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상/장자

장자(외편) 재유

rainbow3 2019. 10. 15. 01:09


♣ 장자(외편) 재유 1 - 천하는 인위적으로 다스려서는 안 된다

 

천하를 있는 그대로 두지 않고 다스리려 해서는 안 된다. 천하를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은 사람들이 그들의 본성을 잃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천하를 내버려두는 것은 그들이 타고난 덕이 바뀔까 두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들의 본성을 잃지 않고 그들의 타고난 덕이 바뀌지 않는데도 천하를 다스려야 한다고 할 사람이 있겠는가?

옛날 요임금이 천하를 다스릴 때에는 사람들이 즐거이 받아들이게 하면서 누구나 다 그의 본성을 즐기도록 했다. 이것은 고요히 둔 것은 아니다. 걸왕이 천하를 다스릴 때에는 세상사람들로 하여금 고생하면서 누구나 그의 본성을 괴롭히도록 했다. 이것은 즐기도록 둔 것은 아니다. 고요히 두지 않는 것이나 즐기도록 두지 않는 것은 모두가 타고난 덕에 어긋나는 것이다. 타고난 덕에 어긋나면서도 오래 갈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없다.

사람들이 크게 기뻐하면 양으로 치우치게 되며, 크게 노하면 음으로 치우치게 된다. 음이나 양으로 다 같이 치우쳐지면 사계절이 제대로 오지 않고 추위와 더위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음과 양이 어긋나면 사람들의 몸이 상하게 된다. 사람들에게 기쁨과 노여움의 도를 잃게 하고, 사는 곳이 일정치 않게 하고, 생각이나 사고가 제대로 되지 않게 하고, 도에 알맞은 조화를 이루지 못하게 한다. 그렇게 되면 온 세상 사람들의 뜻도 고르지 않게 되고, 행동도 고르지 않게 되어 도척이나 증삼, 사추와 같은 행실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온 세상을 주어 그 선한 것을 상 주려 해도 다 줄 수가 없고, 온 세상으로 그 악한 것을 벌하려 해도 다 벌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세상이 크다고는 하지만 다 상주고 벌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하·은·주 3대 이후로는 시끄럽게 내내 상벌을 일삼았으니 그의 본성과 운명의 진실함에 편안히 지낼 겨를이 어디 있었겠는가?

또한 눈 밝은 것을 좋아한 결과 빛깔에 빠지게 되었고, 어짊을 좋아한 결과 타고난 덕을 어지럽히게 되었고, 의로움을 좋아한 결과 의리에 어긋나게 되었고, 예의를 좋아한 결과 겉치레로 흘러 자기를 잃게 되었고, 음악을 좋아한 결과 음탕함에 빠져 자신을 잃게 되었고, 성인을 좋아한 결과 재주에 얽매여 자신을 잃게 되었고, 지혜를 좋아한 결과 남의 허물 찾느라 자신을 잃게 되었다.

온 천하가 그의 본성과 운명의 진실함에서 편안하려면 이상의 여덟 가지의 것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것들이다. 온 천하가 그의 본성과 운명의 진실함에서 편안하지 않으려면 이 여덟 가지 것들이 곧 엉키고 뒤섞이면서 천하를 어지럽히는 것이다. 그래서 온 천하가 비로소 그것을 존중하고 아끼게 되는 것이다.

세상의 미혹됨은 너무도 지나치다. 어째서 가는 대로 그대로 둘 수 없는가. 그들은 재계를 하고 그에 대한 얘기를 하고, 무릎 꿇고 바로 앉아 그것들을 전하면서, 그것을 북 치고 노래하고 춤을 출 정도로 좋아하고 있으니, 누구도 어쩔 수가 없다.

 

 

장자(외편) 재유 2 - 천하는 그대로 내버려두어야 한다

 

군자가 어쩔 수 없이 천하를 다스리게 되었다면 아무런 작위도 가하지 않는 무위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아무런 작위도 가하지 않아야만 사람의 본성과 운명의 진실함에 편안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의 몸을 천하를 다스리는 것보다 귀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천하를 맡겨도 괜찮다. 자기 몸을 천하를 다스리는 것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천하를 다스리게 해도 괜찮다.

군자는 진실로 오장에 깃들인 생명을 흩트리지 않고, 그의 귀 밝음과 눈 밝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조용히 있다가 용처럼 나타나고, 심연처럼 침묵하다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정신이 움직이면 자연의 변화가 그를 따르고, 아무런 작위도 가하지 않지만 만물은 저절로 움직여진다. 그런데도 천하를 다스릴 필요가 있겠는가?

 

 

장자(외편) 재유 3 - 인심은 종잡을 수 없는 것이다

 

최구가 노자에게 물었다.

“천하를 인위적으로 다스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인심을 이끌어갈 수 있습니까?”

노자가 말했다.

“인심을 교란시키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인심이란 억누르면 내려가고 밀면 올라가는 것입니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사이에 우쭐해지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 부드러움은 억세고 강한 것을 유하게도 만듭니다. 모나고 날카로워서 모든 것을 깎아 다듬으려 들기도 합니다. 뜨겁게 달아오르면 타오르는 불길 같고, 차갑게 식으면 꽁꽁 언 얼음과도 같게 됩니다. 마음의 빠르기는 잠깐 사이에 세상 밖에까지 갔다오는 정도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심연처럼 고요하지만, 움직이기 시작하면 하늘로 날아 오릅니다. 성냈다 뽐냈다 하여 잡아 둘 수가 없는 것이 인심입니다.”

 

 

장자(외편) 재유 4 - 성인을 멀리하고 지혜를 버려라

 

옛날에 처음으로 황제가 인의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교란시켰다. 그래서 요임금과 순임금은 넓적다리에는 살이 없고 정강이에는 털이 붙어 있지 못할 정도로 애쓰며 세상사람들의 몸을 길렀다. 온 몸으로 걱정하면서 인의를 행했다. 혈기를 소모시키면서 법도를 제정했다. 그러나 그래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요임금은 환두를 숭산으로 쫓아내고 삼묘를 삼위산으로 추방하고, 공공을 유도로 귀양보내야 했으니 이것은 천하가 뜻대로 다스려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은·주의 삼대로 내려오면서 천하는 크게 어지러워졌다. 아래로는 걸왕과 도척이 있었고, 위로는 증삼과 사추가 있었으며, 유가와 묵가들이 한꺼번에 생겨났다.

그리하여 기뻐하고 노여워하면서 서로를 의심하고 어리석은 자와 지혜 있는 자들이 서로를 속이고, 훌륭하다느니 그렇지 않다느니 하며 서로 비난하였고, 거짓이니 참이니 하며 서로 헐뜯게 되어 천하가 쇠퇴했다.

사람들의 타고난 큰 덕은 변하여 서로 다르게 되고, 타고난 본성과 운명이 산란하여졌다. 온 천하가 지혜를 좋아하게 되자 백성들은 혼란을 일으키게 되었다. 이에 도끼와 톱으로 자르고, 먹줄로 바로잡고, 망치와 끌로 쪼개야만 하게 되었다. 온 천하는 뒤범벅이 되어 크게 어지러워졌는데, 그 죄는 인심을 교란시킨 데 있다.

그러므로 현명한 사람들은 큰 산 바위 아래 숨어살게 되었고, 천자는 묘당에서 걱정하고 두려워하게 된 것이다.

지금 세상에는 목이 잘려 죽은 시체가 쌓이고, 형틀에 매인 자들이 줄을 잇고, 형벌을 받은 자들이 수두룩하게 되었다. 그래서 묵가와 유가들이 형틀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팔을 휘저으며 자기 주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수치스러워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성인과 지혜가 다른 사람을 구속하는 형틀이 되고, 인의가 사람의 손과 밝을 얽매는 형구가 되는 것을 알고 있다. 증삼과 사추가 걸왕이나 도척의 효시가 되지 않는다고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성인을 내치고 지혜를 버리면 천하가 크게 다스려진다고 하는 것이다.

 

 

장자(외편) 재유 5 - 오래오래 사는 법

 

황제가 천자가 된 뒤 19년이 되자 명령이 천하에 행해지게 되었다. 광성자가 공동산 위에 살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그를 찾아가 만났다. 그리고 말했다.

“선생님께서는 지극한 도를 통달하셨다하니 지극한 도의 정수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저는 천하의 정수를 취하여 오곡의 생산을 도움으로써 백성들을 먹여 살리려고 합니다. 또한 음양을 다스려 생물을 제대로 생육하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광성자가 말했다.

“당신이 묻는 것은 사물의 바탕인데, 당신이 다스리고자 하는 것은 사물의 찌꺼기입니다. 당신이 천하를 다스린 뒤로 구름이 모이지 않고도 비가 내리고, 풀과 나무는 단풍이 들지 않고도 낙엽이 지고, 해와 달의 빛은 더욱 흐려지게 되었습니다. 당신처럼 간사한 마음으로 말이나 잘하는 사람이 어찌 지극한 도를 얘기 할 수 있겠습니까?”

황제는 물러 나와 천하를 버리고 특별한 방을 만들어 흰 띠풀을 깔고 석 달 동안 한가히 지낸 다음 다시 찾아가 그를 만났다. 광성자는 남쪽으로 머리를 두고 누워 있었다. 황제는 무릎으로 걸어나가 두 번 절하고 머리를 조아린 채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지극한 도에 통달하셨다 하니 몸을 다스리는 법을 말씀해 주십시오. 어떻게 하면 영원히 살 수 있습니까?”

광성자가 벌떡 일어나면서 말했다.

“훌륭한 질문입니다. 지극한 도에 대해 말해 드리겠습니다. 지극한 도의 정수는 깊숙하고 까마득하며, 지극한 도의 극치는 어둡고도 고요합니다.

보는 것도 없고 듣는 것도 없이 정신을 간직하고 고요히 있으면 육체는 자연히 올바르게 될 것입니다. 반드시 고요해야 하고 맑아야만 하며, 당신의 육체를 수고롭게 하지 않고 당신의 정신을 요동치게 하지 말아야만 오래도록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눈으로는 보는 것도 없고, 귀로는 듣는 것도 없고, 마음으로는 아는 것이 없이 당신의 정신은 자기 몸만을 지켜야 그 몸이 오래도록 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당신의 내부를 삼가고 당신을 외부를 닫으십시오. 아는 것이 많으면 재난이 됩니다.

나는 당신을 크게 밝은 태양 위에 이르게 하여 저 지극한 양의 근원에 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을 깊고 아득한 문안으로 들어가게 하여 저 지극한 음의 근원에 도달하게 하겠습니다.

하늘과 땅은 각기 맡은 직능이 있고 음과 양은 서로의 작용이 있습니다. 조심하여 당신의 몸을 지키십시오. 모든 물건은 스스로 굳세질 것입니다. 나는 그 도를 지키며 그 조화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1200년 동안 몸을 닦아 왔으나 내 육체는 전혀 쇠하지 않고 있습니다.”

황제가 두 번 절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선생님이 바로 하늘이십니다.”

광성자가 말했다.

“물건은 모두 무궁한 것인데 사람들은 모두 종말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건들은 헤아릴 수 없는 것인데 사람들은 모두 끝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 도를 체득한 사람은 위로는 황제가 되고 아래로는 왕이 될 것입니다. 내 도를 잃은 사람은 위로는 빛을 보다가 아래로는 흙이 되고 말 것입니다. 모든 물건들은 모두 흙에서 살다가 흙으로 되돌아갑니다. 그러므로 나는 당신을 떠나서 무궁의 문안으로 들어가 끝없는 들판에 노닐 것입니다. 해와 달과 빛을 함께 할 것이며, 하늘과 땅과 함께 영원할 것입니다. 나에게 부딪쳐도 의식치 못할 것이며, 나로부터 멀리 가도 그것을 모를 것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죽어버리겠지만 나는 홀로 존재할 것입니다.”

 

 

장자(외편) 재유 6 - 무위 속에 살면 자연은 스스로 변화한다

 

운장이 동쪽에서 지낼 때 부요라는 신목 가지 옆을 지나다 홍몽을 만났다. 홍몽은 자기 넓적다리를 두드리며 놀고 있었다. 운장은 그를 보고 발길을 멈춰 서서 말했다.

“노인께서는 무엇을 하는 분이기에 이러고 계십니까?”

홍몽은 멈추지 않은 채 운장에게 말했다.

“놀고 있습니다.”

운장이 말했다.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홍몸은 머리를 들어 운장을 보며 말했다.

“음!”

운장이 말했다.

“지금 하늘의 기운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땅의 기운은 뒤엉켜 있습니다. 여섯 가지 기후도 고르지 않고 사철도 절도에 맞지 않습니다. 저는 여섯 가지 기후의 정수를 화합시켜 여러 생물들을 생육케 하려 합니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홍몽은 행동을 멈추지 않고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모릅니다. 나는 모릅니다.”

운장은 더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 후 3년 뒤 동쪽에 노닐게 되어 송나라 들판을 지나다 다시 홍몽을 만나게 되었다. 운장은 크게 기뻐하며 달려가 앞에 서서 말했다.

“저를 잊으셨습니까? 하늘같이 훌륭한 분께서 저를 잊으셨습니까?”

두 번 절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홍몽에게 가르침을 요청했다.

홍몽이 말했다.

“떠돌아다니면서도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함부로 뛰면서도 가는 곳이 어디인지 알지 못합니다. 노니는 사람이란 집착하는 곳이 없이 아무런 바램도 없는 경지를 바라볼 뿐입니다. 나 같은 사람이 무엇을 알겠습니까?”

운장이 말했다.

“제 스스로는 함부로 뛴다고 생각하지만 백성들은 제가 가는 곳으로 따라옵니다. 저는 백성들에게 하지 않을 수 없는 일만 하고 있지만 백성들이 따르고 있습니다. 한마디 가르침을 주십시오.”

홍몽이 말했다.

“하늘의 법도를 어지럽히고 만물의 진실에 역행하면 하늘의 현묘한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짐승들은 무리로부터 흩어지고, 새들은 모두 밤에도 울게 될 것입니다. 재난은 풀과 나무에 미치고, 화는 벌레에까지 미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인위적으로 다스린 잘못입니다.”

운장이 말했다.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홍몽이 말했다.

“아! 귀찮으니 돌아가시오.”

운장이 말했다.

“저로서는 하늘의 재난을 당하고 있으니 가르침을 주십시오.”

홍몽이 마지못해 말했다.

“마음을 기르십시오. 당신이 그저 무위 속에 살기만 하면 만물은 저절로 변화할 것입니다. 당신의 육체를 버리고 당신의 총명함을 버리십시오. 외물에 대한 생각을 잊는다면 자연의 기운과 크게 융합될 것입니다. 마음을 버리고 정신을 풀어버리면 아득히 영혼도 없게 될 것입니다. 만물은 번성하여 각각 자기의 본분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각각 자기의 근본으로 되돌아가면서도 아무 것도 모르고 혼동상태에서 평생 그곳을 떠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만약 그것을 알게 되면 곧 그것으로부터 떠나게 될 것입니다. 그 이름도 묻지 않고 그 실정도 보려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대로 저절로 생육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운장이 말했다.

“하늘이 저에게 덕을 내려주시고, 저에게 고요함을 보여주셨습니다. 평소 그것을 구하여 왔었는데 이제야 그것을 얻었습니다.”

 

 

장자(외편) 재유 7 - 나라는 인위가 아닌 자연에 맡겨라

 

보통사람들은 모두 남이 자기에게 찬성하는 것을 좋아하고, 자기와 의견이 다르면 싫어한다. 자기에게 찬성하는 것을 바라고, 자기와 의견이 다르기를 바라지 않는 것은 여러 사람 중에 뛰어나고 싶은 심리에서이다. 여러 사람 중에 뛰어나고 싶은 마음을 지녔다고 해서 어떻게 항상 여러 사람들 가운데서 뛰어날 수가 있겠는가?

여러 사람의 중론을 따라 편히 지내는 것이 좋고, 여러 사람들의 재주가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그런데도 인위적으로 나라를 다스리려는 사람들은 우왕·탕왕·문왕의 이런 점만을 보고 그들의 환란은 보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인위적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이다.

요행을 바라면서도 나라를 잃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의 나라를 온전히 보전한 사람은 만 명 중에 한 명도 안될 것이다. 그의 나라를 잃은 사람은 한 사람이 보존하였으면 만 명은 잃었을 것이다.

슬프다!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들의 무지함이여!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큰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다. 큰 물건을 소유한 사람은 작은 물건들에 구애되어서는 안 된다. 사물을 다스리면서도 사물에 구애받지 않으면 모든 사물이 제대로 보존되게 된다. 사물을 제대로 보존하는 사람이 사물에 구애받지 않음을 알았다면 어찌 천하 백성들을 다스리는 일만이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천지사방을 드나들고 온 세상에 노닐되, 홀로 갔다 홀로 오는 것을 두고 일체를 홀로 소유하게 되는 독유(獨有)라 부르는 것이다. 홀로 모든 것을 소유하게 된 사람을 두고 지극히 귀한 사람이라 부르는 것이다.

 

 

장자(외편) 재유 8 - 위대한 사람이란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다

 

위대한 사람의 가르침은 형체에 그림자가 따르고 소리에 울림이 따르는 것처럼 질문이 있으면 거기에 응답을 하여 자기가 품고 있는 생각을 다 털어놓는다. 그래서 온 천하의 짝이 된다.

그는 아무 소리도 없는 고요함에 몸을 두고, 일정한 방향도 없는 자유로운 행동을 한다. 허둥지둥 왔다갔다하고 있는 그대들을 이끌어 무한한 경지에 노닐게 할 것이다.

그는 드나듦에 있어 의지하는 곳이 없고, 태양처럼 시작도 끝도 없다. 그의 신체의 모양은 만물과 크게 하나가 되어 있으며, 크게 하나가됨으로써 자기가 없다. 자기가 없는데 어찌 사물의 존재를 인식하겠는가?

존재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란 옛날의 군자이며, 무만을 보고 있는 사람은 하늘과 땅의 벗인 것이다.

 

 

장자(외편) 재유 9 - 일이란 번거롭지만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천하기는 하지만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물건이다. 비천하기는 하지만 의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백성들이다. 귀찮기는 하지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일이다.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공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법이다. 본성과 먼 것이지만 실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의이다. 인정에 가까운 것이지만 널리 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인이다. 절도가 있기는 하지만 쌓여서 복잡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예이다. 잘 들어맞기는 하지만 높아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덕이다. 통일되어 있기는 하지만 변화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도이다. 신묘하기는 하지만 그것에 따라 행동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하늘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하늘을 잘 살펴 따르기만 하지 힘들여 일을 돕지는 않는다. 덕을 이루지만 쌓아 올리지는 않는다. 도를 따라가지만 모의하지는 않는다. 인에 합쳐지지만 그것에 의지하지는 않는다. 의에 몸을 두고 있지만 그것을 쌓지는 않는다. 예에 들어맞지만 꺼리는 것도 없다. 일을 처리해도 사양하지 않는다. 법에 따라 정제하여지되 어지러워지지 않는다. 백성들에게 의지하되 가볍게 여겨지지 않는다. 물건을 쓰기는 하되 버리지는 않는다.

일이란 할 만한 것은 못되지만 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다. 하늘에 밝지 않은 사람이란 덕에 있어서 순수하지 않다. 도에 통하지 않은 사람에게 잘 되는 것이라고는 없다.

도를 잘 모른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도란 무엇을 말하는가? 하늘의 도가 있고 사람의 도가 있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아도 존귀한 것은 하늘의 도이다. 인위적인 것으로서 번거로운 것이 사람의 도이다. 임금이란 하늘의 도에 속하는 것이고, 신하란 사람의 도에 속하는 것이다. 하늘의 도와 사람의 도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니 살피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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