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상/장자

장자(외편) 달생

rainbow3 2019. 10. 18. 23:57


♣ 장자(외편) 달생 1 - 삶을 잊으면 정신이 손상 받지 않는다

 

삶의 진실에 통달한 사람은 타고난 본성으로 어쩔 수 없는 일에는 힘쓰지 않는다. 천명의 진실에 통달한 사람은 운명으로 어쩔 수 없는 일에는 힘쓰지 않는다.

육체를 보양하려면 반드시 먼저 물건이 있어야 하는데, 남아도는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육체를 보양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삶을 지탱하자면 반드시 먼저 육체를 손상시키지 말아야 하는데, 육체가 손상되지 않으면서도 삶을 잃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삶이 태어나는 것은 아무도 물리칠 수 없는 것이며, 삶이 떠나버리는 것도 아무도 멈추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육체를 보양하는 것으로 충분히 삶을 보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육체를 보양하는 것으로는 삶을 보존하기에 족하지 않다고 한다면, 세상에 할만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비록 할 만한 것이 못되는데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육체를 보양하는 데 대한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육체를 보양하려는 생각을 버리려 한다면 세상일을 버리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세상일을 버리면 아무런 거리낌도 없게 된다. 아무런 거리낌이 없으면 마음이 바르고 평안해진다. 마음이 바르고 평안하면 자연과 더불어 삶을 나날이 새로이 하게 될 것이다. 삶을 나날이 새로이 하게 되면 거의 도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다.

세상일은 일부러 버리지 않아도 버려지고, 삶은 일부러 잊지 않아도 잊어져야 한다. 일을 버리면 육체가 고생스럽지 않게 되고, 삶을 잊으면 정신이 손상 받지 않는다. 육체가 완전하고 정신이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간다면 자연과 일체가 되게 될 것이다. 하늘과 땅은 만물의 부모이다. 하늘의 양과 땅의 음의 기운이 합쳐지면 형체가 이루어지고, 흩어지면 처음의 아무 것도 없는 상태를 이루게 된다.

육체와 정신이 손상됨이 없는 것, 이것을 자연의 변화와 함께 옮아가는 것이라 한다. 그래서 정신의 정순함이 극점에 이르면 본원으로 돌아가서 하늘의 활동을 돕게 되는 것이다.

 

 

장자(외편) 달생 2 - 몸과 정신이 완전히 자연스러운 상태에 있으면...

 

열자가 관윤에게 물었다.

“지인은 물 속에 들어가도 숨막히지 않고, 불을 밟아도 뜨겁지 않으며, 만물 중에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하여 그렇게 되는 것입니까?”

관윤이 말했다.

“그것은 정순한 기운을 잘 지키기 때문이다. 지혜와 기교나 과단성과 용기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모든 모습과 모양과 소리와 색채를 지니고 있는 것은 모두 물건이다. 물건과 물건이 어찌 서로 사이가 멀겠는가? 어찌 그중 어느 것이 우선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것들은 형태와 빛깔에 의해 차이가 결정될 뿐이다.

물건의 형체가 이루어지기 전의 원초적인 경지에 이르고, 아무런 변화도 없었던 경지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지를 체득하여 추궁해 나가는 사람이라면 다른 물건이 어떻게 그의 행동을 제지할 수 있겠는가? 그런 지극한 사람은 자기 분수에 지나치지 않는 경지에 처신하고, 무한히 변화하는 법도에 몸을 맡기고, 만물이 시작되고 끝나는 변화 속에 노닌다.

그의 본성을 순박하게 하나되게 하고, 그의 정기를 기르고, 그의 덕을 자연에 합치시켜 만물이 이룩되는 조화에 통달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천성을 지키고 있는 것이 완전하며, 그의 정신에는 틈이 없는 것이니, 물건이 어디로부터 그에게 개입하겠는가?

술에 취한 사람은 수레에서 떨어져도 다치기는 하지만 죽지는 않는다. 몸의 골절은 다른 사람과 같지만 그를 손상시키는 데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은 술 취한 사람은 정신이 완전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수레에 타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떨어지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죽음과 삶, 놀람과 두려움이 그의 가슴속에 스며들지 않으므로 어떤 물건에 부딪친다 해도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는 술에 의해 완전한 정신 상태를 얻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것이다.

그러니 하물며 자연에 의해 완전한 정신 상태를 얻은 사람이야 어떻겠는가?

성인은 자연에 몸을 담고 있으므로 아무 것도 그를 손상시킬 수 없는 것이다.

원수를 갚으려는 사람도 원수의 칼까지 꺽지는 않으며, 비록 성을 잘 내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도 바람에 날려온 기왓장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물건처럼 무심한 경지에 이르면 온 천하가 태평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을 공격하여 싸우는 혼란이 없어지고, 사람을 죽이는 형벌이 없어지려면 이 길을 따라야만 되는 것이다.

인위적인 자연을 개발시키지 않고, 자연스러운 자연을 개발시키는 사람에게는 덕이 생겨날 것이고, 인위적인 것을 개발시키는 사람에게는 피해가 생겨날 것이다. 자연스러움을 싫어하지 않으면서, 인위적인 것을 삼갈 줄 알아야만 한다. 그러면 백성들은 거의 그의 천진함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장자(외편) 달생 3 - 자연의 도를 통하는 데는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공자가 초나라로 가는 길에 숲 속을 지나다가 꼽추가 매미를 잡는 것을 보았는데, 마치 매미를 줍듯 하고 있었다.

공자가 물었다.

“당신의 재주는 참으로 교묘하군요. 무슨 도가 있는 것입니까?”

꼽추가 대답했다.

“제게도 도가 있습니다. 오뉴월 사이에 매미채 위에 알을 두 개 포개어 놓고서 떨어뜨리지 않게 되면, 실패하는 일이 극히 적게 됩니다. 알을 세 개 포개어 놓고서도 떨어뜨리지 않게 되면 실패하는 일은 열에 한번 정도 있게 됩니다. 알을 다섯 개 포개어 놓고도 떨어뜨리지 않게 되면 마치 매미를 줍듯이 잡게 됩니다.

지금 나의 몸가짐은 마치 베어낸 나무 등걸 같고, 나의 팔놀림은 마치 마른 나뭇가지 같이 됩니다. 비록 하늘과 땅이 크고 만물은 많다고 하지만 오직 매미 날개만을 알게 됩니다. 나는 몸과 마음이 젖혀지지도 않고, 기울어지지도 않으며, 어떤 일에도 매미 날개에 대한 집념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그러니 어찌 잡히지 않겠습니까?”

공자가 그의 제자들을 돌아다보면서 말했다.

“의지가 헛갈리지 않고 통일되면 귀신에 가깝게 되는 법이라 했는데, 그것은 저 꼽추 영감을 두고 한 말 같구나.”

 

 

장자(외편) 달생 5 - 양생을 위해서는 일상생활이 중요하다

 

전개지가 주나라 위공을 만났을 때 위공이 말했다.

“내가 듣건대 축신은 양생을 배웠다 합니다. 선생께서는 축신에게 배웠으니 무슨 얘기를 들으셨습니까?”

전개지가 말했다.

“저는 빗자루를 들고 뜰 앞에서 시중을 들었을 뿐인데 선생님께 무엇을 들었겠습니까?”

위공이 말했다.

“너무 겸손하십니다. 들려주십시오.”

전개지가 말했다.

“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양생을 잘하는 사람은 양을 치는 것이나 같은 것이어서, 그 중 뒤쳐지는 놈을 발견하여 채찍질하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위공이 말했다.

“무슨 뜻입니까?”

“노나라에 단표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위 굴 속에 살면서 골짜기 물을 마시며 지냈습니다. 백성들과 이익을 다투지 않고, 나이가 칠십이 되었어도 어린아이 같은 얼굴빛이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굶주린 호랑이를 만나 잡아먹혀 버렸습니다. 또 장의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부잣집이고 가난한 집이고 가라지 않고 돌아다니며 사귀지 않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이 사십 세에 열병에 걸려 죽어버렸습니다.

단표는 그의 속마음을 길렀으나 그의 밖을 호랑이가 잡아 먹어버렸습니다. 장의는 그의 외부의 교제는 잘 하였으나 그의 안에서 병이 그를 공격했습니다. 이 두 사람은 모두가 그 중 뒤쳐지는 놈에게 채찍질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공자도 말하기를「안으로 들어가 내부만을 기르면서 숨지 말고, 밖으로 나와 외부만을 기르며 드러내지도 말고, 마른 나무처럼 중앙에 우뚝 서 있어야 한다. 내부와 외부와 중앙의 조화가 잘 터득되면 그는 지극한 사람으로서 이름을 얻게 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험난한 길이 있어 열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지나다 죽는다면 곧 그 부자와 형제들은 서로 경계를 할 것이며, 반드시 많은 하인들을 보호자로 데리고서야 그 길을 나설 것입니다. 이것이 지혜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가장 두려워해야 할 곳은 방의 이불 속이나 먹고 마시고 하는 일상 생활입니다.  그러니 그것들을 경계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잘못된 것입니다.”

 

 

장자(외편) 달생 6 - 모든 생명은 본성대로 편안히 살기를 원한다

 

제사를 관장하는 관리가 예복을 차려 입고 돼지우리로 가서는 돼지에게 말했다.

“너는 어째서 죽음을 싫어하느냐? 내가 석 달 동안 몸을 깨끗이 하고, 사흘동안 금기를 지켜, 흰 띠풀을 깔고 요리한 다음 너의 어깨와 엉덩이 고기를 장식된 제기 위에 모셔 놓으려 한다. 그러면 너도 좋지 않겠느냐?”

돼지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겨나 지게미를 먹으면서 살더라도 돼지우리 속에 그냥 있는 것이 좋다.”

사람이 자신을 위해서 생각할 때에는 살아서는 높은 벼슬자리에 있고, 죽어서는 상여 위 아름다운 관속에 놓이게 된다면 그렇게 하려고 할 것이다. 돼지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는 그의 편안한 삶을 부정하면서도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는 편안한 삶을 취하고 있으니, 돼지만을 다르게 취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장자(외편) 달생 7 - 사람의 병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제나라 환공이 택지로 사냥을 나갔는데, 관중이 수레를 몰고 있었다. 그 때 환공이 귀신을 보고서 관중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중부께서도 무엇을 보셨습니까?”

관중이 대답했다.

“아무 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환공은 돌아와서 헛소리를 하며 실성한 병에 걸려 여러 달 출입을 못했다.

제나라 선비 중에 황자고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환공을 찾아보고 말했다.

“임금님께서는 스스로 앓도록 만드신 것입니다. 귀신이 어찌 임금님을 앓도록 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마음 속에 엉긴 기운이 흩어지기만 하고 되돌아오지 않으면 정신상태가 불안전하게 됩니다. 기운이 올라가기만 하고 내려오지 않으면 사람을 쉽사리 성내게 만듭니다. 내려가기만 하고 올라오지 않으면 사람으로 하여금 잘 잊도록 만듭니다. 올라가지도 않고 내려오지도 않아서 몸 속에 담겨 심장에 가득 차면 곧 병이 됩니다.”

환공이 말했다.

“그건 그렇다 치고 귀신은 있는 것입니까?”

황자고오가 대답했다.

“있습니다. 진흙탕에는 이라는 귀신이 있고, 부엌 아궁이에는 계라는 귀신이 있습니다. 집안의 쓰레기더미에는 뇌정이라는 귀신이 생기게 되고, 집의 동북쪽 모퉁이에는 배아해룡이라는 귀신이 뛰어다니고, 서북쪽 모퉁이에는 일양이라는 귀신이 있기 마련입니다. 물에는 망상이라는 귀신이 있고, 언덕에는 졸이라는 귀신이 있으며, 산에는 기라는 귀신이 있고, 들에는 방황이라는 귀신이 있으며, 못에는 위사라는 귀신이 있습니다.”

환공이 물었다.

“위사라는 귀신은 모양이 어떻게 생겼습니까?”

황자고오가 대답했다.

“위사는 그 굵기가 수레바퀴 통 만하고, 길이는 수레 멍에 만하며, 자주색 옷에 붉은 관을 쓰고 있습니다. 그 놈의 성질은 수레 달리는 소리를 듣기 싫어하며, 사람을 보면 그의 목을 빼어들고 섭니다. 그 놈을 본 사람은 거의 모두 패자가 된다고 합니다.”

환공은 기뻐서 웃으며 말했다.

“그것이 바로 내가 본 놈입니다.”

그리고는 옷과 관을 바르게 하고 그와 함께 앉아 얘기를 하였는데, 하루도 넘기기 전에 어느덧 병이 나아버렸다.

 

 

장자(외편) 달생 8 - 단계적으로 수양을 쌓아 완전한 덕을 지녀야 한다

 

기성자가 임금을 위해서 싸움닭을 기르고 있었다. 임금이 열흘만에 닭을 싸움시킬 수 있겠는가 묻자 그가 대답했다.

“안됩니다. 아직 쓸데없이 거만하여 기운만 믿고 있습니다.”

열흘만에 다시 물으니 그가 대답했다.

“안됩니다. 아직도 상대방에 대해 울림이나 그림자처럼 호응합니다.”

열흘을 더 지나 물으니 그가 대답했다.

“안됩니다. 아직도 상대방을 노려보며 기운이 성합니다.”

열흘이 더 지나 물으니 그가 대답했다.

“거의 다되었습니다. 비록 상대방 닭이 운다 해도 이미 아무런 태도의 변화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를 바라보면 마치 나무로 깎아놓은 닭과 같습니다. 그의 덕은 완전해졌습니다. 다른 닭들은 감히 덤벼들지 못하고 보기만 해도 되돌아 달아날 것입니다.”

 

 

장자(외편) 달생 9 - 사사로움을 버리고 자연의 움직임에 맡겨라

 

공자가 여양에 구경을 갔다. 거기에는 삼십 길 높이의 폭포가 있었는데, 물거품이 삼십 리나 소용돌이치며 흐르고 있어 큰 자라나 악어나 물고기나 자라도 헤엄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한 남자가 거기에서 헤엄치는 것을 보고는, 걱정이 있어 죽으려는 사람인 줄로 생각하고는 제자들을 시켜 흐름을 따라 내려가 그를 구해주도록 했다. 그러나 그는 수백 보를 헤엄치고 나와서는 머리를 흩트린 채 노래를 부르며 언덕 아래를 거닐고 있었다.

공자가 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나는 선생을 귀신인 줄 알았는데 아무리 살펴보아도 사람이 분명하군요. 물 속을 헤엄치는 데도 특별한 도가 있는 것입니까?”

남자가 말했다.

“없습니다. 내게는 도가 없습니다. 나는 습성으로 헤엄을 시작했는데 습성이 성격으로 발전되고, 성격이 천명으로 이룩된 것입니다. 나는 소용돌이와 함께 들어가서 솟아오르는 물길과 함께 물위로 나옵니다. 물길을 따를 뿐이지 사사로운 힘을 쓰지 않습니다. 이것이 내가 여기에서 헤엄을 칠 수 있는 까닭입니다.”

공자가 말했다.

“무엇을 두고 습성으로 시작하여 성격으로 발전되고 천명으로 이룩된다고 하는 것입니까?”

남자가 말했다.

“우리가 육지에서 나서 육지에서 편히 지내고 있는 것이 습성입니다. 물 속에서 자라나서 물에서 편안히 지내게 되는 것이 성격입니다. 내가 그렇게 되는 까닭은 알지 못하는데도 그렇게 되는 것이 천명입니다.”

 

 

장자(외편) 달생 10 - 자연의 이치에 따라 천연에 합치되면 신기에 이른다

 

재경이라는 명공이 나무를 깎아서 북틀을 만들었다. 북틀이 만들어지자 그것을 본 사람들이 귀신의 솜씨 같다고 모두 놀랐다. 노나라 제후가 그것을 보고 재경에게 물었다.

“그대는 무슨 도술로 이것을 만들었는가?”

재경이 대답했다.

“목수인 제게 무슨 도술이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한가지 원리는 있습니다. 저는 북틀을 만들려 할 때는 감히 기운을 소모하는 일이 없이 반드시 재계를 함으로써 마음을 고요히 만듭니다. 사흘동안 재계를 하면 감히 이익과 상이나 벼슬과 녹을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닷새동안 재계를 하면 감히 비난과 칭찬이나 교묘함과 졸렬함을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이레동안 재계를 하면 문득 제가 지닌 손발과 육체까지도 잊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나라의 조정도 안중에 없고, 오로지 안으로 기교를 다하기만 하며, 밖의 혼란 같은 것은 없어져 버립니다. 그렇게 된 뒤에야 산림으로 들어가 재목의 성질을 살피고, 모양도 완전한 것을 찾아냅니다. 그리고는 완전한 북틀을 마음속에 떠올린 뒤에야 손을 대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그만둡니다. 곧 저의 천성과 나무의 천성을 합치시키는 것입니다. 제가 만든 기구가 신기에 가까운 이유는 아마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장자(외편) 달생 11 - 본성을 무시한 인위적 기교는 실패하게 된다

 

동야직이라는 사람이 수레를 모는 기술을 가지고 장공을 만났다. 그의 수레 모는 솜씨는 나가고 물러나는 것이 먹줄에 들어맞을 듯이 곧았고, 좌우로 도는 것은 그림쇠에 들어맞을 듯이 정원형을 그렸다. 장공은 옛날 조부도 이보다 더 낫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에게 밭이랑 길을 돌아오도록 했다.

안합이 그를 만나고 돌아와 장공에게 말했다.

“동야직의 말이 넘어지고 말 것입니다.”

장공은 묵묵히 대답을 않고 있었는데, 과연 조금 후에 말이 넘어져서 돌아왔다.

장공이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말이 넘어질 것을 알았습니까?”

안합이 대답했다.

“그는 말의 힘이 다 했는데도 계속 달리게 하려고 했으므로 넘어질 것이 분명했습니다.”

 

 

장자(외편) 달생 12 - 마음과 외물이 동화되면 가장 편안하다

 

공수가 손으로 도안을 하면 그림쇠나 굽은 자를 쓴 것과 같이 정확했다. 그의 손가락이 물건에 동화되어 있어서 마음으로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그의 정신은 하나로 되어 아무런 거리낌도 받지 않는 것이다. 발을 잊는 것은 신이 알맞기 때문이다. 허리를 잊는 것은 허리띠가 알맞기 때문이다. 옳고 그른 것을 잊는 것은 편안하고 알맞기 때문이다. 안으로 마음이 변하지 않고, 밖으로 물건에 이끌리지 않는 것은 사리와 경우에 편안하고 알맞기 때문이다. 알맞음에서 시작하여 알맞지 않은 일이 없게 되면, 알맞음이 알맞은 것조차도 잊게 되는 것이다.

 

 

장자(외편) 달생 13 - 자신의 수양과 용기를 남에게 보이지 마라

 

손휴라는 사람이 편경자의 집을 찾아가서 말했다.

“저는 고을에 살면서 수양이 되지 않았다는 말을 듣지 않았고, 어려움을 당해서도 용기가 없다는 말을 듣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밭과 들판에서 농사를 지어도 풍년을 만나보지 못하고, 임금을 섬김에도 좋은 때를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향리로부터는 배척을 받고 고을로부터는 쫓겨나게 된 처지인데 무슨 죄 때문입니까? 천명일까요? 저는 어째서 이런 운명을 당해야 됩니까?”

편경자가 말했다.

“당신은 지인의 행동에 대해서 들어보지 못했습니까? 자신의 간과 쓸개조차도 잊고 자기의 눈과 귀조차도 잃어버린 채, 망연히 티끌과 먼지의 세상 밖에 노닐며 일할 것이 없는 직업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지내는 것입니다. 이것을 두고서 일을 하면서도 능력을 믿지 않고, 우두머리가 되면서도 남을 지배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신은 지식을 꾸며대어 어리석은 사람을 놀라게 하며, 몸을 닦아 남의 더러움을 밝히면서, 해와 달처럼 당신을 드러내려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런 당신이 육체를 온전히 지니고 이목구비를 다 갖추고서, 중도에 일찍이 귀머거리나 장님이나 절름발이가 되지 않고, 보통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 하늘을 원망할 겨를이 있겠습니까. 어서 가보시오.”

손휴가 나가자 편경자는 방으로 들어와 한참 동안 앉아 있다가는 하늘을 보며 탄식을 했다. 그러자 제자가 물었다.

“무엇 때문에 탄식을 하십니까?”

편경자가 말했다.

“조금 전에 손휴가 왔을 때 나는 그에게 지인의 덕을 얘기해 주었다. 나는 그가 놀라서 마침내는 미혹되게 될까봐 겁이 나는 것이다.”

제자가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손휴의 주장이 옳고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이 틀렸다면, 그른 것이 옳은 것을 미혹하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손휴의 주장이 틀렸고 선생님의 말씀이 옳았다면, 그는 본시 미혹한 상태로 왔던 것이니 어찌 선생님의 잘못이 되겠습니까?”

편경자가 말했다.

“그렇지 않다. 옛날에 한 마리의 새가 날아와 노나라 교외에 앉았다. 노나라 임금은 그 새를 좋아해서 소와 양과 돼지를 잡아 그 새에게 먹이고, 구소의 음악을 연주하여 그 새를 즐겁게 해주려고 했다. 그러나 그 새는 처음부터 근심하고 슬퍼하면서 눈이 어지러워져서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못했다. 이것은 자기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길렀기 때문이다. 만약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려면 마땅히 깊은 숲 속에 살게 하고, 강물과 호수 위에 떠다니게 하고, 진흙 속의 미꾸라지를 잡아먹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처럼 넓은 땅에 편안히 지내게 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 손휴는 멍청하고 견문이 적은 사람인데도 내가 그에게 지인의 덕을 얘기 해준 것은 마치 생쥐를 수레나 말에 태워주고 작은 메추라기를 아악으로써 즐겁게 해주려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가 어찌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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