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철학 313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지적인 혁명가 페리클레스 (하)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지적인 혁명가 페리클레스 (하) 극장서 민주주의 가르친 ‘공감’ 엔터테이너 아테네가 기원전 6세기 인류 최초로 ‘민주주의’란 개념을 만들어내고 그 제도를 과감하게 실행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인가? 민주주의는 어떤 천재들의 상상력의 결과인가? 이전엔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혁명적이고 파격적인 정치 형태가 실행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과 절차가 필요했나? 민주주의라는 고귀한 가치와 제도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높은 수준의 교양이 필수적이다. 민주주의가 한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수적이란 사실을 깨달은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정치가인 페리클레스(기원전 495~429년)였다. 그는 대부분의 정치가나 통치자들과 달랐다. 다른 정치가들은 대중의..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지적인 혁명가 페리클레스 (상)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지적인 혁명가 페리클레스 (상) 페리클레스는 어떻게 민주주의의 아버지가 됐나?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우리는 지금 흠모할 만한 리더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나도 모르는 어리석음을 지적해주고 나에게 최선의 삶을 열정적으로 제시하고 촉구하는 정신적이며 실천적인 스승을 만나고 싶다. 그(녀)는 내가 살고 있는 사회가 고질적으로 품고 있는 문제를 정확하게 분석할 뿐만 아니라, 그 해결책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평가하거나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천이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 그 대안의 탁월성을 감동적으로 설득한다. 그 대안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간절히 바라는 이상적인 삶이라서 자신들 스스로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어려움을 인내할 수..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테미스토클레스의 ‘선견지명’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테미스토클레스의 ‘선견지명’ 혼란과 위기 속 등장한 리더 테미스토클레스는 어떻게 나라를 구했나 *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인류 역사의 거대한 물결은 위에서 아래로만 정해진 길을 따라 흘러가는가, 혹은 한 위대한 리더에 의해 물꼬를 터 새로운 길로 들어서는가? 인류 역사의 진보는 대중이 만드는가, 혹은 선각자가 등장하여 대중을 설득하여 이루어지는가? 한 국가나 집단이 사라질 위기에 봉착했을 때 그것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기존 체제와 그 안에서 연명했던 인물들이 자신이 경험하여 알고 있던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가? 18세기 말 미국이라는 신생국가를 탄생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은 미국의 3대 대통령이기도 한 토머스 제퍼슨(1743~18..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역지사지의 중요성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역지사지의 중요성 페르시아제국 창건자 키루스가 최초의 메시아로 불리게 된 이유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문명을 구성하는 필요조건들이 있다. 가장 요긴한 두 조건은 문자와 도시다. ‘문자’는 인류 문명과 문화의 유전자인 기억을 표시하는 가시적 기호이자, 그 문명을 공유하는 집단이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한 도구다. 현재까지 밝혀진 가장 오래된 문자는 기원전 3200년, 지금 이라크 지역 남부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수메르어다. 수메르어는 그림문자로 시작하여 점점 음절문자로 발전해 후에 이곳에 들어와 거주한 아카드인의 문자가 되었다. ‘도시’는 공동의 기억을 향유하는 집단이 문자를 기반으로 행정 기반을 구축한 곳이다. 도시는 그들의 공공의 기호인 문자가 사용되는 추상적인 공간이다. ..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공감과 연민의 경험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공감과 연민의 경험 아킬레우스는 왜 敵將의 아버지와 함께 울었을까? 인류는 다른 동물과는 달리 ‘문화’라는 독특한 틀을 구축한다. 문화의 내용들은 ‘기억’과, ‘구전’과 ‘문전’이라는 기억 전달의 매개로 보존된다. 자신의 경험을 흘려보내지 않고 그것을 간직하는 체계가 ‘기억’이며, 그 기억을 세대를 걸쳐 전달하고 재해석하는 틀이자 마당이 ‘문화’다. 인류는 문자를 발견하기 이전에, 이런 기억을 말과 귀, 그리고 얼굴 표정과 몸짓으로 오랫동안 전달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들은 자신이 속한 가족, 공동체, 마을, 더 나아가 도시를 구축하는 근간이 되었다. 한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는 의미는, 그 공동체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는 끈인 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는 이야기를 ..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잘못을 신속하게 인정하는 사람이 리더다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잘못을 신속하게 인정하는 사람이 리더다 아내를 가로챈 다윗왕 어떻게 위대한 리더로 기록됐을까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위대한 국가나 기업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하는가? 기원전 6세기 고대 그리스는 150개 이상의 도시국가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당시 세계를 호령하던 페르시아제국의 정치 틀인 ‘왕정’과는 다른 새로운 정치 형태를 실험하고 있었다. 그리스인들은 기원전 8세기부터 경제적인 자유를 찾아 자발적으로 소아시아(터키) 해변으로 건너가 집단거주지를 건설한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기원전 6세기에 이란에 등장한 페르시아제국과 충돌한다. 페르시아제국은 막강한 왕정과 군사력으로 5세기 초에 이미 중앙아..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배철현] 리더의 탄생 : 인류의 승자 호모사피엔스 이끈 ‘소수자’들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리더의 탄생 인류의 승자 호모사피엔스 이끈 ‘소수자’들 인간은 누구인가.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과 인간을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인간은 다른 인간들과 함께 거주하며 자신들만의 독특한 정서와 관습을 창조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조온 폴리티콘(zoon politikon)’이라고 정의했다. 번역하자면, ‘도시 안에서 그 관습과 도덕을 지키면서 거주하는 동물’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문화적인 동물이라는 의미다. 문화의 특징은 다른 사람들이 오랫동안 축적해온 정보를 수용하고 축적하며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순환구조다. 인간은 문화 안에 존재하며, 그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발전시킨다. 인간사회에는 다른 동물들, 특히 유인원과 마찬가지로 ..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 배철현] 리더를 만드는 내러티브의 힘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리더를 만드는 내러티브의 힘 리더는 내러티브로 대중을 지배한다! 최초의 내러티브 ‘독수리 전승비’ 읽기 *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 수메르 지도자 에안나툼의 승리를 기록한 ‘독수리 전승비’에 새겨진 그림. 왼쪽이 전면, 오른쪽이 후면이다. 리더는 무엇으로 대중을 지배하는가? 바로 이야기, 즉 내러티브(narrative)다. 리더는 대중과 소통하는 이야기를 통해 리더라는 지위를 획득하고 유지시킨다. 그 이야기의 내적인 힘은 성찰 없이 상황에 따라 하는 말이나, 권력관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강화하려는 빈말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리더는 자신의 비전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소통하는’ 사람이다. ‘소통’이란 화자(話者)와 청자(聽者)의 관심과 바람이 유사하여 유대관계..

[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 (17)] ‘사냥하는 인간’ 호모 네칸스(Homo Necans)

[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 (17)] ‘사냥하는 인간’ 호모 네칸스(Homo Necans) 라스코동굴은 구석기시대인들의 ‘바티칸’ 사냥을 통해 생존해야 하는 인간의 운명과 자연에 대한 묵상…죽어가는 동물과 고통을 공감함으로써 자연과 하나된 존재 확인하기 1만3000년 동안 묻혀 있던 선사의 비밀. 팔락이는 램프 불빛을 따라 살아 움직이는 듯한 벽화들. 그들이 이곳에서 벌인 의미심장한 의례의 실체는? 라스코동굴의 벽화들이 전하는 선사인들의 생각 들여다보기. 프랑스는 2016년 12월 10일,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이자 인류 창의성의 발현지라고 자부하는 라스코동굴IV를 개관했다. 라스코동굴은 20세기 가장 중요한 고고학적 발견 중 하나다. 라스코동굴은 1948년 개관해 매일 1200명 정도가 방문했다. ..

[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16)] ‘조각하는 인간’ 호모 스칼펜스(Homo Scalpens)

[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16)] ‘조각하는 인간’ 호모 스칼펜스(Homo Scalpens) 누추한 돌조각에 새겨낸 상징의 빛, 인문정신(人文情神)을 밝히다 예술 창조는 진정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행위… 디자인, 상징성, 감수성이 작품의 요체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조각상, 신비세계의 황홀경과 지혜로움을 가시화하다 인류의 조상인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는 미적 감성과 문화 창시를 위해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허름하나마 나름의 정교함과 구체성을 갖춘 조각품에는 작가의 의도, 직관, 영감, 상상 등이 반영됐다. 수많은 예술작품에 드러난 상징과 표상은 당시의 의례와 선대 인간의 정신영역을 가늠할 수 있는 지점이다. 깎아내고, 덜어내고, 부각하고, 다듬어놓은 그들의 노작(勞作)들을 살펴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