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철학/문학

탈무드의 귀 3

rainbow3 2020. 3. 8. 06:45


세 가지의 행위


예루살렘에 거주하는 사람이 여행 도중에 병이 들고 말았다. 그는 자기는 이제는 소생할 가망이 없다고 판단하여 여관 주인을 불러놓고 말했다.


[나는 이대로 그만 죽을 것 같소.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예루살렘에서 내 가족이 찾아오면, 내가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내주시오.그러나 찾아온 식구들이 세 가지 현명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내 물건들을 절대로 내주지 마시오.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 내 아들에게, 만일 내가 여행 중에 죽게 된다면 내 유산을 물려받기 위해서는 세 가지 현명한 행동을 하도록 일러 두었습니다.]
투숙한 나그네는 죽었고, 여관 주인은 유태인의 의식에 맞게 매장해 주었다. 동시에 마을 사람들에게 그의 죽음이 알려졌고, 물론 예루살렘에 있는 아들에게도 소식이 전해졌다.


예루살렘에 있는 아들이 부음을 전해 듣고, 서둘러 부친이 돌아가셨다는 마을로 찾아왔다. 그러나 그는 부친이 묵었던 여관을 알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부친이 그 여관을 아들에게 알려 주지 말라고 유언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들은 자신의 지혜로 그 여관을 찾아낼 수 밖에 없었다.


그때, 나무장사가 땔나무를 가득 싣고 지나가고 있었다. 아들은 나무장사를 불러 땔나무를 산 다음, 그 나무를 예루살렘에서 온 나그네가 죽은 여관으로 가져다 달라고 말하곤, 그 나무 장사가 가는대로 따라갔다.


여관 주인이 자기는 땔나무를 산 일이 없노라고 말하자. 나무장사는 '아닙니다.지금 내 뒤를 따라오고 있는 사람이 이 나무를 사서 이리로 가져 다 달라고 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아들의 첫번째 현명한 행동이었다.
여관 주인은 그를 반갑게 맞아들인 다음, 저녁식사를 대접했다. 식탁 위에는 다섯 마리의 비둘기 요리와 한 마리의 닭 요리가 올라와 있었다.


식탁에는 그 밖에도 주인 부부와 두 아들과 두 딸, 이렇게 모두 일곱 사람이 자리를 같이 했다. 주인이 '이제 음식을 모두에게 나누어 주시오' 라고 그에게 말하자, 그는 '아닙니다. 주인께서 나누어 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사양하였다.


주인은 이렇게 말했다.
[아닙니다. 당신이 손님이니까, 당신이 좋을 대로 나누어 주시지요.]
그래서 그는 음식을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먼저 비둘기 한 마리를 두 아들에게 주고, 또 한 마리는 두 딸에게 그리고 또 한마리는 주인 부부에게 주고, 나머지는 자기 몫으로 놓았다.


이것이 그 아들의 두 번째 현명한 행동이었다.
주인은 매우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어서 그는 닭 요리를 나누기 시작했다. 먼저 머리는 떼어 주인 부부에게 주고, 두 다리는 두 아들에게 주고 두 날개는 두 딸에게 준 다음 큰 몸통은 자기 몫으로 놓았다.
이것이 그 아들의 세 번째 현명한 행동이었다.
마침내 주인은 화가 치밀어 야단을 쳤다.


[당신네 고장에서는 이렇게 합니까? 당신이 비둘기를 나눌 때에는 참았으나, 닭을 나누는 것을 보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소,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오!]
그러자 젊은이는, [나는 처음부터 음식을 나누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주인께서 나에게 간곡히 부탁하시어 최선을 다해 나누어 드린 것 뿐입니다. 그러면 그렇게 나누어 드린 이유를 말씀 드리지요.주인과 부인과 비둘기 한 마리를 합하면 셋이고, 두 아드님과 비둘기 한 마리를 합하면 셋이고, 두 따님과 비둘기 한 마리를 합하면 셋이고, 나와 비둘기 두 마리를 합하면 셋이니, 매우 공평하게 나눈 것입니다. 또 주인 부부께서는 이 집안의 우두머리이므로 닭의 머리를 드렸고, 두 아드님은 이 집안의 기둥이므로 다리를 주었고, 두 따님은 언제라도 날개가 돋쳐 시집을 갈 것이므로 날개를 준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배를 타고 여기에 왔고, 다시 배를 타고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배처럼 생긴 몸통을 가진 것입니다.


이제 빨리 우리 아버님의 유산이나 내 주십시오.]


 


성 윤리


어떤 젊은이가 한 아가씨에 대한 깊은 사랑에 빠져 병이 들어 자리에 눕게 되었다.


의사가 젊은이를 진찰해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당신의 소망이 이루어지지 못하며 상사병이 된 것이므로


그 여인과 성 관계를 가지면 나을 게요.]


그래서 젊은이는 랍비에게 의사가 이렇게 말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상담했다.


랍비는 절대로 그와 성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였다.


젊은이는, 그렇다면 그 여자가 벌거벗은 알몸뚱이로 자기 앞에 서서,


자신의 우울한 마음을 풀어 병을 낫게 할 수 있다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랍비는 그것도 역시 안 된다고 말했다.


젊은이는 다시, 그렇다면 자기와 그 여자가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서서 이야기라도 하는 것은 어떠냐고 물었다.


그러나 랍비는 그것조차도 안 된다고 말했다.


물론 <탈무드>에는 그 여인이 결혼한 여인인지 처녀인지는 나타나 있지 않다.


그러나 그 젊은이와 다른 사람들까지도,  어째서 랍비께서는 그 모든 것을 그처럼 강경하게 반대만 하느냐고 묻자 랍비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간은 마땅히 정숙해야 하므로 순결한 사람이 서로 사랑한다고 하여 성 관계를 가져도 좋다고 한다면, 사회의 규율은 무너지고 말 것이오.]


 


재산


항해하던 도중 배 안에서 있었던 이야기이다.


배 안의 승객들은 모두가 큰 부자들이었고 랍비 한 사람이 같이 타고 랍비는 [나는 내 재산을 당신들에게 보여 줄 수는 없지만 부자로 치면 내가 제일 부자로 생각하오] 하고 말했다.


그때 마침 해적들이 나타나 그 배를 습격했고, 부자들은 금은 보석과 모든 재산을 해적들에게 빼앗겨 버렸다.


해적들이 가버린 뒤, 배는 가까스로 어떤 항구에 다다랐다. 랍비의 높은 교양과 학식은 곧 그 항구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게 되어,  그는 학생들을 모아놓고 가르쳤다.


얼마 뒤 랍비는 함께 배를 타고 여행했던 부자들을 만났으나, 그들은 모두가 비참한 가난뱅이로 전락해 있었다. 그들은 랍비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말이 옳았소,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것과 같소.]
지식은 언제 어느 때라도 누구에게도 빼앗기는 일 없이 지닐 수 있기 때문에, 교육이 가장 중요한 재산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천당과 지옥


어떤 사람이 아버지에게 닭을 잡아 극진히 대접하였다.
'이 닭을 어디서 구했느냐'고 아버지가 묻자, 아들은 '아버지, 그런 염려는 하지 마시고 어서 많이 잡수시기나 하세요.'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또 한 사람은 밀가루를 빻는 방아꾼이었는데, 왕이 나라 안에 있는 방아꾼을 소집한다는 포고령을 내려, 아버지에게 자기 대신 방앗간을 돌보게 하고 왕이 있는 궁성으로 갔다.


여러분들은 이들 두 아들 가운데 누가 천국으로 가고 누가 지옥에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어째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두 번째 사람은 왕이 강제로 소집한 사람들을 혹사하고 매질하고 좋은 음식도 주지 않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아버지 대신 자기가 갔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죽어서 천국으로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에게 닭을 잡아 드린 사나이는 아버지가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지옥에 갔다.


부모에게 정성을 다해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일을 하게 하는 편이 낫다.


 


세 친구


어느날, 왕이 한 사람에게 전령을 보내어 즉시 대령할 것을 명령했다. 그런데, 이 사람에게는 세 명의 친구가 있었는데, 그는 첫번째 친구를 가장 소중히 여기고 있어, 그 친구가 자기의 가장 좋은 친구라고 여기고 있었다. 두 번째 친구 역시 사랑하고 있으나 첫번째 친구처럼 소중하게 여기고 있지는 않았으며, 세 번째 친구도 친구이기는 했지만 별로 큰 관심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왕의 부름을 받자 그는 자기가 어떤 나쁜 짓이라도 하여 벌을 받는 것이 아닌가 하여 무서웠다. 그래서 세 명의 친구들에게 함께 가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는 먼저 제일 소중히 여기고 있는 친구에게 함께 가 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했지만, 그 친구는 아무 이유도 말하지 않고 거절했다. 그래서 두 번째 친구에게 부탁하였더니, 궁전 문 앞까지는 함께 가줄 수 있지만 그 이상은 갈 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다음 세 번째 친구에게 부탁하자.


[그러지, 내가 함께 가주겠네, 자네는 아무런 나쁜 짓도 하지 않았으니 조금도 두려워할 것이 없네, 내가 함께 가서 임금님께 잘 말씀 드려 주겠네.]
하고 쾌히 응해 주었다.


왜 세 명의 친구들은 각기 그렇게 말했을까? 첫번째 친구란 곧 재산을 말하는 것이다. 사람이 아무리 돈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더라도 죽을 때에는 그대로 남겨두고 가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친구란 친척을 말하는 것이다. 친척은 무덤까지도 따라가 주지만 그를 그곳에 혼자 남겨두고 돌아가 버린다.


세 번째 친구는 '' 선행을 말하는 것이다. 선행은, 평소에는 별로 눈에 띄지 않지만 죽은 뒤에는 영원히 그와 함께 남아 있기 마련이다.


 


술의 역사


이 세상 최초의 인간이 포도나무를 키우고 있었다. 그때 악마가 찾아와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인간이 대답하기를 '지금 근사한 식물을 키우고 있다'고 말하자 악마는 이런 식물은 처음 보는 것이군' 하면서 놀라워 했다. 그래서 인간은 악마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해 주었다.


'이 식물에는 아주 달콤하고 맛있는 열매가 열리는데, 익은 다음 그 즙을 내어 마시면 아주 행복해진다네.]
악마는 자기도 꼭 한몫 끼워 달라고 애원하고는, 양과 사자와 원숭이와 돼지를 데리고 왔다. 그리고 악마는 이 짐승들을 죽여 그 피를 거름으로 썼다. 포도주는 이렇게 해서 세상에 처음 생겨났다고 한다.


그래서 술을 처음 마시기 시작할 때에는 양같이 온순하고, 조금 더 마시면 사자처럼 사납게 되고, 조금 더 마시며 원숭이처럼 춤추거나 노래 부르며, 더 많이 마시게 되면 토하고 뒹굴고 하여 돼지처럼 추하게 되니, 이것은 악마가 인간들에게 준 선물이기 때문이다.


 


효도


옛날 이스라엘의 다마라는 곳에 유태인이 아닌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금화 3000개의 값이 나가는 다이아몬드 한 개를 가지고 있었다.


어느날, 랍비가 사원을 꾸미는데 쓰려고


금화 3000개를 가지고 그의 집으로 다이아몬드를 사러 갔다.


그때 그 사람의 부친이 다이아몬드를 넣어 둔 금고의 열쇠를


베게 밑에 넣고 낮잠을 자고 있었다.


난처해진 아들은 '낮잠을 주무시는 아버지를 깨울 수 없으니


다이아몬드를 팔지 못하겠다'는 대답이었다.


그만큼 막대한 돈벌이가 되는데도 낮잠을 주무시는 아버지를 깨우지 않으려는 것은 대단한 효도라고 감탄하여, 랍비는 널리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알렸다.


 


어머니


어떤 랍비가 어머니와 단 둘이서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길에 돌이 많고 울퉁불퉁하여 걷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래서 랍비는 어머니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자기의 손을 어머니의 발 밑에 집어 넣었다.


<탈무드>의 내용에는 부모가 등장하면, 늘 아버지를 먼저 앞세우는데, 이것은 유일하게 어머니만이 나오는 이야기이다. 어머니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소중한 존재임을 말해 주기 위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만일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같이 물을 마시고 싶어 한다면, 물은 아버지에게 먼저 가져간다. 왜냐하면 어머니도 아버지를 소중히 섬기므로 어머니에게 먼저 가져갈지라도 어머니는 자기가 먼저 마시지 않고 아버님에게 건네주기 때문이다.


 처단


요람이 누워 있는 갓 태어난 아이의 머리통을 쪼아, 어린아이를 죽게 한 닭이 아이를 죽였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게 되었다.


증인이 불려 나가 그 사실을 증언했다. 불쌍하게도 닭은 유죄 판결을 받아 죽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아무리 미물인 닭이라 할지라도 살인자로서 유죄가 확정되지 않는 한 경솔히 처형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교훈이다.


 


두 시간의 차


어떤 왕이 가지고 있는 포도원에 많은 일꾼들이 일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한 일꾼은 비상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다른 일꾼들보다 유난히 뛰어났다. 어느 날 왕이 포도원을 찾아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일꾼과 함께 포도원안을 산책하였다.


유태인의 관례대로 일한 댓가는 동전으로 매일 지불되었다. 그 날도 하루의 일이 끝나자, 일꾼들은 돈을 받아 가려고 차례로 줄을 섰다. 일꾼들은 모두 같은 임금을 받고 있었는데, 능력이 뛰어난 그 일꾼도 같은 금액의 돈을 받자, 다른 일꾼들은 왕에게 항의하였다.


[이 사람은 두 시간밖에 일하지 않았으며, 나머지 시간은 임금님과 함께 지냈다. 그런데도 우리와 똑같은 임금을 받는다는 것은 불공평하다.]
그러자 왕은 이렇게 말했다.


[이 사람은 두 시간 동안 너희들이 하루 종일 걸려서 한 일보다 더 많은 일을 해냈다.]
26세의 나이에 죽은 랍비도, 다른 사람들이 백 년에 걸쳐 한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을 많이 해냈다. 사람은 얼마 동안을 살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업적을 남겼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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