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상/기타

제 2장 - 빠리데와, 육체적 고통(Dukkha)과 정신적 고통(Domānassa)

rainbow3 2020. 4. 13. 13:52


빠리데와(Parideva) - 비탄

 

비탄을 빠리데와(parideva)라고 한다. 그런데 이 비탄의 근저에는 성냄(dosa)과 정신적 고통(domānassa)이 도사리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위. 일자리, 명예, 권력, 재산 등을 상실하면 근심하고 슬퍼한다. 더 이상 근심(soka)을 이겨내지 못할 때에는 엉엉 우는데 이를 빠리데와라고 한다. 사람들이 말하는‘빠리데와의 불’이란 실제로 우는 소리가 아니고 엉엉 울도록 하기에 충분한 불타오르는 도사(성냄)와 도마나사(정신적 고통)이다.

 

비탄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근심과 마찬가지로 비탄도 아무런 이익이 없는 무용한 것이다. 친척과 사랑하는 사람이 갑작스럽게 죽어 흐느껴 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비난해선 안 된다. 아난다 존자도 부처님이 반열반에 드실 때 비탄에 빠졌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엉엉 울며 극도의 고통을 표출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동정심을 얻으려고 하는 것 같다. 침울한 울음소리와 슬픔에 겨운 소리를 들으면 듣는 사람도 또한 근심에 빠지고 모든 행복이 다 사라진다.

 

그래서 비탄과 엉엉 우는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은 사실 자제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낼 뿐이다. 그래서 비탄에 휘말려 슬퍼할 때에도 자제력을 발휘해서 눈물을 재빨리 훔쳐내도록 해야 한다. 극도의 슬픔과 상실을 제어할 수 있는 성자를 본보기로 삼아 슬픔을 극복할 수 도 있다. 그리고 종교적 절박감(saṁvega) - 당하는 괴로움에 염증을 느끼는 마음 - 을 통해서도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어떻게 보살은 스스로를 위로했는가?

 

과거 전생의 어느 때 보살과 나중에 아소다라가 될 그 아내는 엄청난 재산을 버리고 선인이 되어 숲속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여자선인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생겨서 그녀를 본 모든 사람들의 존경과 흠모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숲에서 지낸지 얼마 되지 않아 여선인은 재가자로써 즐겼던 맛난 음식대신에 생과일과 탁발음식을 먹어야 했기 때문에 허약해져서 병이 들었다. 여선인은 설사로 고생하면서 기력이 아주 쇠해졌다. 보살은 아내를 부축하여 성문 앞까지 왔다. 보살은 아내를 길가의 오두막에 조심스럽게 눕히고는 성 안으로 탁발을 나갔다. 보살이 탁발을 마치고 돌아오기도 전에 그만 여선인은 죽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이 길가의 오두막에서 죽어 있는 여선인을 발견하고는 자신들의 일가친척은 아니었지만 모두 그녀의 갑작스런 죽음을 못내 애통해 하였다. 그리고는 장례식을 치룰 준비를 하였다.

 

마침 그때 선인인 보살이 탁발을 마치고 돌아와 아내가 갑작스럽게 죽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극도의 비탄과 애통을 보이기는 커녕 아내의 시신 옆에 앉아서 태연히 아침식사를 하였다. 보살은 다른 사람들이 눈물 흘리며 우는 와중에도 평온하고 침착했다. 식사를 다 마친 보살은 마을 사람들에게 타오르는 비탄의 불길을 끄는데 적당한 법문을 폈다.

 

반두라 장군의 아내 말리까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이야기는 반두라 장군의 아내인 말리까에 대한 것이다. 이 부부는 꼬살라왕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16명의 쌍둥이 아들(총 32명)을 두고 있었다. 이 아들들은 각각의 수행원들과 함께 왕실의 모임에 참석하러 가곤 했다.

 

그 많은 수행원을 본 일부 대신이 시기하는 마음을 일으켜 왕에게 꾸며낸 이야기를 했다. 대신들이 반두라와 그의 아들들이 언젠가는 왕에게 음모를 꾸밀 것이라고 모함하자 지능과 지혜가 부족한 왕은 이를 그대로 믿고 말았다. 그래서 왕은 병사들에게 반두라와 그 아들들을 한 집으로 유인하여 산채로 불태워 죽이라고 명령하였다. 왕의 병사들은 집에 불을 질러 그들을 모조리 죽였다.

 

다음날 말리까가 사리뿟따 존자와 그 제자들에게 공양을 올리려 하던 찰나에 나쁜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하지만 말리까는 조금도 애통해하는 기색 없이 침착했다. 사실 그것은 참으로 엄청난 상실이었지만 말리까는 조금도 비탄으로 괴로워하지 않고 하던 공덕행을 마저 했다.

 

주: 이 두 이야기들 가운데 보살인 선인의 경우에는 매 생마다 바라밀을 점진적으로 닦아왔기 때문에 보살의 극기력은 이상할 것이 없다. 보살은 이미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는 폭넓은 도덕적 성숙을 지녔다. 하지만 말리까의 경우 우리는 그녀의 고귀한 길을 본받아야 한다. 말리까는 비록 연약한 여성이었지만 앞에 두고 있는 공덕행에 대한 선한 생각으로 스스로를 제어했다. 비록 우리가 백년을 살 수 없지만 우리는 삶에서 백 가지 문제들과 마주쳐야 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반드시 고통, 근심, 슬픔, 비탄을 극복하기위해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극도의 슬픔을 만났을 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어떻게 해야 바라밀의 완성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눈물어린 체험을 통하여 자신의 바라밀이 시험받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육체적 고통(Dukkha)과 정신적 고통(Domānassa)

 

육체적 고통을 두카(dukkha)라고 하고 정신적 고통을 도마나싸(domānassa)라고 한다. 모든 사람들은 생계를 꾸려가는 충격과 고됨을 겪는다. 이러한 충격으로 육체적 고통이나 피곤함이 생긴다. 이 세상에서 육체적 고통을 겪을 때마다 사람들은 “오! 괴롭구나!”라고 한탄한다. 하지만 육체적 고통을 체험하면서도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예를 들면 보살은 수없이 많은 생을 거치면서 바라밀을 닦아 오면서 육체적 고통도 겪었다. 보살이 마호사다와 웨싼따라였을때 육체적 고통을 겪어야 했지만 모든 중생을 윤회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는 결의를 가지고 있었다. 보살은 한량없는 자비심과 깨달음을 성취하겠다는 결의로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마음과 함께하는 걱정, 우울, 실망, 절망과 같은 정신적인 고통을 한데 뭉뚱그려 도마나싸(domānassa)라고 한다. 이는 마음을 들볶는 일종의 병이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반응한다.“오! 제발 이 놈을 입 밖에 내지 마시오. 듣고 싶지 않소! 많은 고통만을 안겨다줄 뿐이니까.”육체적 고통이 수반하든 안하든 그러한 괴로움을 일반적으로 정신적 고통이라고 한다. 이 세상에는 물질적 재산을 충분하게 가지고 있어 부유하게 잘사는 데도 불구하고 도마나싸라고 하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초전법륜경의 다음과 같은 가르침대로 괴로움의 진리를 잘 드러낸다.“Yaṁ pichhaṁ na labhati, tam pi dukkhaṁ.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함도 또한 괴로움이다.” 사실상 이러한 정신적 고통은 육체적 고통보다 훨씬 더 가혹하다. 그렇기 때문에 호화로운 삶을 사는 사람도 정신적 고통을 참지 못한다. 그러한 사람은 으리으리한 저택과 모든 재산을 등지고 조그만 초막으로 가서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수도 있다. 그는 물질적으로 빈곤한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정신적인 고통, 즉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은 참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삶의 근심, 우울, 걱정, 실망을 극복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다. 하지만 변하는 환경에 순응하는 이러한 방법들은 그리 현명하지 않은 사람들이 따르기 쉽지 않음이 분명하다. 요컨대, 우리들은 멀리 내다보고 장래의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한다. 그러나 만약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패와 실망이 있더라도 이는 악업의 과보로 인한 것이니까 좌절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진정으로 열심히 노력한다면 정등각자도 될 수 있으므로 더욱 굳센 의지로 다시 노력한다.) 여덟 가지 세간법(loka-dhamma)으로 알려진 삶의 부침을 당해서도 자신의 고결함을 유지하고 평온과 침착함을 잃지 않는것이 중요하다.

 

1. 라바(Lābha) = 이익, 재물과 필수품등을 얻는 것

 

2. 아라바(Alābha) = 손실, 재물과 필수품을 얻지 못하는 것,

 

3. 야사(Yasa) = 명예, 추종하는 무리가 있는 것

 

4. 아야사(Ayasa) = 불명예, 추종하는 무리가 없는것

 

5. 닌다(Nindā) = 비난

 

6. 파삼사(Pasaṁsā) = 칭찬

 

7. 수카(Sukha) = 행복, 즐거움

 

8. 두카(Dukkha) = 불행, 괴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