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상대론과 중력파
일반상대론 핵심 결론인 중력파 발견
내년은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론을 발표한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론을 발표한 다음 해인 1916년에는 중력파를 예측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중력파의 직접적인 검출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중력파에 의한 효과가 워낙 작기 때문이다.
펄사 쌍성계 통해 중력파 존재 첫 간접 확인
중력파는 종종 빛이라 불리는 전자기파와 비교된다. 막스웰의 이론에 의하면 전하가 진동하면 전자기파가 발생되고 빛의 속도로 전달된다. 특히 전자기파라고 불리는 이유는 전기장의 진동면과 수직인 면으로 자기장도 흔들리면서 진행하기 때문이다. 전자기파는 다른 파동과 마찬가지로 파장(또는 진동수)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가장 짧은 파장을 가진 것부터 나열하면 감마선, X-선, 자외선, 가시광선 그리고 전파를 들 수 있다. 우리가 전파라고 부르는 것은 전자기파를 줄인 말이며 전자기파를 전파가 대변하고 있는 것은 전자기 이론에 따라 인공적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파장과 진동수 사이에는 서로 역수의 관계에 있어 파장이 길수록 진동수는 작다.
중력파는 중력장이 흔들릴 때 발생하여 전파와 마찬가지로 빛의 속도로 진행한다. 다만 전자기파는 서로 수직인 두 가지의 편광 상태를 가지고 있는 반면 중력파는 45도 기울어진 두 개의 편광 상태를 가지고 있다
중력파의 존재를 처음으로 간접적으로 확인한 것은 펄사 쌍성계의 정밀한 관측을 통해서다. 헐스와 테일러에 의해 1975년에 발견된 PSR1913+16이라는 펄사로부터 주기적으로 펄스 주기가 변하는 사실이 관측되었다. 이는 발견된 펄사가 쌍성계에 속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더구나 이 펄사는 1초에 17번이나 회전하는 밀리초 펄사로서 그 주기의 정확도는 장기적으로는 가장 정확하다고 알려져 있는 세슘 원자 시계보다도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펄사의 이런 특성을 이용해 쌍성계에 속해 있는 또 다른 별의 질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었고 두 개의 별이 모두 1.4배 정도의 태양 질량임을 알게 되었다. 이 질량은 찬드라세카가 예측한 백색왜성의 상한 질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두 별 모두 중성자별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 쌍성계의 궤도 주기는 약 7.75시간, 그리고 이심률은 약 0.62 정도이다. 헐스와 테일러는 이러한 매우 중요한 펄사 쌍성의 발견에 대한 공로로 1993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직접 검출한 성공 사례 없어
뉴튼의 중력 이론에 의하면 두 별을 연결하는 상대 벡터의 궤적은 두 별의 질량 중심을 한 초점으로 하는 정확한 타원이 된다. 이 쌍성계는 이런 조건을 거의 정확히 맞추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펄사의 주기 변화를 관측한 결과 실제로 이 쌍성계가 만드는 타원 궤도는 서서히 변화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즉 궤도 주기는 해마다 약 0.0765초씩 줄어들고 있으며 이는 장반경이 해마다 약 3.5m씩 작아짐을 의미한다. 이러한 미세한 변화는 중력파에 의한 에너지와 각운동량의 감소율에 의한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그림 1>. 따라서 PSR1913+16은 중력파 존재의 강력한 증거가 되는 것이다.
현재 중력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이는 현재 거의 없다. 다만 그 효과가 워낙 작아 중력파를 아직도 직접 검출한 예는 없다. 중력파의 간접적인 증거는 지난 3월 17일 발표된 BICEP2의 우주배경 복사로부터의 B-모드 편광 관측으로부터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그림 1. 조셉 웨버가 만들었던 최초의 중력파 검출기. 현재는 미국 워싱턴 주의 한포드에 있는 LIGO 검출기 실험실에 전시 중이다. (출처:http://www.ligo.caltech.edu/LIGO_web/0312news/0312one. html
정밀한 중력파 검출기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는 중력장에 일어나는 작은 섭동으로서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시공간의 미세한 변화를 의미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시간과 공간의 간격이 진동하면서 변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로 중력파 검출기의 크기는 중력파의 파장에 비해 훨씬 작기 때문에 중력파의 효과는 두 점 사이의 거리를 늘였다 줄였다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중력파 검출기는 이러한 두 점 사이의 미세한 길이 변화를 측정하도록 고안되어 있다.
중력파 검출을 위한 시도는 1950년대 미국의 물리학자인 조셉 웨버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는 지름 1m, 길이 2m인 알루미늄 원통형 막대를 만들고<그림 2> 이 막대가 가지고 있는 고유 공명 진동수인 1660㎐의 중력파가 지나갈 때 막대의 길이가 늘어나고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압전 효과에 의한 전류를 측정함으로써 중력파를 검출하고자 하였다. 이 장비는 그 당시로서는 매우 작은 약 10-16m의 길이 변화를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한 것이었지만 실제 천체로부터 오는 중력파를 검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림 2. 헐스와 테일러에 의해 발견된 펄사 쌍성계의 궤도 진화에 의한 주기 변화. 붉은 점은 관측 데이터이고 실선은 중력파에 의한 이론적인 계산 값이다. (그림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PSR_B1913+16)
막대 검출기보다 더 정밀한 검출기로 레이저 간섭계가 제안되었다. 이 개념은 기존의 L-자 모양의 마이켈슨 간섭계의 구조를 가지면서 파장이 매우 정확하게 정의된 레이저를 이용해 서로 수직인 두 방향으로 나갔던 빛을 다시 반사시킨 후 이들의 간섭 형태의 변화로부터 두 방향의 길이 변화를 읽어내고자 한 것이다. 이 방법을 이용한 중력파 검출기의 건설은 1989년 미국의 NSF로부터 승인을 받아 2001년 현재의 LIGO(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가 완공되었다.
LIGO는 <그림 3>에 보인 것과 같은 구조로 되어 있으며 한 팔의 길이는 4㎞이고 검출 감도를 높이기 위해 레이저를 여러 차례 반사시킨 후 빠져 나오게 하는 패브리-페로 공동을 포함하고 있다.
LIGO는 미국의 워싱턴주에 있는 한포드와 루이지애나 주에 있는 리빙스턴에 각각 하나씩 설치되어 있으며 직선 거리는 약 3천㎞ 떨어져 있다.
Aerial view of the LIGO Hanford facility showing the 4 kilometer arms
그림 3. LIGO의 구조도와(왼쪽) 미국 워싱턴주 한포드에 있는 LIGO-Hanford의 사진.
왼쪽 아래의 레이저 발생기에서 나온 레이저가 빔 스플리터에서 90도의 각도를 가진 두 방향으로 나누어지고 끝에 있는 거울로부터 반사된 것을 다시 빔스플리터에서 검출기 방향으로 보내 간섭 형태를 보고 길이가 변했는지를 측정하는 구조이다. 양쪽 팔 중간에 거울이 더있는 것은 여러 차례 반사시키는 패브리 페로 공동을 만들어 팔의 길이보다 더 긴 길이의 효과를 내기 위한 것으로 하도록 한 것이다. (그림 출처: LIGO 홈페이지, http://www.ligo.org/)
최적화된 쌍성 합병 관측 검출기 ‘aLIGO’ ‘AdV’
유럽에는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고 네덜란드가 공동으로 건설한 버고(Virgo)가 있다. Virgo는 라이고(LIGO)와 여러모로 흡사하며 팔의 길이가 3㎞이다. 일본에서는 현재 도야마 현에 있는 가미오카 산에 터널을 뚫어 한 팔의 길이가 3㎞인 카그라(KAGRA) 검출기를 건설하고 있다.
지하에 검출기를 설치하는 이유는 저주파 부분에서 중요한 지진학적 잡음을 줄이려는 데 있다.
또 KAGRA는 반사 거울을 냉각시켜 열적 잡음을 줄이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비록 팔의 길이는 LIGO보다 짧지만 전체적인 감도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LIGO와 Virgo가 과학적인 데이터를 얻기 시작한 것은 2002년이었지만 초창기 감도는 설계치에 미치지 못했으나 점차 개선되어 2009년에는 설계값에 접근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천체로 부터 오는 중력파를 자주 관측하기는 부족했기 때문에 2010년 10월에 LIGO의 가동을 멈추고 Advanced LIGO(aLIGO)로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작업을 시작하였다. 이 작업은 현재도 진행 중이며 2015년 하반기부터는 서서히 가동을 시작해 2년 정도 지난 후에는 현재보다 약 10배 정도 향상된 성능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Virgo 역시 성능 향상을 위한 작업이 현재 진행 중이며 aLIGO보다는 약간 늦은 2016년부터 역시 10배 정도 좋아진 감도에 이를 수 있는 advanced Virgo(AdV로 약칭함)의 가동이 시작될 예정이다.
aLIGO나 AdV는 모두 주로 블랙홀이나 중성자별로 이루어진 쌍성의 합병 현상을 관측하는데 최적화되어 있다. 이런 현상은 대개 짧은 시간 동안 강력한 중력파를 발생하고, 발생되는 중력파의 파형도 비교적 정확히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검출이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쌍성이 합병되는 일은 자주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펄사 쌍성 PSR1913+16의 경우 약 3억 년이 지나서야 합병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10개 정도의 펄사 쌍성을 바탕으로 우리 은하에서의 중성자별 쌍성합병 확률은 약 5만 년에 하나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림 4. LIGO와 Virgo 이후의 검출기인 Einstein Telescope의 상상도. 지 하 100m에 위치하고 정삼각형 구조를 가지며 한 팔의 길이는 10km이다. (그림 출처: http://www.et-gw.eu/images/ET_Image_Gallery/artisticview2. jpg)
중력파 검출 통한 질량으로 쌍성 별 추정
이렇게 드문 현상이지만 만약 수많은 은하를 동시에 관측할 수 있다면 그다지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실제로 aLIGO나 AdV의 감도가 설계치에 도달할 경우 중성자별 쌍성의 합병을 측정할 수 있는 거리는 약 10억 광년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정도 거리 안에는 적어도 우리 은하처럼 큰 은하만 따져도 수백만 개가 있어 매년 수십 개 정도의 합병 현상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추정에는 불확실성이 매우 많이 존재한다.
중성자별 쌍성 이외에도 블랙홀 쌍성이나 중성자별과 블랙홀로 이루어진 쌍성의 합병도 물론 관측할 수 있다. 다만 이들이 얼마나 자주 관측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더 알기 어렵다. 이런 종류의 쌍성은 존재할 수 있지만 아직 실 예를 관측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중력파의 검출을 통해 우리는 쌍성을 구성하고 있던 별이 어떤 것인지를 질량으로부터 추정할 수 있다.
항성 진화의 이론에 의하면 중성자별로 존재할 수 있는 최대 질량은 태양 질량의 두 배를 넘기 어려운 반면 블랙홀의 질량은 이보다 훨씬 클 수 있다. 따라서 중력파 관측 자료의 분석으로부터 질량을 측정한 후 어떤 별들이 합병에 참여했는지를 알수 있게 된다. 중력파의 관측은 결국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이 얼마나 잘 만들어지고 어떻게 쌍성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연구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중력파 연구 위한 거대 프로젝트
중성자별이나 블랙홀로 이루어진 쌍성계의 합병으로부터 나오는 중력파는 수년 내에 발견될 것이고 이를 통해 블랙홀의 존재 여부, 항성 진화의 결과물 등에 대한 규명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현존하는 중력파 검출기는 여전히 가까이 있는 천체만 관측할 수 있다. 따라서 중력파의 검출이 이루어진다면 더 감도가 높은 검출기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실제로 유럽의 학자들은 이미 Einstein Telescope라고 불리는 검출기 건설을 위한 기본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이 연구에 의하면 지하 100m 정도에 위치해 있고 한 변의 길이가 10㎞인 정삼각형 모양의 검출기를 설치할 경우 모든 진동수에서 약 10배의 감도 향상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는 거리의 한계 역시 10배 정도 멀어지므로 우주 전체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합병 현상을 검출할 수 있을 것이다.
질량이 매우 큰 블랙홀은 지상에 있는 검출기가 관측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낮은 진동수의 중력파를 낸다. 따라서 저주파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한 노력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유럽의 ESA와 미국의 NASA가 1990년대부터 추진하고 있는 Laser Interferometer Space Antenna(LISA) 프로젝트는 그동안 기술적인 어려움 때문에 계속 난항을 겪고 있었으나 기술검증용 LISA Pathfinder가 2015년에 발사될 예정이어서 그 결과에 따라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미국 NASA가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더 이상 적극적인 지원을 하지 못하게 되어 eLISA라고 이름을 바꾼 이 프로젝트에서는 주로 은하 중심부에 존재한 거대질량 블랙홀과 관련된 현상을 관측하게 될 것이다.
그 밖에도 펄사 주기의 변화를 통해 중력파를 검출하려는 노력도 대형 전파천문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소위 Pulsar Timing Array(PTA)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매우 질량이 큰 블랙홀이 궤도 운동을 할 경우 내는 아주 낮은 진동수의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연구진 본격 참여
국내에서는 아직 중력파 검출을 위한 장비를 건설하는 계획은 없는 실정이다. 다만 일련의 학자들이 중력파 연구단을 구성하여 LIGO 과학 협력단(LIGO Scientific Collaboration, LSC로 약칭함)에 정식 회원으로 가입하여 LIGO와 Virgo로부터 오는 신호를 분석하는데 동참하고 있다
국내에서 대형 검출기를 건설하는 것은 재정적으로나 인적 자원을 볼 때 현실적이지 않다.
그러나 중력파 연구는 국제적으로도 이제 걸음마 단계를 뗀 수준에 불과하므로 창의적인 방법으로 소형화된 검출기를 건설한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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