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 빅뱅의 역사

rainbow3 2019. 10. 13. 00:47



 

 

 

천체물리학과 빅뱅

 

ⓛ 빅뱅의 역사_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② 일반상대론과 중력파_이형목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③ 빅뱅에서 우주가속팽창까지_송용선 한국천문연구원 창의선도과학본부 선임연구원

 

태초의 우주는 엄청나게 밀도도 크고 무지막지하게 뜨거웠을 것이다. 태초 대폭발(Big Bang)을 일으켜 팽창우주가 됐다고 추리할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17일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센터가 ‘빅뱅직후 순식간에 우주가 갑자기 엄청나게 커졌다’고 할 수 있는 급팽창이론(인플레이션)의 직접적인 증거인 중력파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이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급팽창이라는 존재를 확인한 것이다. 앞으로 우주초기에 대한 연구는 더 커다란 천체 망원경, 더 정밀한 관측 기술 개발과 정확한 전개과정을 이해하는데 맞춰질 것이다. 

 

빅뱅의 역사
태초 대폭발과 급팽창으로 태초 우주 밝혀내다

 

언론에 ‘천문학’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나오는 경우는 아마 ‘천문학적 숫자’라는 표현을 쓸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숫자가 큰 화폐 단위를 써서 그런지 천문학적 숫자를 듣고서도 별로 놀라지 않는다. 하긴 집값이 몇 억 원씩 하는 판에 몇 백억, 몇 천억이라고 해서 놀랍게 들릴 일은 없다.

 

하지만, 예를 들어 1천억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큰 것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커다란 방 안에 콩을 가득 채워도 그 갯수는 1천억이 안 된다. 우리 눈에 긴 강처럼 보이는 은하수는 약 1천억 개의 별이 모여서 형성된 우리 은하의 모습이다. 동양에서는 은처럼 반짝이는 물이 흐른다고 해 ‘은하수’라고 불렀고, 서양에서는 여신 헤라의 젖이 흐른다고 해 ‘the Milky Way’라고 불렀다. 즉 은하 안에 있는 우리 태양계에서 보았을 때 긴 띠처럼 보이는 은하의 단면이 바로 은하수인 것이다.

 

우리로부터 점점 후퇴하는 은하 ‘팽창우주’

 

인류는 우리 은하를 이루는 1천억 개의 별 중 해라는 이름을 가진 노란 작은 별의 세 번째 행성에서 아귀다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에는 이르다. 우주에는 우리 은하와 같은 규모의 다른 은하가 다시 1천억 개 정도 관측되기 때문이다. 우주는 이렇게 넓다.

 

은하의 지름은 대략 10만 광년이라고 보면 된다. 은하는 모습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되는데, 크게 타원 모양을 한 타원 은하, 소용돌이 모양을 하고 있는 나선 은하, 특별한 형태를 취하지 않고 있는 불규칙 은하 등 세 가지로 나뉜다. 개개의 은하들이 어떻게 태어나서 어떻게 진화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중등 과학시간에 별의 진화는 자세히 다뤄도 은하의 진화는 다루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유명한 미국의 천문학자 허블(Hubble)은 20세기 초반 은하들을 연구하다가 놀라운 우주의 비밀을 알아냈는데, 그것은 곧 모든 은하들이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허블이 내린 결론은 2배, 3배 …… 먼 은하는 2배, 3배 …… 더 빨리 후퇴한다는 것이었다.

오늘날 천문학자들은 이러한 우주를 ‘팽창우주’라고 부른다. 따라서 영화 필름을 거꾸로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경우 이번에는 먼 은하일수록 더 빨리 우리에게 접근해 와서 어느 시점에 이르면 모든 은하가 한곳에 모이게 된다. 바로 그 순간을 우리는 ‘태초’라고 부른다.

 

태초 대폭발(빅뱅)우주론과 연속창생 우주론

 

그러면 태초 이전의 우주는 어떠했냐고 질문하고 싶은 독자가 많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 질문은 성립되지 않는다. 이는 마치 절대온도 0도보다 더 ‘추운’ 온도는 없느냐 하고 묻는 것과 같다.

호킹(Hawking)은 ‘There is no north direction at the north pole’ 이라는 멋진 비유로 설명했다. 북극에서 북쪽 방향이 없다는 것은 매우 깊은 의미를 갖는다.

 

우리가 지구 상에서 북쪽으로, 북쪽으로 가면 언젠가는 북극에 도달한다. 하지만 북쪽에 도달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북쪽으로 갈 수가 없는 것이다. 즉 우리가 과거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언젠가는 태초에 도달한다. 하지만 태초에서 더 이상의 과거는 없다. 북극에서는 오직 남쪽 방향밖에 없으며, 북극에 서 있는 사람은 어느 쪽으로 넘어져도 남쪽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태초에서는 미래라는 시간의 방향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태초의 우주는 엄청나게 밀도도 크고 무지막지하게 뜨거웠을 것이다. 태초 대폭발(BB, Big Bang)을 일으켜 팽창우주가 됐다고 추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BB 우주론과 달리 태초가 뜨겁지 않은 우주론도 제시됐다.

우주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감에 따라 은하가 하나씩 없어지면 태초의 끔찍한 빅뱅을 피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니까 이 우주론에서는 시간이 원래 방향으로 흐르면 은하가 하나씩 생겨야 한다.

그래서 이 우주론을 연속창생(CC, Continuous Creation) 우주론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CC 우주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모양이 똑같다.

 

CBR로 뒷받침된 급팽창 우주론

 

BB와 CC의 대결은 1950, 60년대 과학사에서 대사건이었다. 이는 당시 미국의 두 여배우 MM과 GG의 대결에 비유됐다. 여기서 MM은 메릴린 먼로(Marilyn Monroe), GG는 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를 말한다.

BB는 가모프(Gamow) 등 미국 우주론가들에 의해, CC는 호일(Hoyle) 등 영국 우주론가들에 의해 주장됐다. 그 대결은 BB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우주배경복사(CBR)는 BB가 CC를 이기는데 결정적 단서가 됐다. 왜냐하면 CBR는 마치 뜨거운 물로 샤워를 마친 후 목욕탕에 남아 있는 수증기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CBR는 이름 그대로 우주 공간 전체에 퍼져있는 ‘식어빠진’ 전파다. 펜지어스(Penzias)와 윌슨(Wilson)은 1964년 우연히 이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해 1978년 노벨상을 받았다.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을 통해 촬영한 우주의 구조 / 과거 뜨거웠던 우주로부터 온 복사가 전파 형태로 남아있는 것. 대폭발 이론의 가장 큰 증거 중 하나이다. 사진은 우주배경복사 탐지위성인 WMAP이 찍은 영상을 바탕으로 만든 지도이다.

 

 

그런데 CBR는 어느 방향을 관측해도 정보가 똑같다. 이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CBR는 우주에서 가장 빠른 광속으로 우리에게 접근해왔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두 전령이 각각 평양과 전주로부터 그 당시 가장 빠른 운송수단인 말을 타고 한양으로 달려와 임금에게 올린 정보가 완벽하게 똑같다면 이상하지 않은가. 전화나 이메일이 없는데 사전에 어떻게 정보를 교환했을까.

 

이 수수께끼의 해답으로서 미국의 구스(Guth)는 1980년 급팽창 우주론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강릉에 같이 있던 두 전령이 정보를 공유하고 각각 평양과 전주로 엄청나게 빠른 공간이동을 한 후(즉 급팽창을 한 후) 한양으로 말을 타고 왔다면 설명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주의 모든 부분에서 급팽창이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 부분에서 진행되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 놀랍게도 이 경우에는 아기 우주가 태어나야 한다. 마치 계속 커지는 풍선을 두 손으로 감싸면 손가락 틈으로 삐져나와 작은 풍선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다

 

따라서 아기 우주는 어미 우주와 ‘탯줄’인 웜홀(worm hole)로 연결돼야 한다. 웜홀은 시간이 지나면 붕괴되므로 아기 우주와 어미 우주는 분리돼 두 개의 ‘평행우주’가 된다. 아기 우주는 또 다시 자신의 아기를 낳을 수 있다. 급팽창이 계속 진행된다면 우주는 순식간에 손자 우주, 증손자 우주… 등으로 ‘거품’처럼 번식해 무수히 많은 평행 우주가 된다. 그 중 일부는 빅뱅 직후 바로 빅크런치(BC, Big Crunch)를 겪으며 소멸하기도 한다.

우리는 운 좋게도 무수히 많은 평행우주 중에서 바로 소멸하지 않는 것에서 태어나 잘 살고 있는 것이다….

 

 

 

 

태초 대폭발 크기로 결정되는 우주의 팽창과 수축

 

하늘로 던져진 돌은 두 가지 운명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다시 땅으로 떨어지든가 아니면 지구를 탈출하는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그 돌이 어떤 속도로 던져졌느냐에 달렸다. 우주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태초 어떤 크기로 대폭발을 했느냐에 따라 무한히 팽창을 계속하느냐 팽창을 하다가 멈추고 다시 수축하느냐가 결정된다. 즉 어떤 세기보다 더 큰 힘으로 대폭발을 했으면 은하들의 중력이 팽창 속도를 감속시킬 수는 있지만 팽창 자체를 저지하지는 못해 영원히 팽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세기보다 더 작은 힘으로 대폭발을 했다면 은하들의 중력은 팽창을 계속 감속시킨 후 마침내 팽창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천문학자들은 어떤 것이 우주의 운명인지 알지 못한다. 이것은 더 커다란 천체 망원경, 더 정밀한 관측 기술이 개발돼야 해결될 수 있는 분야로 남아 있다. 이것뿐 아니라 우주의 나이도 많은 논쟁을 거치고 있는 중이다. 우주의 나이는 대략 100억~200억 년 사이의 값이라는 정도만 구체화돼 있기 때문에 대강 150억 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태초 직후 0.000…0001초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잘 아는 것처럼 말하는 인간들이 정작 그 태초가 언제 있었는지는 이렇게 모르니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장 최근에 측정된 우주나이는 138억 년이다. 하지만 이것은 최선의 모범답안일 뿐이다.
과학은 가전제품과 같아 오늘의 제품은 내일 나올 신제품만 못한 것처럼, 오늘의 과학은 틀림없이 내일의 과학만 못하다. 과학을 완벽하게 완성된 어떠한 것으로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지금의 모범답안들은 시간이 지나면 바뀔 지, 아니면 그대로 있을 지 아무도 모른다.
변화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기존의 과학을 학습하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주의 종말

 

끝으로 또 하나의 모범답안, 우주의 종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 글을 마칠까 한다. 이 우주는 대부분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돼 있지만 끊임없는 별의 핵융합 과정에 의해 언젠가는 수소와 헬륨이 고갈된 것이다. 이때가 되면 별의 탄생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은하들은 더 이상 밝은 별들을 갖지 못하고 백색왜성, 중성자별, 블랙홀 등과 같은 별들의 ‘시체’ 만을 지니게 될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약 1조 년 뒤의 일이다.

 

100…(0이 27개)…년 정도가 지나면 각 은하는 모두 거대한 블랙홀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100…(0이 31개)…년이 지나면 마찬가지 원리로 은하단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블랙홀이 될것이다. 이론상 100…(0이 100개)…년이 지나면 거대한 블랙홀들이 증발해버린다고는 하지만 이를 언급하는 일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