, 열 살이 갓 넘어서부터 생존을 위해 일을 해야 했다. 그는 마침내 보드빌 극단에서 일하다가 코미디언으로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하지만 채플린의 야망은 매우 컸다. 그는 1910년 19세의 나이로 영화 쪽에 진출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미국으로 이주해 왔다.

채플린의 연기는 그를 다른 코미디언과 뚜렷이 구별되는 독보적인 위치에 올려놓았다. 연기의 핵심은 바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천진난만한 모습에 있었다. 그는 그와 같은 연기가 대중의 호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다른 영화에서도 그런 점을 더욱 발전시켰다. 그는 마치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한 연기를 했다. 청중이나 국가 또는 세계를 유혹하는 위대한 유혹자들은 사람들의 무의식을 자극함으로써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호응을 불러일으킨다.

채플린 역시 그랬다. 그는 성인의 몸을 입고 있는 어린아이로 자신을 표현함으로써 관중을 사로잡았다.

 

내추럴의 몰락

내추럴이 너무 많아도 곤란하다. 예를 들어 코라 펄이나 찰리 채플린과 같은 내추럴들이 한꺼번에 몰려 있으면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예술가나 여가시간이 풍부한 사람들만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 아무 때나 내추럴의 특성을 이용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상황에서, 즉 목표로 삼은 상대방의 경계심을 늦출 필요가 있을 때 가끔씩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사기꾼들은 가끔 상대 앞에서 묵묵히 입을 다문다. 이는 상대에게 우월감을 갖게 하는 동시에 자기를 믿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특히 오늘날의 세계에서 상대방보다 똑똑하게 보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겉으로는 멍청하고 순진한 척해야 살아남는다. 내추럴의 경우에도 그와 비슷하다. 겉으로는 순진한 척하면서 속으로는 영특하게 위장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하지만 노상 철부지처럼 굴면 사람들에게 정신병자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그럴 경우에는 동정은커녕 혐오와 멸시를 받게 될 뿐이다.

내추럴의 특성을 활용하려면 젊었을 때 해야 한다. 나이가 든 사람이 내추럴이 되기는 어렵다.

 

내추럴의 상징: 양

내추럴은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양과 같다. 태어난 지 이틀이 지나면 양은 경쾌한 몸짓으로 이리저리 뛰논다. 그런 양의 모습은 천진난만하기 짝이 없다. 그것이 양의 매력이다. 하지만 양의 매력은 곧 양의 약점이기도 하다. 모두가 천진난만한 양의 모습을 사랑스러워하지만, 동시에 집어삼키고 싶은 욕망을 품기 때문이다.

 

 

9장  능란한 외교가형 차머

 

차머는 즐겁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능숙하다. 그들의 방법은 단순하다. 즉 그들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관심의 초점을 맞춘다. 차머는 상대방의 마음과 고통을 이해하고 그들의 기분에 맞추어준다. 따라서 사람들은 대게 차머와 마주치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한껏 고양되게 마련이다.

차머는 사람들의 근본적인 약점, 곧 허영심과 자긍심을 겨냥하기 때문에 놀라운 유혹의 힘을 발휘한다.

성적 욕망은 격하고 불안한 감정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관계의 갈등과 분열을 야기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차머는 상대에 대한 뜨거운 관심, 감미로운 구애, 이해와 존중을 중시하고 정작 섹스 자체는 뒷전으로 미룬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차머가 성욕을 억제한다거나 죄악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 매력을 발산하려면 언제나 어떤 형태로든 성적 자극이 뒤따라야 한다. 성적 긴장감이 없으면 매력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차머는 결코 섹스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1870년 대 초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매우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사랑하는 남편 앨버트 공이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던 것이다. 그녀는 깊은 슬픔에 사로잡혔다. 더욱이 그녀는 앨버트 공의 조언에 의지해 모든 결정을 해온 터였으므로 그 충격은 더 컸다. 사실 경험과 식견이 부족했던 빅토리아 여왕으로서는 앨버트 공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에 앨버트 공이 죽자 그녀는 복잡한 정치적 논의와 정책 결정에 염증을 느끼게 되었다. 그녀는 갈수록 공개석상에 나서기를 꺼렸다. 그 결과 영국의 군주제는 무력해 질 수 밖에 없었다.

1874년 보수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보수당 당수인 벤저민 디즈레일리가 수상이 되었다. 당시 그는 70세였고 여왕은 55세였다. 그는 수상의 의무에 따라 왕궁에서 사적으로 여왕을 접견하는 예를 갖추어야 했다. 두 사람은 성격이나 태도가 전혀 달랐다. 먼저 유대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디즈레일리는 영국 사람이 보기에 검은 피부에 이국적인 용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댄디로 널리 알려져 있었으며, 화려한 옷을 즐겨 입고 소설을 쓰기 했다. 그가 쓴 소설 가운데에는 애정소설도 있었고 고딕풍의 작품도 있었다. 그의 소설은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다.

대조적으로 빅토리아 여왕은 고집이 세고 완고했으며, 태도도 딱딱하고 취향도 소박했다. 디즈레일리의 주변 사람들은 여왕의 마음에 들려면 본모습을 감추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사람의 조언을 무시한 채 여왕 앞에 용감한 왕자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러고는 무릎을 꿇고 여왕의 한쪽 손에 입을 맞추며, “여왕 폐하께 충성을 맹세합니다.”라고 서약했다. 그는 수상의 임무를 충실히 이행해 빅토리아 여왕의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여왕이 무안해질 정도로 온갖 아첨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여왕은 이상하게도 그런 그를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미소로 대해 주었다. 아마도 여왕은 일단 기회를 주고 과연 그가 어떻게 나오나 지켜볼 생각이었던 것 같다.

빅토리아 여왕은 곧 디즈레일리에게 의회에서 논의된 일들에 관해 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그의 보고서는 역대 수상들이 제출한 것들과 사뭇 달랐다. 그는 “천사와 같은 여왕이시여”라는 표현을 하는가 하면, 온갖 상스러운 말로 영국 왕실의 적들을 비난하면서 지신의 보고서를 작성해 나갔다.

그는 새로 내각에 취임한 장관을 소개하는 보고서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적기도 했다.

“그는 구척장신의 거구입니다. 마치 로마의 산피에트로 대성당처럼 처음 보는 사람은 누구도 그의 키와 몸무게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는 몸집이 큰 만큼 코끼리와 같은 영민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디즈레일리의 경박하고 형식을 벗어난 보고서는 어떻게 보면 거의 불경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오히려 여왕은 그에게 매료되었다.

우리의 인격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대우를 받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부모나 배우자가 우리를 비판하고 공격적으로 대하면 우리도 상대방과 똑같이 반응하게 된다.

겉으로 나타난 사람의 외모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겉모습은 단지 그 사람이 주변 사람들에게 그와 같은 대우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반영할 따름이다.

우락부락한 모습 뒤에는 부드러움을 갈망하는 욕망이 도사리고 있고 억눌리고 절제된 모습 뒤에는 억제할 수 없는 본능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억눌린 감정을 발산할 수 있게 해주고, 받지 못한 것을 받을 수 있게 해 준다면 엄청난 유혹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디즈레일리는 여왕을 즐겁게 해줌으로써 딱딱하고 완고한 성품을 가진 한 여자를 부드럽게 바꾸어 놓았다. 상대를 만족하게 하는 것은 강력한 유혹의 방법이다. 자신의 견해와 취향에 동조하는 사람에게 화를 내거나 방어적인 자세를 취할 사람은 없다. 차머는 겉으로 보기에 상대보다 더 약해 보이지만, 상대의 저항능력을 빼앗음으로써 결국에는 더 강한 힘을 갖게 된다.

 

차머의 몰락

시간은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 차머는 몸을 사릴 때와 일어나 행동을 취할 때를 구별하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늘 상냥하고 친절하게만 행동해 온 습성에 젖어 정작 단호해야 할 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변신의 천재였던 저우언라이는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지자 철저한 공산주의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차머의 습성에 너무 젖어서는 곤란하다. 진정한 차머는 앉을 때와 일어설 때를 자신의 의지로 완벽하게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차머의 상징 : 거울

차머는 마치 거울처럼 상대의 모습을 비추어줄 뿐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사람들은 차머를 통해 자신의 가치와 취향, 심지어 결점을 들여다본다. 사람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다. 따라서 자신의 모습을 보면 편안함을 느끼고 흠뻑 매료된다. 그들은 거울 속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10장 反유혹자

 

유혹자는 관심의 초점을 상대방에게 둔다. 그러나 반유혹자는 자기 자신에게 매몰되어 있으며 심리적으로 불안하다. 따라서 상대방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한마디로 반유혹자는 사람들을 멀리 쫓아버리는 존재이다. 반유혹자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 반 유혹자는 상대를 귀찮게 만들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말이 많으면서도 그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 이러한 반유혹자의 특성을 자신에게서 제거하는 한편 그런 특성을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반 유혹자와 관계를 맺을 경우에는 아무런 이득이나 즐거움을 얻을 수 없다. 반유혹자들의 형태와 종류는 다양하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적인 특질은 불안감이다. 바로 이 불안감에서 유혹을 거부하려는 특질이 생겨난다. 유혹을 하고 유혹을 당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자기도취의 심리에서 벗어나 자신감에 찬 생활을 해 나갈 수 있다.하지만 반유혹자는 유혹의 과정에 참여하기를 거부함으로써 늘 불안한 심리를 안고 산다.

그들은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불안, 자의식, 욕구에만 몰입해 폐쇄적인 삶을 살아간다. 반유혹자는 자기이외의 다른 모든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런 사람은 가급적이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심리상태를 나타내는 여러 가지 증세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인색하거나 지나칠 정도로 논쟁을 좋아하고 매사에 비판을 일삼는 모습을 보이면 반유혹자일 가능성이 높다. 어떤 경우에는 아부에 가까운 말로 접근해 상대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한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또한 상대에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따라서 상대의 특별한 점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에 진지한 사랑의 관계를 구축해 나갈 능력이 없다.

우리 모두는 한두 가지씩 반유혹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부정적인 특성을 찾아 제거한다면, 우리는 더 많은 유혹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관대하지 못하다고 해서 반드시 반유혹자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대개 인색한 사람은 별로 유혹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유혹자가 되려면 먼저 개방적이어야 한다. 돈을 잘 쓰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일에서도 관대하지 못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먼저 인색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

인색함은 유혹자가 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유혹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유혹자의 기질이 뿌리를 내리기 전데 그 싹을 잘라버려야 한다. 다음은 반유혹자의 주요 유형들이다.

 

. 조급한 성격의 소유자

. 아첨꾼

. 도덕주의자

. 구두쇠

. 소심한 사람

. 수다쟁이

. 과민한 사람

. 속물

 

反유혹자의 사례

1868년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새로 수상에 임명된 윌리엄 글래드스턴과 첫 개인면담을 가졌다. 물론 그녀는 그가 수상이 되기 이전에도 그를 본 적이 있었다. 그는 도덕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으로 평판이 나 있었다. 어쨌든 새로 임명된 수상과의 면담은 잠시 동안 환담을 나누는 일종의 의례적인 행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글래드스턴은 한가로운 대화를 나눌 만큼 인내심이 많은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첫 면담에서부터 왕권의 역할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여왕이 모범적인 역할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여왕이 최근 들어 공적인 일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개인적인 생활에 너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그와 여왕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발전될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빅토리아 여왕은 곧 글래드스턴 수상에게서 보고서를 전달받기 시작했다. 그의 보고서는 매우 상세했다. 여왕은 그의 보고서를 읽는 것을 귀찮게 여기지는 않았지만, 이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글래드스턴 수상과 마주치는 것을 피했다. 그녀가 꼭 필요해서 만남을 갖는 경우에도 최대한 간단히 끝내려고 했다.

결국 그녀는 면담을 할 때 그가 자리에 앉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나이 든 글래드스턴이 지쳐서 빨리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기 위한 속셈에서였다. 글래드스턴은 자신이 의중에 둔 주제를 말할 때에는 여왕이 무관심해 하거나 하품을 하여 눈물을 흘려도 전혀 개의치 않고 끝까지 마쳐야 직성이 풀리는 듯했다. 그는 아주 하잖아 보이는 세부사항까지 일일이 열거했으며, 여왕의 통역관은 그의 말을 이해하기 쉬운 영어로 바꾸어 설명해 주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글래드스턴은 여왕과 종종 논쟁을 벌였다.

그의 주장을 듣고 있노라면 여왕은 자신이 멍청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여왕은 글래드스턴의 주장에 차츰 묵묵히 고개만 끄덕이게 되었다. 겉으로는 그가 주장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동의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렇게 하는 것이 속이 편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비서관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나는 글래드스 턴의 태도가 지나치게 거만할 뿐만 아니라 주제넘다고 생각하오. 나는 다른 누구에게도 그와 같은 대접을 받은 일이 없소. 정말 혐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소.”

세월이 흐를수록 글래드스턴 수상에 대한 여왕의 증오심은 더욱 깊어갔다.

당시 글래드스턴은 자유당의 당수였고, 보수당의 당수는 밴저민 디즈레일리였다. 글래드스턴은 디즈레일리를 비도덕적일 뿐만 아니라 극악무도한 유대인이라고 생각했다.

한번은 국회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글래드스턴은 디즈레일리가 이끄는 보수당의 정책이 잘못되었다며 조목조목 꼬집었다. 그는 디즈레일리를 향해 호통을 치면서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종이와 펜이 튕겨나갈 정도로 세차게 연단을 내리쳤다. 하지만 디즈레일리는 글래드스턴이 열변을 토하는 동안 반쯤 졸린 듯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마침내 글래드스턴이 연설을 마치자, 그는 눈을 뜨고 조용히 연단 앞으로 나가 입을 열었다. “금 보수당의 당수께서 많은 열정과 힘과 에헴…….많은 폭력을 사용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여기서 그는 잠시 말을 멈춘 뒤, 다시 입을 열어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손상된 것들은 모두 복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몸을 움직여 연단에서 떨어진 종이와 펜을 집어다가 원래 위치에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본격적으로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연설은 매우 침착했으며 모든 점에서 글래드스턴의 연설과 대조적이었다. 의원들은 모두 그의 연설에 매료되었다. 누가 봐도 그날의 승자는 디즈레일리였다.

디즈레일리가 매력을 갖춘 유혹자라면, 글래드스턴은 정반대로 전혀 유혹적이지 못한 인물이다.

 

 

 

제 2 부 유혹의 24가지 전략과 전술

 

1. 올바른 대상을 선정하라

 

무엇보다도 어떤 사람을 유혹의 대상으로 선정하느냐가 관건이다. 상대를 철저히 연구하고, 자신의 매력에 끌려올 사람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먼저 자신이 상대의 공허감을 채워주고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지 생각한 뒤 접근해야 한다. 외로움을 느끼는 상대 혹은 불행한 일이 있는 듯한 상대를 고르는 것이 좋다. 만족스러운 상태에 있는 사람은 유혹하기 어렵다. 삶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은 훌륭한 유혹의 대상이 된다. 이런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접근해야만 유혹의 행위가 훨씬 더 자연스러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유혹을 받아들일 준비가 충분한 사람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2. 상대가 안심하도록 우회적으로 접근하라

 

처음부터 너무 직접적으로 나올 경우, 꺾일 줄 모르는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유혹자의 분위기를 풍기면 안 된다. 유혹은 우회적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목표물이 서서히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게 만들어야 한다. 목표물의 주변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라. 제3자를 통해 자연스럽게 접근하거나 달리 사심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친구에서 연인관계로 차츰 발전시켜나가라. 마치 두 사람은 서로 맺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처럼, 우연히 마주치는 ‘기회’를 만들라. 운명의 예감만큼 유혹적인 것은 없다.

일단 상대를 안심하게 만들어야 한다. 공격의 고삐는 그 다음에 조여도 늦지 않다.

 

3.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하라

 

일단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희미하게나마 호감을 사게 되면,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눈길을 주기 전에 그들의 관심을 온통 자신에게 집중하게 만들어야 한다. 처음에는 인상적이고 충격적인 방법이 상대의 관심을 끄는데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렇게 해서 얻은 관심은 쉽게 사그라지는 경우가 많다. 멀리 내다보면 애매한 태도가 훨씬 더 설득력을 발휘한다.

우리 대부분은 매사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딱 부러지게 행동한다. 그보다는 상대가 헷갈리도록 애매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신호를 보내되, 도대체 진의를 알 수 없도록 상대방을 교란시켜야 한다. 다시 말해 거친 듯하면서도 부드럽게, 정신적인 측면을 중요시하는 듯하면서도 세속적으로, 순진한 듯하면서도 교활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서로 상반된 성격을 보일 경우, 상대는 혼란스러워하면서도 가늠할 수 없는 그 사람의 깊이에 점점 매료된다.

좀처럼 파악하기 힘든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를 풍길수록 사람들의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사람들은 대부분 내면에 어딘가 상반되는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듯한 사람에게 묘한 매력을 느낀다.

 

4. 삼각관계를 활용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라

 

다른 사람들이 피하거나 무시하는 사람에게 끌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람들은 이미 주목받고 있는 사람 주위로 모여드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에게는 남들이 원하는 것을 덩달아 원하는 심리가 있다. 사람들의 관심과 소유욕을 자극하려면, 그만큼 귀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야 한다. 즉 누구나 원하는 대상, 많은 사람들이 사귀고 싶어 애를 태우는 대상이 되어야 한다. 아울러 사람들의 허영심을 부추기는 것도 중요하다. 다시 말해 주변의 수많은 경쟁자들 가운데 자기가 좀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친구든, 옛날 애인이든 주변을 이성들로 가득 채워 저 사람은 인기 만점이라는 환상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삼각관계는 잘만 활용하면 아주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삶들의 경쟁심리를 자극해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데에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인식을 심는 것이 중요하다.

 

5. 불안과 불만을 자극해 욕망을 창출하라

 

완벽하게 만족을 느끼는 사람은 유혹이 불가능하다. 유혹이 성사되려면 사람들의 마음속에 긴장과 부조화가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사람들의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불만의 감정을 고조시키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험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간다. 살다보면 어린 시절의 꿈은 저만치 멀어져 있고, 일상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주변을 돌아보아도, 자기 자신을 돌아보아도 못마땅하기만 하다.

상대에게 자신의 존재를 은근히 부각시키면서 저 사람이라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확신을 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먼저 상대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 이건 아니라는 느낌을 파고들어야 한다. 고통과 불안은 쾌락을 더욱 달콤하게 만든다. 따라서 욕망을 자극한 다음,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6. 암시의 기술을 습득하라

 

상대의 불만을 고조시켜 누군가의 관심을 필요로 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직접적으로 나올 경우 상대는 유혹자의 속셈을 간파하고 방어적으로 나오게 된다. 하지만 암시의 기술을 익히면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암시는 애매한 말을 던지거나, 마치 상대방 자신의 의견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어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떤 생각을 심는 기술이다. 그런 점에서 암시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암시를 할 때는 직접적인 언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대담한 고백에 이어 후퇴와 사과, 모호한 표현, 유혹적인 눈길을 곁들인 평범한 대화를 교묘하게 구사하면서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상대의 무의식을 파고들어 자신의 진짜 의도를 전달하려면 모든 것이 암시적이어야 한다.

 

7. 상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기 때문에 설득하기가 어렵다. 사람들로 하여금 딱딱한 껍질을 깨고 나와 유혹에 빠지게 하려면 그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들의 규칙에 따라 경기를 하고, 그들이 즐기는 것을 함께 즐기면서 그들의 기분에 적응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서 그들이 뿌리는 깊은 나르시시즘을 어루만지는 한편, 그들의 방어본능을 서서히 허물어뜨려야 한다. 마치 스스로의 모습을 보는 듯한 거울의 이미지로 최면을 걸어 상대가 마음을 활짝 열어젖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상대는 알게 모르게 유혹자에게 끌려오게 되어 있다.

일단 상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하고 나면, 상대 역시 유혹자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된다. 이른바 역학의 축이 바뀌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때가 되면 돌아가고 싶어도 너무 늦다. 마치 입 안의 혀처럼 상대의 기분과 변덕을 맞춰주면서 저항할 거리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8. 금지된 욕망을 일깨워 유혹하라

 

거부할 수 없는 쾌락을 제공함으로써 상대가 깊이 빠져들게 하라. 뱀이 금지된 지식에 대한 약속을 미끼로 이브를 유혹했듯이 상대의 깊은 욕망을 일깨워야 한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그 꿈이 뭔지 알아내 실현해줄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면 상대는 끌려오게 되어 있다. 상대가 이루지 못한 꿈은 부가 될 수도, 신나는 모험이 될 수도, 금지된 쾌락이 될 수도 있다. 이때도 역시 모호한 태도가 관건이다. 금방이라도 줄 것처럼 선물 꾸러미를 흔들어 보이면서 상대가 그 안의 내용물에 대해 상상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앞날에 대한 의구심과 불안이 동반되기 때문에 그보다 강하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상대는 당신에게 끌리게 된다.

 

9.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게 만들라

 

사람들에게 자신을 읽히는 순간, 그들에게 걸어둔 주문은 깨지고 만다. 그 순간부터 주도권은 그들의 손으로 넘어가게 된다. 유혹자의 입장에서 계속 우위를 점하려면 깜짝쇼를 통해 끊임없이 상대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미스터리를 좋아한다. 따라서 이 점을 활용한다면 상대를 깊이 유혹할 수 있다. 상대로 하여금 저 사람이 대체 무슨 일을 꾸미려고 저러나, 하는 궁금증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

예상 밖의 행동을 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예기치 않은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상대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기 위해서는 항상 한 걸음 앞서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갑자기 방향을 바꿔 상대가 스릴을 느끼게 만들라.

 

10. 상상력을 자극하는 유혹의 언어를 구사하라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일은 쉽지 않다.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의 생각과 욕망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이 귀를 기울이게 만들려면 그들이 원하는 것, 곧 그들을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이야기를 해주어야 한다. 유혹의 언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말, 그들의 비위에 맞고 그들의 불안감을 달래줄 수 있고 그들의 환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말, 달콤한 말, 약속의 말 따위를 해주면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 유혹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유혹의 말은 가급적 모호해야 한다. 즉 사람들이 듣고 저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해석하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말이 필요하다. 유혹자는 자기 자신을 이상화해 사람들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언어 구사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11. 사소한 것으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라

 

지나치게 고상한 말과 근사한 행동은 뭔가 속셈이 있기 때문에 잘 보이려 한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유혹에서는 사소한 부분, 즉 미묘한 몸짓이나 무심코 한 행동들이 더 매력적으로 비칠 때가 많다. 소박하지만 유쾌한 이벤트로 상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상대의 취향에 딱 맞는 선물을 준다거나, 상대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을 입는다거나, 상대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과 관심을 투자하고 있는지를 입증하는 행동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람들은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쓰면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에게 끌리게 되어 있다. 상대의 눈을 현혹시키는 장면을 연출하라. 상대는 눈앞의 광경에 정신이 팔려 유혹자의 진짜 속셈을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섬세한 분위기 연출과 감정 전달을 통해 상대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라.

 

12. 상대에게 당신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라

 

중요한 일들은 상대가 혼자 있을 때 일어난다. 상대가 혼자 있으면서 불안을 느끼기 시작하면 유혹은 성사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상대로부터 이런 반응을 이끌어내려면 우선 자주 모습을 드러내 친근감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그런 다음에는 거리를 두면서 상대로 하여금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관심을 보였다가 거리를 두고 둘이서 즐거운 보냈다 싶으면 일부러 모습을 감추어 상대를 애타게 만들어야 한다. 일단 시적인 이미지와 물건들을 이용해 강한 인상을 남기라. 그럴 경우 상대는 유혹자를 생각하면서 이상화 과정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상대에게 환상을 심어주려면 무엇보다도 상대의 마음을 차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태도나 행동에 미묘한 변화를 주어 상대의 환상을 키워나가야 한다.

 

13. 약한 모습으로 상대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라

 

너무 완벽한 모습만 보여줄 경우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자신의 본심을 감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로 하여금 자기가 더 우월하고 강하다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나약하고, 쉽게 남한테 반하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보인다. 눈물을 흘리거나 얼굴을 붉히거나 하얗게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런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런 다음 서서히 신뢰를 쌓으면서 장점뿐만 아니라 약점까지 서슴없이 보여줌으로써 진실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도록 하라.

사람들은 그저 착한 사람보다는 진실한 사람에게 더 호감을 느낀다. 그렇다고 해서 고백의 내용이 굳이 사실일 필요는 없다. 이런 식으로 일단 상대의 동정심을 자극한 다음, 상대가 품고 있는 연민의 감정을 서서히 사랑으로 바꾸어나가라.

 

14. 완벽한 환상으로 현실을 맞게 만들라

 

사람들은 고달픈 삶을 보상받으려는 마음에서 때로 공상을 통해 성공과 모험과 로맨스로 가득한 삶을 꿈꾼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꿈을 이루어줄 수 있는 환상을 심어줄 누군가의 유혹을 기다린다. 그런 사람들을 유혹하기 위해서는 먼저 천천히 신뢰를 쌓아가다 차츰 그들의 욕망을 실현시켜줄 환상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의 억눌린 욕망이나 소원에 초점을 맞추어 억제할 수 없는 감정을 부추기는 한편,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게 만드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좋다.

완벽한 환상이란 마치 백일몽처럼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지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비현실적이어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더 이상 환상과 현실을 분별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15. 상대를 고립시켜 당신에게 의존하게 만들라

 

고립된 사람은 나약하다. 천천히 상대를 고립시키면 다루기가 훨씬 쉬워진다. 우선 심리적인 고립이 필요하다. 상대를 유쾌하게 해주면서 관심을 끈 다음, 다른 생각은 모두 몰아내야 한다.

한마디로 오직 유혹자만을 바라보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둘째, 육체적인 고립이 필요하다. 자질구레한 일상과 친구, 가족, 가정에서 벗어나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일단 이와 같은 고립작전이 성공을 거두게 되면, 상대는 외부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유혹의 늪에 더욱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유혹자는 상대를 자신의 세계로 깊숙이 끌어 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낯선 세상에 들어선 상대는 혼란 속에서 더욱더 유혹자에게 의존하게 된다.

 

16. 당신의 사랑을 행동으로 보여주라

 

사람들은 대부분 유혹받기를 원한다. 그러면서도 유혹에 선뜻 넘어가지 않는 이유는 유혹자의 동기나 전의를 의심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의심을 없애려면 적절한 시기에 사랑을 입증할 수 있는 행동을 보여주라. 어리석게 보이면 어쩌나 혹은 실수를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버리고 상대를 위해 기꺼이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일단 그런 행동을 통해 상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되면, 상대는 다른 것은 보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지탄이나 비웃음을 겁내지 말고 적절한 시기에 한껏 기사도를 발휘하라.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일을 할 경우, 사람들은 그런 모습에 오히려 감동하게 될 것이다.

 

17. 상대에게 어린 시절 부모나 자식 역할을 해주라

 

과거에 즐거움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그것을 다시 재현해보고 싶은 욕망을 지닌다. 아마도 인간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즐거웠던 추억이 있다면 어린시절의 추억일 것이다. 어린 시절의 즐거웠던 추억은 대개 부모와 관련이 있게 마련이다.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해주는 부모처럼 대해준다면 상대는 어린아이처럼 의지해올 것이며,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른 채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다. 거꾸로 상대에게 부모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떤 경우가 되었든 부모자식 관계처럼 친밀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18. 터부를 깨뜨리는 자유를 맛보게 하라

 

인간의 욕구를 억제하는 사회적 금기는 항상 존재한다. 이 가운데 몇 가지 가장 기본적인 금기는 오래 전에 형성된 뿌리 깊은 것이고, 나머지는 단지 사회적인 안전과 예의범절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파상적인 것들에 불과하다. 상대에게 사회적 금기사항을 어길 수 있다는 느낌을 제공한다면 놀라운 유혹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어두운 측면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 한다. 낭만적인 사랑을 나눈다고 해서 늘 부드럽고 유연한 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잔인하고 가학적인 측면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나이 차나 결혼관계, 가족 등과 같은 제한사항을 뛰어넘게 만들어야 한다.

일단 금지된 선을 넘는 순간 상대는 굴복하게 되어 있다. 그러면 그때부터는 상대는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기 어렵게 된다. 상대가 상상하는 것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하라. 죄책감을 공유할 수 있는 은밀한 일을 공모하게 되면 그만큼 강력한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19. 상대와의 관계를 정신적 차원으로 승화시켜라

 

자신의 외모와 가치와 성적 매력을 완벽하게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육체적인 매력에만 유혹의 초점을 맞출 경우에는 상대에게 오히려 의심을 불러일으켜 자칫 유혹의 환상을 깨뜨릴 수 있다. 이런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는 종교적인 경험이나 고상한 예술작품, 혹은 신비주의처럼 정신적이고 고상한 것에 초점을 맞추도록 해야 한다.

인간에게 주어진 고귀한 특성을 강조하고, 세상의 것들을 불만족스럽게 여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별이나 운명, 숨겨진 일들에 관해 말하면서 상대와 정신적인 유대감을 넓혀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정신적인 승화의 단계를 거치게 되면, 상대는 마치 공중에 붕 뜬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유혹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성행위마저도 두 영혼의 정신적인 결합인 것처럼 여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20. 적절한 고통으로 상대의 마음을 장악하라

 

대게 상대를 유혹하려면 늘 친절하게 대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한마디로 잘못되었다. 처음에는 친절한 태도가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차츰 식상해지고 만다.

상대를 즐겁게 해주려고 지나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약점을 잡힐 수 있다. 따라서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간간이 상대에게 고통을 줄 수 있어야만 한다. 상대만을 생각하는 척 강렬한 관심을 기울이다가, 이따금씩 다른 데로 눈을 돌리며 무관심한 척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에게 죄책감과 불안을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심지어 경우에 따라서는 잠시 만나지 말자고 제안하는 것도 좋다. 그러면 상대는 공허감에 빠져 심적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그때 미안하다고 하면서 다시 친절한 태도로 접근하면 상대는 행복한 마음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상대에게 약한 마음을 갖게 만들수록 그 효과는 더욱 증폭된다. 에로틱한 감정을 한껏 고조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이 좋다.

 

21. 쫓는 자가 쫓기는 상황을 만들라

 

공격자라는 인식이 박히면, 상대는 주춤거리게 된다. 그럴 경우에는 긴장이 풀어질 수밖에 없다. 그 상태로는 유혹이 이루어질 수 없다. 상대를 자극해서 사태를 역전시켜야 한다.

상대가 일단 주문에 걸려들면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상대가 먼저 손을 내밀게 만들어야 한다. 관심이 없는 척하거나, 갑자기 발길을 뚝 끊거나, 지겨워졌다는 암시를 보내라.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있는 것처럼 굴면서 상대를 애타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너무 드러내놓고 하면 안 된다. 그저 살짝 기미만 감지하게 하고, 나머지는 상대의 상상에 맡겨두라. 그러면 상대는 몸이 달아 적극적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스스로의 의지로 유혹자의 품에 안기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유혹을 하는 쪽은 유혹자가 아니라 희생자 자신이라는 착각을 심어줘야 한다.

 

22. 성적 매력을 유혹의 수단으로 삼으라

 

성격이 적극적인 상대는 위험하다. 조종당하고 있다는 낌새가 느껴지면, 그들은 금세 의심을 품게 된다. 따라서 그런 상대를 대할 때는 스스럼없는 태도와 은근한 성적 매력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면서 그들이 잠자고 있는 감각을 깨워야 한다. 겉으로는 냉정하고 무관심한 듯한 태도로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되, 진한 욕망이 베어 있는 시선과 목소리, 행동으로 그들의 피부 깊숙한 곳을 파고들어 그들의 감각을 뒤흔들고 체온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런 상대일수록 강압적으로 육체를 요구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 대신 알게 모르게 열기를 감염시켜, 상대 스스로 욕망에 사로잡히게 만들어야 한다. 상대를 격정적인 순간으로 이끌라. 그리하여 도덕이나 판단, 미래에 대한 걱정을 모두 벗어던지고 육체가 쾌락에 굴복하게 만들라.

 

23. 최후의 일격을 가하라

 

이제 때가 무르익었다. 상대는 분명 욕망에 사로잡혀 있지만 아직은 그런 사실을 공공연하게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지금은 기사도나 애교를 내던지고 과감한 조치로 상대를 인도해야 할 때이다.

상대에게 결과를 생각할 시간을 주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갈등만 생길 뿐이다. 팽팽한 긴장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과감한 행동이 필요하다. 주저하거나 어색해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그럴 경우 속으로 뭔가를 계산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상대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분위기를 풍겨야 한다.

절대 뒤로 물러서거나 상대에게 타협하지 말라. 이제는 정치적이 아니라 유혹적이어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

 

24. 유혹에 성공한 후 찾아오는 후유증을 경계하라

 

성공적인 유혹 뒤에는 위험이 따른다. 감정이 최고조에 달하고 나면 권태, 불신, 실망과 같은 정반대의 감정에 휘말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질질 끄는 작별은 삼가도록 하라. 불안을 느낀 상대가 울며 매달리면 둘 다 고통을 받게 된다. 헤어져야 할 경우 이별의식은 짧을수록 좋다. 필요하다면 상대에게 걸어둔 주문을 철회하라. 반대로 관계를 지속시키고 싶을 경우에는 긴장이 풀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너무 익숙한 느낌을 주게 되면 환상이 깨질 수 있다.

게임이 지속될 경우 두 번째 유혹이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도 당연히 옆에 있는 존재라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상대를 계속 애타게 하려면 부재 전략으로 끊임없이 고통과 갈등을 야기해야 한다.

 

 

부록1 상대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법

 

유혹자는 상대가 서서히 내적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혹자의 영향력 아래 그들은 경계심을 풀고 마치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면서 새로운 자유를 만끽한다. 그런 점에서 특정한 장소나 환경, 새로운 경험은 그들을 당신의 의도대로 변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화려하고 극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공간은 그들을 어린아이처럼 들뜨게 해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변화된 시간감각도 똑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잊지 못할 추억의 순간들은 축제와 놀이의 한복판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함께 있으면 현실세계에서와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환상을 상대에게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라

. 유쾌한 시각언어를 사용하라

. 붐비거나 비좁은 공간을 이용하라

.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하라

. 시간의 흐름을 잊게 만들라

. 잊지 못할 순간을 제공하라

 

 

 

부록 2 대중을 사로잡는 법

 

뭔가를 팔려면, 물건을 팔고 있다는 인상을 덜 풍길수록 좋다. 이는 우리 자신을 팔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주장을 너무 강하게 펼치면 의심을 사기 쉽다. 하지만 사람들을 지루하게 만드는 것도 용서받지 못할 죄악이다. 그 대신 눈치 채지 못하게 은근하고 부드럽게 다가가야 한다.

첫째, 우회적으로 접근하라. 언론이 관심을 가질 만한 뉴스와 이벤트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도록 하라.

둘째, 끊임없이 즐겁게 만들라. 사람들에게 쾌락과 약속을 팔아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도록 하라.

셋째,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미지를 사용해 무의식적을 파고들라. 뭔가 새로운 사조를 팔고 있다는 인상을 심을 경우, 실제로 그렇게 된다. 부드러운 유혹에 저항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부드러운 판매전략

 

. 광고보다 뉴스를 활용하라

. 감정에 호소하라

. 시각적인 장치를 이용하라

. 상대방의 언어로 말하라

. 연쇄반응을 이용하라

. 사람들에게 그들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주라

 

 

 

사례연구

 

1984년 대통령 선거 때의 일이다. 당시 재도전에 나선 로널드 레이건은 “미국의 아침이 다시 밝았습니다.” 라는 말로 대중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미국의 자존심을 회복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힘과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증거로 얼마 전 로스앤젤레스에서 성공리에 개최되었던 올림픽 게임을 들었다. 그가 보건대 레이건의 전임자인 지미 카터가 재앙의 시기라고 명명했던 1980년으로 시계를 되돌리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편 민주당 후보였던 윌터 먼데일은 미국인들은 이제 레이건의 부드러운 판매 전략에 식상해져 있다고 판단했다. 그들은 솔직함을 원했고 먼데일은 거기에 승부를 걸기로 했다. 전국의 텔레비전 시청자 앞에서 먼데일은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 모두 진실을 직시합시다. 레이건 씨는 무슨 일만 있으면 세금을 올렸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레이건 씨는 이 문제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전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계속해서 이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그 해 10월에 행해진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도는 거의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다.

 

CBS 뉴스 기자인 레슬리 스탈은 선거전을 취재하고 있었는데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심기가 편치 않았다. 무거운 이슈보다 감정과 기분에 초점을 맞추는 레이건의 전략이 못마땅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언론이 그에겐 무임승차권을 제공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보기에 그와 그의 선거 팀은 언론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들은 레이건의 사진을 찍을 때마다 완벽한 세팅의 힘을 빌려 그를 대통령 직에 어울리는 강한 인물로 보이게 했다. 그들은 세련된 제목과 함께 행동하는 레이건의 모습을 담은 극적인 장면들을 언론에 흘렸다. 한마디로 그들은 대규모 쇼를 연출하고 있었다.

 

스탈은 대중에게 레이건이 자신의 정치적 실책을 감추기 위해 어떻게 텔레비전을 이용하고 있는지를 알리는 뉴스 기사를 내보내기로 했다.

기사는 그의 팀이 수년 동안 공들여 만든 이미지들을 합성한 몽타주 사진으로 시작되었다. 청바지 차림으로 자신의 목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레이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기념하는 탑 앞에 서 있는 레이건, 비밀 경호원들과 축구공을 차고 있는 레이건, 도심의 한 교실에 앉아 있는 레이건 등…….

이미지들이 나가고 나가서 스탈은 이렇게 물었다.

“로널드 레이건은 어떻게 텔레비전을 이용할까요? 대답은 가히 천재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는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받아왔지만, 텔레비전 사진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73세의 레이건은 나이 때문에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텔레비전 사진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미국인들은 다시 조국을 자랑스럽게 여기기를, 나아가 대통령을 자랑스럽게 여기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텔레비전 사진들은 그럴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백악관은 텔레비전 프로그램 편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그들의 목표가 무엇이겠습니까? 대통령의 위대한 자산, 그의 측근들이 말하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려는 것이 그들의 목표입니다. 그들은 지도자처럼 보이는 그의 사진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사진 속의 그는 말보로 모델처럼 자신감에 차 있습니다.”

 

그 사이 휠체어에 탄 장애인 운동선수와 악수를 하는 레이건의 모습과 새로 건립된 노인 복지 시설 개원식에 참석해 테이프를 자르는 그의 모습이 화면에 등장했다. 스탈의 멘트는 계속되었다.

“부정적인 인상을 지우는 것도 그들의 목표입니다. 레이건 씨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이슈를 회피하기 위해 일부러 그간의 정책을 부인하는 배경을 골랐습니다. 장애인 올림픽이나 양로원 개원 행사가 그 예입니다. 장애인과 노인 복지 예산을 삭감하려 했던 그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쯤에서 스탈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레이건 대통령은 정작 중요한 이슈에는 눈을 감고 이미지만 강조하는 선거운동을 벌인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비난이 그에게 상처를 입히리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사람들이 텔레비전 화면에 등장하는 그를 보면서 미국에 대해, 그들 자신에 대해, 나아가 대통령에 대해 좋은 감정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스탈은 백악관을 취재하면서 레이건 측근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그녀의 기사는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백악관의 한 고위관리가 그날 저녁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훌륭한 기사였소.” 라고 말했다.

“네? 뭐라고요?” 놀란 스탈이 물었다. “훌륭한 기사였다고 했소.” 그가 재차 말했다.

“내가 한 말을 듣긴 한 건가요?” 그녀가 물었다.

“레슬리, 당신이 로널드 레이건의 사진을 내보내는 4분 30초 동안, 아무도 당신 말을 듣지 않았소. 사진과 겹쳐져서 나오는 바람에 메시지를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는 거 모르는 모양이구려?

시청자들은 사진을 보느라 당신 메시지는 안중에도 없었소. 그들은 당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모를 거요. 덕분에 우린 4분 30초 동안 공짜로 로널드 레이건을 홍보할 수 있었소.

 

 

감상 및 평가

 

로버트 그린의 <유혹의 기술>에 나타나는 사랑과 경영과 정치의 심리 전략을 잘 구사할 수 있다면 복잡한 현실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각종 유혹자들의 성공 전략과 함께 이 책에서 맛볼 수 있는 것은 물질문화의 풍부한 아름다움과 거기에 따른 정신적인 멋이다. 풍류와 기사도가 느껴진다. 과거역사의 기술에는 긴박감이 결여된다. 당시에는 절박했던 상황들이 후대에는 여유 있게 관조된다.

과거 역사 속의 유혹자들은 다소 유희의 개념을 가지고 유혹 그 자체를 즐겼으며 거기에 희생되는 피유혹자들의 입장은 별 고려 상황이 아니었던 것 같다. 다소 폭 넓은 그들의 사회 도덕관념이 <유혹의 기술>과 같은 저서를 탄생 시켰으며 물질적으로 풍요하고 여성에 대한 거의 평등한 인식이 오늘날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요소가 된 것 같다.

사랑의 경우를 보면 세상 어디에나 사랑은 있고 그렇다면 유혹은 실재 하는데 우리의 역사와 문학에 나타나는 유혹의 형태들은 로버트 그린이 밝히는 사례들보다 훨씬 빈약하고 피유혹자의 관점에서 기술한 것들이 많아서 참혹한 경우도 있다. 도덕적인 관념의 희생이 되는 경우가 많은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은 참 부러운 기록이다. 해박한 저자의 지식이 망라된 이 저서는 어떤 의미에서는 전투와 같은 산업사회의 갈등을 헤쳐 나가는 또 한권의 손자병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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