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역(周易) 訟卦第六
: 천수송
임진년에 명나라 장수로서 왜를 징벌한 자가 의주에 와서 우리에게 말하기를"그대의 나라가 걸핏하면 중화의 예악 문물을 따르지만 군사와 백성들이 모두 삶을 즐기는 마음이 없는 것은 모두 골격이 약하고 예절이 까다로운 탓이다"하였는데,이는 명장이 우라나라의 풍기(風氣)가 유약하고 인심이 박하면서 한갓 헛된 꾸밈과 소소한 예절에만 힘쓰는 까닭에 백성이 명을 감내하지 못하여 이에 이르렀다는 것을 살펴서 알았던 것이니 한 달 사이에 능이 남의 나라 일을 살피는 것이 이와 같았다
사변이 나던 초기에 어떤 사람이 초씨 역림(焦氏易林)으로 점을 쳐서 송괘(訟卦)를 얻었는데 "문물은 번드르르하고 풍속은 퇴폐하니 장차 질박한 데로 돌아갈 것이다.쓰러진 송장은 삼대 같고 유혈이 낭자하여 방패가 피 속에 떠 다닐 것이다.이 난리는 사람이 그 어머니는 알아도 그 아버지는 알지 못하게 된 뒤에라야 그 칠 것이다"하였다.그 때 남정네들은 거의 다 죽었으니 사내 아이가 자라서 아버지의 얼굴을 모르는 자도 있고 혹은 여자가 명병(明兵)에게 몸을 더럽혀 자식을 낳아서 아버지의 성을 모르는 자도 있었다
(연려실기술에17권에 소개된 지봉유설)
수괘(需卦)의 반대 모양으로 된 것이 송괘(訟卦)이다.
감(坎)이 위에 있고 건(乾)이 아래 있을 경우는 "큰 물을 건너는 데 이롭다(利涉大川)"고 하고 乾이 위에 있고 坎이 아래에 있을 경우는 "큰 물을 건너는 데 이롭지 않다(不利涉大川)"고 한것은 어째서이며,需卦에서는 "진실함이 있어 빛나고 형통하다"고 하였고 訟卦에서는 "진실함은 있으나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한것은 어째서 인가? 구이(九二)에서 "송사(訟事)를 이길 수 없다"고 한것에 대하여 程子는 "도리로 보아 이길 수 없다"고 하였고 朱子는 "형편을 보아 대적할 수 없다"고 하였는데 이는 어째서 인가?임금과 신하의 관계로 말하면 도리로 본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있는가? 하늘과 물이 서로 위배(違背)되는 상(象)으로 보면 위배되는 그 자체가 訟事의 이유이고,위의 것은 강하고 아래의 것은 險하다는 말로 보면 剛한 것과 險한 것이 訟事를 발생시키는 것인데,이 두가지는 서로 원인이 되어 생기는 것인가,아니면 각각 의의를 취한 것인가? 송사를 종식시키거나 송사를 중지시키려면 무엇을 먼저 힘써야 하겠는가?
이면긍(李勉兢)이 대답하였다
양은 강하면서 진실함이 있고 위험을 만났을때 경솔하게 나가지 않으니,그 도를 얻게 되면 물을 건너는 데 이로운 상(象)이 되지만 그 도와 반대가 되면 물을 건너는 데 이롭지 못한 상(象)이 됩니다.이 점이 두 괘의 의의가 다른 까닭입니다.기달릴 수 있으므로 진실함이 있어 빛나고 형통하여 마침내 길(吉)한 결과를 이루게 되고,송사로 다투기 때문에 진실함은 있지만 일이 풀리지 않아 마침내 흉하게 되리라는 경계가 있는 것이니,역시 두 괘의 내용이 다른 것입니다.구이(九二)의 "송사를 이길 수 없다"고 한것에 대해서는 "程傳"은 의리를 위주로 말하였으므로 "道理로 보아 이길 수 없다"고 하였고 "本義"는 상점(象占)을 위주로 하였기 때문에 "형편으로 보아 대적할 수 없다"고 하였는데 그 九二가 九五와 대적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두 양효(陽爻)는 상응(相應)이 되어도 두 강(剛)은 서로 어울릴 수 없다는 점에서 서로 다투는 듯한 기상이 있습니다.그러므로 임금과 신하의 정해진 지위로 말하면 대적(敵)이라고 말할 수 없어 도리(義)라고 한 것이고 안과 밖의 괘효(卦爻)를 위주로 말하면 굳이 도리라 말할 필요가 없어 대적이라고 말한 것이니 "도리"라 하고 "대적"이라 한 것은 각각 타당한 바가 있을 뿐이며 굳이 그 어느 것이 낫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하늘과 물이 서로 위배되는 것은 괘체(卦體)와 괘상(卦象)으로서 송사를 함이 되고 강함과 험함이 서로 접하는 것은 괘덕(卦德)과 괘재(卦才)로서 송사를 함이 됩니다.따라서 가리킨 바는 비록 다르나 그 이치는 서로 연관성이 있으니,만약에 낮은 지위에 있는 君子가 "송사를 중간에 그만두면 괜찮겠지만 끝까지 끌고 가면 흉하다"고 하는 이치를 안다면 송사가 종식될 것이고,높은 자리에 있는 대인(大人)이 진실로 한쪽 말만 듣거나 사심(私心)에 얽매이는 잘못이 없다면 송사가 중지될 것입니다
訟, 有孚窒惕, 中吉, 終凶, 송은 성실함이 있으나 막혀서 두려우니 중도에 맞게 하면 길하고 끝까지 함은 흉하니
<訟卦가 吉卦는 아니다.그런데도 상구(上九)외에는 모두 흉하게 되는 허물이 없는 것은 끝까지 밀고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끝까지 가면 흉한 결과를 당하고 마는데,어쩌면 개과천선해야 하는 의리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利見大人, 대인을 만나보는 것이 이롭고
不利涉大川. 대천을 건너는 것은 이롭지 않다
彖曰, 訟, 上剛下險, 險而健, 訟. 彖辭에 이르기를 송은 위는 강하고 아래는
험하여,험하고 굳센 것이 송이다
<대개 험한 자는 능히 시비(是非)를 속일 수 있고 굳센 자는 마땅히 해서는 안되는 일인데도 한다,이 역시 진실이 없는 뜻이다>
“訟, 有孚窒惕, 中吉”, 剛來而得中也. 송은 성실함이 있으나 막혀서 두려우니
중도(中道)에 맞게 하면 길하다는 것은 강(剛)이 와서 중(中)을
얻은 것이요
“終凶”, 訟不可成也. 끝까지 하면 흉하다는 것은 송사가 끝가지 이뤄서는
안되는 것이기 때문이요
“利見大人”, 尙中正也. 대인을 보는것이 이롭다는 것은 숭상하는 거이 중정
(中正)하기 때문이요
“不利涉大川”, 入于淵也. 대천을 건너는 것이 이롭지 않다는 것은 깊은 연못
으로 빠져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象曰, 天與水違行, 訟, 象傳에 이르기를 하늘은 위를 향하고 물은 아래를
향하기 때문에 길이 서로 어긋나 만나지 못하는 것이 訟의 象이다
<하늘은 서쪽으로 운행하고 물은 동쪽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어긋나게 간다고 하는 것이다/天西運水東流 故曰違行/近思錄集解>
君子以作事謀始. 군자가 이를 본받아 일을 시작할 때에 처음을 잘 도모한다
初六, 不永所事, 小有言, 終吉. 초육은 다투는 일을 길게 끌지 않으면 다소
말이 있으나 결국은 길할 것이다
象曰, “不永所事”, 訟不可長也, 상전에 이르기를 "다투는 일을 길게 하지
않는것은 쟁송을 길게 하면 안되기 때문이니
雖“小有言”, 其辯明也. 비록 다소 말이 있더라도 분별해주는 것이 밝다
九二, 不克訟, 歸而逋, 其邑人三百戶, 无眚. 구이(九二)는 쟁송해도 이기지
못함이니,돌아가 도망하여 읍 사람이 삼백호여서 힘이 약한
것처럼 하면 허물이 없다
象曰, “不克訟, 歸逋竄也”, 상전에 이르기를 "쟁송하더라도 이기지 못하여
돌아가 피해 숨은 것이니
逋竄/포찬 : 도망하여 숨음
逋/포 : 도망가다,달아나다,포탈하다,체납하다,체포하다
竄/찬 : 숨다,날아나다,숨기다,훈하다
自下訟上, 患至掇也. 아래 사람으로서 윗사람과 쟁송하니 화환(禍患)이 닥치
는 것이 주워 담듯 쉬울 것이다"
掇/철 : 줍다,주워 모으다,선택하다,노략질하다,중지하다,깎다,찌르다
六三, 食舊德하야, 육삼(六三)은 옛 덕을 간직하여
<육삼(六三)은 본디 곤체(坤體)이다.구이(九二)가 바깥에서 와서 강대하여 육삼(六三)을 상대하나,육삼은 예전 그대로 음(陰)으로서 유(柔)하다.그러므로 옛 덕을 간직한다는 뜻인 '식구덕(食舊德)'이라고 한 것이다
貞하면厲하나, 終吉이리니 곧으면 위태로우나 끝내는 길할 것이리니
或從王事하야, 无成이로다. 혹 나라일에 종사하여 이루는 것이 없도다
象曰, 食舊德, 從上吉也. 象에 이르기를 "옛 덕을 간직하니 윗사람을
따르더라도 길하다"
九四, 不克訟, 復卽命, 九四는 쟁송해도 이기지 못하니 돌아와 천명에 따라
渝,安貞吉. 마음을 바꿔 기운을 화평히 하여 편안하고 貞하게 하면 吉하다
渝/투 : 변하다,바뀌다,변경하다,(원한)풀다,즐겁다
象曰, 復卽命, 渝, 安貞不失也. 상전에 이르기를 "돌아와 천명에 따라 마음을
바꾸고 기운을 편안하고 貞하게 함은 잘못이 없는 것이다
九五, 訟, 元吉. 九五는 송사에 크게 吉하다
象曰, “訟, 元吉”, 以中正也. 상전에 이르기를 "송사에 크게 길하다는 것은
중정(中正)하기 때문이다"
上九, 或錫之鞶帶, 終朝三褫之. 상구는 반대(관복)를 하사받아도 하루아침에
세 번 뺏긴다
鞶帶/반대 : 관복에 차는 큰 가죽띠
褫/치 : 빼앗다,옷 벗기다,벗다,풀다
象曰, 以訟受服, 亦不足敬也. 象傳에 이르기를 "송사를 통해 관복을 받은
것은 또한 공경할 만한 것이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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