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역(周易) 履卦第十
하늘이 위에 처하고 못이 아래에 있으니 이는 제대로 자리가 잡힌 것이다 상하가 나뉘고 존비의 의리를 갖췄다는 의미에서 이(履)는 또한 예(禮)의 뜻을 갖는다(상촌선생집) 履虎尾, 不咥人, 亨. 범의 꼬리를 밟더라도 사람을 물지 않으니 형통하다 <유순한 덕이 있으면 호랑이의 꼬리를 밟는 것과 같은 위태로운 처지에 있어도 해가 없다는 의미이다/홍재전서> <호(虎)는 건(乾)의 상을 취한 것이다.손(巽)이 아래에 있으니 꼬리를 밟는 이미(履尾)의 상이 있다.부질(不咥)은 태(兌)의 열(說)상을 취한 것이다.장자(莊子)에 이르기를 "호랑이가 자기를 길러 주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것은 순종해서이다(虎媚養己者 順)"한 것이 이것이다.인(人)은 손체(巽體)를 가리킨다.쌍호 호씨가 말하기를,"상체와 하체 양체(兩體)로써 말하면 두사람이고 여섯 효(爻)로써 말하면 여섯 사람이다"한 것이 이것이다 호(虎)는 태(태)의 상을 취한 것이다.초효가 머리가 되고 삼효가 꼬리가 된다.건(건)이 태(兌)를 탔으니,꼬리를 밟는 상이 있는 것이다.부질(不咥)은 건(乾)은 강(剛)하고 태(兌)는 약(弱)한 상으로 풍부(馮婦/춘추전국시대 晉나라사람으로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았다함)와 같은 무리가 어찌 물릴 리가 있겠는가.인(人)은 건체(乾體)를 가리킨다.혹자가 말하기를 "태(兌)의 우획(偶劃),즉 세번째 획은 구(口)상으로,범이 쭈구리고 앉아 있는 상이 있다.건(乾)이 등 위에 있으면서 그것을 밟으니 꼬리를 밟는 상이 있다"하였다(지산집,역상설 주역 상경) 彖曰, “履”, 柔履剛也, 단사(彖辭)에 "이는 유한 것이 강한 것에 깔린 것이다" 說而應乎乾, 기뻐하여 건을 순응한다(아래는 태이고 위는 건이기 때문이다) 是以“履虎尾, 不咥人, 亨”. 이때문에 범의 꼬리를 밟더라도 사람을 물지 않아 형통한 것이다 剛中正, 履帝位而不疚, 光明也. 강중(剛中)의 덕으로 바르게 제왕의 자리를 밟아 허물이 없게 되는 것이니 광명하다/(백호전서) 象曰, 上天下澤, “履”, 君子以辯上下, 定民志. 상사(象辭)에 이르기를 "위의 하늘과 아래의 못이 이괘의 상이니,군자가 그것을 인하여 위아래를 분별해서 백성의 뜻을 안정시킨다(율곡전서) <즉,상하존비(上下尊卑)의 질서를 세우는 것을 의미한다> <이괘(履卦)의 상사(象辭)에 "위는 하늘이고 아래는 못이 이(履)니,군자가 이를 본받아 상하를 변별하여 백성의 뜻을 전한다(上天下澤履 君子以 辯上下 定民志)"한 데에 우씨가 말하기를 "겸괘(謙卦)의 곤(坤)이 백성이되고 감(坎)이 뜻이 되는데(謙卦의 二爻에서 四爻까지가 감(坎)을 이룬다) 겸(謙)할 때에는 곤(坤)이 건(乾)의 위에 있다가 변하여 이(履)가 되기 때문에 상하를 변별하고 백성의 뜻을 정하는 것이다"하였으니,이는 곧 이괘(履卦)가 겸괘(謙卦)와 통하는 것을 이른 말이다> 初九, 素履, 往无咎. 초구에 본분대로 해 나가면 허물이 없다 <즉,탐욕을 부리지 않고 자기 분수를 편안히 지키는 것을 말한다> 素履/소리 : 素行/소행 : 평소(平素)의 행실(行實) <素履/소리 : 본래 행하던 대로 행하는 것으로,질박하여서 청백(淸白)으로 자신을 지키는 처세(處世)태도를 말한다/지산집> <素履/소리 : 자기의 본분을 편안히 여긴다는 뜻이다/임하필기> <素履/소리 : 꾸미지 않은 짚신을 신고 가니,허물이 없으리라/택당선생집> 象曰, “素履之往”, 獨行願也. 상전에 이르기를 "평소 본분대로 해 나가는것은 오로지 마음이 원하는 것을 행하는 것이다" 九二, 履道坦坦, 幽人貞吉. 구이에 정도를 밟고 가니 탄탄하다. 마음이 조용하고 안정된 사람이라야 바르고 곧으며 길하리라 <평탄한 길을 밟는다.그윽한 사람이라야 바르고 길하리라/상촌선생집> <밟아 가는 길이 평탄하나,욕심없고 차분한 사람이라야 정조를 지키고 길하다/연암집> <행하는 도가 평탄하니 그윽한 사람이라야 정하고 길하다/이는 고결하고 굳센 절조(節操)를 지키는 것을 가리킨다:지산집> <훤히 트인 큰 길을 가는,영육을 초월한 그 사람 앞길에 막힘이 없으리/다산> <유인(幽人)이라야 정(貞)하고 길(吉)하다"고 한 것에 대하여 나는 다음과 같이 해석하였다."간산(艮山)의 아래와 진림(震林)의 사이에서,손(巽)으로써 은둔(隱遯)하여 천명(天命)을 우러러 순응하며,간산(艮山)에는 과일을 심기도 하고 진림(震林)에는 채소를 심기도 하면서, (이괘의 九二爻가 陰爻로 변하여 无妄卦가 도는것을 가지고 해석한 것이다.艮山은 无妄卦 중에서 위로 上九,九五 두陽爻와 아래로 初九 한爻를 떼면 艮卦로서 山의 괘상이 되는 것을 뜻하고 震林은 无妄卦중에서 위의 陽爻 셋을 떼면 震卦로서 木의 괘상이 되는 것을 뜻한다,巽은 위의 陽爻하나를 떼면 巽卦(겸손하여 자기를 낮추는 상)가 되는 것을 뜻하고 天命은 위의 乾卦를 뜻한다,艮山의 과일이란 주역 설괘전에 '艮은 山이 되고 ...과일이 된다'한데서 온 말이고 震林의 채소란 역시 설괘전에 '震은 곡식들을 심었을때 싹이 터 나오는 괘상이다'하였으므로,이 곡식을 채소로 전용해서 쓴 말이다) 큰 길을 밟으며 평탄하게 걷고,천작(天爵/인간 본연의 덕성)을 즐기며 화락하게 생활하는 것이다" 이것은 은사(隱士)의 느긋함이니 유인(幽人)의 일이 그야말로 길(吉)하지 아니한가/다산시문집> 象曰, “幽人貞吉”, 中不自亂也. 상전에 이르기를 "마음이 고요하고 안정된 사람이라야 정하고 길하다는 것은 마음속을 스스로 어지럽히지 않기 때문이다" 六三, 眇能視, 跛能履, 육삼에 애꾸눈도 능히 볼수 있고 절름발이도 능히 걸을수 있다 眇/묘 : 애꾸눈,跛/파 : 절름발이 <육삼에 애꾸눈을 잘 보게하고 절름발이를 잘 걷게 하는 것과 같다/포저집> (자격도 없는 사람이 높은 자리에 있다 보면 괜히 재앙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말로 관직에서 자신이 물러날 것을 청함/포저집) 履虎尾咥人, 凶, 범의 꼬리를 밟아 사람을 무니,흉하다 武人爲于大君. 무인(武人)이 대군(大君)이 되었다 象曰, “眇能視”, 不足以有明也, 상전에 이르기를 "애꾸눈도 능히 볼수 있다고 해서 눈이 밝다고 할 수는 없다 “跛能履”, 不足以與行也, 절름발이가 걷는 것은 함께 가기에 부족한것이다 “咥人之凶”, 位不當也, 사람을 물어 흉한 것은 자리가 마땅하지 않기때문이다 “武人爲於大君”, 志剛也. 무인이 대군이 되었다는 것은 뜻이 강하기 때문이다 九四, 履虎尾, 愬愬, 終吉. 구사는 범의 꼬리를 밟으니 조심하고 두려워할 수 있으면 끝내는 길할 것이다 愬愬/색색 : 놀라 두려워하는 모양,두려워하다,놀라다 象曰, “愬愬終吉”, 志行也. 상전에 이르기를 "조심하고 두려워할 수 있으면 끝내는 길하다는 것은 뜻이 행해지는 것이다" 九五, 夬履, 貞厲. 구오에 강결(剛決/강하게 결단)하게 이행한다,바름을 얻어도 위험하리라(자리가 바로 그러한 곳이기 때문이다) 夬/쾌 : 터놓다,정(定)하다,決定하다,나누다,가르다,夬卦(쾌괘),결/깍지 <九五는 결단을 내려서 행함이니 곧더라도 위태롭다.程子가 말하기를 "쾌(夬)는 단호하게 결단하는(剛決)것이다.오효는 양(陽)이면서 강(剛)한 성질로 지극히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九五는 임금의 자리이다) 단호하게 결단을 내려 행하는 것이다.이렇게 한다면 비록 바르게 되더라도 오히려 위태로운(危厲)것이다.옛날 성인은 천하의 높은 자리에 거처하여 밝음은 비추기에 충분하고 강함은 결단하기에 충분하고,세력은 오로지 하기에 충분하였다.그러나 일찍이 천하의 의논을 다 수용하지 않음이 없어,꼴베고나무 베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의 말이라도 반드시 취하였으니,이래서 그 성인이 된 것이다 만약 스스로 그 강하고 밝다고 여겨 과감히 행하면서 돌아보지 않는다면,비록 바르게 될수있다하더라도 오히려 위태로운 길이 될 것이다.하물며 강하고 밝은것이 부족한 자이랴?(율곡선생전서) <九五에 夬하게 行하면 마음을 곧게 가져도 위태할 것이다.(중략)만약"나의 다스림이 이만하면 넉넉하다"는 자부심을 가졌다면 문득 성인이 아니었을 것이다.이 후로부터는 이런 마음이 날로 몇 분씩 줄어들어서 비록 하은주삼대의 훌륭한 정치로서도 요,순 시대와 비교하면 동떨어지게 같지 않으니,이것이 정치가 점점 하락한 소이이다.후세에 와서 맡은 직책을 모두 실패한 것은 덕이 있을 수록 삼가지 않았기 때문이니 "주역"에 경계한 바가 틀림없다 하겠다 (성호사설) 象曰, “夬履貞厲”, 位正當也. 상전에 이르기를 "강하게 결단하여 행하는 것이니 정하더라도 위태로울 것이다 (자리가 바로 그러한 곳이기 때문이다)" 上九, 視履考祥, 其旋元吉. 상구는 밟아 온 것을 보아 상서로움을 고찰하되 두루두루 완벽하였으면 크게 길하다 <고상(考祥)은 길상(吉祥)과 흉상(凶祥)을 상고하는 것이다/학봉일고> <걸어온 발자취를 살펴 화복(禍福)을 고찰한다> <행동을 살펴보아 길흉을 상고하되,주선한 것이 완벽하면 크게 길하리라> <행실을 보아서 선악화복의 조짐을 살피되,완벽하게 하면 원하고 길하리라/목은시고> <상구(上九)는 밟아 온 것을 보아 상서로움을 고찰하되 두루두루 완벽하였으면 크게 길하다"라고 하였는데,대개 점치는 자의 길흉에 대하여서는 하나같이 그동안 밟아 온 것의 선악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지 본래 일정한 점의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무릇 착한 일을 하면 상서로움이 내려오고 착하지 못한 일을 하면 재앙이 내려와서 형(亨),통(通),회(悔),인(吝)이 각각 유(類)에 따라 이르는 것은 그 이치가 매우 밝으며 그 증험이 어긋나지 않았으니,64괘 384효가 이 이치가 아닌 것이 없다.그런데도 성인이 유독 여기에서 말한 것은 어째서인가?대개 이괘(履卦)는 실천하는 뜻이 있고,상구는 또 履卦의 마지막에 있다.그러므로 특별히 여기에서 크게 드러내어 밝혀서 이를 후세에 보여 줌으로써 읽는 자로 하여금 경각심을 갖고 반성하게 하는 한편,다른 괘의 점사(占辭)도 유추(類推)할 수 있게 하였으니,그 의의가 어찌 단순한 것이겠는가.그래서 일찌기 논하기를 "<시경>삼백편의 의의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생각에 사(邪)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고 <주역64괘>의 의의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밟아 온 것을 보아 상서로움을 고찰한다'는 것이다"라고 하였는데,이렇게 보는 것이 과연 어떻겠는가? (이서구가 대답하였다) 성상(聖上)의 말씀은 진실로 우(禹)가 말한 "도(道)를 따르면 길하고 악함을 따르면 흉하다"고 한 뜻과 부합하는 것으로 신(臣)으로서는 다시 더 말씀드릴 것이 없습니다.(홍재전서 경사강의) 象曰, 元吉在上, 大有慶也. 상전에 이르기를 "크게 선하고 길한 사람이 위에 있으니,크게 경사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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