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자(외편) 산목 1 - 집착 없이 변화하며 중간에 처한다
장자가 산 속을 가다가 가지와 잎이 무성한 큰 나무를 보았다.
나무꾼이 그 옆에 있으면서도 나무를 베지 않아 그 까닭을 물으니 쓸모가 없다는 것이었다.
장자가 말했다.
“이 나무는 쓸모가 없기 때문에 타고난 수명을 다 누리는구나.”
장자가 산에서 내려와 친구의 집에 머물게 되었다. 친구는 기뻐하며 하인에게 거위를 잡아 요리를 하라고 했다.
하인이 물었다.
“그 중 한 놈은 잘 울고 한 놈은 울 줄을 모르는데 어느 놈을 잡을까요?”
주인이 말했다.
“울지 못하는 놈으로 잡아라”
제자가 장자에게 물었다.
“어제 산 속의 나무는 쓸모가 없어 천수를 다했는데, 오늘의 거위는 쓸모가 없어 죽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처신하시겠는지요?”
장자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재목이 되고 재목이 되지 않는 것의 중간에 처신하겠다. 그러나 재목이 되고 재목이 되지 않는 것의 중간이란 것은, 도와 비슷하기는 하나 참된 도는 아니므로 화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자연의 도와 덕을 타고 유유히 떠다니는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칭찬도 없고 비방도 없으며, 한번은 용이 되었다가 한번은 뱀이 되었다가 시간과 더불어 변화하면서 한 곳에 집착하지 않고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조화로움을 자신의 법도로 삼을 것이다. 만물의 근원에서 노닐게 하여, 사물을 사물로 부리되 외물에 의해 사물로서의 부림을 받지 않을 것이니 어찌 재난 같은 것이 있을 수 있겠느냐? 이것이 바로 신농씨와 황제의 법칙인 것이다. 그러나 만물의 실체나 인간 세상의 이치는 그렇지 않아서, 모이면 흩어지고, 이루면 무너지고, 모가 나면 깎이고, 높아지면 비난받고, 무언가 해놓으면 훼손당하고, 어질면 모함을 받고, 어리석으면 속임을 당한다. 그러니 어떻게 재난을 면할 수 있겠느냐? 자연의 도와 덕이 행하여지는 곳에서만 재난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 장자(외편) 산목 2 - 빈배처럼 자신을 비우면 걱정도 해도 없다
시남의요가 노나라 제후를 만나니, 노나라 제후는 근심하는 빛을 띠고 있었다.
의요가 말했다.
“임금께서는 어찌 근심스러운 빛을 띠고 계십니까?”
노나라 제후가 말했다.
“나는 옛 훌륭한 임금들의 도를 배웠고, 옛 임금들이 하신 일을 닦았습니다. 귀신을 공경하고 현명한 사람들을 존중하며 그들과 친근히 지내면서 일을 하고 잠시도 멈추는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환란을 면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 때문에 근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의요가 말했다.
“임금님의 걱정을 없애는 방법은 얕으십니다(깊지 못하다). 살찐 여우와 아름다운 무늬의 표범이 산림 속에 살면서 바위굴에 숨어 있는 것은 고요함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밤에는 움직이고 낮에는 굴속에 들어앉아 있는 것은 경계하기 위한 것입니다. 비록 배고프고 목마르며 곤궁한 처지에 있다 해도 먼 강과 호숫가로 가서 먹이를 구하는 것은 안정을 위해서입니다. 그런데도 그물과 덫의 걱정을 면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들의 가죽이 재난의 원인 되는 것입니다. 지금 임금님께 있어서 노나라는 그 가죽과 같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바라건대 임금님께서는 육체를 잘라내고 가죽을 벗어버리며 마음을 씻어내고 욕망을 없애버리고서 아무도 없는 들판에 노닐도록 하십시오.
남월에 한 고을이 있는데 이름을 건덕이라 부릅니다. 그 곳의 백성들은 어리석고 순박하며, 사사로움이 적고 욕망도 적으며, 일 할 줄만 알았지 물건을 저장해 둘 줄은 모릅니다. 남에게 무엇을 주고도 대가를 바라지 않으며, 어떤 것이 정의로운 것인지 알지 못하며 예의란 어떻게 하여야 지켜지는 것인지도 알지 못합니다. 멋대로 무심히 행동하면서도 위대한 자연의 도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삶은 즐겁기만 하며 죽으면 편히 묻힙니다. 임금께서도 나라를 떠나 속된 일을 버리시고 자연의 도와 어울리며 그곳에 가십시오.”
노나라 제후가 말했다.
“그 곳에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거니와 또 강과 산이 막혀 있는데 내게는 수레도 배도 없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의요가 말했다.
“육체적인 방만을 없애시고 높은 지위를 생각하는 마음을 없앰으로써 임금님의 배와 수레를 삼으십시오.”
노나라 제후가 말했다.
“그 곳으로 가는 길은 아득히 멀고 아무도 없는데 누구와 이웃을 삼고 지낸단 말입니까? 내게는 먹을 것도 없고 양식도 없는데 어떻게 그 곳에 갈 수 있겠습니까?”
의요가 말했다.
“비용을 적게 하시고 욕망을 줄이시면 비록 양식이 없다 해도 풍족하게 됩니다. 강을 건너고 바다에 배를 띄우게 되면 바라보아도 그 끝이 보이지 않고, 갈수록 그 끝나는 곳을 알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배웅하는 사람들이 모두 강 언덕에서 돌아가 버리면 멀리 자유로운 경지로 떠나게 될 것입니다.
사람을 다스리는 사람은 재난이 있게 되고, 사람들에게 보호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근심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요임금은 사람을 다스리지 않았고, 사람들의 보호도 받지 않았었습니다. 스스로의 재난을 제거하고 근심을 없애고서 홀로 도와 더불어 크게 광막한 나라에서 노니십시오.
배를 나란히 하고 황하를 건널 때 만약 빈배가 와서 자기 배에 부딪힌다면 비록 마음이 좁은 사람이라 해도 성을 내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한 사람이라도 그 배에 타고 있다면 소리쳐 배를 다른 곳으로 저어가라고 할 것입니다. 한 번 소리쳐 듣지 못하면 두 번 소리칠 것이고, 그래도 듣지 못하면 세 번 소리치면서 반드시 욕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앞에서는 성내지 않다가 지금은 성내고 소리치는 것은 앞의 배는 빈배였는데 지금은 사람이 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자기를 텅 비우고 세상을 노닌다면 그 누가 그를 해칠 수 있겠습니까?”
♣ 장자(외편) 산목 3 - 무심히 자연에 따르면 장애가 없다
북궁사가 형나라 영공을 위해 백성들로부터 세금을 거둬 종을 만들게 되었다. 그는 성곽 문 밖에 제단을 만들고 석 달만에 위 아래로 종을 거는 종 틀을 완성했다.
왕자인 경기가 보고 그에게 물었다.
“어떤 방법을 써서 이렇게 만들었습니까?”
북궁사가 말했다.
“순일함을 지니고 있었을 뿐이지 아무런 다른 방법을 쓴 것이 없습니다. 제가 듣건대 구슬이라는 것은 깎고 쪼고 함으로써 본연의 소박함으로 복귀하게 된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멍청히 아무런 의식도 없이 바보처럼 행동했습니다. 의식 없이 변화하는 대로 가는 것은 보내고 오는 것은 맞이했습니다. 오는 것은 막지 않고 가는 것은 잡지 않았습니다. 순종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대로 놔두고 유순히 따르는 사람들 또한 그대로 두었습니다. 스스로 힘이 닫는 대로 하도록 내버려 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침저녁으로 세금을 거두어 들여도 터럭 끝만큼도 백성들을 손상시키지 않은 것입니다. 제가 이 정도이니 하물며 위대한 도를 터득한 분은 어떻겠습니까?”
♣ 장자(외편) 산목 4 -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 해를 입지 않는다
공자가 진나라와 채나라 중간에서 사람들에게 포위 당해 칠일 동안이나 더운 음식을 먹지 못했다.
그 때 태공임이 찾아와서 공자를 위문하여 말했다.
“선생님은 죽게 될 것 같습니다.”
공자가 답했다.
“그렇소.”
태공임이 말했다.
“선생님은 죽는 것을 싫어하십니까?”
공자가 답했다.
“그렇소.”
태공임이 말했다.
“제가 시험삼아 죽지 않는 법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동해에 새가 있는데 그 이름을 의태라 부릅니다. 그 새는 본성이 느려서 아무 능력도 없는 듯이 보입니다. 날 때는 다른 새들이 서로 이끌어 주어야 날고, 쉴 때는 다른 새들과 붙어 있습니다. 나아갈 때는 감히 다른 새들의 앞에 서지 않고, 물러설 때는 다른 새들보다 뒤서지 않습니다. 먹이를 먹을 때도 감히 다른 새들보다 앞서 맛보지 않고, 반드시 다른 새가 먹고 난 나머지를 먹습니다. 그래서 그 새는 다른 새들 무리에게 배척 당하는 일이 없고, 사람들에게도 해를 입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재난을 면하고 있습니다.
곧은 나무는 먼저 잘리고, 맛있는 우물은 먼저 마르는 법입니다. 선생을 보면 자신의 지식을 꾸며 어리석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몸을 닦아 남의 허물을 들추어내고, 마치 해와 달을 걸고 가듯이 훤하게 자신을 내세우기 때문에 환난을 면치 못하는 것입니다.
옛날에 내가 위대한 덕을 이룬 사람에게서 들은 바에 의하면, 스스로 뽐내는 자는 공이 없게 되고, 공을 이루고 물러나지 않는 자는 실패하게 되며, 명성을 이루고 그대로 머물고자 하는 자는 욕을 보게 된다고 했습니다.
어느 누가 과연 공명을 마다하고 보통 사람들과 같이 처신하겠습니까? 그의 도가 널리 행하여져도 자기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그의 덕이 세상에 시행되어도 명성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마음을 순수하게 가지고, 언제나 한결같이 행동하여 마치 미친 사람인 것처럼 무심하게 공적을 남기지 않고, 권세를 버리며 공명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러면 남을 책잡을 일도 없고, 남에게 책잡힐 일도 없을 것입니다. 지인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법이건만 선생께서는 어째서 공명을 좋아하는 것입니까?”
이 말을 들은 공자는 곧 사람들과의 교류를 끊고 제자들을 버리고 큰 늪지에 숨어 도토리와 밤을 주워 먹으며 살았다. 그리하여 짐승들 사이로 들어가도 무리가 흩어지지 않았고, 새들 틈에 들어가도 그 행렬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새와 짐승들도 그를 싫어하지 않았으니 하물며 사람들이야 어땠겠는가!
♣ 장자(외편) 산목 5 - 담백함으로 친해지고 달콤함으로 끊어진다
공자가 자상호에게 물었다.
“저는 노나라에서 두 번 쫓겨났고, 송나라에서는 뽑힌 나무에 죽을 뻔했고, 위나라에서는 쫓겨났으며, 송나라와 주나라에서는 궁지에 몰렸고, 진과 채 두 나라 사이에서는 포위 당했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차례 어려움을 당하게 되자, 친한 사람들과의 교분은 점차 멀어지고 제자들도 차츰 흩어지게 되었는데, 이 어찌 된 까닭입니까?”
자상호가 대답했다.
“그대는 가나라에서 도망쳤다는 사람의 얘기를 듣지 못했습니까? 임회라고 하는 사람은 천금 가치가 나가는 옥을 버린 채 아기를 업고 도망쳤답니다. 어떤 사람이 그에게「값어치로 따지면 아기는 별로 나가지 않으며, 짐 되기로 말하면 아기가 더 힘이 듭니다. 그런데도 값나가는 옥을 버리고 아기를 업고 도망친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라고 물었더니, 임회는「옥은 이익으로 결합된 것이지만 아기는 하늘이 맺어 준 것입니다. 이익으로 맺어진 사람들은 어려움과 곤란함을 당하게 되면 서로를 버리게 되지만, 하늘이 맺어준 사람들은 어려움과 곤란함을 당하게 되면 서로 단결하는 것입니다. 서로 버리려는 것과 서로 단결하는 것은 역시 그 차이가 매우 멉니다.」라고 대답했답니다.
또한 군자의 사귐은 물같이 담백하지만 소인의 사귐은 단술처럼 달콤합니다. 군자의 사귐은 담백하기 때문에 친해지고, 소인의 사귐은 달콤하기 때문에 끊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려 까닭 없이 맺어진 것은 까닭 없이 떨어져 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공자가 말했다.
“가르침을 잘 받들겠습니다.”
그리고 공자는 천천히 걸으면서 돌아와 학문을 끊고 책을 버렸다. 제자들은 그의 앞에서 허리를 굽히지 않게 되었으나 그들의 친애는 더욱 높아졌다.
다음날 자상호가 다시 말했다.
“순임금이 임종 때 우에게 명했습니다.
「그대는 다음의 것을 경계하라. 육체는 자연을 따르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으며, 심정은 본성을 따르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자연을 따르면 서로 떨어지지 않게 되고, 본성을 따르면 수고롭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자연으로부터 떨어지지 않고 수고롭지 않게 된다면 학문을 추구하여 자신을 꾸미려 하지 않게 됩니다. 학문을 추구하여 자신을 꾸미려 하지 않게 되면 밖의 물건에 자신을 의지하지 않게 됩니다.”
♣ 장자(외편) 산목 6 - 때를 못 만났음을 탓하지 말고 순리를 따라라
장자가 누더기로 기운 거친 무명옷에다 삼줄로 얽어맨 신을 신고서 위나라 임금을 찾아갔다.
위나라 임금이 말했다.
“어쩌다 선생은 이토록 곤경에 빠졌습니까?”
장자가 말했다.
“가난한 것이지 곤경에 빠진 것은 아닙니다. 선비에게는 자연의 도와 덕이 있는데 그것을 실행하지 못하는 것이 곤경에 빠지는 것입니다. 옷이 해지고 신발에 구멍이 난 것은 가난한 것이지 곤경에 빠진 것은 아닙니다. 이것이 바로 때를 만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나무에 기어오르는 원숭이를 보지 못하셨습니까? 원숭이는 남나무나 가래나무나 상장나무 같은 큰 나무에 올라 나뭇가지에 매달려 지낼 때에는 예나 봉몽과 같은 명궁이라 해도 제대로 겨냥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원숭이가 산뽕나무나 가시나무나 탱자나무 같은 작은 나무 사이에 있을 때에는 위태로운 듯이 곁눈질을 하며 다니고 두려움에 덜덜 떨게 됩니다. 이것은 원숭이의 근육이나 뼈가 굳어져 유연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가 처해 있는 형세가 불편하여 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같이 혼미한 임금과 어지러운 신하들 사이에 처신하면서 곤경에 빠지지 않으려 한다 해도 어찌 그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이것은 충신인 비간이 심장을 도려내게 된 것으로도 증명이 됩니다.”
♣ 장자(외편) 산목 7 - 곤경에 처해도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변화에 순응하라
공자가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 곤경에 빠져 칠일 동안이나 불로 익힌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자는 왼손은 마른 나무에 걸쳐놓고 오른 손으로는 마른 나뭇가지를 두드리며 신농씨의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그에게 악기는 있었지만 절주가 없고, 그의 소리는 있지만 음률은 없는 상태였는데, 두드리는 나무소리와 그의 목소리는 잘 어울려 사람의 마음을 울렸다. 그 때 안회가 두 손을 모아 쥐고 눈길을 떨궈 공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공자는 안회가 자기의 뜻을 확대 해석해 재난을 크게 생각하거나 자기를 아낀 나머지 슬퍼할까 두려워 말했다.
“안회야. 자연의 재해를 받아들이지 않고 편히 지내기는 쉽지만, 인위적인 부귀를 받아들이지 않고 마음을 바르게 갖기란 어려운 것이다. 모든 일은 시작되면 끝나지 않는 것이 없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사람이란 자연과 한가지인 것이다. 지금 노래를 부른 것은 누구였더냐?”
안회가 말했다.
“자연의 재해를 받아들이지 않고 편히 지내기는 쉽다는 말씀의 뜻을 알고 싶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굶주림과 목마름과 추위 더위와 궁색해져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천지의 운행이며 만물 변화의 표현이다. 그 말은 이런 운행변화와 함께 변화하여 가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뜻한다. 신하된 사람은 임금의 명으로부터 감히 벗어나지 못한다. 신하 노릇을 하는 도리도 이와 같은데 하늘을 대하는 도리야 어떻겠느냐?”
안회가 다시 물었다.
“무엇을 두고 인위적인 부귀를 받아들이지 않고 마음을 바르게 갖기는 어렵다고 하는 것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처음 출세를 하고 보면 모든 것이 뜻대로 되고, 벼슬과 녹이 더불어 보태져서 궁하지 않게 된다. 이것은 밖의 물건이 이롭게 해주는 것이지 자기가 지니고 있던 것은 아니다. 결국 나의 운명이 밖으로부터 지배당하게 되는 것이다. 군자는 도둑질을 하지 않고, 현명한 사람은 물건을 훔치지 않는 법인데, 우리가 벼슬이나 녹 같은 것은 취하는 것은 어째서일까?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새 중에서는 제비보다 지혜로운 것이 없다. 눈으로 보아서 처신하기 부적합한 곳이면 뒤돌아볼 것도 없이 달아난다. 비록 그의 먹이를 떨어뜨렸다 해도 그것을 버리고 달아난다. 제비는 그처럼 사람들을 두려워 하지만 사람들이 사는 집으로 들어와 집을 짓고 사는데, 그 것은 살 곳과 먹을 것이 있기 때문이다.”
안회가 물었다.
“무엇을 두고 모든 일이 시작되면 끝나지 않는 것이 없이 변화한다고 하는 것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만물은 변화하고 있지만 그렇게 만드는 것이 누구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러니 어찌 변화가 끝나는 곳을 알겠으며, 어찌 변화가 시작되는 곳을 알겠느냐? 자기를 올바르게 하고 그 변화에 호응할 뿐인 것이다.”
안회가 물었다.
“무엇을 두고 사람과 자연이 한가지라 하셨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자연이 존재하는 것도 자연이고, 사람이 존재하는 것도 역시 자연이다. 사람이 자연의 도를 터득하지 못하는 것은 자기 성격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성인이란 편안히 자연의 변화에 몸을 맡겨 끝 가는 데까지 가는 것이다.”
♣ 장자(외편) 산목 8 - 자신을 잊고 외물을 추구하는 것은 재난의 원인이다
장자가 숲 속을 거닐다가 이상한 까치를 보았다. 엄청나게 큰 날개와 눈을 가진 까치는 장자의 이마를 스치고 밤나무 숲으로 날아가 앉았다.
장자가 말했다.
“무슨 새가 날개는 크면서도 멀리 날지 못하고, 눈이 크면서도 잘 보지 못하는구나.”
장자는 바지를 걷어올리고 빠른 걸음으로 숲 속으로 들어가 활을 들고 그 새를 겨누었다.
이 때 매미 한 마리가 나무그늘에 앉아 자신의 몸조차도 잊고 울고 있었다. 그 매미를 잡으려고 사마귀 한 마리가 나뭇잎에 몸을 숨기고 매미를 노려보고 있었는데, 사마귀 또한 매미를 잡으려는 생각에 빠진 나머지 아까 그 까치가 자신을 잡으려고 노리고 있다는 것을 모를 만큼 자신을 잊고 있었다. 까치 또한 사마귀를 잡으려는 욕심에 자신을 잊고 있었다.
장자는 두려워 탄식하듯 말했다.
“아아.. 물건이란 본시 서로 해를 끼치며, 이로움과 해로움은 같이 있는 것이구나.”
그리고는 활을 버리고 뒤돌아 도망을 치니 숲을 관리하는 사람이 뒤쫓아와 이유를 캐물었다.
장자는 되돌아와 사흘동안 우울했다.
제자가 그 이유를 물으니 장자가 말했다.
“나는 외형에 마음이 사로잡혀 내 몸을 잊고 있었다. 흐린 물을 보고 있어서 맑은 연못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또한 내가 선생님께 들은 바에 의하면 그 습속으로 들어가서는 그 금령에 따라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숲 근처에 놀러 나갔다가 나의 몸을 잊었던 것이다. 이상한 까치는 내 이마를 스치고 숲 속으로 날아가 그의 몸을 잊었다. 그리고 밤나무 숲 관리인은 나를 도둑으로 알고 욕보였으니... 그래서 나는 기분이 좋지 않다.
♣ 장자(외편) 산목 9 - 자신을 비우고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
양자가 송나라에 가서 여관에 묵게 되었다.
여관 주인에게는 첩이 두 명 있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은 예쁘고 나머지 한 사람은 추하게 생겼었다.
그런데 추하게 생긴 여자가 귀여움을 받고 예쁜 여자가 천대를 받고 있었다.
양자가 그 이유를 물으니 여관 주인이 말했다.
“예쁜 여자는 스스로가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가 예쁜 줄 모르게 되었고, 추하게 생긴 여자는 스스로가 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그가 추한 줄 모르게 되었습니다.”
양자가 말했다.
“현명한 행동을 하면서 스스로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버린다면 어디를 가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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