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자(외편) 마제 1 - 자연에 맡겨 되는 대로 내버려두어라
말은 발굽으로 서리와 눈을 밟고, 털로는 바람과 추위를 막고 있다. 풀을 뜯고 물을 마시며 발을 높이 들고 날뛴다. 이것이 말의 참된 본성이다. 비록 높은 누대와 궁궐이 있다 해도 말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다.
백락이 말을 잘 다스린다면서 말에게 낙인을 찍고, 털을 깎고, 발굽을 다듬고, 굴레를 씌우고, 고삐와 띠를 맨 다음 구유가 딸린 마구간을 짓고 넣어두었다. 그러자 말 중에 죽는 놈이 열 마리 중에 두세 마리가 나왔다. 거기에다 말을 굶주리게 하고, 목마르게 하고, 너무 뛰게도 하고, 갑자기 달리게도 하며, 여러 가지 장식을 붙여 보기 좋게 꾸며 주었다. 말의 앞에는 거추장스러운 재갈과 머리장식이 있게 되었고, 뒤에는 채찍의 위협이 존재하게 되었다. 그러자 죽는 말이 반도 넘게 되었다.
옹기장이는 찰흙을 잘 다룬다고 하면서 둥근 것은 그림쇠에 맞추고, 모난 것은 굽은 자에다 맞춘다. 목수는 나무를 잘 다룬다면서 굽은 것은 갈고리에다 맞추고 곧은 것은 먹줄을 따라 자른다. 그러나 찰흙과 나무의 성질이 어찌 그림쇠나 굽은 자와 갈고리나 먹줄에 맞추려 들겠는가? 그런데도 세상에서는 대대로 백락은 말을 잘 다스리고, 옹기장이와 목수는 찰흙과 나무를 잘 다룬다고 불리고 있다. 이것도 역시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들의 잘못인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천하를 잘 다스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백성들에게는 일정한 본성이 있다. 길쌈을 해서 옷을 지어 입고, 농사를 지어 밥을 먹는데 이것을 다 같이 타고난 성질이라고 한다. 하나가 되어 치우치지 않는 것을 하늘에 맡겨 되는 대로 두는 것이라 말한다.
♣ 장자(외편) 마제 2 - 본성대로 소박하게 자연 속에 살아야 한다
최상의 덕으로 다스려지는 세상에서는 백성들의 행동이 신중하고 그들의 눈길은 한결같다. 그 때는 산에 오솔길도 없었고, 물 위에 배도 다리도 없었다. 만물이 무리를 이루어 살았고, 그들이 사는 고장 이웃하고만 접촉을 했다. 새와 짐승이 무리를 이루었었고, 풀과 나무는 제대로 자랐었다. 새와 짐승들을 끈으로 매어 끌고 다니며 놀 수가 없었고, 새의 둥지를 기어올라가 들여다 볼 수도 없었다.
지극한 덕으로 다스려지던 세상에서는 새나 짐승이 함께 어울려 살았었고, 만물이 무리를 이루어 다 같이 살았었다. 그러니 어떻게 군자와 소인이 있음을 알았겠는가? 다 같이 무지하여 그의 타고난 성질을 떠나지 않았었다. 다 같이 욕망이 없었는데 이것을 소박함이라 말한다. 소박함으로써 백성들의 본성은 보전되는 것이다.
성인이 나와 애써 인(仁)을 행하고, 힘써 의(義)를 행하게 되자, 사람들은 비로소 의심을 하게 되었다. 도에서 벗어난 음악을 작곡하고, 번거로운 예의를 제정하게 되자 세상 사람들이 비로소 분열하게 되었다.
나무의 순박함을 해치지 않고 어떻게 소머리를 조각한 술잔을 만들 수 있겠는가? 백옥을 쪼지 않고 어떻게 옥으로 된 그릇을 만들 수 있겠는가?
도와 덕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어찌 인의를 주장하겠는가? 본성과 진실함에서 떠나지 않았다면 어찌 예의와 음악을 쓸 필요가 있겠는가? 다섯 가지 빛깔이 어지러워지지 않았다면 누가 무늬와 채색을 만들었겠는가? 다섯 가지 소리가 어지러워지지 않았다면 누가 육률(六律)을 만들었겠는가?
소박함을 훼손하여 기구를 만드는 것은 공인의 죄이다. 도덕을 무너뜨리고 인의를 내세우는 것은 성인의 잘못이다.
♣ 장자(외편) 마제 3 - 인의로 본성을 잃게 만들어 세상이 어지러워졌다
말이 자유롭게 살고 있을 때에는 풀을 뜯고 물을 마시며, 기쁘면 서로 목을 맞대 비벼대고, 화가 나면 등을 돌려 서로 걷어찬다. 말의 지혜란 이것뿐이다.
그런데 말에게 멍에를 올려놓고 굴레로써 제약을 가하게 되자, 말은 수레채를 벗고, 멍에를 떨쳐버리고, 수레의 포장을 물어 찢고, 재갈을 뱉어내고, 고삐를 물어뜯을 줄 알게 되었다. 이처럼 말의 지혜를 도적처럼 교활하게 만든 것은 백락의 죄이다.
혁서씨 때에는 백성들은 살면서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걸어다니면서도 갈곳을 알지 못했다. 입에 음식을 문 채로 즐거워했고, 배를 두드리며 놀았었다. 백성들의 능력은 이 정도에 그쳤었다.
성인이 나와 예의와 음악으로 번거롭게 하여 천하의 모양을 뜯어 고쳤다. 인의를 내걸고 세상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그러자 백성들은 일에 힘쓰면서 다투어 이익을 추구하게 되었고, 이를 막을 수 없게 되었다.
이것도 역시 성인의 잘못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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