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철학 313

[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20)] ‘잔치하는 인간’ 호모 페스투스

[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20)] ‘잔치하는 인간’ 호모 페스투스(Homo Festus) “맥주는 나라를 지탱하는 생명이다” BC 9500년 구석기 신전 ‘궤베클리 테베’에서 맥주 제조 흔적 발견··· 돌기둥은 인류 문명 이전의 문명을 탄생시키기 위한 영적 자궁에 해당해 우리는 최근까지 농업의 발명이 도시, 문자, 예술, 그리고 종교를 탄생시킨 기반이라고 믿어왔다. 물질이 정신을 이끌지, 정신이 물질을 이끌지는 않는다고 믿는다. 그러나 최근 기원전 9500년에 건축됐다고 고고학적으로 증명된 터키 궤베클리 테페(Göbekli Tepe)에서 신전이 발견됐다. 지금 봐도 압도적이고 정교한 구조를 띤 신전이다. 이 발굴은 지금까지 인류 문화와 문명사의 ‘진리’로 여겨졌던 가정을 수정하는 결정적인 증거였다...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검소한 행복과 에피쿠로스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검소한 행복과 에피쿠로스 “불행은 두려움과 허영, 절제가 없는 욕망으로부터 나온다” *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 교수 뉴욕타임스의 논설위원 데이비드 브룩스는 인간을 평가하는 두 가지 덕목을 구분한다. 한 가지 덕목은 생전에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등장하는 ‘나’다. 내가 이력서에 나열하는 목록들은 남들과 견주어 손색이 없고 오히려 돋보이게 하려는 상대적이며 객관적인 업적들이다. 내가 스스로 자신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목록이다. 그러나 실제로 내 이력서의 성공은 상대방의 평가에 달려 있다. 이런 의미에서 브룩스는 다른 덕목을 소개한다. 그는 이 덕목을 한 사람이 죽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조사(弔辭) 이력서’라고 부른다. 내가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 ..

[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19)] ‘종교적 인간’ 호모 릴리기오수스

[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19)] ‘종교적 인간’ 호모 릴리기오수스(Homo Religiosus) 인류에겐 만물의 창조주 찾으려는 경향 존재, 무생물에도 욕망 투사…상징과 종교의 탄생은 인간의 ‘자연 개척정신’ ‘존재론적 자의식’과 결부돼 현생인류의 문화 창조가 석기혁명(石器革命)을 추동했다. 나투피아 마을의 사례는 최초 인간의 개척정신과 조직 결성을 증명한다. 궤베클리 테페 대역사(大役事)는 문명 세계의 발원을 상징한다. 기원전 수천 년경 채집활동에서 농경사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종교와 의례의 기원(基源)은 상존했다. 세계 도처에서 숨쉬는 거대 신전과 건축 유적이 이를 방증한다. 신과 인간의 공존, 그 광대무변한 소통의 시공(時空) 속으로 원시여행을 떠나보자. 찰스 다윈은 이 발간된 지 12년 후..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디오게네스의 ‘이성적인 삶’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디오게네스의 ‘이성적인 삶’ 권위와 관습을 이성으로 대치하라! *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위대한 리더는 위대한 사상을 소유한 자다. 그러한 사상을 묵상하고 자신의 삶을 통해 수련하는 과정에서 위대한 리더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자질인 카리스마가 생기기 시작한다. 위대한 사상을 접해 본 적이 없고 실천해 본 적이 없는 지도자는 카리스마가 없기 때문에 바람에 나는 겨와 같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우리가 그런 리더를 양육할 교육 체계도 없고, 설령 그런 리더가 나온다고 할지라도 그(녀)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안목도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아직도 대중을 희망으로 인도할 수 있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가 없다. 카리스마란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무이한 임무를 깊이 묵상..

[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18)] ‘영적인 인간’ 호모 스피리투알리스

[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18)] ‘영적인 인간’ 호모 스피리투알리스(Homo Spritualis) 현생인류(現生人類)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변화성·규칙성의 자연원칙 간파…신화창조와 벽화예술로 인간의 자아(自我) 탐구하며 생사의 경계까지 초월해 지하세계 신화에 매료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영적 사고에 몰입한다. 생멸의 순환을 깨닫고 불가능의 공간을 꿈꾼다. 이상향과 영웅담이 그려진 동굴벽화는 자아의 본성과 야망이 투영돼 있다. 상징의 다양화, 사유의 추상화, 천재적 정체성까지 보인다. 무한미로 속, 이성과 감성은 합일에 이른다. 바야흐로 예술의 시원(始原)과 문명의 창발(創發)이 시작된다. 기원전 4만 년경, 현생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유럽을 장악하였다. 원래 유럽에 거주하여..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서양 최초의 소설 ‘키루스 교육기’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서양 최초의 소설 ‘키루스 교육기’ 이상적인 리더의 덕목을 묻다 *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소크라테스는 글을 남기지 않았다. 소크라테스의 사상은 그의 발 아래서 직접 가르침을 받은 아테네의 유명한 두 제자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바로 플라톤과 크세노폰이다. 크세노폰은 플라톤에 비해 유명하지 않지만 ‘르네상스형 인간’이다. 그는 철학자, 군인, 역사가, 용병, 소크라테스의 제자이자 회고록 집필자 등의 다양한 이력을 가졌다. 승마술에서 세금징수까지 실용적인 분야에 관한 책도 남겼다. 그는 소크라테스를 만나 제자가 된 후 나눈 철학적인 대화를 ‘메모랄리아(Memoralia)’라는 책으로 남겼다. 소크라테스에 대한 생생한 인간적 묘사가 담긴 ‘향연’과 ‘변명’도 저술했다. 소크..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이스라엘의 예언자 ‘아모스’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이스라엘의 예언자 ‘아모스’ 정의는 어디서 출발했나? *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독일 실존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는 1949년 펴낸 ‘역사의 기원과 목적(Vom Ursprung und Ziel der Geschichte)’이란 책에서 현대문명을 지탱하고 있는 사상의 뿌리를 기원전 8세기에서 기원전 3세기에 이르는 소위 ‘축의 시대’ 에서 찾았다. 그 무렵 꽃피우기 시작한 종교적이며 철학적인 혁명에서 현대문명이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인도, 페르시아, 팔레스타인, 그리고 그리스-로마에 등장하는 사상이 그 후 등장하는 종교와 철학사상의 바탕이 되었다고 했다. 예컨대 공자, 노자로 시작된 중국 사상은 그 이후 묵자, 장자, 맹자로 이어져 거대한 아시아 문명을 탄생..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소크라테스의 질문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소크라테스의 질문 소크라테스는 왜 죽음을 불사하며 아테네 시민에게 질문을 던졌나 *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프랑스 정치학자이며 역사가인 토크빌(1805~1859)은 1831년 교도소 실태 조사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자신이 목격한 미국이란 국가를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책에서 자세히 묘사하였다. 그는 미국이란 국가를 정의하기 위해 가장 먼저 미국 헌법에 게재된 정치 기관들을 묘사한다. 그 안에 담긴 정신인 권력의 분산, 국가와 주정부의 구별 등을 자세히 다루었다. 그는 국가의 외형적 모습을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미국인의 특징, 도덕, 종교, 다양한 시민단체를 결성하려는 경향, 민주주의에 대한 자부심 등을 세심하게 언급한다. 이런 지적이며 도덕적인 관습..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플라톤 철인정치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플라톤 철인정치 플라톤이 말한 철인왕은 도대체 누구인가? *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우리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 있다. 2016년은 세계가 터널 안에 감금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해였다. 대표적인 예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인 IS는 무작위 테러를 일삼았고, 영국에선 모든 사람의 예상을 깨고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결정했다. 그 불안한 기운은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의 모든 언론과 지식인들이 원하는 리더가 아닌, TV 프로그램에 나와 거침없고 상스러운 말을 일삼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 잘난 미국 방송들과 신문들, 그리고 지식인들은 미국 대중의 마음을 잘못 읽었고, 그들을 교육하는 데 실패하였다. 자신들만의 리그에서 우월..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개인과 국가의 이익이 충돌할 때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가 인정한 그리스 최고의 비극작가인 소포클레스는 기원전 496년에 아테네 외곽 콜로누스라는 시골에서 무기와 군장을 만드는 부유한 상인 소필루스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480년에 살라미스전쟁의 승리를 축하하기 위한 아테네인들의 합창단을 이끄는 일을 하면서 그리스 연극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가 비극작가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시점은 기원전 468년, 디오니시아 축제에서 거행된 비극경연대회. 그는 이 대회에서 당시 최고의 작가였던 아이스킬로스를 꺾고 우승했다. 소포클레스는 443년 페리클레스가 등극하여 아테네 르네상스를 일으킬 때 아테네 재정을 책임지는 재정관 중 한 명으로 선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