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철학 313

[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 (27)] ‘셈하는 인간’ 호모 칼쿨란스

[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 (27)] ‘셈하는 인간’ 호모 칼쿨란스(Homo Calculans) 추상적 사고의 여왕, 숫자의 탄생 물표(物票)는 그 기호가 상징하는 물건을 쉽게 기억하기 위한 표식…경제활동의 재분배와 숫자가 창의적으로 만나 정교한 형태로 진화 하나, 둘, 셋, 넷…. 나는 유치원을 다니기 전에 숫자를 알고 사용했던 것 같다. 숫자는 추상적 사고의 여왕이다. 우리는 ‘하나’라는 숫자를 알고, 그 수(數)를 1로 표시한다. 그리고 1을 연필, 지우개, 책 등 내 주위에 존재하는 모든 물건을 개별적으로 구별하여 지칭할 때 사용한다. 혹은 ‘하나’를 이용해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추상적인 존재나 개념에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인간의 최선을 지칭하는 지고한 한 분을 ‘하나님’이라고 부르고..

[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26)] ‘화장하는 인간’ 호모 코스메티쿠스

[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26)] ‘화장하는 인간’ 호모 코스메티쿠스 (Homo cosmeticus) ​ ​ 인류 역사 탄생의 순간을 증언하다 ​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화장판’은 파라오의 존재를 창조해주는 거룩한 물건…나르메르 부조들은 ‘리더’ 개념의 등장과 그 정의를 시도한 첫 예술품 고대 이집트 문명은 인류가 야만이란 도전을 극복하면서 등장한 최초의 문명들 중 하나다. 야만과 문명의 경계는 무엇인가? 문명은 두 가지 요소가 결합할 때 만들어지는 추상적인 원칙이다. 첫째 요소는 도시다. 도시는 인위적으로 공동의 이익을 위해 만든 추상적인 공간이다. 인간은 가족의 일원 혹은 더 넓게는 친척의 구성원으로 태어난다. 인류가 직계 가족을 넘어 자신과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과 모여 살기 시작한 시기는 기원전..

[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25)] ‘기호(記號)를 만드는 인간’ 호모 시그난스

[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25)] ‘기호(記號)를 만드는 인간’ 호모 시그난스(Homo Signans) 인간의 말을 영원하게 만드는 첫 번째 기술 문자는 지식을 수용하고 소통하고 기록하기 위한 소통 체계…동그라미, 삼각형, 그리고 휘갈겨 쓴 기호가 인간이 만든 첫 문자 인간의 등극과 문명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몇 가지 행위가 있다. 불의 발견, 동물의 사육, 노동의 분화 그리고 문자다. 문자란 지식을 수용하고 소통하고 기록하기 위한 소통의 체계다. 인간은 까마득한 시절부터 말하기 시작했다. 말은 인간이 자신의 경험을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순간 영원히 사라지고, 그 대신 상대방의 기억 속에 불완전한 생각의 조각으로 남아 있다가 점점 잊혀져 버린다. 문자는 인간의 말을 영원하게 만드는 첫 번째 기..

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24)] ‘상징적 인간’ 호모 심볼리쿠스

[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24)] ‘상징적 인간’ 호모 심볼리쿠스(Homo Symbolicus) 신화는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인간의 상상력이 종교, 신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모체 인간은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는다. ‘의미’란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고 존재할 만하게 지탱시켜 주는 무형의 가치다. 인간은 의미를 찾는 동물이며 그 의미를 찾는 과정이 바로 ‘이야기’다. 고고학자들은 현생인류가 등장하기 전에 유럽에 거주하던 네안데르탈인들의 무덤에서 무기, 도구, 화장품, 희생제사에 사용한 동물의 뼈들을 발견했다. 그들은 사후세계를 믿었다. 동물들은 옆의 동료동물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들은 자신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도, 경험..

[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23)] ‘거주하는 인간’ 호모 하비투스

[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23)] ‘거주하는 인간’ 호모 하비투스(Homo Habitus) > 터키의 기원전 거주지 ‘차탈휴윅’은 신석기시대 인류 문화의 중심…인간은 가옥에 거주하면서부터 집안에서 살아가는 동물로 진화 무엇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가? 인간은 자신이 사는 장소다. 자신이 거하는 장소가 그 사람의 인격을 만든다. 습관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해빗(habit)은 한 사람을 규정하는 그 사람만의 습관(習慣)인 동시에 그 사람이 거주하는 장소(場所)다. 인간은 이제 한 곳에 정착해 자신이 점령한 장소를 가옥으로 꾸며, 인간다운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차탈휴윅(Çatalhöyük)은 기원전 7500년에서 기원전 5700년까지 존재했던 신석기시대 거주지다. 오늘날 터키 중부 콘야(고대 이코니움) ..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필립 2세의 위대함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필립 2세의 위대함 창 길이 2.4m를 4.2m로 새로운 군대로 큰 꿈을 꾸다 *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원칙은 ‘시간’이다. 시간은 우주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우리는 이 변화를 생성과 소멸이라고 부른다. 기원전 4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 역사의 중심은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로 옮겨졌다. 기원전 5세기 초, 아테네를 중심으로 한 그리스가 페르시아제국을 물리치면서 역사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스파르타와의 30년 내전으로 국력을 소진하여 기원전 4세기 초에는 그 중심축이 무너졌다. 그리스에서는 국가나 도시공동체에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자 철학자들이 개인의 삶이 공적인 삶보다 가치 있다고 설교하기 시작하였다. 이 ..

[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22)] ‘기억하는 인간’ 호모 레코르단스

[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22)] ‘기억하는 인간’ 호모 레코르단스(Homo Recordans) > 인간이 공동체 안에서 산다는 것은 ‘공동의 기억’을 구축해가는 행위…정교한 장례 의식은 인류가 공동체로 살아가려는 정신적이고 영적인 노력 로마의 사상가 아우구스티누스(어거스틴)는 5세기 초 로마제국이 멸망하는 이유를 찾으려 애썼다. 그는 그리스 철학의 도움을 받아 이성적으로 설명하려 시도하지만 실패했다. 기원후 2세기에 페르시아에서 등장한 마니교의 이원론적 세계관을 원용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 후, 그는 밀라노의 그리스도교 사상가이며 주교였던 암브로시우스를 만나 그리스도교 교리 안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그는 로마제국의 쇠퇴와 멸망을 인간이 유전적으로 내재된 ‘원죄’ 때문이라고 ..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다리우스 대왕의 다언어주의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다리우스 대왕의 다언어주의 세계 최초 제국 건설자 그가 남긴 베히스툰 비문의 비밀 *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세계 최초로 제국을 건설한 왕은 누구인가? 우리는 흔히 알렉산더 대왕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고대 페르시아제국의 다리우스 대왕(기원전 550~486년)이 인류 최초로 제국을 건설한 왕이다. 그는 기원전 550년경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파르티아 통치자 히스타스페스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아케메네스 왕조의 세 번째 왕으로, 기원전 522년부터 기원전 486년까지 36년간 통치하였다. 그는 서쪽에서 새롭게 등장한 아테네와 기원전 490년 마라톤전쟁을 치렀던 왕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다리우스 대왕은 제국에 필요한 경제구조, 도로망, 통화 등을 정비하여 인류 최..

[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21)]‘재배하는 인간’ 호모 플란탄스

[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21)] ‘재배하는 인간’ 호모 플란탄스(Homo Plantans) > 인간은 농업의 발견 이후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와… 농업은 인류문명의 기초인 ‘도시’와 ‘문자’의 등장을 위한 전제조건 인간은 자신의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환경에 적극적으로 스스로 적응해 생존에 필요한 도구를 만들거나 자연을 변형시켜 자신의 생존을 위한 발판으로 만든다. 독일 철학자 니체는 ‘도덕의 계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류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물건, 형태, 혹은 모임의 존재하는 목적과 유용성을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의 눈은 보기 위해, 손은 무엇을 쥐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구와 인류의 역사를 긴 안목에서 보면, 인류는 우주의 거대한 변화 속에 운 좋게 살아남은 동물이..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회의주의자 퓌론의 가르침

[우리 시대 리더의 조건] 회의주의자 퓌론의 가르침 최선의 삶을 살고 싶다면 매일 아침 선입견을 버려라! *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자신이 오감(五感)으로 인식하는 세계의 존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그 당위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아는 유일한 사실은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라는 명제로 유명하다. 소피스트들의 시조였던 이탈리아 시실리아 출신 고르기아스(Gorgias)는 소크라테스가 등장하기 전에 철학과 수사학을 통합하여 ‘소피즘(sophism)’이란 학문 분야를 개척하였다. 그의 목적은 젊은이들에게 ‘덕(德)’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소피즘’은 동양에서 어색하게도 ‘궤변학’으로 번역되었다. 그는 지금은 남아 있지 않은 ‘자연에 관하여’라는 글에서 궤변처..