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철학/문학

탈무드의 귀 2

rainbow3 2020. 3. 8. 06:42

붕대


법률이란 마치 약()과도 같은 것이다.
옛날에 어느 임금이, 상처를 입은 아들에게 붕대를 감아 주면서 말하기를 [얘야! 앞으로 이 붕대가 풀리지 않도록 조심하라.이 붕대를 감고 있는 동안만은 먹거나 뛰거나 물에 들어가도 아프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붕대를 풀어 버리면 상처가 더 심해질 것이다.]
라고 타일렀다.


사람도 이와 비슷한 것이다. 사람의 마음 속에는 악한 쪽으로 치우치려는 성질이 있으나, 법률을 지키고 벗어나려 하지 않는 한 결코 성질이 나쁘게 바뀌는 일은 없다.


 


옳은 것의 차이


알렉산더 대왕이 이스라엘에 왔을 때 어떤 유태인이 대왕에게 물었다. [대왕께서는 우리가 가진 금과 은이 갖고 싶지 않으신지요?]
그러자 알렉산더 대왕이 대답하기를, [나는 금과 같은 보화는 많이 가지고 있어, 그런건 조금도 탐나지 않소. 다만 당신들 유태인들의 전통과 당신들의 정의는 어떤 것인지 알고 싶을 뿐이오.]
하고 말했다.


알렉산더 대왕이 그곳에 머물고 있는 동안에 두 명의 사나이가 어떤 일을 상담하기 위하여 랍비를 찾아갔다.


내용인즉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넝마더미를 샀는데, 그 넝마 속에서 많은 금화가 발견되었다. 그래서 그는 넝마를 판 사람에게, [나는 넝마를 산 것이지 금화까지 산것은 아니요. 그러니 이 금화는 마땅히 당신 것이오.]
라고 말했다. 그러나 넝마를 판 사람은 그것을 산 사람에게, [나는 당신에게 넝마더미 전부를 판 것이니, 그 속에 들어 있는 것도 모두 당신 것이오.]
라고 말했다. 그러자 랍비는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 판정을 내렸다.


[당신들에게는 각기 딸과 아들이 있으니, 그 두 사람을 서로 결혼시킨 후, 그 금화를 그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옳은 사리일 것이오.]
그리고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물어보았다. [대왕님, 당신의 나라에서는 이런 경우 어떤 판결을 내리십니까?]
그러자 알렉산더 대왕은 아주 간단하게 답하였다. [우리 나라에서는 두 사람을 함께 죽이고 금화는 내가 갖소.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정의요.]


 


포도원


한 마리의 여우가 포도밭 주위를 돌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그 속으로 숨어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울타리 때문에 도저히 안으로 기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우는 궁리 끝에 사흘을 굶어 몸을 마르게 한 뒤에 가까스로 울타리 틈 사이로 들어가는데 성공하였다.


포도밭 안으로 들어간 여우는 맛있는 포도를 실컷 따 먹고 다시 포도밭에서 나오려고 하니, 배가 불러 몸이 빠져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여우는 할 수 없이 다시 사흘 동안을 굶어서 몸을 마르게 한 후에야 겨우 빠져 나올 수가 있었다.


이때 여우가 '배가 고프기는 들어 갈 때나 나올 때나 매 한가지이군' 하고 말했다.


인생도 이와 같아서 사람은 누구나 빈 손으로 태어났다가 죽을 때 역시 빈손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사람이 죽으면 이 세상에 가족과 명성과 선행의 세 가지를 남기게 되는데, 선행 이외의 것은 과히 대단한 것이 못 된다.


 


복수의 증오


어떤 남자가 '자네가 가지고 있는 칼을 좀 빌려 주게'하고 상대에게 부탁했다.


그러나 상대는 '싫다'고 한마디로 거절하는 것이었다. 며칠이 지난 뒤 이번에는 반대로 앞서 거절했던 그 남자가 찾아와 [자네의 말을 좀 빌려 주게]
하고 부탁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가지고 있는 칼을 좀 빌려 주게나]
그러자 상대는 '싫다'고 역시 한마디로 거절하였다. 며칠이 지난 뒤 이번에는 반대로 앞서 거절했던 그 남자가 찾아와 '자네의 말을 좀 빌려 주게나, 하고 부탁하자 먼저 그 남자는 말을 빌려 주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자네는 자네가 가지고 있는 칼을 내게 빌려 주지 않았으나, 나는 자네에게 내 말을 빌려 주겠네.]
이것은 증오인 것이다.


 


선과 악


지구를 휩쓸었던 대홍수 때, 세상의 갖가지 동물들이 노아의 방주로 몰려 들어 구해 주기를 애원하였다. 이때 善도 급히 방주로 달려 왔으나, 노아는 <>.이 배에 오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짝을 갖춘 자만을 태운다'고 하며 냉정하게 선을 박대하였다.


그래서 <>은 다시 숲으로 돌아가 자기의 짝이 될 상대를 찾았다. 마침내 <><>을 데리고 배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이 때부터<>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이 있게 되었다.


 


나무 열매


어떤 노인이 정원에다 어린 나무를 심고 있었다. 그때 그곳을 지나던 나그네가 노인에게 물었다.


[노인장께서는 언제쯤 그 나무에 열매가 열리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마 70년쯤 후면 열리겠지요' 하고 노인이 대답하자. 나그네는 또 '노인장께서는 그때까지 살아 계실 수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아니오, 그때까지 살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그런게 아니라오.내가 태어났을 때 우리집 과수원에는 많은 과일이 열려 있었소.그것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의 부친께서 나를 위해 심어 놓으신 것이었지, 나도 아버님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오.]


 


장님의 등불


어떤 사람이 캄캄한 밤에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때 맞은편에서 장님이 등불을 들고 걸어왔다.


그 사람이 장님에게 물었다.
[당신은 장님인데, 왜 등불을 들고 다니지요?]
그러자 장님은 '내가 이 등불을 들고 걸어가야 눈 뜬 사람들이 장님이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테니까요.'라고 대답하였다.


 


일곱 번째의 사람


어떤 랍비가 말하기를 '내일 아침에 여섯 사람이 모여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이 되자 일곱 사람이 모였으니 초청하지 않는 사람이 하나 있었던 것이다. 랍비는 그 불청객을 가려내기 위해 '여기에 있을 필요가 없는 사람이 있으니 그 분은 당장 돌아가시오.'하고 말했다. 그러자 그들 중 누가 생각해 보아도 그 자리에 꼭 있어야 할 유능한 사람이 벌떡 일어나서 나가 버렸다.


그 사람은 왜 그렇게 했을까? 그는 초청을 받지 않았는데도 잘못 알고 나와 있던 사람이 굴욕감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하여 자신이 나갔던 것이다.


 


언약


아리따운 소녀가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느날 소녀는 혼자서 산책하다가 그만 길을 잃고 어느 우물가에 이르게 되었다.


그녀는 갈증이 심하여 두레박줄을 타고 내려가 물을 마셨는데, 다시 올라가려고 하니 올라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때마침 그곳을 어떤 청년이 지나다가 울음 소리를 듣고 그녀를 구해 주었다. 이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곧 사랑을 맹세하게 되었다.


그런 일이 있은 뒤 청년은 다시 길을 떠나게 되어, 소녀와 작별을 하기 위해 만났다. 그들은 서로가 사랑을 성실히 지킬 것을 약속하였고 결혼할 수 있는 날까지 언제까지라도 기다리자고 굳게 언약했다.


그래서 젊은이는 자기들 약혼의 증인이 되어 줄 누군가를 찾아보자고 이야기하고 있을 때 족제비 한 마리가 나타났다가 숲속으로 사라졌다.


[지금 지나간 저 족제비와 우리 옆에 있는 이 우물이 증인 이예요.]
두 사람은 그렇게 믿고 서로 헤어졌다. 그 후 몇 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녀는 서로의 약속을 지키며 그 젊은이를 기다렸지만 그녀를 떠난 젊은이는 딴 여자와 결혼하여 아이도 낳고 약속을 잊은 채 즐겁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엔가 아이가 풀밭에서 놀다가 그만 잠이 들었는데 그때 족제비가 나타나 그 아이의 목을 물어 죽였다.부모들은 매우 슬퍼하였다.


그러나, 그 일이 있은 후 그들 사이에는 또 아이가 태어나 옛날처럼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아이는 걸어 다닐 수 있을 만큼 자랐는데 우물에 비친 갖가지 그림자들을 들여다보다가 그 아이마저 그만 우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젊은이는 그때서야 문득 옛날 그녀와의 언약이 생각났고, 그때 두 사람의 증인이 족제비와 우물이었다는 사실도 생각해 내었다. 그는 아내에게 그때의 이야기를 하고는 헤어지기로 하였다.


그리고 젊은이는 약속한 소녀가 있던 마을로 돌아왔는데, 약혼녀는 그때까지 약속을 지키며 혼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두 사람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


 


가정과 화평


메이어라는 랍비는 설교를 잘하기로 유명하였다. 그는 매주 금요일 밤이면 예배당에서 어김없이 설교를 했는데, 몇 백 명씩 한꺼번에 몰려 들어 그의 설교를 들었다.


그들 가운데 메이어의 설교듣기를 매우 좋아하는 여인이 있었다. 다른 여자들은 금요일 밤이 되면 안식일에 먹을 음식을 만드느라 바쁜데, 그 여자만은 이 랍비의 설교를 들으러 나왔다.


메이어는 긴 시간 동안 설교를 했고 그 여인은 그 설교에 만족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남편이 문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가 내일이 안식일인데 음식은 장만하지 않고 어디를 쏘다니고 있느냐며 화를 내며 물었다. [도대체 어디를 갔다 왔어!]
[예배당에서 메이어 랍비님의 설교를 듣고 오는 길이예요]
그러자 남편은 몹시 화를 내며 소리쳤다.


[그 랍비의 얼굴에다 침을 뱉고 오기 전에는 절대로 집에 들어올 생각은 하지도 말아!]
집에서 쫓겨난 아내는 할 수 없이 친구 집에서 머물며 남편과 별거하였다. 이 소문을 들은 메이어는 자기의 설교가 너무 길었기 때문에 한 가정의 평화를 깨뜨렸다고 몹시 후회했다. 그리고는 그 여인을 불러 눈이 몹시 아프다고 호소하면서 '남의 타액으로 씻으면 낫게 된다는데, 당신이 좀 씻어 주시오' 하고 간청하였다. 그리하여 여인은 랍비의 눈에다 침을 뱉게 되었다.


제자들은 랍비에게 '선생님께선 덕망이 높으신데, 어째서 여자가 얼굴에 침을 뱉도록 허락하셨습니까?'하니 랍비는 이렇게 말했다.


[가정의 평화를 되찾기 위해서는 그 보다도 더한 일이라도 할 수 있다네.]


 


지도자


뱀의 꼬리는 항상 머리 뒤에 붙어 머리가 가는 대로 따라다니게 마련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꼬리가 화가 나서 머리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어째서 나는 항상 네 꽁무니만 무조건 따라 다녀야만 하고 또 항상 네 마음대로 나를 끌고 다닐 수 있는 거지? 이건 공평하지 못한 일이야. 나도 분명히 뱀의 한 부분인데도 항상 노예처럼 네게 달라붙어 끌려 다니기만 해야 된다니 이건 너무 부당해.]
그러자 머리가 당연하다는 듯이 대꾸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바보같이? 너에게는 앞을 볼 수 있는 눈도 없고, 위험을 알아차릴 귀도 없고, 행동을 결정할 두뇌도 없잖아, 나는 결코 나 자신만을 위해 그렇게 하는게 아니라 너를 생각해서 끌고 다니는 거야. 알겠니?]
꼬리가 큰 소리로 비웃으며 말했다. 


[그런 말은 지겹도록 들어 왔어.폭군이나 독재자들도 자기를 따르는 자들을 위하여 일한다는 구실로, 제 마음대로 하고 있는 거야.]
이렇게 응수하자 머리는 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정 그렇다면 네가 한번 내가 하는 일을 맡아 볼래.]
그러자 꼬리는 매우 좋아하며, 신이 나서 앞에 나서서 먼저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하여 뱀은 곧 도랑으로 떨어졌고, 머리가 천신만고 끝에 뱀은 간신히 도랑에서 기어 올라올 수 있었다. 또 얼마를 기어다니다가 꼬리는 그만 가시투성이인 덤불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그러나 꼬리가 가시덤불을 빠져나오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가시에 점점 더 찔려서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뱀은 머리의 도움으로 상처 투성이가 되어 간신히 가시덤불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또다시 꼬리가 앞장서서 나가다가, 이번에는 불길 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몸이 점점 뜨거워지고 갑자기 앞이 캄캄해졌다. 뱀은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머리가 필사적으로 탈출하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몸은 불타고, 머리도 함께 죽어 버렸다.


머리는 결국 맹목적인 꼬리에 의해서 희생되고 만 것이다. 그러므로 지도자를 선택할 때에는 항상 머리와 같은 자를 선택해야지 꼬리와 같은 자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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