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상/장자

장자(내편) 인간세

rainbow3 2019. 10. 13. 22:29


♣ 장자(내편) 인간세 1 - 자신을 먼저 살펴라

 

안회가 공자에게 여행을 떠나겠다고 말했다. 공자가 말했다. “어디로 가려느냐?”안회가 대답했다.

“위나라로 가려 합니다.”공자가 말했다. “무엇 하러 가려는 것이냐?” 안회가 대답했다.

“제가 듣건대 위나라 임금은 나이가 젊은 데다가 독단적인 행동만을 한다 합니다. 그는 나라를 잘못 다스리면서도 자기의 잘못은 생각하지도 않고, 백성들의 죽음도 가볍게 여겨 나라 안에 죽은 사람들이 가득하여 연못 속의 이끼처럼 널려 있다 합니다. 백성들은 갈 곳조차 없다 합니다.

저는 일찍이 선생님께서「잘 다스려지는 나라에서 떠나 어지러운 나라로 가야한다. 의사의 집에 병자가 많이 모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라고 하신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 말씀을 근거로 행동을 하려 합니다. 제가 가면 그 나라는 바르게 고쳐질 것입니다.”

공자가 말했다.

“네가 가면 형벌이나 받게 될 것이다. 도란 잡되지 않아야 한다. 잡되면 일이 많아지고, 일이 많아지면 어지러워지고, 어지러우면 근심이 생기고, 근심이 생기면 구제해 줄 수도 없게 된다. 옛날의 지극한 사람은 먼저 자기 자신을 살피고 난 뒤에야 남의 일을 상관했다. 자기 자신을 살펴본 결과가 불안정한데 난폭한 사람이 하는 행동을 상관할 틈이 어디 있겠느냐?”

 

 

♣ 장자(내편) 인간세 2 - 덕과 지혜를 내세우면 위험하다

 

“너는 덕이 어떤 곳으로 흐르기 쉽고, 지(知)라는 것이 어떤 것에서 나오는지 아느냐? 덕은 명예심으로 흐르기 쉽고, 지는 경쟁심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명예욕은 서로를 손상시키고, 지는 다툼의 연장인 것이다. 이 두 가지는 흉기이므로 지나치게 써서는 안 되는 것이다.

또한 덕이 두텁고 신의가 있다 해도 사람들의 기분을 잘 알지 못하면서 명성에 대해 남과 다퉈서는 안 된다. 또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지 못하면서 인의로 사람들을 바르게 하고자 하는 논의를 난폭한 사람 앞에서 하면 미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게 된다.

이런 사람을 남을 해치는 사람이라 부르는 것이다. 남을 해치는 사람은 남이 반드시 그를 해치게 되어 있다. 너 또한 다른 사람으로 인해 해를 입게 될 것이다.”

 

 

♣ 장자(내편) 인간세 3 - 모두 명성과 실리를 추구한다

 

“만약 어진 사람을 좋아하고 못난 사람을 미워하는 임금이라면 어찌 네가 특이한 일을 해주기를 바라겠느냐? 네가 따지지 않으면 그 뿐이겠지만 따진다면 임금은 반드시 너를 권세로 누르고 이론을 반박할 것이다. 너의 눈은 캄캄해지고, 너의 얼굴빛은 새파래지고, 입은 변명하기에 바쁘고, 태도는 비굴해지고, 마음도 그를 따라가고 말 것이다.  이것은 불로 불을 끄고 물로 물을 막는 것과 같아서 이런 것을 더욱 늘이는 것이라 부르는 것이다. 처음부터 그의 독선에 따라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너는 너의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반드시 포악한 사람에게 죽게 될 것이다. 옛날에도 걸왕은 관룡봉을 죽였고, 주왕은 왕자 비간을 죽였다. 이들은 모두 그의 몸을 잘 닦았었고, 백성들을 잘 위하였지만, 신하로서 그의 임금의 뜻을 어긴 사람들이었다. 그러므로 그들의 임금은 그들의 행동을 이유로 하여 그들을 제거해 버렸던 것이다. 이들은 명성을 좋아하던 임금이었다. 옛날에 요임금은 총지와 서오를 공격하였고, 우임금은 유호를 공격했다.

이들 나라는 폐허가 되고 사람들은 죽임을 당했다. 그들은 쉴새 없이 전쟁을 하여 실리를 추구하던 임금이었다. 이들은 모두가 명예와 실리를 추구했던 사람들이다. 명성과 실리라고 하는 것은 성인이라도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네가 어쩌겠다는 것이냐?”

 

 

♣ 장자(내편) 인간세 4 - 고집불통에게는 어떤 충고도 소용이 없다

 

안회가 말했다. “마음을 단정하면서도 허정(虛靜)하게 하고 한결같이 지니면 괜찮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아니다. 그는 겉으로는 자신감이 넘쳐 자만하고 있으며 교만한 기색이 일정하지 않아서, 보통 사람들은 그의 뜻을 어기지 못한다. 그는 사람들의 감정을 억누르면서 자기 마음의 쾌락을 추구한다. 그런 것을 날로 발전해야 할 덕조차 이루지 못하는 것이라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큰 덕이야 말할 것이 있겠느냐. 그는 자기를 고집하여 남에 의해 변화되지 않으며, 겉으로는 타협을 하지만 속으로는 반성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어찌 괜찮을 수 있겠느냐.”

안회가 말했다. “그렇다면 마음 속은 곧고 겉모양은 공손하게 해서 옛 분들처럼 하겠습니다. 마음 속이 곧은 사람이 되면 하늘과 같은 무리가 될 것입니다. 하늘과 같은 무리가 된 사람은 천자(天子)나 자신을 모두 하늘이 자식으로 감싸주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자기의 말을 상대방이 칭찬해 주기를 바라겠습니까? 상대방이 좋지 않다고 꾸짖기를 바라겠습니까? 이와 같은 사람을 사람들은 동자(童子)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것이 하늘과 같은 무리라고 부르는 사람입니다.

겉모양이 공손한 사람은 사람들과 같은 무리가 아닙니다. 손 모아 홀을 들고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혀 엎드리는 것은 신하로서의 예의입니다.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하는데 나만이 감히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까? 남들이 하고 있는 짓을 하는 사람에게는 사람들도 탓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을 사람들과 같은 무리가 되는 것이라 말하는 것입니다.  마침내 옛 분들과 같게 된다는 것은 옛 분들과 같은 무리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 말이 비록 교훈이 되고 꾸짖는 내용이라 해도 이것은 오래 전부터 있던 일이며 내가 지어낸 것은 아닌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람은 비록 곧다 해도 탓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것을 두고 옛 분들과 같은 무리가 되는 것이라 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괜찮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그렇지 않다. 남을 바로잡으려는 말이 너무 많아서 친해질 수 없을 것이다. 비록 그렇게 고집하여 죄는 범하지 않는다 해도 그 뿐이다. 그래 가지고 어찌 남을 감화시키겠느냐? 그저 자기 마음에 따라 고집하고 내세워 보는 것일 뿐이다.”

 

 

♣ 장자(내편) 인간세 5 - 마음을 비워야 잘 못을 없앨 수 있다

 

안회가 말했다. “저로서는 더 이상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혹시 다른 방법이 있는지요?”

공자가 말했다. “재계(齋戒)를 한다면, 말을 해 주마. 사심을 가지고 한다면 어찌 잘 되겠느냐? 만약 잘 된다고 생각하는 자가 있다면 하늘이 좋지 않게 여길 것이다.”

안회가 말했다. “저의 집은 가난해서 술을 마시지도 않고 매운 것을 먹지 않은지도 여러 달이 되었습니다. 이만 하면 재계를 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그것은 제사 지낼 때의 재계이지 마음의 재계가 아니다.”

안회가 말했다. “마음의 재계란 무엇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너의 뜻을 순일(純一)하게 하여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듣도록 해야 한다. 그 다음은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氣)로써 듣도록 해야 한다. 귀란 듣기만 할 뿐이며, 마음이란 느낌을 받아들일 뿐이지만, 기란 텅 빈 채로 사물에 응대하는 것이다. 도란 텅 빈 곳에 모이기 마련이다. 텅 비게 하는 것이 마음의 재계이다.”

 

 

♣ 장자(내편) 인간세 6 - 마음을 비우고 순응해야 한다

 

얼마 후 안회가 말했다. “저는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얽매여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고 보니 처음부터 자기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텅 비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그러면 되었다. 네가 그 나라로 들어가 활동을 해도 임금의 악명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들어주면 얘기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그만 두거라. 자기를 내세우지 말고 자기 생각을 앞세우지 말고, 순일(純一)하게 마음을 지녀 어쩔 수 없이 되도록 처신한다면 성공할 것이다.

행적을 남기지 않기는 쉽지만 흔적을 남기지 않기는 어렵다. 사람의 부림을 당할 때는 그대로 하기가 쉽지만, 하늘의 부림을 당할 때는 그대로 하기가 어렵다. 날개를 가지고 나는 자가 있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날개 없이 나는 자가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지각(知覺)을 가지고 무엇을 안다는 말은 들어봤으나, 지각없이 아는 사람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공허한 경지를 바라보고 있으면 텅 빈 마음이 밝아질 것이다. 행복이나 좋은 일은 이런 곳에 머물게 된다. 행복이나 좋은 일이 머물지 않는 것을「한 곳에 앉아 있어도 정신은 딴 곳을 달린다」고 말하는 것이다. 귀와 눈을 속마음으로 통하게 하고서 그의 마음과 지각을 밖으로 내보낸다면, 귀신이라 해도 찾아와 그에게 머물게 될 것이다. 하물며 사람이야 말할 것이 있겠느냐? 이것이 만물의 변화에 호응하는 것이다. 우임금이나 순임금도 법도로 삼았던 것이다. 복희나 궤거 같은 제왕이 평생토록 실행한 요점인 것이다. 그러니 보통사람이야 말할 것이 있겠느냐?”

 

 

♣ 장자(내편) 인간세 7 - 효도와 충성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엽공 자고가 제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자 공자에게 물었다.

“초왕이 저에게 중요한 임무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제나라에서는 사신을 대하기는 공경히 하면서도 일을 처리하는 데에는 서두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보통 남자라 해도 움직이게 할 수 없는데 제후를 어떻게 하겠습니까? 걱정이 됩니다. 선생님께서 전에 제게 말씀하시기를,

「크든 작든 모든 일은 올바른 도를 따르지 않고서 원만히 이루는 자는 드물다. 만약 일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반드시 법에 의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만약에 일을 성공시키면 반드시 기쁨과 두려움이 엇갈리는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일을 성공시키건 성공시키지 못하건 간에 뒷걱정이 없는 것은 오직 덕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거친 음식을 먹으면서도 좋은 음식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밥을 지어 놓아도 식힐 것도 없는 사람입니다. 아침에 사신으로 가라는 명령을 받고 저녁에는 어름을 마시는 형편인데도 저의 몸 안은 근심으로 뜨겁습니다. 저는 일을 실천하기도 전에 기쁨과 두려움이 엇갈리는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만약에 일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반드시 법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이중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신하된 자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입니다.  선생님께서 제게 좋은 말씀을 해주십시오.”

공자가 말했다.

“세상에는 두 가지 큰 법칙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운명이며, 다른 하나는 의로움입니다. 자식이 어버이를 사랑하는 것은 운명입니다. 그것은 마음으로부터 벗어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은 의로움입니다. 어디를 가나 임금이 없는 곳은 없으며, 하늘과 땅 사이에서는 그 관계로부터 벗어날 길이 없습니다. 이것을 큰 법칙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버이를 섬기는 사람들은 지위가 높고 낮고 간에 어버이를 편안히 모시는 법인데, 이것이 효도의 극치입니다. 임금을 섬기는 사람들은 일의 여하를 가리지 않고 임금을 평안히 모시는 법인데, 이것이 충성의 위대함입니다. 그들의 마음을 섬기는 사람들은 슬픔과 즐거움이 눈앞에 엇바뀌어 드러나지 않고, 그들과의 관계란 어쩔 수 없는 것임을 알고 운명을 따라 그들을 평안히 모시는데, 이것이 덕의 극치입니다.

나라의 신하에게는 본시부터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으니 일의 실정에 따라 행동하면서 그 자신은 잊어야 합니다. 삶을 기뻐하고 죽음을 싫어할 틈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대로 가십시오.”

 

 

♣ 장자(내편) 인간세 8 - 지나침은 거짓과 같다

 

“가까운 나라와는 신의로 접촉을 해야 하고, 먼 나라에게는 말로써 충실함을 표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말은 반드시 누군가가 가서 전해 주어야 합니다.

말을 전달함에 있어서 양쪽이 다 기뻐하거나 양쪽이 다 노여워할 말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양쪽이 다 기뻐하는 말에는 반드시 지나치게 칭찬하는 것이 많을 것입니다. 양쪽이 다 노여워하는 말에는 반드시 지나치게 요구하는 말이 많을 것입니다.

모든 지나친 것은 거짓된 것들과 같은 것입니다. 거짓된 것이 되면 그것을 믿는 이들이 적어질 것입니다. 믿는 이가 적어지면 곧 말을 전하는 사신은 재앙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격언에 말하기를

「사신이 보통의 사실을 전하고 지나친 말을 전하지 않는다면 무사할 것이다」

라고 했던 것입니다.”

 

 

♣ 장자(내편) 인간세 9 - 서두르지 말고 자연스럽게 일을 처리하라

 

“기교로 승부하는 사람은 힘으로 시작하지만 언제나 음모로 끝을 맺습니다. 너무 지나치게 되면 기이한 기교가 많아집니다. 예에 따라서 술을 마시는 사람은 점잖게 시작을 하지만 언제나 어지러움으로 끝내게 됩니다. 너무 지나칠 때에는 기이한 즐김이 많아집니다. 모든 일이 다 그렇습니다. 당당하게 시작하여 언제나 치졸하게 끝납니다. 일을  시작할 때는 간단하였지만 일이 끝나갈 때에는 거창해지기 때문입니다.

말이란 풍파와 같은 것입니다. 행동에는 득과 실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풍파란 요동하기 쉬운 것이고, 득실이 있으면 위태로워지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분노가 생기게 되는 까닭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교묘한 말과 약삭빠른 말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짐승은 죽을 때 소리를 가리지 않고 악을 씁니다. 숨이 가빠지니 마음이 다급해져서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각박함이 지나치게 되면 반드시 상대방이 좋지 않은 마음으로 이에 대응하게 되는데 그 까닭은 알 수 없습니다. 그 까닭을 알지 못하는데 그 결말이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러므로 격언에「명령은 바꾸지 말고, 성공하려 애쓰지 말라」고 한 것입니다. 도를 넘으면 지나치게 됩니다. 명령을 바꾸고 성공을 하려고 애쓰다보면 일이 위태로워집니다.

원만한 성공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성과가 나쁘면 고칠 여유도 없습니다. 그러니 신중히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또한 사물을 초월하여 마음을 노닐게 하고 어쩔 수 없이 되어 가는 상황에 몸을 두고 마음을 기르는 것이 최상의 길입니다. 어찌 일부러 만들어 보고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왕명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그것이 어찌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 장자(내편) 인간세 10 - 상대에 맞추어 무리 없이 처신해야 한다

 

안합이 위나라 영공의 태자의 스승이 되자 거백옥을 찾아가 물었다.

“한 사람이 있는데 그의 덕은 선천적으로 아주 각박합니다. 그와 함께 무도한 짓을 하면 곧 나라가 위태로워집니다. 그의 지혜는 남의 잘못을 아는 정도이고, 자기의 잘못은 알지 못합니다. 이런 사람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거백옥이 대답했다.

“경계하고 조심하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몸을 올바로 가지십시오. 태도는 순순히 따르는 것이 좋으며, 마음은 온화한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만 이 두 가지에도 조심해야 합니다. 순순히 따르되 남에게 끌려 들어가지 않아야 하며, 온순함을 남에게 드러내지 않아야 합니다. 온순히 따르는 태도로 남에게 끌려 들어가다 보면 자신을 잃고 낭패를 보게 됩니다. 마음의 온화함을 남에게 드러내다 보면, 나쁜 평판이 생기고 재난을 당하게 됩니다.

상대방이 아이와 같다면 그와 같이 아이같이 되십시오. 상대방이 분수 없는 사람이라면 같이 분수 없이 행동하십시오. 상대방이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와 같이 종잡을 수 없게 행동하십시오. 이것에 통달하게 되면 아무 탈이 없을 것입니다.”

 

 

♣ 장자(내편) 인간세 11 - 상대방의 본성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사마귀를 모르십니까? 화가 난 사마귀가 앞발을 벌리고 수레바퀴 앞에 막아서서 자기가 바퀴에 깔려 죽을 것도 모르고 물러서지 않습니다. 자기 재질의 훌륭함만 믿고 있는 것입니다.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일입니다. 자기의 훌륭함을 내세우면서 상대방의 권위를 건드리면 위태로워집니다.

호랑이를 기르는 사람은 호랑이에게는 절대 산 것을 먹이로 주지 않는데, 호랑이가 산 먹이를 죽이는 사이에 사나움이 되살아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호랑이에게 먹이를 통째로 주지 않는데, 그것은 먹이를 찢는 사이에 사나움이 되살아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호랑이의 배고픔과 배부름을 살펴 그 사나운 마음이 수그러들게 해줍니다.

사람과 호랑이는 다른 종류의 동물이지만, 호랑이가 자기를 길러주는 사람에게는 잘 보이려하는 것은 호랑이의 성질에 따라 맞추어 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호랑이가 자기를 길러주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호랑이의 성질을 거슬렀기 때문입니다.

말을 사랑하는 사람은 바구니에 똥을 받고, 큰 조개 껍질에 오줌을 받습니다. 그러나, 모기나 등에가 말에 앉아 있을 때 그것을 잡으려고 갑자기 손바닥으로 말의 등을 치면, 말은 놀라 재갈을 부수고 사람의 머리를 깨거나 가슴을 떠받습니다. 노여움이 생겨 사랑이 잊혀지기 때문입니다. 어찌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장자(내편) 인간세 12 - 쓸모 없으므로 자신을 보전할 수 있다

 

장석이 제나라로 가다가 토신묘 앞의 참나무를 보았는데, 그 크기가 수천 마리의 소를 뒤덮을 만하였고, 그 둘레는 백 아름이나 되었으며, 그 높이는 산을 열 길 위에서 내려다 볼만한 데서부터 가지가 나 있었다. 배를 만들 만한 가지들도 몇 십 개나 되었다. 구경꾼들이 장이 선 것처럼 모여 있었다. 장석은 돌아다보지도 않고 멈추는 일도 없이 걸어갔다. 그의 제자는 그 나무를 실컷 구경하고 나서 장석에게 달려가 말했다.

“제가 도끼를 들고 스승님을 따라 다닌 후로 이처럼 훌륭한 재목은 본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거들떠보지도 않으시고, 발길을 멈추지도 않으시니 어찌된 일입니까?”

장석이 말했다.

“그런 말 말아라. 쓸모 없는 나무다. 그것으로 배를 만들면 가라앉고, 관을 만들면 빨리 썩고, 그릇을 만들면 쉽게 깨지고, 문짝을 만들면 나무진이 흘러내리고, 기둥을 만들면 곧 좀이 먹는다. 그것은 재목이 되지 못할 나무이다. 쓸 만한 것이 없어서 그렇게 오래 살고 있는 것이다.”

장석이 집에 돌아와 잠을 자는데 그 큰 나무가 꿈에 나타나 말했다.

“당신은 나를 어디에 비교하는가? 나를 좋은 재목에 견주려는 것인가? 돌배, 배, 귤, 유자 등 과일이 열리는 나무는 과일이 열리면 따게 되고, 따는 과정에서 욕을 당하게 된다. 큰 가지는 꺾여지고 작은 가지는 휘어진다. 이들은 자기 능력으로 말미암아 그의 삶을 괴롭히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타고난 목숨대로 끝까지 살지 못하고 중간에 일찍 죽어 버리는 것이다. 스스로 세속에서 얻어맞는 것이나 같은 것이다. 어떤 물건이든 이 같지 않은 것이 없다. 나는 쓸 곳이 없기를 원해 온 지가 오래되었다. 거의 죽을 뻔하다가 이제야 뜻대로 되어 쓸모 없음이 나의 큰 쓸모가 된 것이다. 만약 내가 쓸모가 있었다면 어찌 이렇게 커질 수가 있었겠는가? 또한 그대와 나는 모두가 같은 물건이다.  어째서 그대는 나를 다른 물건으로 보는가? 거의 죽어가는 쓸모 없는 사람이 어찌 쓸 데 없는 나무를 알 수가 있겠는가?”

장석은 깨어나서 그의 꿈을 얘기했다. 그의 제자가 말했다.

“쓸모 없음에 뜻을 두었다면, 그 나무가 신목이 된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장석이 말했다.

“아무 말도 하지 마라. 그는 사당에 몸을 기탁하고 있을 뿐인데도 자기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욕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신목이 되지 않았다면 땔나무로 베어졌겠지, 또한 그의 몸을 지키는 방법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 그런데도 겉만 보고 그를 칭찬한다면 그 또한 사실과 동떨어진 일이 아니겠느냐?”

 

 

♣ 장자(내편) 인간세 13 - 쓸모 없음이 곧 쓸모이다

 

남백자기가 상구에 가서 큰 나무를 보았는데 특이했다. 말 4천 마리를 매어 놓아도 그 그늘에 완전히 가려질 정도였다.

자기가 말했다. “이건 무슨 나무일까? 이것은 분명 특별한 재목감이 될 것이다.”

머리를 들어 그 나무의 작은 가지들을 보니 모두 구불구불하여 서까래나 기둥으로 쓸 수가 없었다. 머리를 숙여 그 나무의 뿌리를 보니 속이 텅 비어 관을 만들 재목으로 쓸 수도 없었다. 그 잎새를 따서 맛을 보니 입이 얼얼하고 상처가 났다. 그 냄새를 맡아보니 사람을 취하게 만들어 사흘동안이나 깨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자기가 말했다.

“이것은 재목으로 쓸 수 없는 나무여서 이처럼 크게 자랄 수 있었구나. 아, 신인(神人)들은 이래서 재능을 갖지 않는 것이구나.”

 

 

♣ 장자(내편) 인간세 14 - 재능이 있으므로 재난을 당하게 된다

 

송나라의 형씨라는 곳에 개오동나무와 잣나무와 뽕나무가 잘 자랐다. 그러나 그 나무들의 둘레가 한두 줌이 되면 원숭이를 매어놓을 말뚝을 찾은 사람들이 베어 갔다. 서너 아름이 되는 나무가 있으면 큰집의 마루판이 필요한 사람들이 베어갔다. 일곱 여덟 아름이 되는 나무가 있으면 귀족이나 부유한 집에서 관을 만들 재목을 찾는 사람들이 베어 갔다. 그래서 그곳의 나무들은 타고난 제 수명대로 다 살지를 못하고 도끼에 찍혀 일찍 죽었다.

이것이 재능이 있는 것들의 재난이다.

그런데 액운을 쫓는 제사에는 이마에 흰털이 난 소와 코가 위로 올라간 돼지와 치질이 있는 사람은 제물로 적당치 않아 강물에 던지지 않는다. 이런 것들은 모두 무당이나 축관들이 이미 알고 있어서 상서롭지 않은 물건들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신인(神人)이 크게 상서로운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 장자(내편) 인간세 15 - 부족함으로 수명대로 살 수 있다

 

지리소는 턱이 배꼽 아래 감추어지고, 어깨가 머리보다 높으며, 머리꼬리가 하늘로 치솟아 있고, 오장은 위쪽에 붙어 있고, 두 다리가 옆구리에 와 있었다. 그러나 바느질을 해서 먹고 살기에는 충분했다. 키질을 하여 쌀을 고르면 열 식구는 먹여 살릴 수 있었다. 나라에서 군인을 징집해도 지리소는 팔을 휘저으며 그 곳에서 자유롭게 행동했다.  나라에 큰 공사가 있다 해도 지리소는 언제나 장애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노역에 끌려나가지 않았다. 나라에서 장애인들에게 곡식을 나눠주게 되면 상당한 양의 곡식과 열 다발의 땔나무를 받았다.

그의 형체를 잊을 수 있는(형체가 불완전한) 사람은 그러면도 그 자신을 충분히 보양할 수 있고, 그가 타고난 목숨대로 다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의 덕을 잊고 있는 사람은 어떻겠는가?

 

 

♣ 장자(내편) 인간세 16 - 무용의 쓰임은 아무도 모른다

 

공자가 초나라로 가는데 초광접여가 객사 문 앞을 지나며 노래를 했다.

봉새야, 봉새야, 어째서 그대 덕이 쇠하였나?

장래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고 과거는 돌이킬 수 없는 것

천하에 올바른 도가 있으면 성인은 교화를 이루고,

천하에 올바른 도가 없으면 성인은 자기 삶을 보전한다.

지금 시국에는 근근히 형벌을 면하기도 바쁘네

복은 새의 깃털보다 가벼운데

아무도 그것을 잡을 줄을 모르고

화는 땅보다 무거운데

아무도 그것을 피할 줄을 모르네

아서라, 아서라, 덕을 사람들에게 내세우는 짓을

위태롭고도 위태롭구나 땅을 가려가며 쫓아다니는 것이

밝음을 가리고 가려서 나의 갈 길을 그르치지 말아라

발길을 삼가고 삼가서 나의 발을 다치지 않게 하라

산의 나무는 스스로 베어지게 자라고

기름불은 스스로를 태워 버린다

육규는 먹을 수 있어 사람들에 의해서 잘려지고

옻나무는 옻칠에 쓰여 껍질이 벗겨진다

사람들은 모두 유용(有用)의 쓰임은 알지만

무용(無用)의 쓰임은 아무도 모르는구나.



'동양사상 > 장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자(내편) 대종사   (0) 2019.10.14
장자(내편) 덕충부   (0) 2019.10.14
장자(내편) 양생주   (0) 2019.10.13
장자(내편) 제물론   (0) 2019.10.13
장자(내편) 소요유 1  (0) 2019.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